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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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4/2(화) 이성호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 "대학생 욱일기, 간단한 해프닝 아냐"
2013.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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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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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층 '역사 감수성' 문제 심각한 상황
- 국사 선택과목 전락, 근현대사 교육 부실도 문제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전국역사교사모임 이성호 회장

가운데 부분에 붉은 태양이 있고요. 그 주위로 16줄의 햇살이 쫙 퍼져나갑니다. 바로 일본 군국주의, 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 모양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 욱일기, 일본 전범기를 배경으로 대학생들이 나치식 경례, 하일 히틀러 경례를 하는 사진이 발견돼서 논란입니다.
알고 보니까 한 사립대학교 산업디자인과 학생들이 만든 홍보포스터라는데요. 논란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걸 과연 그냥 몇몇 대학생들의 치기어린 장난이라고 무심하게 넘어갈 일인가 생각해 보죠. 전국역사교사모임의 이성호 회장 연결돼 있습니다.

◇ 김현정> 사진 보셨죠?

◆ 이성호> 네. 봤습니다.

◇ 김현정> 남녀 대학생 7명이 욱일기를 배경으로 손을 들고 나치 경례하는 건데, 어떤 느낌이 드셨어요?

◆ 이성호> 그 학생들을 매도할 필요는 없겠지만 하여튼 무감각하고 무지스러운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어서 안타까웠습니다. 인권감수성이라는 말이 있던데요. 역사감수성이 전혀 없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고요. 그들에게 제대로 된 역사감수성을 키워주지 못한 기성세대의 잘못이기도 하고, 또 역사교육이 잘못된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어서 반성도 했습니다.

◇ 김현정> 우리가 욱일승천기라고 많이 합니다만, 사실은 욱일기라고 불러야 된다고 그러더라고요. 이 욱일기하고 나치식 경례가 의미하는 건 뭐죠?

◆ 이성호> 아까도 말씀하셨다시피 그게 군국일본의 상징이죠. 1870년에 일본 육군기로 만들어졌고요. 이후에는 또 일본 해군기로도 약간 변형해서 쓰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게 모양 자체가 대동아공영권이라는 천왕제 파시즘의 이상을 시각화한 게 아닌가, 이렇게 보고 있고요. 나치식 경례야 다들 아시겠지만, 참고로 독일에서는 나치 문양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거나 하면 3년 이하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알고 있거든요.

◇ 김현정> 그런데 우리 학생들은 그걸 모르고 이런 홍보포스터를 만들어서 붙였단 말입니다. 이거를 그래도 어린 학생들의 치기어린 장난 아니냐? 일종의 해프닝으로 넘기자, 이런 분위기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성호>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긴 한데요. 사실은 그게 더 문제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이게 어떤 일상 속에 존재하는 파시즘적 요소에 대한 풍자, 이런 식이라면 그런 대로 이해할 수 있을 법한데요. 그런 것도 없는 ‘전혀 정치적 의도가 없는 장난’이었다고 해명을 했는데, 그렇다면 이건 역사적 무게에 대한 무감각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거죠. 우리가 피해 당사국이고, 또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같은 피해 당사자분들이 지금도 엄연히 살아계시는데 이건 좀 심각한 문제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그런데 지금 욱일기 문제뿐만 아니라 요즘 청소년하고 대학생들 사이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폭동이다’ 이렇게 비방하는 사례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지금 늘고 있다고 해서 또 논란이에요. 그런가 하면 ‘전두환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카페까지 등장’하고, 이런 전반적인 상황을 어떻게 보세요?

◆ 이성호> 굉장히 심각한 거죠. 이게 사실은 인권이나 평화, 민주주의 같은 인류가 공유하고 있는 어떤 보편적 가치에 대한 도전, 또는 부정이라고 생각이 들고요. 좀 더 나아가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가치에 대한 부정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김현정> 선생님께서는 지금 현장에서, 중학교 교사이시죠?

◆ 이성호> 그렇죠.

◇ 김현정> 실제로 이런 아이들을 보세요?

◆ 이성호> 글쎄, 실제로 보고 이야기할 기회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요. 그렇다 하더라도 일부 사이트나 이런 곳에서 집단적으로 그런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 걸 보면 상당히 우려스럽죠. 이게 파시즘의 징후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까지 듭니다.

◇ 김현정> 어떻게 지성의 상아탑이라고 하는 대학에서조차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겁니까?

◆ 이성호>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은 청년실업이라든지 비정규직이라든지 이런 것, 사회모순들이 만연한 가운데에서 젊은 세대들의 절망감, 이런 것들이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고요. 또 민주주의니 정의니 하는 게 나한테 해 준 게 뭐냐, 이런 식의 일종의 허무주의, 냉소주의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어쨌든 참 어렵게 성취한 민주주의 역사에 대해서 그 소중함을 깨닫게 해 주는 우리 역사 교육이 이제껏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반성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역사교육의 문제, 사실은 그게 가장 큰 문제겠죠. 사실 한국사가 고등학교 필수과목에서 빠졌다가 재지정이 되긴 됐거든요. 교육이 잘 되곤 있습니까?

◆ 이성호> 그런데 한국사가 필수가 됐다고는 하는데요. 실제 그걸로 인해서 크게 강화됐다고 보기는 어렵고요.

◇ 김현정> 왜 그런가요?

◆ 이성호> (웃음) 예전에도 사실은 필수라고 제도화되지는 않았지만 거의 필수로 운영이 되고 있었고요. 예전에는 국사를 필수로 거의 배우고, 한국 근현대사를 선택해서 배웠는데 지금은 한국 근현대사 과목이 사라졌거든요. 그러면서 근현대사 교육은 오히려 약화됐다고 봐야 되겠죠.

◇ 김현정> 그러니까 한국사라는 이름으로 남으면서 거기에 근현대사 교육은 많이 부실해졌군요?

◆ 이성호> 그렇죠.

◇ 김현정> 그럼 일제강점기 부분에 대한 것도 많이 빠졌습니까? 소홀해진 건가요?

◆ 이성호> 예전에 비하면 아무래도 그렇다고 봐야겠죠. 한국 근현대사라는 과목이 실제로는 상당히 자세하게 근현대 부분들을 다루고 있었는데, 그 과목들이 없어지고. 원래 한국사도 사실 처음 설계될 때는 교육 과정상에서 근현대사 비중이 상당히 높게 배치가 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 역사교육과정이 거의 매년 바뀌지 않았습니까?

◇ 김현정> 그랬죠.

◆ 이성호> 논란이 됐었는데, 그 핵심이 바로 근현대사 비중이 축소되는 것이었어요. 실제로 지금은 근현대사 비중이 상당히 줄어 있는 상태입니다.

◇ 김현정> 대입에서 역사는 여전히 선택과목입니까?

◆ 이성호> 이게 굉장히 심각한 문제인데요. 고등학교에서 대입의 영향에 대한 게 거의 절대적인데. 2014년 대입 수능에서부터 선택과목의 숫자가 줄어듭니다. 사회 선택이 세 과목에게 두 과목으로 줄어드는데, 그렇게 될 경우에 한국사 등의 역사 관련 과목을 선택한 학생은 굉장히 소수일 거라고 봐요.

◇ 김현정> 세 과목에서 두 과목이 되면...

◆ 이성호> 네. 그게 작년까지는 한국 근현대사가 사회 선택과목 중에서 선택률이 한 3위 정도 됐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되기 어려울 거라고 봅니다.

◇ 김현정>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 그런 분위기들이 감지가 됩니까?

◆ 이성호> 그렇죠. 아무래도 고등학생들 입장에서는 수능에서 선택하지 않는 과목에 대해서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것은 손해라는 식의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 보니까 교육 자체에서도 상당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 김현정> 요즘은 보면 학생들만 그런 게 아니라 학교에서도 수능에서 비중 없는 과목들은 그 시간에 다른 거 공부하라고 하더라고요. 국영수 공부하라고 바꿔버리는 경우도 있던데.

◆ 이성호> 집중이수제 이런 식으로 해서 그냥 한꺼번에 형식적으로 이수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 김현정> 역사, 국사 교사로서 비애가 드시겠어요.

◆ 이성호> 그렇죠.

◇ 김현정> 국사 선생님들끼리 모이면 어떤 얘기들 하세요?

◆ 이성호> 역사과목이 이렇게 홀대받을 수 있는 과목이 아닌 거죠. 국민적으로는 공감대가 있는 거고, 역사교육 정상화에 대한 여론들도 계속 있어 왔는데. 그게 실제로는 반영이 제대로 못 되고 있는 상황이 참 안타깝죠.

◇ 김현정> 그런데 한 쪽에서 계속 들려오는 건 일본에서는 자꾸 일제감정기 부분을 왜곡을 하고 독도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고 이런 뉴스들이 들리지 않습니까? 더 걱정이에요.

◆ 이성호> 그렇죠. 지금 일본이 얼마 전 고등학교 교과서 검정을 실시했지 않습니까? 거기에서도 일부 개선된 사항도 있겠지만 독도 문제 같은 경우에는 훨씬 더 개악된 형태로 기술이 됐다는 게 밝혀졌는데, 이게 부추기자는 건 아니지만 우리도 거기에 대응해서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실시할 필요는 분명히 있는 거죠.

◇ 김현정> 물론입니다. 외국의 경우를 한번 들여다보죠. 과거 역사가 우리와 비슷한 경우들도 있을 테고요. 어떤 식으로 교육하고 있나요?

◆ 이성호> 이게 지금 과거역사라는 게 단순히 과거 문제가 아니라 현재와 연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요. 이게 그 부분에서 좀 집중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독일 같은 경우에는 아까 잠깐 말씀을 드렸지만 과거 청산하려는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 보니까 나치시대의 어떤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교육, 이런 것들이 굉장히 강화돼 있고요.

그런 것에 대한 철저한 반성, 성찰, 이런 것들이 역사교육의 주를 이루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특히나 점점 학년이 올라갈수록 근현대사 중심으로 교육이 이루어지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근현대사에 대한 필요성이나 아니면 교육적 효과 같은 것들은 굉장히..

◇ 김현정> 좀 홀대하죠?

◆ 이성호> 네. 그런데 이게 지금 교육이 안 되는.. 그런 게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우리가 조선, 삼국시대, 고조선, 고구려 얘기는 잘하는데 근현대로 오면 올수록 잘 모르는 이런 상황. 정치적인 것들이 너무 많이 들어가면서 이렇게 된 게 아닌가 좀 안타까운 생각이 드네요.

◆ 이성호> 그게 논란을 피하겠다, 이런 의도가 있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좀 민감한 건 가르치지 않겠다는 건데, 이게 결국은 이런 엄청난 청소년들의 역사관 왜곡이라는 상황까지도 오는 걱정스러운 상황입니다. 현장의 상황이 어떤지 오늘 좀 전해 들었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