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8/2(금) 김준영 경사 "장애아동 업고 등하교 4개월. 우리 딸 같아서.."
2013.08.02
조회 618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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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응봉파출소 김준영 경사


이제 좀 훈훈하고 기분 좋은 소식 전해 드리죠. 어제부터 지금까지 인터넷에서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는 한 장의 사진이 있습니다. 가파른 언덕의 계단을 제복 입은 한 경찰관이 여학생을 업고서 하나씩 하나씩 계단을 오르고 있고요. 그 뒤를 또 다른 경찰관이 이 여학생의 짐과 휠체어를 들고 따라올라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알고보니까 이 여학생은 선천성 뇌병변장애로 걷지 못하는 학생이었고요.

한번의 선행이면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갈 수 있는데 알고 보니까 경찰관들이 넉 달 넘게 지금까지도 이 여학생을 업어서 집에 바래다주고 있었습니다. 잔잔한 감동의 주인공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죠. 서울 응봉파출소의 김준영 경사 연결돼 있습니다. 경사님, 안녕하세요?

◆ 김준영> 안녕하세요.

◇ 김현정> 방학인데 요즘도 이 여학생을 업어서 바래다주시는 거예요?

◆ 김준영> 지금 방학이라서 매일은 안 하는데요. 학생이 필요로 하면 저희가 언제든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 김현정> 필요하다고 전화하면 바로 달려가세요?

◆ 김준영> 네, 당연하죠.

◇ 김현정> 학교 다닐 때는 매일 그렇게 업어서 집까지 데려다주시고?

◆ 김준영> 전에는 등하굣길 다 왔다 갔다 해 주죠. 요즘에는 덜하고 있어요, 방학이라서.

◇ 김현정> 경찰관 몇 분이 하시는 거예요?

◆ 김준영> 저희 한 개 팀에서 6명, 7명이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6명, 7명이 돌아가면서. 이 여학생 14살 이름이 뭐죠?

◆ 김준영> 이름을 가명으로 해도 되겠죠?

◇ 김현정> 가명으로. 네, 그러시죠.

◆ 김준영> 가희라고 하죠.

◇ 김현정> 예쁜 이름. 가희 14살. 14살이면 가볍지도 않을 텐데...

◆ 김준영> (웃음) 생각보다 무겁더라고요.

◇ 김현정> (웃음) 맨처음에 어떻게 이런 선행을 시작하게 되신 거예요?

◆ 김준영> 처음에는 여기 파출소에 와서 제가 근무하면서 왔다 갔다 하다보면서 출퇴근하면서 보니까 전동휠체어를 탄 학생이 가고 어머니가 항상 따라가시는 걸 봤어요. 관내에 있다 보니까 보게 되더라고요. 그러다가 저희가 올해 3월경에 순찰을 도는데 도와달라는 거예요, 그 학생이. 나는 알고 있듯이 어머니가 바래다주시겠지 했는데 알고보니까 사정이 있더라고요.

◇ 김현정> 무슨 사정이요?

◆ 김준영> 일단 집에 데려다주고 집에 가니까 할머니가 계세요.

◇ 김현정> 할머니가.

◆ 김준영> 어머니 계시지 않냐고 혹시, 제가 본 것 같은데 그렇게 말씀드리니까 어머니가 며칠 전에 집을 나가신 거예요?

◇ 김현정> 가출하셨어요?

◆ 김준영> 네, 그러다 보니까 학생이 도움을 못 받고 그런 상황이 됐더라고요.

◇ 김현정> 아이의 짐들고 휠체어 들고 어머니가 업어서 아이를 나르다가 그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니까 방법이 없는, 학교 다닐 방법이 없는.

◆ 김준영> 돌아가신 게 아니라 집을 나가셨어요.

◇ 김현정> 가출하시고나니까. 이런 상황이 된 거예요. 그 상황을 듣고 안 도와주실 수 없었겠네요.

◆ 김준영> 그렇죠. 오빠도 있고 아버지도 계신데 아버지는 워낙 바쁘시고 오빠도 사춘기다 보니까 그런 게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할머니는 나이가 드셔서 힘드시고.

◇ 김현정> 그렇군요. 그래서 경찰관들이 회의를 하셨어요?

◆ 김준영> 일단 소장님한테 말씀드리고 저희들이 도움이 오면 언제든지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죠. 소장님께서 적극 해 주라고. 당연히 경찰이 해야 되는 일니까.

◇ 김현정> 잘하셨어요. 그런데 제가 사진을 보니까 집까지 데려다 주는 길이 녹록치가 않아요. 말씀드린 대로 언덕에다가 계단도 한 두개가 아니고 거기다가 계단 오르고 나도 이 학생 집이 다세대 주택의 3층입니다. 엘리베이터 없어요.

◆ 김준영> 없어요.

◇ 김현정> 힘들지 않으세요, 솔직히?

◆ 김준영> 솔직히 거리가 경사가 20도 되는 언덕을 걸어야 되고 계단을 한 30m 걷고 나서 3층 계단을 또 올라가야 됩니다.

◇ 김현정> 계단이 30m나 돼요?

◆ 김준영> 30m가량 됩니다.

◇ 김현정> 높네요.

◆ 김준영> 올라가는 계단이 그정도 되고. 빌라에 도착하면 3층까지 또 올라가야 되는 거예요. 좀 땀 나죠, 하고 나면.

◇ 김현정> 요즘 같이 더울 때. 그러면 아이 데려다 주고 오면 다들 관내에서 간단하게라도 샤워라고 하셔야겠어요.

◆ 김준영> 저희 보는 업무가 있으니까 땀 났다고 좀 덥네 하면서 차량타고 가면서 땀 식히고 바로 본래의 근무를 하게 되죠, 또.

◇ 김현정> 제가 듣기로는 김준영 경사님은 허리디스크도 있으시다면서요?

◆ 김준영> 작년에 일을 하다가 행패하는 사람 잡아다가 허리를 다쳐서 1년간 치료해 왔습니다. 디스크 걸려서.

◇ 김현정> 그런 분이 이렇게 중학교 1학년 아이를 업고 매일 등교, 괜찮으세요?

◆ 김준영> 제가 또 마음이 그때 당시 치료하다보니까 그때보다는 많이 좋아졌고 업는데 크게 지장 없겠다는 생각에서 하게 된 거죠.

◇ 김현정> 아마 선행을 계속 하시면 복 받으셔서 허리디스크도 나으실 것 같기는 해요.

◆ 김준영> 바로 그런 점 때문에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웃음) 도와줘야 그 사람이, 제가 또 잘 되겠다. 그렇게 말이 있잖아요.

◇ 김현정> 복을 받죠, 좋은 일해서. 김준영 경사님도 혹시 자녀 두셨어요?

◆ 김준영> 네. 저 딸 둘이 있습니다.

◇ 김현정> 딸 둘. 몇 살입니까?

◆ 김준영> 10살하고 7살입니다.

◇ 김현정> 10살하고 7살. 가희 업고가다보면 딸들 생각도 나시겠어요.

◆ 김준영> 딸들 생각 많이 나죠. 그런데 저 같은 경우는 작은 아이가 7살인데 자폐로 해서 지적장애3급 아동이에요.

◇ 김현정> 7살 막내딸이 장애가 있군요.

◆ 김준영>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다른 직원분도 도와주시고 하시지만 마음이 또 저하고 그런 부분이 약간 다르죠. 저 같은 경우는 그나마 우리 애는 엄마 아빠가 다 있고, 엄마 아빠의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지만 도움 못 받은 아이를 보면 짠하죠 마음이.

◇ 김현정> 왜 허리디스크까지 있는 분이 이렇게 나서서 등하교를 시켜주실까 했더니 이유가 있네요.

◆ 김준영> 우리 아이 보는 것은 느낌이죠, 항상.

◇ 김현정> 이 얘기를 듣고 지나칠 수 없는 그 마음.

◆ 김준영> 제가 먼저 도와줘야죠. 우리 아이도 그런 똑같은 병은 아니지만 그런 도움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아이인데 도와줘야죠. 그래서 소장님한테도 말씀드리니까 소장님께서는 관련 기관에 직접 가셔서 도움으로 학습할 수 있는 그런 것까지 해 주시고.

◇ 김현정> 그러셨어요? 잘하셨습니다. 잘하셨어요.

◆ 김준영> 오늘 인터뷰하면서 더 많은 도움을 받아서 그 학생이 더 좋게 됐으면 진짜 좋은 거죠.

◇ 김현정> 정말 좋은 후원자도 만나서 경찰관들이 평생 이렇게 해 주실 수는 없는 문제니까 뭔가 체계적인 안전한 지원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 김준영> 그래서 이런 일 하는 게 너무 좋은 겁니다.

◇ 김현정> 그래서 사실은 안 하겠다고 부끄럽다고 하신 분들 저희가 끌어낸 거예요. 우리 가희를 위해서라도 나서셔야 됩니다, 이렇게라도.

◆ 김준영> 고맙습니다.

◇ 김현정> 언제까지 하실 생각이세요, 일단은?

◆ 김준영> 제가 할 수 있는데까지 계속 해야죠.

◇ 김현정> 할 수 있는 데까지. 허리디스크 나을 때까지.

◆ 김준영> 허리디스크는 제가 계속 관리하고 있으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고요.

◇ 김현정> 청취자 5455님이 이런 분들은 특진시켜주셔야 된다, 경찰청장님. 이러면서 문자 보내시네요. (웃음)

◆ 김준영> (웃음) 이거는 누구라도 하는 일이고 지금 우리 직원들 다 하는 일인데 칭찬을 해 주시니까 경찰의 그건 아니지만 큰 재물이 아니라 작은 관심이 세상을 바꾸지 않습니까? 그런 경찰관의 도움이 학생을 조금 더 좋게 그렇게 되면 그게 세상이 좋아지고 아름다워지고 또 경찰이 힘을 낼 수 있는 그런 부분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맞습니다, 맞습니다. 지금 인터넷 상에서 칭찬이 자자하고요. 사실 경찰들이 요즘 이런 저런 사건으로 국민들한테 혼도 많이 났었는데 이런 따뜻한 뉴스 보니까 저까지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 김준영> 고맙습니다.

◇ 김현정> 앞으로도 가희 잘 챙겨주시고요.

◆ 김준영> 제가 할 수 있는데까지 계속 해야죠.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