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4/18(목) 황금녀씨 "제주 할머니가 제주어로 쓴 동시"
2013.04.18
조회 932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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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동시집 <고른베기> 낸 황금녀 씨


독 독 올레문을 욜아라. 솔랑솔랑 봄바름 들어왐져. 독 독 정짓문을 욜아라. 속 버무리 뜨끈뜨끈, 속 냄살이 퐁퐁. 제가 지금 (웃음) 시 한편을 읽어드렸는데요. 알아들으셨습니까? 혹시 이게 무슨 외국어시 아닌가 착각하시는 분도 계실 텐데 우리나라 제주도 말입니다. 이 제주어는 사용하는 빈도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유네스코가 정한 소멸위기언어에 속한다는군요. 그래서 한 할머니 시인 한 분이 제주어를 알려야겠다, 이런 마음에 제주어로 동시집을 냈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화제의 시집, ‘고른베기’의 저자 시인 황금녀 할머님 연결을 해 보죠. 황 선생님, 안녕하세요?

◆ 황금녀> 네.

◇ 김현정> 저도 그냥 이게 한글로 써 있으니까 읽긴 읽었는데 무슨 뜻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웃음)

◆ 황금녀> 그렇습니까?

◇ 김현정> 무슨 의미였나요, 제가 읽은 두 줄이?

◆ 황금녀> 아이들이 봄놀이할 때 독독이라는 것은 문을 노크.

◇ 김현정> 아, 똑똑

◆ 황금녀> 제주어로 독독, 이렇게. 올레문을 욜아라. 문 열어라는 거죠, 저 바깥문. 솔랑솔랑 봄바람 들어왐져, 이렇게.

◇ 김현정> 살랑살랑이 아니라 솔랑솔랑 그러는군요, 제주도에서는.

◆ 황금녀> 네, 그렇습니다, 반음으로.

◇ 김현정> 봄바람은 봄바름.

◆ 황금녀> 버름.

◇ 김현정> 봄버름?

◆ 황금녀> 네. 부엌에서는 쑥버무리 냄새가 나고 노랑나비 돌라놤져. 마당에 키 작은 들꽃들이 있는데 그 꽃에 노랑나비가 꽃을 보고 따라오는 거예요.

◇ 김현정> 할머님. 시가 너무 예뻐요. (웃음)

◆ 황금녀> 감사합니다.

◇ 김현정> (웃음) 봄에 제주도 어떤 조그마한 한옥집 풍경이 그냥 머릿속에 그려지는데 고른베기라는 시집 속에 몇 편의 시나 들어 있는 거죠?

◆ 황금녀> 한 66편.

◇ 김현정> 그걸 전부 다 제주어로 쓰셨어요?

◆ 황금녀>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누구나 서울사람도 광주사람도 부산사람도 알 수 있는 글로 쓰셔도 되는 걸 왜 꼭 제주어로 전부 다 쓰셨습니까?

◆ 황금녀> 제주어가 사실은 참 중요합니다. (웃음) 제주어가 사투리나 그런 변두리어가 아닙니다, 사실은.

◇ 김현정> 그러니까 우리가 알고 있는 경상도 방언, 전라도 방언하고는 다른 건가요, 제주어는?

◆ 황금녀>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창재 당시에 음이나 뜻, 어휘들을 그대로 지금까지 보존되고 있는 귀중한 언어이거든요. 아래아 그대로 지금 살리려고 노력하는 거죠.

◇ 김현정> 그러고 보니까 제주 제가 놀러 갔을 때 생각해 보니까 표기에 아래아 표현이 있어요. 나랏말쌈이 지금은 다 나라말씀이라고 하는데 그대로 아래에 점 찍는 아래아 발음을 쓰더라고요.

◆ 황금녀>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발음이 아가 맞습니까?

◆ 황금녀> 오가 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하늘의 달하고 달력에도 우리가 달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 김현정> 달이라고 하죠.

◆ 황금녀> 그런데 하늘의 달은 제주어를 넣어서 덜이 됩니다, 반음 아래아를 넣어서.

◇ 김현정> 하늘의 달은 아래아를 쓰는 달이에요?

◆ 황금녀> 덜입니까, 그러니까.

◇ 김현정> 덜.

◆ 황금녀> 목장에 있는 말, 또 우리들이 입으로 하는 말. 이 말도 목장의 말은 멀이거든요.

◇ 김현정> 그것도 아래아 써는 말.

◆ 황금녀> 네, 아래아 써서 멀입니다.

◇ 김현정> 저기 멀이 달려간다, 이렇게 하는 거예요?

◆ 황금녀> 네. 멀이 덜려감져, 그렇게 표현을 하는데 이렇게 아래아가 그대로 보존이 됐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예전 사람들, 그 훈민정음 창재 그 시절에는 다 멀이 달려간다, 하늘의 덜이 떴다, 이렇게 얘기를 한 거예요?

◆ 황금녀> 네, 그럼요.

◇ 김현정> 그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게 바로 지금의 제주어.

◆ 황금녀>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가치가 더 있다는 말씀. 제주도에서 태어나셨어요?

◆ 황금녀>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 황금녀> 올해 77세입니다.

◇ 김현정> 만 일흔 일곱. 그럼 만 일흔 일곱해를 사신 건데 제주에서만.

◆ 황금녀> 그렇습니다.

◇ 김현정> 예전하고 지금하고 비교하면 제주어 쓰는 분들이 확실히 줄었죠?

◆ 황금녀> 지금 이대로 가면 물론 유네스코에서도 소멸위기 4단계를 넣었습니다마는.

◇ 김현정> 소멸위기 언어 중에서도 4단계, 총 5단계인데 그중의 4단계?

◆ 황금녀> 5단계면 소멸되는 거죠. (웃음)

◇ 김현정> 그러면 소멸 직전이라는 얘기네요.

◆ 황금녀>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걸 살려야만 하는데 교육을 표준어로 받고, 중간에는 촌스러워서 쓰기를 꺼려했고, 모든 게 표준어로만 되다 보니까 되는 거고 첫째는 표준어 교육에 있는 것 같아요

◇ 김현정> 표준어를 교육을 안 할 수는 없지만 이 소중한 제주어도 적어도 제주도 사람이라면 살려갈 수 있도록 하는 어떤 교육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이세요.

◆ 황금녀>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쭉 제주도어의 중요성을 듣고 보니까 문화유산으로써 가치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고 일단 듣기에 너무 예뻐요, 제주말.

◆ 황금녀> 너무 좋은 단어들, 희귀한 단어들 많습니다.

◇ 김현정> 선생님, 지금 기억나시는 단어 중에 이건 정말 예쁜데 서울사람들도 알았으면 좋겠는데 하는 단어 있다면, 말이 있다면 어떤 거 기억나세요?

◆ 황금녀> 시로도 썼습니다마는 이녁 가슘 쇼벤 이렇게. (웃음)

◇ 김현정>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 황금녀> 그대 가슴 속에.

◇ 김현정> 그대 가슴 속에를 이녁 가슘 쇼벤, 이건 정말 우리나라 말 같지가 않네요.

◆ 황금녀> 이녁 가슘 쇼벤 무신걸로 소옴박했어, 이렇게. 그대 가슴 속에 무엇이 가득했나요, 그런 뜻이거든요.

◇ 김현정> 이녁 가슘 쇼벤.

◆ 황금녀> 무신걸로 소옴박했어.

◇ 김현정> 무신걸로 소옴박했어. 재밌기도 하고 예쁘기도 하고 또 잘 들어보면 알아듣겠어요. (웃음) 무신걸로 소옴팍하냐. 뭔가 옴폭 담겨 있는 느낌 같은 거.

◆ 황금녀> 네. 가득하냐, 이런.

◇ 김현정> 이 예쁜 제주말을 그리고 문화유산으로도 가치가 충분히 제주어를 살리는데 앞장서고 계신 분 황금녀씨.

◆ 황금녀> 제주어를 이렇게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김현정> 별말씀을요. 지금 인사를 나누어야 될 텐데 그럼 우리 마지막 인사는 제주어로 멋있게 해주시면 어떨까요?

◆ 황금녀> 느우렁 너우렁 먼우렁 우리 기쁘게 살아보게마쓰

◇ 김현정>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실까요? (웃음)

◆ 황금녀> 너를 위해 나를 위해 우리 모두를 위해서 기쁘게 살아봅시다. 이거거든요.

◇ 김현정> 너우렁 나우렁

◆ 황금녀> 우리 먼우렁.

◇ 김현정> 너우렁 나우렁, 너무 어렵네요. (웃음) 제가 흉내내고 마지막 인사 해 보려고 했는데. 제가 좀 적겠습니다. 너우렁.

◆ 황금녀> 느우렁.

◇ 김현정> 아, 느우렁 나우렁 먼우렁.

◆ 황금녀> 기쁘게들 살아보게마쓰.

◇ 김현정> 기쁘게들 살아보게마쓰. 이거 재미있네. 제가 한번 해 보겠습니다. 느우렁 너우렁 먼우렁 우리 기쁘게들 살아보게마쓰. 할머님 이거 꼭 외우고 있을게요. (웃음)

◆ 황금녀> (웃음) 제일 예쁜 말입니다, 그게.

◇ 김현정> 그러니까요. 건강하시고요. 오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