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5/30(목)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아빠 죽었다, 게임 주민번호 어쩌나...퍠
2013.05.30
조회 1157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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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 패륜동영상,조롱 느낌 강해
- 부모 욕설 넘어서 패륜적 표현 넘쳐
- 가정의 양육기능 파괴가 패륜 불러와
- 초등학교 인성교육 시스템 시급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요사이 인터넷상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동영상이 하나 있습니다. 순천에 있는 한 고등학교 학생들인데요. 지역의 노인복지시설에 봉사활동을 갔는데 병상에 누워 있는 할머니들을 향해서 삿대질을 해 가면서 패륜적인 말들을 쏟아내는 그런 동영상입니다. 글쎄요. 고등학생 한두 명의 일탈이다, 이렇게 치부를 하려고 했습니다마는 요사이에 이런 패륜적인 온라인 카페들이 상당히 많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그 실태 한번 짚어보죠.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 연결이 돼 있습니다.

◇ 김현정> 순천의 고등학교 학생들 동영상 보셨죠?

◆ 이수정> 네.

◇ 김현정> 참 방송에서 설명하기가 좀 민망합니다만 제가 청취자들 판단을 돕기 위해서 잠깐 소개를 하자면, 노인복지시설에 봉사활동 간 남학생들이 병상에 누워 있는 할머니들을 향해서 손가락질을 하면서 ‘네 이놈, 당장 일어나지 못할까?’ ‘꿇어라’, ‘닥쳐라’ 이러면서 손가락 욕도 하고, 이걸 낄낄거리면서 다른 학생이 찍고. 이걸 어떻게 봐야 됩니까?

◆ 이수정> 글쎄, 어떻게 보면 좀 심각하다, 이렇게도 보이고요. 또 한편으로 보면 얘네들이 지금 이걸 장난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치기가 어렵습니다. 아이들이 틀림없이 웃고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그게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만 우리가 생각을 할 일인가 하는 데서는 좀 이견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철이 없는 아이들의 행동이라고 생각을 해 봤을 때 이게 지금 과거에는 이런 식으로까지 아이들의 언어적인 폭력이나 아니면 장난스러운 행동이 심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이걸 동영상으로 찍어서 온라인에도 올리고, 다 같이 이걸 보면서 어떤 조롱의 느낌을 공유를 하고.

◇ 김현정> 같이 낄낄거리는 거죠.

◆ 이수정> 그렇죠. 그거는 사실은 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 김현정> 한두 명의 장난이다, 이렇게 넘어가려고 했는데 보니까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최근에 10대를 중심으로 이 패륜적인 행태가 상당히 유행하고 있다, 이런 얘기가 들리네요. 실태가 어떻습니까?

◆ 이수정> 지금 인터넷 카페 상에 지금 이런 식으로 어른들, 또 경우에 따라서는 심지어 자신의 부모들을 조롱하는 그런 동영상들이 굉장히 많이 올라오고 있고요.

◇ 김현정> 부모를 조롱해요?

◆ 이수정> 네. 부모에 대해 조롱 정도를 넘어서서 패륜적인 언사를 쓰는 그런 일들은 굉장히 많은 것으로 보이고요. 그래서 그런 식으로 아이들이 부모나 아니면 어른들을 생각을 하게 된 연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걸 공공연하게, 과거에는 물론 어린 시절에 청소년기에 부모님과 충돌이 없었던 사람이 사실은 없겠죠.

그런데 그런 것들을 조롱거리로 만들어서 인터넷상에 이렇게 공개를 하면서 서로 상승효과를 막 느끼고 그래서 죄의식 없이, 잘못됐다는 생각도 갖지 못한 채로 그런 행동이 마치 유행하듯이 번져나가는 경우들이 이게 정상적인 상황인지를 한 번쯤은 살펴봐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어른들이 생각을 해 봐야 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우리가 판단할 수 있게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예를 들어주시겠어요?

◆ 이수정> 제일 핵심적인 부분은 부모의 존재가 본인이 게임을 하기 위한 주민등록번호를 제공하는 존재 정도밖에는 안 된다는 그런 식으로 아이들이 글을 많이 올리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이죠?

◆ 이수정> 많은 경우에 청소년들이 접근하기가 어려운 그런 사이트들에 접근을 하려면 부모의 주민번호가 있어야 되죠. 그리고 결제를 하려면 부모님의 주민등록번호나 카드번호 같은 게 있어야 된다거나 이런 식으로 아이들이 부모님의 어떤 용도라고 하나요, 하여튼 그런 정도로밖에는 부모를 생각지 않는다, 라는 식으로 아이들이 이제 올리는 내용이 굉장히 많아지고 있다는 거죠. 그래서 결국 금전적인 용돈을 주는 존재로밖에는 나는 부모를 생각지 않는다는 식의.

◇ 김현정> 구체적으로 상당히 심한 언사를 하는 모양이죠?

◆ 이수정> 그렇죠. 욕설을 하죠. 제가 이걸 구두로 옮기는 게 방송에서 적절치 않아 보여서. 부모님이 돌아가신 부분을 언급하면서 이제 주민번호를 누구 걸 써야 되느냐? 쓸 수 있는 번호 좀 알려 달라, 이런 식으로밖에는 아이들이 부모와의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는 게 지금 굉장히 일반적인 문제로 번져나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 김현정> 아빠가 돌아가셨다. 주민번호 나한테 대줄 사람이 없네, 이런 식이에요?

◆ 이수정> 그런 식의 내용들이죠. 결국 부모를 상실하게 된 것에 정말 뼈저리게 가슴이 아픈 게 아니고, 아빠나 엄마의 존재 또는 집안에 있는 어른들의 존재는 본인에게 돈을 주고 주민번호 정도를 주는 그런 존재밖에는 되지 않았다는 식의 그런 인식들이 인터넷상에 넘쳐난다는 거죠.

◇ 김현정> 제가 본 것 중의 하나는 할머니의 영정 사진 앞에서 세뱃돈 줄었다. 이런 글 올리고 그 밑에 낄낄거리는 댓글이 쭉 달려요. 참 놀랐던 기억이 나는데, 원인이 뭘까요? 왜 이렇게 됐습니까?

◆ 이수정> 아무래도 이게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지금 가정의 기능이 현저히 상실이 되면서, 특히 경제적인 어려움이 생기면서 가정에 부모님이 계셔도 부모님이 아이들의 양육이나 훈육을 담당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굉장히 많이 늘어나고 있고요.

그래서 결국은 맞벌이 가정 같은 경우에 또는 혼자서 아이들을 키우는 경우에는 아이하고 얼굴을 대면할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밤늦게까지 일하고 돌아가면 아이는 낮에 혼자 돌아와서 인터넷만 계속 들여다보다가 결국은 일찍 잠이 들면 서로 얼굴도 보지 못하고. 또는 일찍 나가는 부모님들은 아이가 학교에 등교하기 전에 출근하셔야 되는 부모님들도 많고.

이러다 보니까 결국은 부모와 아이가 형성해야 되는 그런 어떤 양육적인 측면이 제대로 형성이 안 돼서 아이들이 제대로 훈육이 안 된 굉장히 비사회화 된 형식으로 성장을 하게 된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이제 그런 애들이 사춘기가 되면 더더욱 패륜적인 그런 행동에 문제의식 없이 그냥 함부로 입으로 옮기고 인터넷에 올리고 이런 상황이 되는 거죠.

◇ 김현정>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맞벌이하는 부모들한테 한 사람은 들어가서 교육하십시오. 이렇게 할 수 있는 현실, 상황이 아니잖아요.

◆ 이수정> 그럴 수가 없죠. 그러니까 결국은 사회가 해체가 되면 부모가 담당하던 양육 기능을 결국은 교육기관에서 대행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됩니다. 그런 것들은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불가피한 상황인 것으로 보이고요.

◇ 김현정> 그런데 지금 학교도 무너져가고 있다고 얘기하지 않습니까?

◆ 이수정> 그렇죠. 그게 제일 큰 문제라고 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손해를 많이, 또는 재원을 많이 투입해야 되는 것이 초등학교 교육이 아닌가. 초등학교에서 사실은 인성교육, 어릴 때 부모님이 못한 부분을 초등학교에서 사실은 대행을 해 줘야 되는 그런 시스템이 정말 구축이 돼야 된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거죠.

◇ 김현정> 맞는 말씀이네요. 거기서부터 바로잡지 않으면 사실은 전반적으로 흔들려 버리고, 청소년기에 이렇게 한번 비뚤어져버리면 그게 어른이 돼서까지 영향을 주고 사회에 큰 문제, 요즘 일어나는 무시무시한 사건사고들의 바탕이 될 수 있다는 거잖아요.

◆ 이수정> 그렇죠. 중학교에서 학교폭력이 제일 심한 이유도 사실은 초등학교 때 인성교육이 제대로 안 됐기 때문에 그것이 결국 아이들이 훈육도 못 받고 초등학교 때 인성교육도 못 받고 그래서 중학생이 되니까 중학교가 지금 거의 학교폭력으로 시름시름하고 있는 것이죠.

◇ 김현정> 다함께 생각해 볼 지점을 던져주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