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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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레스 넘어 상실감마저 느껴
- 항공사 이미지 실추 우려, 사건 발생해도 쉬쉬
- 난동 승객 통제 위한 제도 보완 필요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전직 승무원 출신 000 씨
항공기 비즈니스석에 탄 승객이 승무원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고 행패를 부리다가 결국 목적지에 내리지도 못하고 되돌아오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른바 비행기 라면사건인데요. 공개된 승무원 일지를 보면 이 승객은 옆자리가 비어 있지 않다면서 욕설을 하고, 라면이 안 익었다, 짜다 하면서 거친 언사로 3번이나 다시 끓여오라고 주문했습니다. 밥은 설익었다면서 2번 다시 시켰고요. 급기야는 돌돌 만 잡지로 승무원 얼굴을 때리기까지 합니다.
이 사건을 보면서 승무원들 고충이 생각보다 심하다는 생각도 들고 또 비행기 안에서의 난동은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인데, 어떻게 관리가 되고 있는 건가 걱정이 됩니다. 연결을 해 보죠. 전직 승무원 출신입니다. 익명으로 연결이 돼 있습니다.
◇ 김현정> 이번 사건을 듣는 순간, 어떤 생각 드시던가요?
◆ 전 승무원> 예전에 제가 근무했던 일들이나 들었던 사건들, 그런 것들이 오버랩 되면서 마음이 통쾌한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 김현정> 통쾌한 느낌이라는 게 무슨 말씀이세요?
◆ 전 승무원> 속이 시원한 그런 기분을 느꼈어요. 그 전에는 이런 일들이 있어도 그렇게까지 대응을 못하는 경우들이 많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도착지가 미국이다 보니까 좀 일이 합리적으로 그렇게 진행이 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요.
◇ 김현정> 그건 무슨 말씀이세요, 목적지가 다른 곳이었으면 달랐을 것이다?
◆ 전 승무원> 글쎄, 목적지가 우리나라였으면 좋게, 좋게 좀 높으신 분이니까 그냥 좋게, 좋게 하자 하면서 그냥 일이 커지는 거를 어느 쪽에서든 다 원치 않지 않았을까.
◇ 김현정> 종종 그런 식으로 처리가 되나 보죠?
◆ 전 승무원> 글쎄, 그렇게 제대로 된 경로가 잘 없는 걸로 저는 알고 있고요.
◇ 김현정> 제대로 된 경로가 없다, 그 얘기는 신고를 한다고 해도 제대로 경찰 출동하고 처벌받고, 이런 경우가 별로 없다는 얘기세요?
◆ 전 승무원> 네, 그렇죠.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러면서 한 번쯤은 터질 일이 터졌다, 이런 생각이 드신 거예요?
◆ 전 승무원> 네, 물론 대부분의 승객들은 다들 친절하시고, 무리한 요구를 하지도 않지만 몇몇의 승객에 있어서는 그런 일들이 종종 발생하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 김현정> 직접 겪은 일이나 혹은 들은 일이나, 어떤 에피소드들 들어보셨어요?
◆ 전 승무원> 제가 직접 겪은 일로는 이거하고는 다를 수 있지만 기내에서 엉덩이나 이런 부위를 노골적으로 만진다든지.
◇ 김현정> 성추행을 한다고요?
◆ 전 승무원> 네, 그런 일이 있었던 적이 좀 있었고요. 그랬을 경우에는 그냥 그때 그 비행기에서 가장 높으신 분한테 보고를 드려도 별로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도 있고요. 승무원들 개인의 선에서 ‘손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하고 그냥 마는 정도로 끝났었던 경우가 있었어요.
◇ 김현정> 지상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으면 그건 경찰서에 신고할 정도의 성추행인데요.
◆ 전 승무원> 그렇죠.
◇ 김현정> 그런데 웃으면서 ‘이러시면서 안 됩니다.’ 하고 알아서 대응하고 넘어가야 되는 거예요?
◆ 전 승무원> 네. 그런 경우가 다반사인 걸로 알고 있고, 그리고 주변에 선배나 이런 사람들이 겪었던 일들이었는데, 착륙할 때가 됐을 때는 앉아서 벨트를 매셔야 되잖아요. 그런데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있는 분이 오랫동안 안 나오셔서 문을 두드리면서 앉으시라고 이렇게 말씀을 드렸는데, 화장실에 있는데 그렇게 노크를 했다는 이유로 나와서 승무원 뺨을 때리고 굉장히 화를 내면서 내가 이 비행기를 굉장히 많이 이용하는 너의 중요한 고객인데 어떻게 감히 나한테 이러느냐 이러면서 화를 내시는 승객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정중하게 노크를 한 건데도?
◆ 전 승무원> 그렇죠. 저희가 그렇게 정중하게 하지 않는 경우들은 대부분 없잖아요. 교육들도 워낙 많이 받고. 항상 그런 쪽으로 몸에 다 밴 직원들이라 그렇게는 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아무튼 그런 일도 있었어요.
◇ 김현정> 뺨을 맞았는데, 그런 경우에도 그냥 넘어가요?
◆ 전 승무원> 글쎄, 그 이후에 별다른 조치가 없었던 걸로 얘기는 들었는데 아무튼 그런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해서 힘들어서 그만두는 경우들도 많이 있고요. 주변에 얘기를 들었을 경우에는. 많이 있어요.
◇ 김현정> 이번 사건을 일으킨 그 대기업 임원은 라면이 덜 익었다, 짜다 하면서 심지어는 기내 주방까지 달려가서 항의를 했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식사문제로 불만 품은 분들도 많으세요?
◆ 전 승무원> 그렇죠. 실리는 게 한정이 되어 있으니까 생선이나 고기 이런 식으로 실렸을 때 이렇게 자기가 고기를 먹고 싶었는데 앞에서 끊겼다든지 했을 때 항의하거나 이런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는 많이 난감하죠.
◇ 김현정> 어떤 식으로 항의하는 거 보셨어요?
◆ 전 승무원> 그거를 빌미로 해서 트집을 잡는다든지 더 화를 낸다든지 아니면 다른 거를 그럼 더 달라. 계속 본인의 비위를 맞출 수 있게끔 그렇게 하는 경우들이 좀 있어요.
◇ 김현정> 이 정도가 되면 승무원들 상당히 스트레스 받을 것 같은데요. 불쾌감을 넘어선 우울감도 드시겠어요.
◆ 전 승무원> 그렇죠. 그렇게 해서 일하는 데나 이런 데도 의욕을 많이 상실하는 경우도 있고, 그런 것 같아요.
◇ 김현정> 이렇게 스트레스 받고 모이면 뭐라고들 서로 서로 푸세요?
◆ 전 승무원> 그럴 땐 어떤 승객이 있다더라, 어떤 노선에 그런 사람이 있다더라. 해서 서로 서로서로 유명한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사람들이 종종 있곤 있죠.
◇ 김현정> 승무원들 사이에 블랙리스트가 있을 지경이군요. 그렇게 해서라도 우리가 피해야 한다?
◆ 전 승무원> 네. 알아서. 각자 개인이 알아서.
◇ 김현정> 욕설부터 폭행까지의 행패를 겪을 때, 승무원들에게 어떤 대응매뉴얼이 있긴 있을 거 아니에요?
◆ 전 승무원> 처음에는 여러 차례로 진정이 되게끔 말씀을 드리고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를 하다가 그래도 그게 통제가 안 될 경우에는 너무 난동을 피우는 승객일 경우에는 기장님한테 연락을 해서 그 승객이, 지상 직원하고 연락이 되게끔 해서 지상에 내렸을 경우에 경찰이 바로 이송할 수 있게끔 하는 그런 절차가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 김현정> 이번이 바로 그런 절차에 따른 거군요.
◆ 전 승무원> 네. 이런 절차에 의해서 처리되는 적은 저도 거의 듣거나 보거나 해 본 적이 없어요.
◇ 김현정> 항공 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이 있고 이렇게 항공기 안에서 난동을 부리면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는데도 절차에 의해서 처리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말씀이세요?
◆ 전 승무원> 네.
◇ 김현정> 왜 그럴까요?
◆ 전 승무원> 글쎄요. 아무래도 회사 측이나 직원 측이나 여러 쪽에서 일이 커지는 거를 두려워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어요.
◇ 김현정> 항공사 측에서도 그것 때문에 이미지에 어떤 타격을 받을 수도 있는 건가요?
◆ 전 승무원> 그렇죠. 아무래도 그 고객이 정말 비행기를 많이 타는 고객이라면 더더욱 좀 그런 경우가 많이 생길 것 같은데요.
◇ 김현정> 일반적으로는 이런 상식 이하의 행패를 부리는, 난동을 부리는 손님이라면 이른바 사회적인 지위도 낮고 이런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꼭 그런 것도 아니라면서요?
◆ 전 승무원> 네. 그런 것만도 아니죠.
◇ 김현정> 그런 경우에는 승무원들 입장에서 처벌이랄까요? 이런 합리적인 방법으로 대응하는 게 더 쉽지 않겠네요.
◆ 전 승무원> 그렇죠. 아무래도 더 어렵죠. 그런 사람들을 대응하기도 어렵고, 직원들은 어쨌든 회사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니까 일이 커져서 뭔가 불이익을 당할 그런 것들도 많이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러다 보니까 그냥 쉬쉬하고 승무원선에서 삭히고 넘어가는 일이 계속 벌어진다는 거.
◆ 전 승무원> 네. 그냥 한 사람 개인만 참아버리면 조용히 넘어갈 수 있는 일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니까.
◇ 김현정> 그런데 이게 승무원들 참 안 됐다, 애환이 이만 저만 아니구나 하고 넘어갈 수준이 아닌 것이 결국 비행기 안에서의 난동이라는 건, 다른 승객들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 아닌가요?
◆ 전 승무원> 네. 그걸 좀 더 강력하게 기내에서 난동부리는 사람들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이라든지 제도가 만들어져야 될 것 같고요. 저도 비행기를 타서 만약에 그 승객 입장에서 그런 사람을 보면 굉장히 불안하고 지금 좋지 않거든요. 비행기라는 좁은 공간 안에서 긴 시간을 같이 가야 되는데 그렇게 뭔가 위험한 사람이 같이 있다는 게 좀 불안하잖아요.
◇ 김현정> 이게 만약에 땅이었다면 돌려서 그냥 어떻게 경찰서로 바로 가겠지만 비행기는 그럴 수도 없는 거니까, 좀 더 철저한 보안관리가 필요하다 이런 말씀이세요.
◆ 전 승무원> 네, 그렇죠. 그리고 그런 것들을 뭔가 구체적으로 법제화해서 물론 승무원들도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같이 탄 승객으로서 승객들도 뭔가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이 여러 사람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어요.
◇ 김현정> 그런데 새로운 법도 중요하지만, 지금 있는 법조차도 잘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인 것 같아요.
◆ 전 승무원> 네. 참 안타까운 현실이죠.
◇ 김현정> 그러네요. 오늘 쉽지 않은 인터뷰인데요.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4/23(화) 전직 승무원 000씨 "엉덩이 만져도, 뺨 맞아도 속수무책
2013.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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