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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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6/12(수)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국장급이 문제? 방중특사 최룡해도 국장"
2013.06.12
조회 1140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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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 따지는건 상대방에 대한 불신
- 6.15 걸림돌 미리 감지한 양측 무산 개연성도
- 남북회담 재개, 한중정상회담 지켜봐야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재정 前 통일부 장관


남북 당국회담, 불과 몇 시간을 앞두고 무산됐습니다. 남북관계라는 게 원래 변화무쌍, 예측불가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남북이 워낙 적극적으로 회담 얘기를 시작했기 때문에 설마하니 이렇게 허무하게 깨질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는데요. 그런데, 지금 만날 이분은 이미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다고 말합니다. 어떤 이유인지 직접 만나보죠.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마지막 남북 장관급 회담에 참여했던 분이기도 합니다.

◇ 김현정> 우선 전 통일부 장관으로서, 이 상황을 지켜보는 심경이 어떠십니까?

◆ 이재정> 정말 안타깝고 참 답답합니다. 6년 만에 모처럼 찾아온 기회였거든요. 이런 기회가 그렇게 오기가 쉽지가 않거든요. 이번 미중 정상회담도 있었고 그 전에 북한과 중국 간의 여러 가지 대화도 있었고 또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한국, 중국, 일본을 다녀가면서 이런 분위기를 다 만들었던 건데 이게 참 너무 안타깝습니다.

◇ 김현정> 사실 어제 명단교환이 되니, 안 되니 이런 진통이 있었습니다마는 그래도 깨질 거라고 상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거든요? 저희만 해도 어제, 오늘, 내일까지 연결할 거 다 체크해 놓고 질문할 거 준비해 놓고 깨질 거라는 상상은 못했는데, 이재정 전 장관은 저희와의 어제 낮 통화에서 깨질 수도 있겠다, 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 이재정> 네.

◇ 김현정> 어떻게 그런 느낌을 어제 낮부터 받으신 겁니까?

◆ 이재정> 그 수석대표의 격을 가지고 따진다고 하면 우리 쪽에서는 김양건 통전부장관이 나와 달라는 요청을 강하게 했었고 북쪽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격을 가지고 자꾸 얘기하면 일종의 상대방에 대한 인격적 내지는 상대방에 대한 일종의 불신 같은 게, 드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북의 사회구조라고 하는 것이 우리하고 정말 다른 사회구조입니다. 예를 들어서 최룡해, 이번 방중했던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경우도 칭호가 정치국장 아닙니까? 그러나 그분이 인민군의 총 대표입니다.

◇ 김현정> 김정일의 최측근.

◆ 이재정> 네, 실권을 가지고 있는. 그런데 이번 경우도 조평통이라고 하는 조직 자체가 비록 통전부의 산하기관이라고는 하지만 그 자체가 산하기관이라는 것이 밑의 사람들이라는 게 아니거든요. 일종의 조직이 여러 개가 있는 거죠.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경우도 헌법기관으로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그럼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라고 하는 것의 수석부의장 같은 경우는 총리 내지는 부총리 격이거든요. 그러나 조직적으로 보면 사실상 독립된 기구고 그렇게 돼 있죠.

또 우리도 검찰총장이 법무장관 산하에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그것도 역시 장관급 아니겠어요? 그런데 여기서 회담할 때 합의된 것이 대표를 5명으로 한다. 그러면 그것은 장관급 회담입니다. 규모가. 보통 차관급 회담은 3명이에요. 거기에다가 북측에서 내놓는 것이 상급 대표로 하겠다, 이렇게 얘기하지 않았어요? 그 상급 대표라는 건 장관이거든요.

◇ 김현정> 그럼 지금 강지영 조평통 서기국장이 장관급이라고 보시는 거예요?

◆ 이재정> 나는 그것을 우리가 수평적으로 저게 국장이니까 국장이다, 이렇게 보는 건 잘못이라는 거죠.

◇ 김현정> 그러니까 장관급이 나오는 게 맞다고 보시는 겁니까?

◆ 이재정> 나는 그렇게 봅니다.

◇ 김현정> 그런데 북한이 9일 실무회담을 할 때 말입니다. 우리한테 장관급 회담이 아니라 오히려 당국 회담으로 하자고 먼저 제안하지 않았습니까? 오히려 격을 낮추자고 제안한건 북한 아닌가요?

◆ 이재정> 그 얘기가 결국 왜 나왔냐면 바로 김양건 통전부장을 자꾸 얘기를 하니까.

◇ 김현정> 우리 측에서 먼저?

◆ 이재정> 그쪽이 그렇게 주장해서 이름을 바꾸자고 얘기한 거겠죠. 나는 대담 내용은 정확하게 내가 못 들었으니까 지금 우리 앵커가 묻는 질문에는 즉답을 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일인데 다만 이것이 과거의 경우에도 여러 형태의 회담이 있었거든요. 예를 들면 당국 회담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적도 있었습니다.

당국대표회담도 있었고 고위급 회담도 있었고, 고위급 회담은 총리가 나오는 회담이었고요. 차관급 당국회담이라고 있었고요. 그러니까 실제로 여기서 당국회담이라고 할 때 당국자를 누구로 하느냐 하는 얘기를 우리 측에서는 남북관계 문제를 책임성 있게 처리할 수 있는 당국자로 하자, 이렇게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까? 북쪽은 상급대표로 하겠다고 얘기를 했고, 그 발표가 쌍방이 다르게 나가지 않았어요? 여기서 보면 상급 대표라고 하는 것이 북측으로써는 처음부터 우리는 장관급으로 내보내겠다는 그런 의지가 있었던 거고요.

◇ 김현정> 애초에 있었다?

◆ 이재정> 네, 그런데 명단을 보니까 강지영이란 사람이 나왔는데 이분이 조평통의 서기국장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직책이 ‘이거는 차관이다.’ 이렇게 아주 규정을 해 버린 거겠죠. 그래서 우리가 김남식 차관을 내보낸 거 아니겠어요?

그런데 문제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이 대표단 규모가 다섯 명인 경우는 벌써 그건 장관급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고, 우리가 당국자 회담이라고 하면서 좀 더 폭넓게 새로운 체제를 가지고 간다고 하면서 결국 김양건 통전부장관을 고집하다가 결국 이런 화가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의견을 정리하자면 애초에 김양건 통전부장을 요구한 것부터가 우리가 결례를 했다. 건드리지 않아도 될 것을 먼저 건드리면서 그 문제로 자존심 싸움이 붙어버린 것부터 좀 잘못이다, 이런 입장이신 건가요?

◆ 이재정> 결례보다도 이게 김양건 통전부장이라는, 통전부라는 조직 자체가 우리에게는 없는 조직입니다. 왜냐하면 그건 당의 조직이기 때문에. 그런데 북한은 당이 모든 걸 관장하잖아요. 당의 통일전선부장이라고 하는 그 직책 자체가 우리로 얘기한다면 통일부와 국정원 정도를 더해놓은.

◇ 김현정> 국정원장 플러스 통일부장관 정도 되는 거다?

◆ 이재정> 거기다가 아마도 우리의 청와대에 예를 들어서 국가안보실장 같은 것을 겸해 놓은 그런 거대한 조직의 장이거든요. 그러니까 실질적으로 만일 입장을 바꿔 놓고 우리가 그럼 김양건을 내보낼 테니 그럼 남쪽에서는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나와라. 그럴 때 우리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굉장히 격을 처음부터 따져서 얘기를 하기 시작한 것이 사람을 놓고 얘기하니까 처음부터 오히려 장관급으로 하자라고 얘기했으면 오히려 더 얘기가 달라질 수 있었을 텐데.

◇ 김현정> 시작이 좀 잘못됐다,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 이재정> 처음부터 김양건 통전부장 이름을 내놓고 시작하니까 이 얘기가 상당히 어려워진 것이 아니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남쪽도 그렇지만 북쪽도 기왕에 6년 만에 모이는 모임인데, 모임 자체 성격을 생각해서라도 회담을 응하는 거지, 저렇게 회담을 깨고 나가는 거는 북측도 난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 김현정> 그래서 나오는 얘기가 혹시 격, 급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게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닌가? 예를 들어서 며칠 전에 미중 정상회담이 있었는데 북한의 비핵화를 상당히 두 나라가 강조했죠. ‘북핵 불용, 강한 공감대 형성했다’ 이런 제목들 나옵니다.

그래서 북한이 핵문제와 경제문제, 남북문제를 분리해서 투트랙으로 가려고 했는데, 그게 막혀버릴 것 같으니까 아예 남북대화를 깨버린 거 아니냐. 이런 관측들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재정>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 미중 정상회담의 본문을 정확하게 저도 입수를 하지 못해서 언론을 통해서만 봤는데. 대체로 북한의 핵 보유라는 걸 인정 못한다는 얘기는 NPT서약에 의해서 5개국의 핵보유 이외에는 일체 인정을 안 하고 있습니다. 인도, 파키스탄도 공식으로 인정된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북한이 아무리 핵실험을 3차를 하고 4차까지 간다 하더라도 북한이 핵보유국이라는 걸 원칙적으로 인정할 수가 없는 거죠. 그런 원칙적인 얘기고요.

두 번째, 한반도의 비핵화라고 하는 것은 1991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지난번 한미 군사훈련 때 처음으로 김정은 제1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 백지화다, 이런 얘기를 처음 끄집어낸 거죠. 그래서 사실은 제가 장관급 회담을 하던, 21차 장관급을 하던 2007년 5월 29일 그때가 뭐냐 하면 6자회담이 2.13합의를 하고 이것을 막 진행을 해 나가는 과정이었습니다. 그 장관급 회담 때 그때 첫 번 내놓은 얘기가 2.13합의를 올바로 이행을 잘해라. 그래서 정말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문제를 달성해야 된다.

그렇게 얘기하면 그쪽에서는 언제든지 이야기가, 과거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 비핵화기 때문에 반드시 비핵화 한다, 그랬는데 그런 때 어떻게 하면 핵을 제거하느냐, 제거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 거죠. 나는 이번에 핵문제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 김현정> 미중 회담에서 나온 거는 원론적인 수준이지, 그 이상은 아니었다는 말씀이세요?

◆ 이재정> 네, 원칙적인 얘기죠.

◇ 김현정> 아니면 혹시 실무접촉회담 하면서 의제조율을 하다 보니까 추구하는 목표가 양측이 너무 달랐던 거예요. 그래서 양측 다 좀 안 되겠다 싶어서 그냥 미리 깨버린 건 아니냐? 이런 얘기들도 나오는데, 이건 좀 과한 건가요?

◆ 이재정> 그것도 가능한 추론입니다. 왜냐하면 양측이 합의를 하지 못하지 않았습니까? 예비회담 때. 실무회담 때 합의를 못했는데 이 합의를 못한 것을 보면 북쪽에서 제일 기대하는 건 뭐 역시 현안으로 넘어왔던 개성공단의 정상화라든가 금강산 관광의 정상화라든가 이산가족 만남이라든지 이런 것은 비교적 우리가 논의할 수 있는 쌍방 간의 교감이 있었는데 6.15 공동선언에 대한 문제는 어려운 겁니다.

◇ 김현정> 공동개최?

◆ 이재정> 네. 왜냐하면 이것이 북으로서는 6.15라고 하는 건 북으로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과 합의한 남북 간의 최초의 통일방안이거든요.

◇ 김현정> 북으로서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싣는다, 이 말씀이세요?

◆ 이재정> 그래서 제가 2007년 정상회담 때도 북쪽에서는 이 날을 국가기념일로 해 달라.
그런데 국가기념일로 한다는 걸 우리 합의사항에 넣고 그걸 우리가 이행을 못했죠. 그래서 그쪽에서는 그거, 사실 남북관계를 복원한다고 할 때 그 의미가 뭐냐 하면 6.15 공동선언을 어떻게 하느냐 부터가 출발입니다. 그러니까 출발점에, 입구에 서 있는 건데 입구에 들어가는데 서로 간의 교감이 어려운 거죠. 그러니까 북도 아마 이번 회의가 어렵지 않겠느냐, 그런 예상을 했기 때문에 이번에 이렇게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고.

우리 측도 역시 6.15라는 걸 받아들이기가 상당히 어려운 입장이라 이렇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나는 그러나 한편으로 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 운동기간 동안에 과거에 합의됐던 6.15나 10.4에 대해서 존중하겠다, 이런 말씀을 하셨기 때문에 일말의 희망을 갖고 있었죠.

◇ 김현정> 이제부터는 어떻게 되는가가 궁금한데, 남북당국회담은 아주 없던 일로 무산입니까? 아니면 가능성 있습니까?

◆ 이재정> 저는 당분간 어려우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당분간이 그러면 어디까지가 당분간입니까?

◆ 이재정> 어떤 계기가 만들어져야 되겠죠.

◇ 김현정> 어떤 계기가 마련돼야 됩니까?

◆ 이재정> 그것은 국제사회에서 어떤 계기가 만들어지거나 아니면 이번에 한중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습니까? 그런 계기가 어떻게 만들어지거나 아니면 객관적인 이런 걸 변화시킬 수 있는 객관적으로 남들이 알 수 있는 우리 정부의 메시지를 내거나. 아마 그런 상황변화가 있어야 이제 만날 수 있겠죠.

◇ 김현정> 역시 한중회담이 첫 번째 분수령이 되고 외부적인 계기가 만들어져야만 문이 열리지 이 상황에서 우리가 남측이 자발적으로 열기가 참 어려울 거다, 이 말씀이세요.

◆ 이재정> 이번 일은 서로 간에 비난을 하기보다 이번 일에 대한 깊은 책임의식들을 가져야 할 것이고요. 더군다나 개성공업 지구 같은 경우에는 얼마나 안타깝습니까?

◇ 김현정> 거기 분들이 제일 걱정이에요.

◆ 이재정> 네, 제일 안타까운 상황에 6년 만에 국민들의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회담이 이렇게 무산되고 보니까. 정말 그건 가슴 아픈 일이죠.

◇ 김현정> 그렇죠. 오늘은 여기까지 들어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