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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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문병곤 감독
지금 영화계는 혜성처럼 나타난 신임감독 하나 때문에 술렁이고 있습니다. 제66회 칸국제영화제가 우리 시각으로 어제 폐막이 됐는데요. 단편 부문의 최고 상인 황금종려상을 올해로 30살이 된 우리나라 감독이 수상을 했습니다. 생애 세번째 작품이었고 제작비는 800만원이었습니다. 만나보죠. 프랑스 칸으로 갑니다. 영화 세이프의 문병곤 감독. 감독님, 안녕하세요.
◆ 문병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우리나라 역사상 첫번째 단편 부문의 황금종려상, 실감이 나십니까?
◆ 문병곤> 아니요. 실감은 별로 안 나고요. 그냥 좋으면서 한편으로는 굉장히 당황스럽습니다.
◇ 김현정> 좋으면서 당황스럽다. 그런데 미리 언질을 전혀 안 해 주나요? 제가 현장 분위기 보니까 굉장히 얼떨떨하게 시상식장으로 나가시던데.
◆ 문병곤> 네, 전혀 언질을 안 주기 때문에 얼떨떨할 수밖에 없었어요.
◇ 김현정> 전혀 모르고. 대상을 타는 사람한테도 안 알려줘요?
◆ 문병곤> 네, 전혀 안 알려줍니다.
◇ 김현정> (웃음) 그래요. 레드카펫 밟아야 되니까 턱시도를 사긴 샀는데 그 돈이 아까워질까 봐 굉장히 걱겅했다면서요?
◆ 문병곤> 어차피 하루밖에 못 입으니까 그런데 그 돈이 적은 돈이 아니기 때문에 빌려 입을까 생각했는데 빌리지 못해서 결국에는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 김현정> (웃음) 얼마 주고 샀어요?
◆ 문병곤> 20만원.
◇ 김현정> 20만원. (웃음) 아니, 제가 지금 턱시도 값을 물은 이유는 이 영화의 제작비가 800만원이었습니다. 제작비 800만원으로 영화를 만든 젊은 감독에게 20만원짜리 옷이면 이게 굉장히 큰 돈인 거죠?
◆ 문병곤>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웃음) 잘 사셨어요. 결국은 턱시도가 빛을 발했습니다. 대상을 탔는데. 13분짜리 영화예요, 세이프. 어떤 내용인가요?
◆ 문병곤> 불법 사행성 게임장에서 나오려는 여대생 이야기인데요. 나오려는 노력을 하면 할수록 거기서 고착되는 그 여대생의 모습을 통해서 현대인의 어떤 그 슬픈 자화상을 좀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불법 사행성 도박장의 환전소에 근무하는 한 여대생이 횡령을 조금씩해 가면서 거기서 빠져나가고 싶은데 돈 때문에 빠져나가지 못하는 이런 내용.
◆ 문병곤>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결국 자본주의를 비판한 거네요?
◆ 문병곤> 그러니까 그런 직접적으로 표현한 건 아닌데요. 그게 은유가 돼서는 비판이고 본인의 시각에 따라는 비판은 아닌데 저는 많이 은유하려고 노력했습니다.
◇ 김현정> 사실은 우리가 지금 인터뷰하는 시간이 한 8, 9분밖에 안 되거든요, 문 감독님. 그런데 이 영화는 보니까 13분이에요. 13분 안에 그런 어마어마한 주제를 담아낸다는 게 가능한 건가, 저는 아직 영화를 안 봐서 그런지 잘 상상이 안 되더라고요.
◆ 문병곤> 그래서 그 주제에 대해서 설명하기보다는 좀 더 직관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환전소라는 공간이 어떤 그런 시스템에 대해서 굉장히 많이 은유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예를 들어 계수기에서 들리는 돈 세는 소리, 그리고 그 사장과 계수검표원이 나누는 은밀한 대화, 이런 것들이 그런 것들을 많이 상징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말하자면 이게 이제 문학으로 치자면 시 같은 거네요. 장편소설이 있는가 하면 시는 굉장히 짧은 것 안에 많은 것을 응축해서 담아내는.
◆ 문병곤> 그러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런데 13분 안에 어쨌든 적은 제작비로 13분 안에 모든 걸 담아내려면 애로사항도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떤 게 제일 어려웠어요?
◆ 문병곤> 편집에서 가장 어려웠고요. 그리고 제 기획의도를 스태프들한테 설득하는 게 가장 어려웠습니다.
◇ 김현정> 제가 듣기로는 촬영은 단 나흘 만에 끝났는데 편집만 3개월 했다면서요?
◆ 문병곤> 네.
◇ 김현정> 아니, 왜 그렇게 편집이 어려웠습니까?
◆ 문병곤> 왜냐하면 편집이 길어질수록 그 이야기의 압축력이 깊어지기 때문에 그걸 가장 중점을 뒀던 거 같아요.
◇ 김현정> 원래 찍기는 그럼 얼마 동안 찍었어요?
◆ 문병곤> 제 생각에는 한 100분 찍었는데요. 그걸 한 13분 정도로 줄였던 거 같아요.
◇ 김현정> 100분을 13분. 말하자면 시 같은 작품 단편영화 세이프로 황금종려상을 우리나라 최초로 받았습니다, 문병곤 감독. 저는 수상 소식을 듣고서는 이 영화도 영화지만 감독은 어떤 사람일까 참 궁금하더라고요. 저 청년 감독, 30살짜리 감독은 누구인가? 뭐하던 분이세요, 어디서?
◆ 문병곤> 원래는 영화감독 지망생이고요. 장편영화를 찍기 위해서 이런저런 많은 일을 했던 감독지망생입니다.
◇ 김현정> 감독지망생. 이게 몇 번째 영화입니까, 그러면?
◆ 문병곤> 세번째 영화고요. 이번에 칸에 초청된 건 두번째고요.
◇ 김현정> 영화를 세 편 만들었는데 그중에 두 편이 칸을 갔다 왔어요?
◆ 문병곤> 네.
◇ 김현정> (웃음) 그래요. 대단합니다. 주변에서는 부러워하지 않아요?
◆ 문병곤> 부러워하기보다는 그냥 잘했다. 왜냐하면 저만큼 노력하는 친구들이 굉장히 많아서 사실 영화제에 초청받는다는 건 운하고 굉장히 관련 있는 거라서요. 왜냐하면 수많은 작품 속에서 초청된다는 거는 시간과 그 상황에 굉장히 기대고 있어서. 운이 좋았다고 말씀 드릴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 김현정> 겸손하기까지 합니다. 30살의 문병곤 감독.
◆ 문병곤> (웃음) 아니요, 아니요.
◇ 김현정> (웃음) 운이 좋아서 나는 칸에 간 것뿐이다. 계속 단편만 찍는 건 아니죠?
◆ 문병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장편이야기를 써서 이제 다른 이야기로 좀 더 개선된 메시지를 가지고 관객들과 만나는 게 목표입니다.
◇ 김현정> 가장 존경하는 롤모델은 누구예요, 감독?
◆ 문병곤> 물론 이번에 심사위원장인 스필버그인데요. (웃음)
◇ 김현정> 스필버그, 스티븐 스필버그.
◆ 문병곤> 네.
◇ 김현정> 아니, 이번에 상받고 나서 너무나 예상치 못한 대상이었기 때문에 여기저기에서 엄청나게 전화도 오고 뭐 우리처럼 인터뷰 요청도 오고 좀 놀랐을 것 같아요, 문 감독도.
◆ 문병곤> 네, 상당히 많이 놀랐고요.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건 사실이에요.
◇ 김현정> 전화 몇 통이나 받았어요?
◆ 문병곤> 전화는 5분 간격으로 계속 받고 있어요.
◇ 김현정> (웃음) 어제부터 지금까지 5분 간격으로?
◆ 문병곤> 네.
◇ 김현정> 기뻐할 틈도 없겠네요, 인터뷰하느라.
◆ 문병곤> 그러니까 어떻게 말을 해야 제대로 저의 생각을 표현할까 때문에 사실 이렇게 기뻐할 틈이 없어요, 사실. (웃음)
◇ 김현정> (웃음) 이제 어떻게 인터뷰를 해야 되는지도 모를 정도로 병아리 감독이 큰 일을 냈습니다. 큰 사고를 치셨어요.
◆ 문병곤> 감사합니다. (웃음)
◇ 김현정> 앞으로도 이런 큰 사고, 대형사고를 계속 쳐주시기를 저희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문병곤> 감사합니다.
◇ 김현정> 문병곤 이름 잊혀지지 않게 해 주세요.
◆ 문병곤>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 김현정> 다시 한 번 축하 드리고 고맙습니다, 문 감독님.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5/28(화) 문병곤 감독 “800만원 들인 단편영화로 깐느 황금종려상 탔어요~"
2013.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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