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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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4/22(월) 정희준 동아대 교수 "집단적 싸이 열광에서 '디워' 사태 연상"
2013.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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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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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판 포함 다양한 의견 허용돼야
- B급문화 이해하나 성적 비하 안돼
- 국위선양 하니 모든게 용서 "위험"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동아대 스포츠과학대 정희준 교수


“싸이는 한류의 전도사인가, 미국 문화의 첨병인가” 가수 싸이의 신곡 젠틀맨의 뮤직비디오를 비판하면서 정희준 교수가 쓴 기고문입니다. 주말 내내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는데요. 이 기고문에는 인터넷 댓글이 1만개 이상 달렸고, 지금도 계속 달리고 있습니다.
‘가족들이 함께 보기에는 너무 민망한 뮤직비디오인 건 사실이다.’ 이렇게 동조하는 의견부터 ‘B급 문화코드를 이해하지 못하고 비판한 것 아니냐.’ 이런 의견까지 나왔는데.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이 글을 쓴 당사자의 얘기 직접 들어보죠. 동아대 스포츠과학대 정희준 교수 연결이 돼 있습니다.

◇ 김현정> 주말 동안 참 시끌시끌했어요. 글 한 편 때문에.

◆ 정희준> 예, 그랬나 봅니다.

◇ 김현정> 댓글도 다 읽어보셨죠?

◆ 정희준> 평소에는 조금 보는 편인데요. 이번에는 너무 많아서 사실 다 읽어보지는 못했죠(웃음).

◇ 김현정> 저희가 대체적으로 분석을 해 보니까 한 7 대 3, 혹은 8 대 2 정도 비율로 정 교수님 기고문에 반대하는 의견이 더 많더라고요?

◆ 정희준> 그렇죠. 그래서 그분들의 그런 지적들을 저도 다 존중하고요. 그런데 이제 많은 분들이 그냥 B급 문화 즐기면 되는 거지, 왜 그러냐 그러는데. 사실 전공자로서 말씀을 드리자면 문화가 총보다 강하다고 합니다.

◇ 김현정> 문화가 총보다 강하다?

◆ 정희준> 그렇죠. 과거에는 전쟁이나 이런 식으로 남의 나라에 쳐들어갔지만 지금은 이러한 미디어를 통해서, 이런 문화를 통해서 다른 나라의 지배력을 높여가는 거거든요. 그래서 많은 댓글들을 봤는데, 이런 것들이 많더라고요. ‘싫으면 보지 마라, 안 보면 되는 거 아니냐.’ 그런데 싸이에게 표현의 자유가 있으면 저한테도 표현의 자유가 있는 거거든요. 그리고 비평을 비평으로 보지 않고 왜 그렇게 악담들을 하시는지... 잘 좀 이해가 안 됩니다.

◇ 김현정> 우선 기고문 내용을 못 보신 분들이 있으니까 조금 소개를 하면서 논란의 지점을 얘기 나눠보죠. 먼저 뮤직비디오의 ‘선정성’에 대해서 강한 어조로 비판하셨어요. “젠틀맨 뮤직비디오는 성적 판타지를 표현한 포르노그래피다. 외국인이 좋아하면 포르노도 괜찮냐? 저질 마초문화의 한 사례다.” 이렇게까지 보신 거예요?

◆ 정희준> 일단 그런 평은 가능합니다. 평은 가능하고. 그런데 저는 그런 B급 문화라든가 선정성이라는 것에 대해서, 그런 건 솔직히 반대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그냥 이거는 가족들이 함께 보기에는 난처한, 난감한 뮤직비디오다, 그렇게 평을 했을 뿐이지. 그게 된다, 안 된다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았고요.

그런데 이제 제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다른 아이돌 그룹이나, 특히 걸 그룹들, 외국에는 스눕독이라든가 레이디가가, 에미넴 이런 뮤직비디오가 좀 선정적인 가수들이 많이 있어요. 그런 뮤직비디오의 경우에는 이렇게 온 국민이 같이 보고, 온 국민이 응원하는 이런 식의 얘기는 나오지 않거든요.

◇ 김현정> 좋아하는 일부가 좋아하는 것이지, 온 국민이 다 찬양하지는 않는다는 말씀?

◆ 정희준> 그렇죠. 이거를 마치 빌보드차트 1위를 해야 되고 이런 식의 이야기, 담론이 나오는 게 저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보고요. 다만 문제를 삼는 건 이런 거죠. 선정적인 건 상관이 없는데, 남녀 간의 사랑 표시도 어느 정도 할 수 있고요.

그런데 비디오를 보면 여성을 너무 지나치게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또 여성을 반복해서 장난과 놀림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 이런 것들은 굉장히 좀 불편한 내용들이 아닌가. 그래서 함께 보기에는 민망한 경우들이 많이 있는, 그런 장면들이 있는 뮤직비디오라고 제가 평을 한 거죠. 저도 중학생 아들이 있는데요. 아들이 좀 보기는 편치 않은, 아들이 보기를 원하지 않는 그러한 뮤직비디오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 김현정> 하지만 개그를 개그로만 보듯이 어차피 젠틀맨이라는 뮤직비디오도 젠틀하지 못한 남자를 그린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고서 너무 가혹한 잣대, 그러니까 젠틀맨에게 진짜 젠틀맨을 강요하면 어떡하느냐, 이렇게 말씀하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 정희준> 그런데 B급 문화라는 것은 원래 소수의 팬들이 즐기는 문화거든요. 그런데 이 싸이의 젠틀맨 뮤직비디오 경우에는 이건 어쩔 수 없이 온 국민이 지금 봐야만 되는 비디오가 돼버렸잖아요. 외국에도 이러한 유머도 있고 야한 동영상도 있고 합니다만, 원래 우리나라는 국민들 풍토가, 또 정서가 이런 대중문화, B급 문화를 가지고 온 국민이 응원하자는 이런 분위기가 참 보기 힘들었던 거거든요. 특히 기성세대나 보수적인 분들이 그렇죠. 그런데 이걸 가지고 온 국민이 하나가 돼서 집단적으로 응원하자는 그런 분위기라든가.

◇ 김현정> 전체주의적인 분위기, 이런 게 걱정스럽다는 말씀이신가요?

◆ 정희준> 그렇죠. 그리고 언론이 (유튜브)클릭수를 가지고서 릴레이 중계방송 하듯이 기사화하고, 이런 것들은 좀 문제가 있다고 보고요. 저는 이런 데에서 과거 심형래 씨의 '디워'라든가, 황우석 교수의 사태 같은 이런 게 슬쩍 생각이 나는 거죠.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 누군가가 비판을 하면 굉장히 공격하고, 집단적으로 악담을 하시는 것들은 굉장히 바람직하지 않은 거고.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에는 우리 사회가 건전한 토론이나 비판이 참 힘들구나, 그런 것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런 말씀을 하는 분도 계세요. 일부러 응원하라고 시켜서 응원하는 게 아니라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전세계에서 유튜브 15억건이란 기록을 세우고 있고, '젠틀맨'은 거의 2억건 가까이 가고 있고. 이런 상황이 우리나라가 처음 맞는 일이니까 당연히 국민들이 흥분하고 응원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니냐. 그걸 가지고 전체주의적이라고 몰아붙이면 어떡하느냐, 이런 얘기도 하시거든요?

◆ 정희준> 그런 분들의 경우에는 아직도 7, 80년대에 머물러 계신 게 아닌가, 저는 좀 그런 생각을 합니다. 아마도 평소 같았으면 선정적이다 라든가, 아니면 비판의 목소리가 있을 법도 한데, 국위선양을 하니까 모든 게 용서가 되는 그런 것들은 좀 이해하기 힘들고요. 그리고 그런 경우에 국위선양을 하기 때문에 조금의 어떤 좋지 않은 것, 여기에 동조하지 않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으면 너는 입 닫아라 하는 건 굉장히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거죠.

◇ 김현정> 그러니까 누구의 말이 100% 정답이고 누구의 말이 100% 오답이다 이럴 수가 없고, 다양한 의견이 공존할 수 있는 건데. 이번 논란 과정에서는 그것조차 차단된 부분, 이 부분이 좀 안타깝다는 말씀이시군요?


◆ 정희준> 한 가지 사례를 들면 90년대에 서태지가 등장하지 않았습니까? 그때 세대 논쟁도 있었고 부모들이 굉장히 싫어했고, 목소리를 여기저기에서 내셨어요. 그런데 지금은 싸이가 이건 한국을 강타한 게 아니고 세계를 강타했다, 외국인들이 좋아한다, 그래서 이 모든 걸 용서하자, 이런 식으로 나가는데. 굉장히 독특한 사례라고 봐야겠죠.

◇ 김현정> 긍정적인 면은 없습니까, 그러면?

◆ 정희준> 긍정적인 면이 있죠. 제가 글들을 여기저기에서 보니까 지금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세계의 주목을 받으려고 한국의 위기를 자꾸 고조시키려고 하는데, 다른 나라 사람들이 자꾸 싸이를 보게 되니까 굉장히 속이 탈거다, 이런 얘기도 하고. 그리고 사실 싸이 같은 경우에는 이런 히트 상품이 외교관 수십 명의 역할을 사실 합니다.

◇ 김현정> 그 부분도 사실이지요?

◆ 정희준> 그렇죠. 그러니까 그런 장점이 분명히 있죠. 그래서 많은 장점도 있고, 칭찬해 줘야 될 그런 것도 많다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조차 차단하지는 말아라, 이런 말씀?

◆ 정희준> 그렇죠.

◇ 김현정> 혹시 기고문 쓴 걸 후회하지는 않으십니까?

◆ 정희준> 후회 안 하죠.

◇ 김현정> 안 하십니까?

◆ 정희준> 욕을 먹으면 오래 산다잖아요. 아마 오래오래 살 것 같고요. 영생을 얻은 것 같습니다. (웃음) 많은 분들의 관심 때문에.

◇ 김현정> 주말 사이에 가장 뜨거운 글이었습니다. 정희준 교수 만나봤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