*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강기갑 前 통합진보당 대표
흰 두루마기에 긴 수염이 트레이드마크였던 국회의원이 있었죠.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마법사 간달프하고 흡사하다고 해서 강달프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분. 강기갑 전 통합진보당 대표 얘기인데요. 당 분당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치권을 떠났던 게 지난 9월인데, 7개월이 흐른 지금 그 두루마기 벗고 매실농장에서 굴삭기 운전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이 되면서 지금 화제입니다. 오늘은 정치인이 아닌 농부로 2부가 아닌 3부 화제의 인터뷰에서 만나보죠. 경남 사천의 농부 강기갑 씨, 강기갑 전 대표 연결이 돼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도 혹시 매실농장에 계시는 거세요?
◆ 강기갑> 네, 그렇습니다.(웃음) 작업복 갈아입고 지금 전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김현정> 4월 초니까 매실꽃이 한창 필 때 아닌가요?
◆ 강기갑> 지금 매실꽃이 활짝 피었다가 한 2주 동안 만개했다가 지금은 거의 져가는 행태입니다.
◇ 김현정> 농장이 한참 아름다웠겠어요?
◆ 강기갑> 지금은 개나리, 앵두, 복숭아, 벚꽃 또 목련꽃도 활짝 피었습니다.
◇ 김현정> 오랜만에 고향에서 자연 벗 삼아서 그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보시는 소감이 어떻습니까?
◆ 강기갑> 우선 제가 한 8, 9년 동안 이렇게 돌보지 못했던 가족들, 특히 아내 또 어린 막내가 있습니다, 11살짜리.
◇ 김현정> 11살짜리 자식을 두셨어요?
◆ 강기갑> 네. 이제 초등학교 4학년 올해 올라갔는데. 너무 좋아하고 하니까 저도 마음이 뿌듯하고 또 농장에 매실이 너무 관리가 안 돼서 나무들에게 제가 요즘은 미안하다, 미안하다 이런 고백을 많이 했습니다. 앞으로 좀 더해야 될 것 같습니다. (웃음)
◇ 김현정> 매실농장에서 직접 매실을 따서 파시는 거예요?
◆ 강기갑> 네. 제가 매실 농사지어서 효소도 담고, 액기스도 내고, 가공 같은 걸 한 20, 30년 쭉 해 왔었거든요. 제가 국회 가는 바람에 이게 소홀히 됐었는데 다시 열심히 해야죠. (웃음)
◇ 김현정> 원래 농사짓던 분이셨으니까 다시 농촌으로 돌아가신 거예요.
◆ 강기갑>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솔직하게 제가 한번 여쭙죠. 어떻게 매실농사 벌이는 괜찮으세요?
◆ 강기갑> 지금 농촌이 제일 어려운 게 경제적인 부분 아닙니까? 일이나 이런 건 정말 보람 있고, 가치도 있고, 즐겁고 좋습니다. 힘들어도. 그런데 제일 어려운 게 경제적인 부분이죠. 이것이 제일 좀 힘든 부분이죠.
◇ 김현정> 그래요. 매실농장으로 돌아와서 가족들과 함께 하는 것, 흙냄새 맡는 건 참 좋은데 경제적인 문제를 생각하면 또 가슴이 아픈. 그럴 때는 내가 여의도로 돌아가야 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도 문득문득 드시겠어요?
◆ 강기갑> 아직 전혀 그렇지는 못하고.
◇ 김현정> (웃음) 그리우시진 않으세요?
◆ 강기갑> 그립다기보다는 제가 할 만큼 후회 없이 했다고 생각되고요. 지금은 농사일에 엎어져서 여기에 제 온몸을 던지고 있습니다. 팔도 고장이 나고, 발목도 인대가 늘어나고 할 정도로 (웃음) 죽자 살자 또 일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사진 보니까 손마디 마디마다 굳은 살, 상처투성이. 예전의 국회에서의 손하고는 많이 다른 손이 되셨더라고요?
◆ 강기갑> 네, 좀 많이 거칠어졌다고 그럽니다.
◇ 김현정> 국회의원 강기갑, 당 대표 강기갑. 이런 호칭만 듣다가 이제 농부 강기갑이라는 호칭은 좀 적응이 되셨어요, 어색하세요?
◆ 강기갑> 오히려 제 입장에서는 국회의원이 좀 어색하고 그랬었죠. 40, 50년 농촌에 살다가 10년 잠깐 외도하고 다시 돌아온 거니까요. 너무 좋습니다.
◇ 김현정> 오히려?
◆ 강기갑>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국회의원이나 대표님 이런 호칭 들을 때가 더 어색하셨어요?
◆ 강기갑> 네. (웃음) 다 길들여질 쯤 되니까 제가 다시 원상 복귀한 거죠. 제가 한 9년 파견근무를 했는데 다시 원상복귀해서 요즘 어려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신바람 나게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혹시 동네 이장님은 안 하십니까?
◆ 강기갑> 저희 집사람한테는 그런 제안도 들어오고 하는데, 저는 이제 막 내려와서 농장 수습하고 가정 살림살이 너무 지금 어렵게 되어 있어서 이거 하는 데 지금 정신 못 차리고 있습니다.
◇ 김현정> 정신 좀 차리고 나면 이장 감투 하나 쓰셔야 될지도 모르겠어요? (웃음)
◆ 강기갑> (웃음) 네. 제 주변을 우선은 수습하고 난 이후에는 이웃하고도 같이 역할을 찾고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 김현정> 그래요. 지금 가족들하고 함께 하는 시간이 참 행복하다고 하셨는데, 제가 알기로는 정계 진출할 때 가족들이 많이 말렸다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다시 돌아와서 다시 농부가 된 아버지 보면서 남편 보면서 뭐라고 하세요? 가족들도 많이 좋아하세요?
◆ 강기갑> 제가 의정활동 할 때 아내는 간절하게 호소했죠, 평범하게 살자고. 또 출마할 때에도 처음에도 그랬지만 간절하게 가정이냐, 정치냐 둘 중 선택을 해 달라는 그런 결단을 해 달라는 요구도 하고 했는데 지금은 8, 9년 정도 떨어져 있어 놓으니까 막상 집에 오니까 안 맞는 부분도 많아요. 그건 제가 개인의 심정으로 맞춘다고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 김현정> 뭐가 그렇게 제일 불편하세요?
◆ 강기갑> 가정사 결정하는 일 이런 것들이 너무 일방적이다, 권위적이다 하는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철저하게 제가 그런 걸 바꿔가면서 요즘은 특히 아내가 너무 행복해 하고, 또 막대도 좋아하고, 농장도 나무들도 제가 축대 무너진 거 이런 것들 다 지금 손을 좀 보고 있습니다.
◇ 김현정> 나무들도 좋아하고.
◆ 강기갑>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일상의 재미중에서 어떤 게 제일 재미나세요?
◆ 강기갑> 집사람 불평도 너무 일을 많이 한다. 일벌레 같이 살아서는 되겠느냐, 이런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그런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서 가끔씩 집사람하고 또 막내도 데리고 한 번씩 이렇게 지리산 온천장 이런 데도 가끔씩 가고, 제가 일에 빠지면 참 그런 여유가 없었는데 그런 것도 가보니까 짭짤한 재미가 있고, 또 새로운 분위기도 들고 그렇네요.
◇ 김현정> 짭짤한 재미를 느끼면서 사시고 계시는데, 그 와중에도 혹시 여의도 정치인 중에 가장 보고 싶은 사람, 그리운 사람은 누구 얼굴 떠오르세요?
◆ 강기갑> (웃음) 아무래도 제가 농수산식품위원회에 있지 않았습니까? 상임위를 제가 한 6년을 한 상임위에 농업 쪽으로 또 수산 쪽으로 했었습니다. 그쪽에 일하셨던 분들 많이 생각나죠. 지금 아마 상임위원장을 맡고 계실지 최규성 의원님이라든가.
◇ 김현정> 민주당 최규성 의원.
◆ 강기갑> 여러 동료 의원들 많이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러면 다시는 정치 안 하실 거예요? 그냥 고향으로 돌아가신 겁니까?
◆ 강기갑> 이렇게 재미가 있는데 이제 국회로 돌아가서도 제가 할 역할이 별로 없을 것 같고요. (웃음) 또 그 전처럼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지금 되돌아보면 이제 다시 하면 제가 그렇게 뭔가 열정을 바쳐서 또 할 수 있겠나 하는 그런 생각도 많이 들고요.
지금 이제는 이렇게 그야말로 고향에 돌아온 부분이 제가 정치할 때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 저 딴에는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특히 서민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일하는 그 행복감이 컸었는데요. 지금은 제 개인적인 일이지만 흙과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그야말로 어머니 품에서 사는 것 같은 돌아온 그런 느낌입니다.
◇ 김현정> 그러시군요. 지금 목소리에 편안함이 묻어나고요. 어머니 품에 쏙 안겨있는 강기갑 전 의원님 모습이 상상이 되네요, 그려집니다. (웃음)
◆ 강기갑>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랜만에 목소리 들으니까 반가웠고요. 농사 잘 지으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4/3(수) 농부가 된 강기갑 "정치가 외도였죠"
2013.04.03
조회 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