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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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5/3(금) 동물원 박기영 "어느덧 25주년...추억을 다시 노래합니다"
2013.05.03
조회 1513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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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동물원 박기영



제가 음악을 참 좋아합니다만 특히 좋아하는 노래를 꼽으라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노래가 동물원의 노래들입니다. ‘혜화동’, ‘유리로 만든 배’, ‘변해가네’,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이런 주옥같은 서정시로 90년대 가요계를 풍성하게 했던 그룹이죠. 언제 떠올려도 청년 같기만 한 그룹 동물원. 그런데 이분들이 벌써 데뷔 25주년이 됐답니다. 기념공연을 앞두고 있어서 화제인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죠. 동물원의 박기영 씨 연결이 됐나요?

◆ 박기영>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현정> 제 기억속의 동물원은 아직도 대학생 청년들인데 벌써 25주년이나 되셨어요?

◆ 박기영> 글쎄요. 제 기억 속에도 그러한데 정말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렇게 됐네요.

◇ 김현정> 완전히 중년 아저씨들이 되신 거예요?

◆ 박기영> 맞습니다. (웃음)

◇ 김현정> (웃음) 중간에 멤버들이 각자 직업을 찾아서 떠나가기도 하고, 새로 들어온 분도 있고, 故 김광석 씨처럼 돌아가신 분도 있고 하지만 여전히 동물원이라는 이름으로 포크가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는 게 참 대단합니다.

◆ 박기영> (웃음) 저희는 그렇게 대단한 사명감을 가지고 음악을 한 건 아닌데 정말 어떻게 음악하다 보니까 25년이 지났네요.

◇ 김현정> (웃음) 그냥 음악이 좋아서 하다 보니까 그 중심에 박기영 씨가 있습니다. 25주년 공연은 언제하세요?

◆ 박기영> 이번 달이죠. 이번 달 16일부터 열흘간 종로에서 합니다.

◇ 김현정> 그런데 25주년이라는 큰 의미가 있는 공연인데 보니까 아주 작은 소극장을 택해서 하시네요?

◆ 박기영> 사실은 25년 됐다는 게 저희가 외부에 자랑하거나 뽐낼 일이라기보다는 저희 친구들, 25년을 같이해 온 저희 친구들이 서로 수고했다고 등 두드려주는 그런 의미가 더 큰 것 같고요.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저희 처음 음악 시작한 곳이 지금 이번에 공연하는 이 공간만한 작은 소극장이었거든요.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 같은 그런 기분으로.

◇ 김현정> 오랜만에 그 고향 같은 장소에서 공연 준비하시니까 옛 생각도 많이 나시겠어요?

◆ 박기영> 네. 또 종로라는 공간이 주는 특별한 어떤 느낌이 있잖아요.

◇ 김현정> 있죠. 그 25년 전 떠올리면 어떤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오르세요? 그 청년 시절, 푸르르던 시절, 그 동물원의 처음.

◆ 박기영> 글쎄요. (웃음) 너무 많은 기억들이 떠올라서 얘기하기가 좀 그런데. 저희 처음에는 같이 어울려 다니면서 신촌의 작은 카페에서 통기타 치면서 노래 많이 했었어요. 어느 카페에서 그때도 저희가 음반 나온 지 얼마 안 돼서 통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하는데 카페 주인 아저씨가 와서 저기 다른 손님들이 시끄럽다고 하니까 조용히 해 달라고 그러고 음악을 트시는데 저희 앨범을 틀어주시더라고요.

◇ 김현정> (웃음) 그러니까 동물원인지 몰랐던 거예요?

◆ 박기영> 네, 그렇죠.

◇ 김현정> 조용히 하라고, 내가 좋은 노래 틀어준다고 하고 트는데 그게 동물원 노래. 그게 어떤 노래인지 기억나세요, 혹시?

◆ 박기영> 1집에 있었더 노래니까 ‘거리에서’부터 쭉 나왔겠죠.

◇ 김현정> 거리에는 가로등불이 이런 노래가. (웃음) 얼굴 없는 가수, 하지만 그당시에 들으면 누구나 알 만한 히트곡도 굉장히 많았던. 연습할 때 누가 제일 장난꾸러기였어요, 멤버들 중에?

◆ 박기영> 다들 게으르고 장난스럽긴 했는데 지금 같이 하는 유준열 씨. 유준열 씨가 원래 베이스기타를 처음에 연주했었는데 저희가 밴드 편성으로 처음 공연을 하다 보니까 원래는 베이스기타를 손에 잡아본 적도 없는 친구였거든요. 밴드로 공연을 한다고 하니 맹연습을 해서 베이스기타를 첫 공연부터 연주하기 시작을 했죠.

◇ 김현정> 정말 음악만 좋아서 시작한 그런 분들이 모여서 이런 그룹을 만든 거였는데 지금 가끔 모여도 그때 그 모습 그대로입니까, 그 친구들은?

◆ 박기영> 약간 날카로운 모습들이 조금 둔해지고, 각진 것들이 둥글둥글해지긴 했지만 어디 안 가죠.

◇ 김현정> 희안하게 10대 때 만난 친구는 지금 만나도 10대고, 20대 때 만난 친구는 지금 만나도 20대 그 모습 그대로고, 그래서 우리가 마음은 늘 청춘이다 이러나 봐요.

◆ 박기영>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그렇게 다 모이려면 모일 수 있는데 딱 한 명 못 모이는 만날 수 없는 멤버가 있어요, 故 김광석 씨. 굉장히 천진난만한 분이셨다면서요?

◆ 박기영> 그렇죠. 하여튼 주변을 어떤 때는 꼭 자리를 즐겁게 만들어야 하는 강박증이 있는 형인가 싶을 정도로 정말 해맑았고요. 처음 저희 앨범 발표한 지 얼마 안 돼서 대학로에서 공연을 했는데 그날 공연 끝나고 나서 뒤풀이를 간단하게 하고, 그날도 광석이 형이 기분이 좋았는데 저 데리고 2차 가자, 집으로. 그래서 공연장 앞에서 택시를 탔어요. 택시를 타자마자 광석이 형이 기사 아저씨한테 ‘아저씨, 저희 동물원이에요.’ 그러더라고요.

◇ 김현정> ‘저희 아시죠, 동물원이에요.’ 이러면서.

◆ 박기영> 네. 저희가 음반나온 지 얼마 안 됐을 때거든요. 기사 아저씨가 묵묵부답, 핸들만 쥐고 계시죠. 약간 머쓱하던지 조금 이따가 바로 도 ‘아저씨 저희 동물원이라니까요.’ 그런 거죠. 그랬더니 기사 아저씨가 조금 더 가서 차를 창경원 앞에 세우시더니 내리라고.

◇ 김현정> 여기 동물원이라고. (웃음)

◆ 박기영> 네. 그랬던 해프닝도 있었죠.

◇ 김현정> 그 천진난만한 20대 청년의 기억들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미 세상을 등진 멤버도 있고, 지금도 묵묵히 중년의 자리에서 이제 배 나온 아저씨의 모습이 돼서 어떻게 보면 세월이 무상하기도 하고 (웃음) 그렇네요. 그룹 동물원의 박기영 씨 만나고 있습니다. 저는 동물원 테이프가 늘어날 때까지 노래를 들었던 이런 기억이 있는데 한편의 시 같고 수채화 같은 곡들이 많았거든요. 멤버들이 가장 사랑했던 곡은 그중에서 어떤 건가요?

◆ 박기영> 글쎄요. 서로 다들 조금씩 다른데.

◇ 김현정> 우리 박기영 씨가 제일 좋아하는?

◆ 박기영> 저는 첫 번째 앨범에 보면 ‘잊혀지는 것’이라는 곡이라는 곡이 있어요, 많이 알려지지 않은.

◇ 김현정> 이건가요, 혹시? 사랑이라 말하며, 모든 것을...아, 이 노래.

◆ 박기영> 잘 알고 계시네요.

◇ 김현정> 저는 늘어질 때 까지 들었다니까요. (웃음)

◆ 박기영> 이 노래를 저희 후배가, 국문과 다니는 후배인데. 교수님이 시를 한 편 써오라고 그래서 이 친구가 고민고민 하다가 이 노래 가사를 결국 냈다고 하더라고요. 학점이 A학점이 나왔다고. (웃음) 믿거나 말거나.

◇ 김현정> 그 시절의 노래들은 정말로 한편의 시 같은 곡들, 이런 곡들이었고, 그래서 사람들이 사랑했고 노래로 힐링, 치유를 받았던 그런 곡들이 참 많았어요, 그러고 보면. 동물원 노래뿐 아니라.

◆ 박기영> 그렇죠.

◇ 김현정> 요즘 노래들이 기계음 많이 섞이고 의미 없는 단어들 쏟아내는 것 보면 조금 안타까우실 때도 있으실 것 같아요.

◆ 박기영> 글쎄요. 한편으로는 제가 느끼기에는 어떤 음악들은 과잉된 감성의 음악들도 좀 있는 것 같고, 아니면 이게 2000년대의 정서가 이런 건가 하는 생각이 한편으로 들기도 하는데 어쨌든 개인적으로 제 정서하고는 조금 다른 음악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다시 사람들이 아날로그적인 것을 찾고, 동물원의 노래, 그 먼지 낀 음반을 찾고 이런 분위기가 지금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드는데요. 하여튼 박기영 씨 25주년 공연 잘하시고요.

◆ 박기영> 감사합니다.

◇ 김현정> 조금 전에 말씀하신 그곳 제가 감기가 걸려서 아마 무슨 곡인지 여러분들이 전혀 모르셨을 것 같아요. 이 노래 들으면서 우리 인사 나누죠. 박기영씨?

◆ 박기영> 저도 참 오랜만에 듣네요.

◇ 김현정> ‘잊혀지는 것’ 들으면서 인사 나누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