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6/5(수) 이창식씨 “손주 키우는 할아버지의 남다른 육아일기"
2013.06.05
조회 563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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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하찌의 육아일기’ 저자 이창식



지금 우리는 맞벌이 가구 500만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엄마, 아빠가 일하러 가면 아이들은 누가 돌보죠?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조사를 보니까 맞벌이 가정 아이 2명 중의 1명은 조부모 손에서 자란답니다. 아이를 키우는 조부모. 그러면 우리는 이제 할머니를 으레 떠올리게 되는데요. 그런데 할아버지가 손주를 키우면서 육아일기를 쓰고 그걸 책으로까지 펴냈습니다. 화제가 될 만하죠. 만나보겠습니다. 이창식 할아버님. 안녕하세요, 할아버님.

◆ 이창식> 안녕하세요.

◇ 김현정> 책 제목이 '하찌의 육아일기'네요?

◆ 이창식> 네.

◇ 김현정> 하찌가 뭔가요, 하찌?

◆ 이창식> 재영이 외할아버지 되는 이창식 바로 접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할아버지? (웃음) 할아버지를 아이들이 이제 발음이 안 되니까 하찌, 하찌. 손주 언제부터 기르셨어요?

◆ 이창식> 딸 출산휴가가 끝난 작년 1월부터 보게 됐습니다. 지금 두 살 됐죠.

◇ 김현정> 두 살. 그러면 지금 1년도 넘게 보신 거네요.

◆ 이창식> 네.

◇ 김현정> 그럼 아이를 매일 맡기고 출근합니까, 딸이?

◆ 이창식>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럼 할아버지하고 할머니하고 같이 하루 종일 보시는 거예요?

◆ 이창식> 그렇죠.

◇ 김현정> 그런데 육아일기라고 그러면 이제 우리 아이가 오늘 몇 시에 일어나서 뭘 먹고 변은 어떻게 보고 이런 시시콜콜한 걸 다 적는 건데. 사실은 전업주부라 그래도 다 쓰는 게 아니거든요. 어떻게 쓰신 거예요, 할아버님이?

◆ 이창식> 딸은 지금 자기가 쓸 시간은 없고 저는 원래 번역작가를 한 20년 했으니까 글 쓰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으니까. 제가 쓰게 됐죠.

◇ 김현정> 그러면 육아일기 중의 한 대목을 우리가 잠깐 좀 엿볼 수 있을까요, 할아버님?

◆ 이창식> 네. 한 대목을요?

◇ 김현정> 네.

◆ 이창식> 3월 22일자를 일기를 한번 읽어볼까요?

◇ 김현정> 그러시죠.

◆ 이창식> 밤이 깊은데도 재영이가 칭얼대며 자지 않았다. 낮에 너무 신나게 놀아 흥분하고 다리도 아픈 모양이었다. 녀석을 안고 거실 소파에 기대 앉아 노래를 네댓 곡이나 불러줘도 잠들지 않아 나는 녀석을 보듬어 안은 채 소파에 드러누웠다. 그러자 녀석은 내 배 위에 엎드린 자세가 되었고 그런 자세로 엉덩이를 토닥이며 계속 허깅을 해 주자 마침내 잠이 들었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자장가를 불러서 재우시는군요, 할아버님께서?

◆ 이창식> 네.

◇ 김현정> 얘기가 나온 김에 자장가는 어떤 거 부르세요?

◆ 이창식> 자장가는 우리 자장가 잘 자라 우리 아가 그런 것도 부르고요. 우리 아기 착한 아기 이런 것도 부르고.

◇ 김현정> 잠깐만 그 자장가 좀 들려주실 수 있어요, 할아버님?

◆ 이창식> 자장가요?

◇ 김현정> 네.

◆ 이창식> 잘 자라, 우리 아기. 앞뜰과 뒷동산에 새들도 아가 양도 다들 자는데.

◇ 김현정> (웃음) 멋들어지게 부르시네요, 자장가도. 그러면 아이랑 놀아주려면 자장가뿐만 아니라 요즘 유행하는 것도 다 하셔야 되거든요. 뽀로로, 뿡뿡이.

◆ 이창식> 그래서 뽀로로 친구들 이름도 외우고 만화도 같이 보고 그러고 있습니다.

◇ 김현정> (웃음) 뽀로로 친구 누구누구 아십니까?

◆ 이창식> 포비도 알고 해리도 알고. (웃음)

◇ 김현정> 정말 잘 아시네요. (웃음) 포비 아시면 다 아시는 겁니다. 할아버님, 딸을 대신해서 아이를 키우고 계시는. 솔직히 좀 억울하지 않으세요? 힘들게 키워서 딸 학교 보내고 회사 보내고 시집까지 보내놨더니 이제는 자기 자식까지 키우라고 하는데.

◆ 이창식> 사실은 그런 점도 없지는 않죠. 힘들게 키워서 대학 보내고 시집도 보냈는데 이제 좀 편할 만하니까 어린 손자를 또 맡기니까요. 60대 중반 나이 돼서 오밤중에 슬리퍼 챙겨신고 앙팡 베이비 사러 슈퍼로 나갈 때는 좀 짜증도 나고 손자 녀석 재롱 보는 값치곤 좀 비싸다,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 김현정> 재롱값치곤 비싸다.

◆ 이창식> 재롱값치곤 비싸다. (웃음)

◇ 김현정> 솔직히 체력이 좀 딸릴 때가 있으시죠.

◆ 이창식> 네, 진이 많이 빠져요. 집사람이나 나나.

◇ 김현정> 그럴 때는 어떻게 하세요?

◆ 이창식> 그래서 토요일, 일요일은 가급적 쉬는 쪽으로 하니까요. 약도 먹어가면서 그렇게 버팁니다.

◇ 김현정> 약까지 먹어가면서. 제일 힘든 건 뭐가 제일 힘드세요, 할아버님? 제일 힘든 점.

◆ 이창식> 네?

◇ 김현정> 제일 힘든 점은 어떤 때가 제일 힘드세요? 아이가 아플 때.

◆ 이창식> 아이가 아파서 밤에 잠을 안 자고 울 때가 제일 힘들죠. 같이 잠 못 자니까.

◇ 김현정> 밤에도 그러니까 보시는군요, 아이를?

◆ 이창식> 밤에 재울 때도 있죠. 야근을 할 때 이럴 때는 집사람. 딸아이 내외가 야근을 할 때 이럴 때는 우리 집에서 재우기도 이러니까요.

◇ 김현정> 야근까지 하면서 밤 11시, 12시. 회식까지 하면 밤 1시에 애 데려가라 이럴 수는 없으니까. 그럴 때는 그냥 재워주시고.

◆ 이창식> 그렇죠. 다음 날까지 그냥 계속 봐야 되는 거죠.

◇ 김현정> 그런데 아이가 열이 난다, 이러면 이제 그때부터는 조바심이 나실 수밖에 없죠.

◆ 이창식> 그렇죠. 가까운 병원에 달라가는 수밖에 없죠.

◇ 김현정> 할머님도 많이 힘들어 하시겠어요?

◆ 이창식> 많이 늙었습니다, 그 바람에. (웃음)

◇ 김현정> (웃음) 할머님들이 손주 보면 삭는다 그러시더라고요, 삭는다. 너무 힘들 때면 아내분이, 할머니가 노래 부르신다면서요?

◆ 이창식> 갑자기 그렇게 태평가를 부르더라고요. 짜증을 내어서 무엇하나. 아니 놀지는. 뭐 일생 일장춘몽인데 아니 놀지는 못하리라 그러길래 애한테 그게 무슨. 교육상 아주 나쁘다, 내가 그랬죠.

◇ 김현정> 교육상 나쁘다. (웃음) 한숨을 쉬어서 무엇.

◆ 이창식> 그렇죠. 두 살 먹은 애한테 인생 일장춘몽인데 그러면 그거 되겠습니까?

◇ 김현정> 재미있으신 할머님, 할아버지세요. 그런데 그렇게 힘들어도, 태평가를 부를 만큼 힘들어도 그래도 아이를 또 봐주는 건 이건 아이가 예뻐서인가요, 딸이 예뻐서인가요?

◆ 이창식> 둘 다죠.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아이가 더 예쁩니다.

◇ 김현정> 아기가. (웃음) 그렇죠, 딸보다는. 제일 예쁠 때는 언제가 제일 예쁘세요?

◆ 이창식> 제일 예쁠 때는 말 따박따박 따라하고 또 오라 그러면 와서 얼른 안기고 할 때 제일 예쁘죠.

◇ 김현정> 안기고 할 때.

◆ 이창식> 노래 시키면 노래 따라하고 이렇게.

◇ 김현정> 힘들다가도 그럴 때는 시름이 촥 잊혀지는 그런 순간이 있죠, 아이 키우다 보면. 지금이야 이제 손주 한 명 보고 계시는데 혹시 따님이 둘깨 갖는다는 얘기는 안 해요?

◆ 이창식> 그런 얘기도 있죠.

◇ 김현정> 있습니까?

◆ 이창식> 둘째도 갖는다고 그러는데 팔자려니 생각하고 그냥 각오는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웃음) 각오는 하고 계세요. 바로 이제 이런 건데요. 아이 맡길 데가 없어서 쩔쩔매는 딸 보면서 부모님들이 너무나 안타까우니까 또 아이를 봐줘야 하는 이런 시스템들이 두 가구 중에 한 가구라는 얘기입니다. 지금 이 사회가 좀 야속한 생각도 드시죠 할아버님?

◆ 이창식> 그렇까지는 생각 안 해 봤는데요. 그렇게 계속 살아왔으니까 그렇게 불만을 느낄 줄 몰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래도 정부가 좀 더 육아문제에 노력을 기울여주고 우리 사회와 각 회사의 상사들이 맞벌이 부부들을 좀 따뜻한 시선을 봐주면 고맙겠다, 그런 생각이 드네요.

◇ 김현정> 아까 손자가 재영이라고 하셨나요?

◆ 이창식> 네.

◇ 김현정> 지금 한 30초 남았는데 재영이한테 한말씀 하시죠.

◆ 이창식> 그냥 남을 배려하는 그런 너그럽고 올곧은 아이로 그냥 자라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재영아, 사랑한다.

◆ 이창식> 재영아, 사랑한다. (웃음) 엄청 사랑한다.

◇ 김현정> 엄청 사랑한다. 할아버님, 저도 이제 아이 맡기고 나오는 엄마의 한 사람으로서 크게 박수쳐드리고 싶고요. 마음으로 큰절 올립니다.

◆ 이창식> 감사합니다.

◇ 김현정>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