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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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좁은 수용 공간, 한끼 1500원 식사 등 열악한 환경
- 스트레스 속에서 사춘기 아이들 인성 순화 어려워
- 형량 늘어나는데 소년원은 통폐합 중
- 재범방지 인성함양이란 소년원 목적 잊지 말아야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천종호 부산지법 판사
엊그제 부산에 있는 한 소년원에서 원생 80여 명 간의 집단 패싸움이 벌어졌고요. 경찰 400명이 출동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런 뉴스, 제가 어제 전해드렸죠. 도대체 소년원생들을 어떻게 관리하기에 아이들이 패싸움하는 것도 못 막았냐, 쯧쯧 혀만 차고 넘어가는 분들도 있었을 텐데, 그런데 이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소년원의 열악한 환경에서 언제든 또 일어날 개연성이 있다 이런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부산소년원을 잘 알고 계시는 분의 주장을 직접 들어보죠. 소년범들의 아버지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천종호 부산지법 가정법원 부장판사, 연결이 돼 있습니다.
◇ 김현정> 부산소년원들의 집단패싸움 뉴스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 천종호> 제가 4년째 소년사건을 담당해 오고 있는데요. 그동안 가끔 아이들끼리 개별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는 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번과 같은 집단난동은 4년 만에 처음 겪는 일입니다.
◇ 김현정> 이런 집단 난동까지는 아니어도, 다툼은 그동안 자주 있었던 일이었습니까?
◆ 천종호> 네. 개별적으로 그 안에서 어차피 아이들이 같이 생활하다 보면 투닥투닥 할 수 있거든요.
◇ 김현정> 그런데 어른들이 버젓이 관리 감독하는 일종의 교도소 같은 곳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이런 의문이 드는데요. 우선 지적된 것은 통솔하는 관리자 어른들의 무능력, 나태 이런 건데요. 동의하십니까?
◆ 천종호> 아닙니다. 선생님들은 너무나 힘들게 최선을 다해서 사명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1차적 원인은 재원하고 있는 소년들에게 있다고 할 텐데요. 그 근원을 따져보면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환경에 큰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 김현정> 소년원의 환경이 어떻길래요?
◆ 천종호> 지금 부산소년원은 정원을 초과한 과밀수용상태입니다. 그러다 보니 적은 곳에서 많은 아이들이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요. 이런 이유에서도 아이들끼리의 다툼이나 집단폭력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 김현정> 과밀수용상태라고 지금 말씀하셨는데 제가 하나하나 짚어보죠. 한 방의 크기가 어느 정도나 됩니까, 판사님?
◆ 천종호> 한 방에 제가 방문했을 때 적정수용인원이 4, 5명 정도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올해 3월에 제가 가 보니까 12명에서 16명까지 있더라고요. 이건 생활실의 과밀수용문제고요. 또 소년원 전체의 정원에서 과밀수용문제가 있는데요. 지금 (오륜정보고에는) 총 정원이 130명인데, 180여명 가까이 있거든요. (거기다 재판을 받기 전에 머무르는 위탁 소년까지 합치면 수용인원은 200명을 훌쩍 넘길 경우가 잦습니다.)
◇ 김현정> 이 상황에서 관리가 좀 어려웠을 거다, 이런 말씀.
◆ 천종호> 네, 그다음에 원인으로 주간시간대에는 교육이 잘 이루어집니다. 교사들도 굉장히 자질이 있으신 분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야간과 주말, 휴일 이때는 당직교사들만 계시는데요. 당직교사들 수가 터무니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집단난동에 대해서는 내부적인 힘만으로 대처할 수 없는 사정에 있었습니다. 결국에는 이번처럼 수 백 명의 경찰력까지 동원하게 되는 사태까지 번지게 되었죠.
◇ 김현정> 두 가지 원인을 짚어주셨는데, 하나는 환경이 너무나 열악하다, 과밀화됐다. 이건데요. 제가 조사를 좀 해보니 한 방의 크기가 38제곱미터, 이거는 11.5평이라고 그럽니다, 평수로 쉽게 계산하자면.
◆ 천종호> 대충 그 정도로 보입니다.
◇ 김현정> 11.5평 되는 아파트 안에 청소년들 평균 잡아 한 15명이 지금 생활한다는 얘기예요?
◆ 천종호> 평균이 12명에서 16명인데요. 많은 곳은 17명까지 있는 데가 있고요.
◇ 김현정> 혹시 아이들이 이 안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런 호소까지도 판사님한테 하던가요?
◆ 천종호> 지금 제가 4년째 소년사건을 하고 있는데 최근에 들어서 아이들끼리의 폭력문제가 빈도가 높아졌다는 것이 저한테 보고가 오고 있었거든요. 결국은 과밀수용으로 인해서 갈등상황이 좀 더 깊어져가고 있는 거 아닌가, 그렇게 보입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 말씀 들으면 이런 분들도 계실 거예요. ‘어쨌든 그 아이들은 범죄 저지른 건데 말하자면 벌 받으러 간 아이들인데, 이 아이들한테 맨션이나 콘도 같이 좋은 환경을 제공하란 말이냐, 왜 환경 탓을 하느냐?’ 이런 주장이요.
◆ 천종호> 소년원의 이름이 지금 전부 다 학교로 돼 있지 않습니까? 부산소년원도 부산오륜정보산업학교로 되어 있고요. 그 취지는 소년법의 목적을 해 실현하기 위한 것입니다. 소년법의 목적은 소년의 건전한 육성에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1차적으로는 범죄를 저질렀지만 그들이 소년원을 나오게 되면 사회생활을 해야 되는 아이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비행, 재범을 막기 위해서 이 소년원이 그들에게 맞는 환경과 인적, 물적 시설이 제공돼야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시설도 제공해 두지 않고 밉다고 무작정 과밀 수용시켜 놓고 아이들에게 변화의 기회도 제공하지 않는 것은 그것은 잘못 됐다는 것이고요. 그것은 저희 생각으로는 제대로 된 환경을 제공해 두고 그다음에 또 다시 재비행을 했을 경우에는 엄한 비난을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 기초적인 환경조차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창피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지금 판사님은 아이들 대안 그룹 홈도 하고 계시잖아요, 소년원 출신들 모아서. 그래서 청소년들의 심리라는 걸 잘 아실 텐데. 11평짜리 방에 15명, 많게는 17명까지 넣어두고 생활을 하면 그 안에서 청소년들의 심리, 변화 같은 게 좀 느껴지세요?
◆ 천종호> 아이들이 지금 기본적으로는 이 아이들이 결손가정에서 컸고, 사회들로부터 냉대를 받고, 학대를 받고 자란 아이들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마음의 상처가 깊어요. 재비행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마음의 상처가 회복되고, 사회와의 관계회복이 가장 우선 시 돼야 되는데요. 이렇게 과밀수용 하다 보면 그 아이들끼리 전국 최강의 아이들이 모여서 지내는 시간이 많고요. 그러면 좋은 인성함양이나 심성순화에 악영향을 미칠 수가 있습니다.
◇ 김현정>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거죠. 우리 쉽게 생각하면 닭장에 닭 넣어놔도 이 녀석들이 좁은 데 넣어두면 서로 싸우는데.
◆ 천종호> 그렇죠. 이 아이들은 소년법 중에서 가장 무거운 처벌을 받은 드세고 힘센 아이들이고요. 특히 부산소년원의 경우에는 전국에서 가장 힘든 아이들을 모아놓은 곳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저렇게 좁은 공간에 가둬둔다는 것은 아이들 스스로 부딪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 김현정> 그런데 왜 그렇게 과밀 환경이 됐습니까? 소년원생들을 위한 학교 더 짓고, 분산 수용하면 안 되나요?
◆ 천종호> 저희들은 지금 4년 내도록 소년원 더 확충하고, 환경을 개선하라고 합니다마는 지금 그 정책, 제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고요. 심지어 경남 같은 경우에는 소년원이 없습니다. 있던 소년원도 폐쇄해버렸거든요.
그러니까 아이들이 출산율이 줄어든다는 전제하에서 통폐합을 시켜버렸습니다, 대부분의 소년원하고 소년 분류심사원들을. 그러다 보니까 최근에 학교폭력사태로 인해서 엄벌 주장이 강화되면서 저희들도 느낌상으로는 조금씩 형이 높아져 가고 있거든요.
◇ 김현정> 그러니까 소년원에 수용해야 될 아이들은 늘어났는데, 소년원 시설이 뒷받침을 못해 주는 거군요.
◆ 천종호> 그렇죠. 기본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지금 아이들이 많이 가 있는 거죠.
◇ 김현정> 판사님이 보실 때 가장 개선이 시급하다고 생각되는 핵심은 뭘까요?
◆ 천종호>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야간시간대와 주말시간대에 아이들끼리 지내는 시간이 너무나 많습니다. 당직근무자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거든요. 이분들이 지금 나흘에 한 번씩 당직을 서야 하는 업무 강도도 있습니다. 충원을 해야 되고요.
두 번째는 시설을 확충시켜야 됩니다. 부수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제가 최근에 소년원을 방문했는데 아이들 하루 끼니에 들어가는 비용이 4,500원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세 끼 비용이.
그 정도로 열악한 환경을 제공해 놓고 아이들에게 변화해라, 재범하지 마라 한다는 것은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라는 이름에 걸맞게 기초적으로 환경, 인적, 물적 시설, 다 제공해 놓고요. 그다음에 아이들을 바르게 인도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야간시간대에 자기들끼리 두면 안 되고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말씀을 듣죠. 생각해 볼 문제를 던져주셨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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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5/7(화) 천종호 부산지법 판사 "소년원, 11평에 15명 넣고 인성함양?"
2013.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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