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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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가루 업체>
-경찰발표 2주 만에 반품 2톤 들어와
-유해성 혼선으로 고객들 어리둥절
-선의 피해자위해 불량업체 발표해야
-경찰·식약처 서로 책임 떠넘겨
<오상석 이화여대 교수>
-삐걱대는 공조체제가 혼선 불러
-美 FDA, 문제제품·업체 매일 공개
-부실수사 우려해 업체특정 안 한듯
-시중 판매 맛가루, 소비해도 "안전"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조제권 ㈜푸른들 부장, 오상석 이화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밥에 뿌려서 비벼먹는 가루죠. 이른바 후리가케라는 맛가루. 이 맛가루에 문제가 있다는 경찰 발표가 나온 게 지난 7월 초의 일입니다. 먹지 못할 재료로 맛가루를 만들었다고 하니까 기가 찰 노릇이었습니다. 주부들은 발칵 뒤집혔죠. 그런데 2주 뒤에 식약처가 맛가루는 인체에 무해하다는 정반대의 결과를 내놓습니다. 그때부터 주부들은 혼란에 빠졌고요. 맛가루 업체는 지금 도산 직전의 상황이 됐다는데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오늘 맛가루 업체 얘기를 먼저 들어보겠습니다. 주식회사 <푸른들>의 조제권 부장, 연결이 돼 있습니다.
◇ 김현정> 직원이 몇 명이나 있는 업체인가요?
◆ 조제권> 35명 정도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 상황이 어떤가요?
◆ 조제권> 7월 2일에 경찰에서 사료용 맛가루를 발표한 이후에 매출이 작년도 대비 100% 마이너스가 났고요.
◇ 김현정> 그러면 매출이 0입니까?
◆ 조제권> 네, 매출이 0이고. 지금까지 저희 제품을 구매하신 고객님들이 마트 측이라든가 저희 회사로 반품까지 들어옵니다.
◇ 김현정> 이게 지금 한 달 동안 벌어진 일인가요?
◆ 조제권> 2주 만에 모든 게임이 끝나는 거죠. 2주 만에 저희 같은 경우에는 1톤가량 반품이 들어왔고요. 한 달 사이에 거의 2톤이 다 돼 가고 있죠.
◇ 김현정> 2톤가량. 아니, 맛가루라는 게 굉장히 조그맣게 되어 있는 거라서 그다지 중량이 나가지도 않는데, 2톤이면 어마어마한 양이네요?
◆ 조제권> 그렇죠. 지난 제품도 반품이 들어오기도 합니다.
◇ 김현정> 그뿐만 아니라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로 항의전화가 온다면서요?
◆ 조제권> 7월 3일 같은 경우에 항의전화가 사무실로 한 1,000통 가까이 들어왔죠.
◇ 김현정> 경찰이 먹지 못할 재료로 맛가루를 만들었다고 발표한 후, 2주 후에 식약처가 인체에 무해하다. 문제없다고 발표를 했거든요. 그런데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나요? 식약처 발표 후에는 상황이 좀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닌가 해서 말이죠.
◆ 조제권> 이게 경찰하고 식약처하고 발표가 서로 다르지 않습니까? 서로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소비자들이 더 혼란스러운 상황이 돼 버렸죠. 먹으라는 건지 먹지 말라는 건지.
◇ 김현정> 그런데 경찰에서는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쓰레기 재료로 만들었다는 얘기는 예를 들어 국에 파리가 빠졌으면 위생에는 심각한 문제지만 성분검사 하면 인체에는 무해하지 않느냐. 즉 식약처에서 무해하다고 한 것이 곧 위생적이다, 깨끗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는 그 점을 지적한 거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 조제권> 조사 발표를 하기 전에 몇 개 업체에 대해서 인체에 문제가 있다, 물건에 문제가 있다 했으면 그 업체를 밝히고 나서 공개를 해 주셔야 되는데, 저희 업체 같은 경우에는 솔직히 아무 문제도 없는 제품인데 같이 맛가루를 제조하는 업체로써 상당한 그건 있죠.
◇ 김현정> <푸른들>은 아주 깨끗하게 만드세요?
◆ 조제권> 국내에서 유일하게 HACCP이라든가...
◇ 김현정> HACCP이 뭔가요?
◆ 조제권> HACCP 같은 경우는 식약처에서 모든 성분검사라든가 기본적으로 김치라든가 만두라든가 의무화 적용이 있어요.
◇ 김현정> 의무기준이 있군요?
◆ 조제권> 그렇죠. 의무화 대상 제품이 몇 가지가 있는데, 맛가루 같은 경우는 현재로서는 의무화가 아니에요, HACCP이라는 게. 하지만 저희는 받은 거죠.
◇ 김현정> 지금 이 업체 말고도 이런 식의 피해를 받은 업체가 많습니까?
◆ 조제권> 많다고 봐야죠. 일단은 저희 같은 영세업자 경우는 마트에 들어갈 수가 없으니까요. 마트 측에서도 확실한 답을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마트 측에서도 문제가 없는 제품이다 하더라도 거의 갈 수가 없는 거죠.
◇ 김현정> 그렇군요. 맛가루 업체가 전국에 몇 개나 되나요?
◆ 조제권> 대기업까지 합치면 보통 10개가량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현정> 10개. 그렇다면 경찰은 이 중에서 몇 개가 문제 있다, 라고 지목한 겁니까?
◆ 조제권> 그것에 대해서 저희도 보고 받은 바가 없어요.
◇ 김현정> 몇 개인지도 모르고, 어느 업체인지도 모르고 그냥 맛가루가 문제 있다고 해버리니까, 그야말로 잘하고 있는데도 피해 입는 업체가 나온다는 말씀이세요?
◆ 조제권> 네.
◇ 김현정> 이대로 계속 가면 이거 공장 유지하기가 어려울 정도인가요?
◆ 조제권> 저희 같은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다음 달이 최대 고비죠. 직원들 월급이라든가 그런 걸 다 지급을 해야 되는데, 이번 달도 지급이 안 된 상황이에요.
◇ 김현정> 이번 달에 월급 못 주셨어요?
◆ 조제권> 그렇죠. 월급이 못 나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다음 달 같은 경우에 이대로 간다 하면 거의 공장 문 닫는다고 봐야죠.
◇ 김현정> 지금 경찰, 식약처, 혹은 정부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 조제권> 저희 같은 경우에는 하루라도 빨리 문제가 없는 업체들이라도 구제할 수 있는 법안이 나와서 발표를 해 주신다든가, 그런 걸 해 줬으면 하는 부탁을 드립니다.
◇ 김현정> 이런 상황을 당하고 보니까, 심경이 어떠세요?
◆ 조제권> 모르겠어요, 솔직히. 더 이상 답이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고요.
◇ 김현정> 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드실 것 같은데.
◆ 조제권> 저희도 많이 얘기를 했어요. 경찰에도 얘기를 했는데, 경찰에서는 검찰로 넘어갔기 때문에 기다리라는 식으로 답변을 주시고요. 식약처에서는 자기가 발표한 게 아니기 때문에 업체 공개는 법적으로 문제가 있으니까 공개를 하지 못한다, 그런 식으로 하니까. 그러면 저희 같은 선량한 업체 같은 경우에는 가만히 있는 것뿐이에요.
◇ 김현정> 할 수 있는 게 없는 거예요?
◆ 조제권> 그렇죠. 할 수 있는 게 솔직히 없죠. 아무것도 없죠.
◇ 김현정> 영세업체이다 보니까...
◆ 조제권> 그렇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또 이렇게 피해를 보는 업체가 생기네요. 만두파동 생각도 나는데, 힘내시고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맛가루 업체를 먼저 연결해 봤습니다. 이어서 전문가의 얘기를 한 번 들어볼까요. 이화여대 식품공학과 오상석 교수 연결이 돼 있습니다.
◇ 김현정> 도대체 경찰 말 다르고 식약처 말 다르고, 이런 부처 간의 혼선이 왜 생기는 겁니까?
◆ 오상석> 식품안전관리에 관련된 정부부처, 그러니까 검찰, 경찰이라든가 식약처의 유기적인 협조체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는 듯합니다.
◇ 김현정> 유기적인 협조체제, 이걸 전체적으로 조율하는 부서가 없나요?
◆ 오상석> 조율하는 부서는 지금 국무총리실 산하에 식품안전위원회가 있습니다. 그 식품안전위원회에 법적 기능이 있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작동되지 못 하고 있는 상태인 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 김현정> 왜 제대로 작동을 못할까요? 거기서 하는 일이 조율하는 일이라면 했었어야죠.
◆ 오상석> 그러니까 그런 부분들이 유기적으로 협조가 이뤄져야 되는데, 이번에 안 된 것은 좀 안타까운 생각이 됩니다.
◇ 김현정> 그러면 1차적으로 조율이 안됐으면 식품안전위원회가 직무유기, 실수를 한 거네요?
◆ 오상석> 그런데 그게 직무유기라고 얘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마는. 대응하는 것이 좀 늦었다라고 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사실은 과거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죠. 저는 만두파동이 생각나던데요?
◆ 오상석> 2004년도의 만두소 파동 때 경찰에서 발표해서 사회적 문제가 있었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당시에 식약청 (現 식약처)에서 총괄하는 쪽으로 논의가 끝났는데, 이번에 다시 또 이런 문제가 생기게 됐네요.
◇ 김현정> 그때도 좋은 만두를 열심히 만들던 영세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어요. 같이 쓰레기 만두로 도매급으로 넘어가면서 말입니다.
◆ 오상석> 그렇죠. 같은 상황이 다시 또 벌어지니까 저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때 만두파동 일어났을 때는 사장님 한 분이 스스로 목숨 끊는 그런 비극적인 일까지 갔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맛가루 업체의 가장 큰 불만은 경찰하고 식약처 간에 공조가 안 된 건 차치하더라도 왜 경찰이 이 쓰레기 재료로 만들었다고 발표할 때, 문제 있는 업체 명을 콕 찍어서 말하지 않았는가? 어디가 문제고, 어디는 괜찮다, 라고 분명히 선을 그어줬어야 되는 거 아니냐? 이거거든요. 왜 정확히 발표가 안 되는 겁니까?
◆ 오상석> 제가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식품안전체계가 가장 잘 돼 있다는 미국의 경우에 리콜 대상 식품을 지금도 요새 매일 식품회사 이름과 대상품목을 거의 매일 발표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어느 회사의 어느 제품이라고 정확하게 발표를 합니까?
◆ 오상석> 정확하게 발표하고 있습니다, 어느 회사의 어느 제품이라고. 이게 무슨 얘기냐 하면 식품안전시스템이 가장 발달된 미국에서도 생산된 식품은 100% 안전한 식품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를 보완하는 시스템을 소비자가 수긍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소비자도 이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미국에서는 제조업체와 제조물품을 정확하게 밝히는데, 왜 우리는 못 밝히나요? 법에 걸립니까?
◆ 오상석> 법에 걸리는 것보다도 조심스러운 것이 있을 것 같습니다. 잘못한 업체를 잘못 발표했을 경우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을 텐데, 이런 부분은 식약처에서 제대로 조사를 해서 발표를 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경찰이 어느 업체를 콕 찍어서 말했다가 나중에 혹시라도 재판 다 하고 무죄로 밝혀졌을 때는 어떤 법적인 소송에 휘말릴까 봐, 그런 걸 피해가려는 의도도 있을 수 있겠네요?
◆ 오상석> 그런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니까 결국은 이렇게 아무 잘못 없는데 피해 입는, 도산 직전까지 가는 업체가 생기는 건데요. 그렇다면 교수님, 경찰이 조금 더 조사를 신중하게 해서 그다음에 발표를 했었어야 되는 거 아닌가요?
◆ 오상석> 그렇죠. 토씨 하나라도 신경을 써서 해야 하는데요. 제가 예를 하나 들면 2011년도에 독일에서 유해대장균104에 오염된 식품의 원인이 스페인에서 수입한 오이라고 잘못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 김현정> 독일에서 스페인 오이 때문에 무슨 문제가 생겼다?
◆ 오상석> 네. 그렇게 발표를 해서 문제가 생겼죠. 당시 환자 50여 명 이상이 사망했는데, 그 원인이 스페인 오이 때문이라고 독일이 잘못 발표를 한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집트에서 수입한 씨앗에 의한 것이었는데요. 그래서 그 때 독일 정부가 스페인 농민에게 무려 2억 달러를 배상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렇기 때문에 정말 신중해야 한다는 말씀. 그런데 일각에서는 경찰이 지금 정부에서 4대악 척결을 내걸며 불량식품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관련한 실적 때문에 이번에도 그런 눈치 보기 같은 게 작동한 게 아닌가 하는 지적도 나오더라고요. 어떻게 보세요?
◆ 오상석> 글쎄요. 이번 정부에서 불량식품 척결을 최우선 과제로 해서 정부 내에서 아마도 실적 경쟁이 어느 정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됩니다.
◇ 김현정> 청취자들께서도 많은 질문 주고 계시는데요. 33**님 ‘그래서 이 맛가루는 먹어도 되는 겁니까? 안 되는 겁니까?’
◆ 오상석> 그러니까 지금 현재 상품 매대에 있는 것들은 소비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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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8/8(목) 조제권 맛가루업체, 오상석 교수 "섣부른 경찰 발표에 우린 죽어갑니다"
201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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