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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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울물소리' 절판, 팔을 자르는 느낌
- 나를 누가 모함하나, 음모론까지 생각
- 모욕적 상황...외국에도 망신
- 사재기 처벌 강화 등 출판계 변화절실
- 베스트셀러 순위도 아예 없앴으면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소설가 황석영
‘출판계에 만연한 사재기 행태를 근절해야 한다. 검찰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수사해 달라.’ 얼마 전에 사재기 의혹에 휩쓸려서 자신의 등단 50주년 작품이죠. <여울물 소리>를 절판하기까지 했던 황석영 작가가 어제 기자회견에 나섰습니다. 오랜 침묵을 깨고 직접 나서서 출판계 사재기 퇴출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 심경 직접 들어보죠.
◇ 김현정> 사실 그동안 마음 편치 않으셨죠?
◆ 황석영> 그럼요. 제가 지금 이 나이에 무슨 망신입니까?
◇ 김현정> 사실은 이 사건이 보도가 된 후에 여러 곳에서 인터뷰 요청이 있었습니다마는 응하지 않으셨어요.
◆ 황석영> 네. 그 이유는 조사도 해야 되고 법적 준비도 해야 되고 그래서 사실은 뒤에서 작가회의라든가 출판회의라든가 이런 쪽하고 연계를 하면서 논의를 많이 했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오랜 숙고 끝에,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내가 나서서 뭔가를 해야겠구나. 이런 결론 얻으신 거예요?
◆ 황석영> 네, 그렇죠. 그런 거죠. 이미 오물이 튀었으니까 팔 걷어붙이고 들어가서 청소 싹 하고 그리고 새로운 터전 만들어서 여기에다가 씨 뿌리고 그렇게 해서 새로운 토양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 김현정> 그럼 첫 보도가 나왔던 보름 전으로 잠깐 거슬러가 보겠습니다. <여울물 소리> 등단 50주년 기념작품. 그 뜻 깊은 작품이 사재기에 의해서 순위가 조작이 됐다는 그 보도를 들으셨을 때 심경이 어떠셨어요?
◆ 황석영> 아니 참 어처구니가 없는 게 늘 내던 출판사에서 하면 대개 수 십 만부씩 팔리거든요. 그런 의미에서는 이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참 거기에 대해서 감사하고 있는데요.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터지니까... 이게 처음 상대한 출판사거든요.
◇ 김현정> 이 출판사 <자음과 모음>이 처음으로 책을 낸 곳이군요?
◆ 황석영> 거기하고는 거래를 해 본 적이 없어요. 그러다가 이번에 냈는데 그걸 굳이 사재기를 해서 순위를 그렇게 올려놓을 필요가 있었나, 대단히 의문스럽습니다.
◇ 김현정> 믿어지지 않으셨어요?
◆ 황석영> 믿어지지 않았죠. 아니, 왜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하는가.
◇ 김현정> 사실은 황석영 선생의 작품이 사재기로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보도가 나간 뒤에 많은 팬들이 믿어지지 않는다 하면서, 그러면 황석영 선생님도 사재기를 알면서 묵인했다는 말이냐, 이런 얘기들이 많이 오갔단 말입니다.
◆ 황석영> 아주 정말 모욕스럽고 억울한 일이죠. 사실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저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게 나를 타깃으로 하고 어디서 뭘 하려고 그러나 이렇게 생각을 했는데.
◇ 김현정> 음모론까지 생각하셨어요?
◆ 황석영> 그런데 이제 자세히 이걸 들여다보니까 그 출판사가 나하고 계약한 뒤에 알았는데, 상습적으로 사재기를 슬금슬금 해 오다가 출판물유통 감시센터 거기에 적발이 돼서 소송 중이었다는 거예요.
◇ 김현정> 11년 전에도 적발된 전력이 있고?
◆ 황석영> 네. 그런데 저는 그런 건 모르니까 그래서 내가 책이 나올 무렵에 그 얘기를 어디 다른 출판사가 귀띔을 해 주길래, 그럼 이렇게 됐다는데 그 소송 내용을 보자. 그랬더니 자기는 억울하다. 전혀 이건 누명 쓴 거다 이렇게 우기는 거예요. 그래서 그러면 내 책에 누가 되면 절대 안 되니까 하여튼 조금이라도 그거 하면 각오해라. 그렇게 주의를 단단히 줬어요.
◇ 김현정> 주의를 줬는데도 이런 일이 벌어진 겁니까?
◆ 황석영> 네. 지금도 자기는 내 거는 안 했다고 그러는데 제가 자료를 봤거든요. 방송사 자료를 보고서 믿었죠, 그때는.
◇ 김현정> 한 것 같다, 확신하신 거예요?
◆ 황석영> 한 것 같은 게 아니라 분명히 했어요.
◇ 김현정> 그럼 항상 내시던 곳이 있었는데 왜 처음으로 이 출판사하고 책을 내게 된 건가요?
◆ 황석영> 왜냐하면 우리 딸이 거기서 일주일에 사흘 파트타임잡을 했거든요.
◇ 김현정> 아르바이트?
◆ 황석영> 네. 파트타임잡을 했거든요. 그래서 사장님이 와서 책 좀 주십시오, 따님도 여기 있는데, 그래서 준거예요. 그런데 딸이 도저히 거기가 너무 야근도 많고 그런다고 다른 출판사로 옮겼어요, 다행히. 그런데 이제 이런 사고가 터진 거죠.
◇ 김현정> 딸이 옮겼다고 해서 그만 계약 안 하겠습니다 이럴 수는 없으니까 끝까지 책을 믿고 내신 건데 이런 일이 터진 거군요. 선생님은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 꿈에도 생각 못 하셨던 거죠?
◆ 황석영> 그럴 필요가 없죠. 내가. 내가 그럴 필요가 없잖아요. 아니, 이를테면 특정 출판사 이름을 대서 미안하지만 <창작과 비평>이라든가 <문학동네>라든가 이런 출판사에는 내가 다 믿고 맡기고 알아서 다 해 주는데, 이제는 출판사에서 책을 만들어서 알아서 다 팔겠거니 하는 게 아니라, 이제는 시장 유통 구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그런 번거로운 입장까지 돼버렸으니 이게 이래서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 거죠.
◇ 김현정> 작가가 원고 넘기면 끝나는 거였는데 이제는 유통까지 책임을 져야 되는 상황이 된 건가? 참 허탈한 웃음이 나는 상황이네요.
◆ 황석영> 지금 이게 수사를 할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지금 현행법으로는 사재기에 걸린다고 하더라도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예요.
◇ 김현정> 처벌이 안 되는 거죠?
◆ 황석영> 네, 안 되죠. 그러니까 이게 아주 애매하게 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마음 놓고들 하는 거예요. 사재기 방법이 점점 진화해서 내가 사실 전부 방법론을 옮기기가 힘이 들 정도예요. 여러 가지가 너무 많아서.
◇ 김현정> 그러니까 다 조사를 해 보셨군요? 이 사건 터진 후에.
◆ 황석영> 그럼요. 조사를 했죠. 조사를 하고 지금 우리가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주빈국을 한 게 벌써 2005년입니다. 출판왕국이라고 작은 나라가 대단하다, 이렇게 소문도 나고 그랬는데 만약 이런 출판 행태의 사실이 세계 출판계에 알려지면 정말 나는 외국에 독자들도 많고 그러는데 정말 얼굴을 못 듭니다. 이건 망신이고 모욕스러운 일이죠.
◇ 김현정> 아예 <여울물 소리>는 절판시켜버리셨잖아요.
◆ 황석영> 절판시켜버렸습니다.
◇ 김현정> 50주년 기념작, 그 뜻 깊은 작품을. 그때 심정은 어떠셨어요, 절판 발표할 때?
◆ 황석영> 팔을 잘라내는 느낌이죠. 그것 참 팔자가 너무 센가. 내가 왜 이런 일에 휘말리고 그러나 이런 생각이 들었죠.
◇ 김현정> 지금 검찰에 강력한 수사를 촉구하기도 하셨는데.
◆ 황석영> 그리고 이제 작가들 또는 법조인들하고 의논해 가면서 출판법 자체를 바꾸는 청원운동을 하려고 합니다.
◇ 김현정> 강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말씀이십니까?
◆ 황석영> 네. 법령 강화하고 그리고 아예 그런 얘기를 하면 출판계에서 이제 퇴출시켜버리고. 그리고 또 하나는 지금 대형서점이 독점, 독과점을 하고 대폭할인을 하고 그러는 바람에 동네 서점들이 다 죽었지 않습니까? 골목상권 죽은 거하고 똑같은 현상인데요. 5,000개의 서점이 무려 1,500개로 줄었습니다. 지금 남아 있는 것도 거의 문방구 수준이거든요. 지금 광주에는 서점이 한 군데도 없습니다.
◇ 김현정> 정말 그렇습니까?
◆ 황석영> 목포 없습니다. 전주 없습니다. 부산에 두 군데가 남아 있다 한 군데가 없어졌습니다.
◇ 김현정> 동네 서점이 없다는 얘기죠, 대형서점 말고?
◆ 황석영> 동네 서점이 없는 거예요, 그 큰 도시에.
◇ 김현정> 그것도 역시 개선운동이 필요하다고 보시는 거군요?
◆ 황석영> 개선해야 되죠. 그러기 위해서는 이게 도서정가제가 관철돼야 되고요. 그리고 관계 법령도 많이 고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런 것도 함께 이번 기회에 출판계의 전반적인 문화를 고쳐보자, 이런 말씀이신데. 같이 하겠다고 나선 작가들이 있습니까?
◆ 황영철> 어차피 한국작가회의가 있고 또 민예총이 있고 그다음에 학단협도 있고 그런 등등의 필자단체와 문화관계 법률을 다루는 사람들 그리고 여야 국회의원들 이렇게 해서 하여튼 그런 모임을 구성을 해 볼까 그럽니다.
◇ 김현정> 베스트셀러 순위 안에 들어야 책이 팔리는 것 때문에 자꾸 사재기를 하고 순위 조작을 하고 마치 주가조작 하듯이 이런 게 벌어지는 건데.
◆ 황석영> 이게 조장된 거예요. 그전에는 안 그랬거든요?
◇ 김현정> 아예 그 베스트셀러 순위라는 걸 없애버리면 어떻겠느냐, 이런 얘기도 나오는데요.
◆ 황석영> 없앴으면 좋겠어요. 아예.
◇ 김현정> 이전에 가요계에서도 그 순위 가지고 로비가 있고 분쟁이 있을 때 아예 없앴거
든요.
◆ 황석영> 이게 왜냐하면 돈하고 연결되잖아요.
◇ 김현정> 지금 인터뷰 나누면서 그 절절한 심경이 저한테 그대로 전해지는데요.
◆ 황석영> 제가 아주 답답해서 그래요.
◇ 김현정> <여울물 소리> 50주년 기념 작품인데 절판해 버리셨으니까 독자들은...
◆ 황석영> 4, 5년 이렇게 지나서 전집 낼 때나 거기에 다시 살려놔야죠.
◇ 김현정> 사재기 문화가 근절됐다고 생각했을 쯤에는 꼭 한번 다시 내주셔야 될 텐데요.
◆ 황석영> 그럴 작정입니다.
◇ 김현정> 오늘 사재기 문제 때문에 모셨습니다만, 최근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건 아시죠?
◆ 황석영> 그렇지 않아도 그 문제 때문에 법적 검토를 하고 있는 중이거든요.
◇ 김현정> <임을 위한 행진곡>의 작사가 중의 한 분이세요, 황석영 선생께서.
◆ 황석영> 그렇죠. 백기완 선생의 기본 시 뼈대를 가지고 제가 다듬어서 즉석에서 만들었
죠. 넋두리라는 영혼결혼식을 하면서.
◇ 김현정> 희생자들의 영혼결혼식.
◆ 황석영> 네. 그렇게 해서 또 우리 집에서 몰래, 그때 당시에는. 그래서 제가 테이프를 한 달에 한 개씩 그렇게 해서 한 7, 8개월 연속 했을 거예요. 그때 제목이 자유 광주의 소리라는 테이프였는데 그중의 제일 첫 번째 테이프였죠.
◇ 김현정> 그런데 어떤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시라는 말씀이십니까?
◆ 황석영> 일부에서 굉장히 험하게 나오더라고요. 간첩이라든지 여러 가지 얘기가 있는데.
◇ 김현정> 북한에서 누가 보내서 폭동이 일어났다는 등등, 이런 보도들.
◆ 황석영> 이제 그것을 심각하게 검토 중이에요. 검토해서 행동에 옮기면 그때 다시 한 번 말할 기회가 생기겠네요.
◇ 김현정>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시라는 말. 그럼 왜곡 보도에 대한 대응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 황석영> 그렇죠. 왜곡 또는 허위 사실 유포.
◇ 김현정> 출판계 자정운동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분입니다. 황석영 선생 직접 만나봤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5/24(금) 황석영 작가 "팔을 잘라내는 느낌이었다"
2013.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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