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4/25(목) 오왕택 나전칠기 장인 "퀵서비스 하면서 나전칠기"
2013.04.25
조회 1283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나전칠기 장인 오왕택 씨


여러분, 나전칠기 하면 우리나라의 전통공예품이고, 흔치 않은 비싸고 귀한 물건이다. 이렇게 들 알고 계시죠? 그런데 이 나전칠기를 1973년부터 묵묵히 만들어오면서 상도 여러 번 수상한 장인이 15년간이나 퀵서비스 배달을 해야 했다면 이 상황이 이해가 되십니까? 선뜻 이해가 되지 않은 이야기,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나전칠기 장인 오왕택 씨를 연결해 보겠습니다. 오 선생님, 안녕하세요?

◆ 오왕택>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나전칠기라고 하면 그러니까 나무로 만든 그릇에다가 옻칠을 하고 모양을 내고 자개를 붙여서 모양내고 이렇게 설명하면 되는 건가요?

◆ 오왕택> 자개와 옻칠이 우리 사람들에게 주는 감동이 굉장하거든요. 장인의 손끝을 통해서 탄생이 되면 이게 1000년이 갑니다.

◇ 김현정> 1000년이 가요? 색깔이 오묘하잖아요, 그 자개 색깔이라는 것이.

◆ 오왕택> 무지개 빛깔이죠.

◇ 김현정> 오 선생님은 이 나전칠기를 시작하신 게 1973년부터시라고요?

◆ 오왕택> 제가 중학교를 다니다가 집안 형편이 가난해서 중퇴를 하게 돼서 어머님께서 추천해 주셔서 여기 입문하게 됐는데 나중에는 무형문화재 김태희 선생님 휘하에 입문을 해서 7년 동안 선생님께 배웠죠.

◇ 김현정> 무형문화재 밑에서. 그러니까 원래 손재주가 있던 분이시네요.

◆ 오왕택> 네, (웃음)

◇ 김현정> 나전칠기 이거 하나 제작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립니까?

◆ 오왕택> 작품의 크기나 성격에 따라서 조금 다르긴 한데 아주 작은 물건이라도 기본 3개월은 걸립니다.

◇ 김현정> 기본이 3개월?

◆ 오왕택> 네.

◇ 김현정> 아주 작은 물건이라면 그러면 조그마한 보석함 하나 만들어도 3개월?

◆ 오왕택> 네.

◇ 김현정> 조금 걸리는 게 3개월이면 그럼 오래 걸리면 얼마나 걸려요?

◆ 오왕택> 제가 1년 걸린 작품도 하나 있는데.

◇ 김현정> 1년?

◆ 오왕택> 네.

◇ 김현정> 무슨 작품이기에 그렇게 오래 걸렸습니까?

◆ 오왕택> 함입니다, 함. 70, 40, 높이가 한 30 정도가 되는

◇ 김현정> 가로 70, 세로 30, 높이 40 짜리 함을 만드는데 1년을 쏟아부어야 됩니까?

◆ 오왕택> 그건 작품이 좀 섬세하게 작업을 하느라고 보시면 알죠.

◇ 김현정> 이야, 그렇군요. 선생님처럼 나전칠기를 하는 분들이 얼마나 되나요, 전국에?

◆ 오왕택> 100, 200명.

◇ 김현정> 그러면 그렇게 많지 않은 숫자가 만들어낸 희귀한 작품들이니까 그래서 굉장히 잘 사실 것 같은데 그런데 퀵서비스 배달을 10여 년이나 하셨어요?

◆ 오왕택> 그렇게 됐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어려우셨어요? 어떻게 퀵서비스를. 나전칠기 장인이 우리나라에서 손 꼽히는.

◆ 오왕택> 이게 사연이 좀 있는데요. 작업을 해서 일본에 작품을 납품을 했었는데.

◇ 김현정> 수출을 하셨어요?

◆ 오왕택> 네. 그런데 중간에 끼신 분이 자꾸 농단을 부려서 제가 결제를 제때 못 받고 얘들은 날마다 커가는데 날마다 학교가면 돈 달라고 하잖아요. 자꾸 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하다 보니까 이거를 시작을 하게 됐죠.

◇ 김현정> 쑥쑥 자라나는데 돈 들어갈 일은 많은데. 급하게 오토바이라도 몰게 되신 거예요. 그러다가 IMF까지 터졌어요.

◆ 오왕택>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할 때는 길게 잡으면 한 1, 2년 정도만 하자 그랬는데 IMF 터지고 또 상황이 복잡해지고 하다보니까 그 복귀하는 시기가 자꾸 차일피일 미뤄지다 보니까 아주 늦어졌죠.

◇ 김현정> 그때는 참 서글픈 생각도 드셨겠어요. 내가 할 일은 아닌데 아닌데 난 오토바이 핸들을 잡아야 되는.

◆ 오왕택> 그랬었죠.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까 거기에 정신을 쏟아야 되잖아요. 그냥 묻혀서 시간이 좀 흐르다 보니까 또 그게 잊혀졌어요.

◇ 김현정> 지금 오토바이 잡고 순간 집중하다 보면 잊어버립니다 말은 그렇게 하시지만 배달 다니다가 나전칠기 작품 어디 놓여있는 거 보면 기분이 묘하셨겠어요.

◆ 오왕택> (웃음) 당연히 그렇죠, 좀 서글픈 생각 들었죠. 아쉬운 점도 있고.

◇ 김현정> 15년을 그렇게 하셨어요?

◆ 오왕택> 네.

◇ 김현정> 그러다가 15년 만에 다시 공방으로 작업실로 돌아가시게 됐어요. 돈을 많이 모아서 돌아가신 건 아닐 테고, 어떤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습니까?

◆ 오왕택> 원래 해야 될 일을 해야 된다고 집사람이 자꾸 졸라댔죠, 날마다.

◇ 김현정> 당신에게 맞는 일을 해야 된다, 어울리는 일을.

◆ 오왕택> 이거 당신이 안 하면 국가적인 손해라고까지 하면서 대단한 집착을 벌여서 ‘그래, 내가 이제 와서 될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 다시 한 번 열정을 태워보자’ 하고선 시작을 하게 됐는데 수입이 없으면 당장 생활하기가 힘들지 않습니까? 그래서 집을 담보로 해서 아예 대출을 받아놓고 한 2년 동안 고생하자 마음먹고 감을 찾기 위해서 노력을 한 거죠.

◇ 김현정> 아예 집 담보로 대출 받아놓고 이제 나 오토바이 놓고 나전칠기 공방으로 들어가겠다, 선언하신 거예요.

◆ 오왕택> 네.

◇ 김현정> 15년이나 놓았던 걸 다시 시작하려니까 좀 힘들지 않으셨어요?

◆ 오왕택> 굉장히 힘들었죠. 한 1년 동안은 되는 거야, 안 되는 거야. 2년 넘어가니까 자신감이 붙더라고요. 아, 이거 찾을 수 있겠다.

◇ 김현정> 그 감을 잡으신 거군요, 예전의 감을. 그래서 최근에는 이탈리아 밀라노까지 다녀오셨어요?

◆ 오왕택>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가 열리는 그 시기, 그 기간 동안에 세계 각국에서 자동차 전시도 열리고, 디자인 가구 전시도 열리고, 디자인박물관이에요. 아주 성공적으로 전시회를 치렀죠.

◇ 김현정> 그러니까 한국의 나전칠기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국제가구박람회의 한 자리를 떡하니 차지할 수 있었던 거군요. 거기에 오 선생님이 작품을 출품하신 거고요. 기분이 묘하셨겠어요?

◆ 오왕택> 제가 일생 동안 살면서 이렇게 행복한 기분을 느껴보지 못했다고 토로 했거든요.

◇ 김현정> (웃음) 왜 안 그러셨겠어요? 아니, 그런데 저는 얘기 쭉 들으면서 이렇게 사랑하고, 수상도 여러 번 한 이런 장인에게 국가적인 지원이라는 건 하나도 없었나? 15년 오토바이를 탈 동안 아무도 이 재능을 아까워했던 사람이 없었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 오왕택> 제 재능을 아까워한 사람은 선생님이셨던 김태희 선생님. 제가 안 한다고 하니까 참 아깝다는 말씀을 했다고 했고요. 우리 가족들이 아까워했습니다. 그 외에는 별 반응들이 없었죠.

◇ 김현정> 국가에서는 뾰족히 지원를 해 준게 없는.

◆ 오왕택> 저 같은 사람이 있는지 존재조차도 모르셨을 겁니다.

◇ 김현정> 연극인이 막노동하고, 무용가가 식당 아르바이트 하고 이런 이야기를 제가 들었습니다만 특히나 이 나전칠기는 우리 전통예술이여서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드네요. 순수예술, 순수전통예술을 하시는 분이 더 넉넉한 환경에서 편하게 작품활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우리 오 선생님 마지막으로 꿈이 있다면 어떤 꿈?

◆ 오왕택> 제가 죽어서 이 땅에 없더라도 제 작품을 보기 위해서 줄서서 그런 환경을 꿈꾸면서 작품을 합니다.

◇ 김현정> 제가 이렇게 인터뷰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하면서 느끼는 것이 참 뭐라고 그럴까요? 진국이시구나, 이분이. 해묵은 된장같은 느낌? (웃음) 정말 장인이 이런 분이구나라는 느낌이 듭니다. 꿋꿋하게 우리 나전칠기 지켜주시고요. 아무리 환경이 어려워도 해치셔야 됩니다. 다시 오토바이 잡으시면 안 돼요.

◆ 오왕택> 네. 지금은 그렇게 마음의 결정을 하고, 죽을 때까지 하겠습니다.

◇ 김현정>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도 이제부터는 칠기 작품 예사로 보이지 않을 것 같아요. (웃음)

◆ 오왕택>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