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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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8/19(월) 윤태호 만화가 "인기웹툰 미생 작가, 직접 만화웹진 만든 이유"
2013.08.19
조회 1140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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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윤태호 만화가



국민가수, 국민배우, 국민여동생. 이 국민이라는 단어가 요즘 참 많이 등장하는데요. 국민웹툰이라고 불리는 작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윤태호 작가의 미생이라는 작품이죠. 한 청년이 계약직으로 회사에 입사하면서 겪는 애환을 담은 작품인데요. 그 속에는 청년실업문제, 갑을관계, 내부고발자, 왕따문제, 워킹맘의 애환까지 대중들의 공감을 살만한 내용들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이 윤태호 작가가 최근에 만화계를 살리겠다 선언하면서 만화리뷰전문매체를 창간해서 화제입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윤태호 작가를 직접 만나볼까요? 웹툰 미생의 윤태호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 김현정> 1년 7개월 대장정을 마치고 미생이 막을 내린 지 한 달 됐죠?

◆ 윤태호> 후기가 그 뒤로 4편이 있어서 이번 주까지 작업을 했었습니다.

◇ 김현정> 후기까지. 그럼 이제야 한숨 돌리신 거군요.

◆ 윤태호> 네. 한숨 돌리려고 했더니 또 만화축제가 열리고 있어서 계속 바쁘네요.

◇ 김현정> 미생이라는 웹툰만화. 정말 작가가 제대로 숨쉴 틈도 없을 만큼 대단한 이슈가 됐었습니다. 이 만화를 그래도 혹시 모르는 청취자 분들이 있다면 제가 잠깐 소개를 해 드리자면 주인공이 장그래라는 청년이에요. 청년실업자로 있다가 어떤 회사에 계약직으로 입사를 하는데 그때부터 보고 듣고 겪는 적나라한 기업의 생리, 직장인 애환 이런 것이 참 생생하게 눈물나도록 실감나게 그려진 그런 만화입니다. 무슨 얘기를 하고 싶으셨던 걸까요, 이 만화를 통해서?

◆ 윤태호> 샐러리맨들 하면 일단은 가장 많은 수의 사람들이 근무하는 직업군일 텐데 이들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하는 일들이 폄하돼가면서 이야기되는 것 같다. 그래서 하나의 훌륭한 인격체로서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들인데 이런 부분들을 같이 재조명하고 싶었습니다.

◇ 김현정> 촌철살인의 대사가 일품이었어요, 그림도 그림이지만. 몇 개만 제가 읊어보자면 회사가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다. 그러니 밀어낼 때까지 버텨라. 격식을 깨지 않으면 고수가 될 수 없다. 또 잊지 말자. 나는 어머니의 자부심이다. 이런 대사들. 명대사가 참 많았는데 개인적으로 작가는 어떤 말을 제일 좋아하세요?

◆ 윤태호> 그 만화에도 나오지만 일본에 계신 조치훈 9단께서 하신 말인데 어차피 바둑, 그래도 바둑이라는 말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 바둑 한 판이 세상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바둑 한 판이겠지만 나에게는 내 전부인 바둑. 그러니까 한 개인의 삶을 세상 사람들이 봤을 때 별것 아닐 수도 있겠지만 자기 자신의 개인의 삶에 있어서는 전무인 그런 것. 그런 의미로 은유할 수가 있어서 그 조치훈 9단의 말씀을 제일 좋아합니다. 어차피 바둑 그래도 바둑.

◇ 김현정> 어차피 바둑 그래도 바둑. 이게 모든 사람에게 다 적용되는 말이네요. 남보기에는 그저 그런 게임 한 판. 한번 뒤집어지면 다시 하면 되는 한 판 이런 건데...

◆ 윤태호> 직장인도 나 하나 없어도 그만인,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요.

◇ 김현정> 그렇죠, 괜찮은 말인데요. 어차피 바둑 그래도 바둑. 어차피 방송, 그래도 방송. 저라면 그렇게 되겠네요. (웃음) 그런데 제가 깜짝 놀란 건 이렇게 전율이 올 정도로 직장인들의 심리를 잘 묘사를 하셨는데 우리 윤태호 작가께서는 직장 생활을 안 해보셨다고요?

◆ 윤태호> 네, 회사에 갈 기회도 없었고요. 계속 만화만 했었기 때문에.

◇ 김현정> 한 번도 안 해 보셨어요, 한 번도?

◆ 윤태호> 네.

◇ 김현정>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조직생활을, 직장내 직장인들의 심리를 이렇게 잘 그려낼 수가 있습니까?

◆ 윤태호> 일단 취재를 할 때 스터디 하듯이. 그러니까 미리 짐작해서 아는 걸 쓰거나 이런 게 아니라 단어 하나라도 모르는 게 있으면 새벽이라도 전화해서 물어보고 그 분들하고 한번 만나면 6, 7시간씩 그분들의 데이트도 방해해 가면서 만나서 인터뷰하고.

◇ 김현정> 그쪽에서 그만 가십시오 할 때까지 얘기 듣고. (웃음)

◆ 윤태호> 그런데 취재원분들이 제가 어떤 대가도 못 드리는데 굉장히 자발적으로 열심히 해 주세요. 그래서 5, 6시간을 그분들이 계속 말을 하는데도 일어나자고 하면 아쉬워하시고.

◇ 김현정> 그만큼 쌓인 게 많은 거예요, 직장인들이.

◆ 윤태호> (웃음) 그런 것 같아요.

◇ 김현정> (웃음) 이 얘기도 담아주세요, 저 얘기도 담아주세요. 미생, 국민웹툰. 국민만화가 됐습니다. 작가 윤태호 씨 지금 만나고 있습니다. 요즘 우리 윤태호 작가님의 인기가 웬만한 연예인 뺨칩니다. 저희도 인터뷰 스케줄 잡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 윤태호> 죄송합니다.

◇ 김현정> 스케줄이 내년까지 꽉 차 있으시다면서요?

◆ 윤태호> 연재스케줄은 2015년까지 있고요.

◇ 김현정> 그럼 하루에는 몇 시간이나 주무세요?

◆ 윤태호> 미생 연재할 때는 수요일날 자고 토요일, 일요일 자고 이렇게 잤죠.

◇ 김현정> 매일 자는 게 아니라 날짜를 골라서 자야 되는 정도예요?

◆ 윤태호> 네.

◇ 김현정> 잠은 조금 자고 스케줄은 많이 있고, 연재는 계속해야 되고. 그 와중에서 상상력이 고갈되지 않을 수 있는 원동력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 윤태호> 이끼라는 만화 하기 전에 3, 4년 정도 슬럼프가 있었거든요. 너무 고통스러웠거든요. 그때만 생각하면 없던 아이디어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 (웃음)

◇ 김현정> (웃음) 그때는 몇 시간 주무셨어요?

◆ 윤태호> 그때 역시도 일은 그렇게 많이 없었지만 불안하니까 또 못 자고.

◇ 김현정> 불안해서 못 잤던 그때 생각하면 일에 치여서 이 행복한, 이게 얼마나 좋은 건가 이렇게 생각하면서 또 힘을 내시고. 그 바쁜 와중에 에어코믹스라는 만화전문웹진을 내셨어요?

◆ 윤태호> 네, 만화리뷰웹진입니다. 만화 자체를 싣는다기보다는 만화에 관련한 이야기를 하는, 한국만화가 규모적으로 봤을 때는 역대 이 정도로 큰 규모가 없거든요. 그런데 외형에 비해서 내적으로 만화에 관한 담론이랄까요? 이런 부분하고 새롭게 유입되는 독자들에게 좋은 만화 또는 그 독자에게 적절한, 독자가 좋아할 만한 만화로 안내하는 가이드랄까 이런 것들이 전무한 상태라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제가 하고 싶었죠.

◇ 김현정> 사실은 윤태호 작가는 그런 리뷰사이트, 리뷰가 없어도 이미 국민웹툰작가로 자리를 잡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트를 열었다는 건 후배들을 위해서 또 만화계 전체를 생각하신 거겠죠?

◆ 윤태호> 네, 일단 미생 처음 할 때 샐러리맨 취재가 제대로 안 돼 있어서 굉장히 걱정이 많았었거든요. 그때 제 만화에 달리는 댓글들 보면서 굉장히 힘을 냈었는데 이 담론이 어떤 특정 연재가 되는 작품 밑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이 많이 모이는 어떤 곳에서 같이 담론을 나누게 되면 각각의 신인작가들에게도 작품을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라든가 이런 것들을 주고 싶었습니다.

◇ 김현정> 아까 3년 슬럼프라고 하셨죠?

◆ 윤태호> 네.

◇ 김현정> 그 3년의 슬럼프가 여러 가지로 약이 됐네요. (웃음)

◆ 윤태호> (웃음) 네. 맷집도 생긴 것 같고요.

◇ 김현정> 그러게요. 미생의 작가 윤태호 작가, 지금 만나고 있습니다. 미생 2편은 이미 내겠다고 공언을 하셨죠?

◆ 윤태호> 네.

◇ 김현정> 언제쯤?

◆ 윤태호> 내년 2014년 가을에 시작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미생 2편도 기대하고 있겠고요. 에어코믹스 통해서 만화계 전체가 윤태호 작가뿐 아니라, 스타작가들뿐 아니라 신인작가들도 많이 등장할 수 있는 이런 토대가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 윤태호>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