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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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임미현 기자 (김현정 앵커 휴가로 대신 진행)
■ 대담 : 하상욱 시인
나도 모르게 비교하게 돼, 제목 목욕탕에서. 믿는 수밖에 그럴 수밖에, 제목 국내산. 이게 정말 뭔가 싶으시죠? 청취자 여러분. 요즘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SNS 시입니다. 대부분 학창시절에나 시를 써봤을 거고, 쉽게 엄두가 나지 않는 게 사실인데요. 그런데 단 두 줄에 촌철살인의 글로 인터넷 상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시인이 있습니다. 이른바 SNS 공감시인인데요. 최근에는 서울시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벌써 두 번째 시집입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하상욱 시인이 연결 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하상욱> 안녕하세요.
◇ 임미현> 하상욱 시인, 시인이라고 불러드리는 게 맞죠?
◆ 하상욱> 아직도 어색한데요. 지금은 시집을 냈으니까 시인이 맞는 것 같아요.
◇ 임미현> 그렇죠. 시인이십니다. 이번에 내신 책 제목이 ‘서울시’입니다. 서울시라 이게 무슨 뜻인가요? 서울 도시라는 뜻인가요? 서울의 시라는 뜻인가요?
◆ 하상욱> 두 가지 뜻 다같이 쓴 것이고요. 서울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담은 시다. 이런 식으로 해서 제목을 그렇게 지었어요.
◇ 임미현> 서울시에 있는 사람들이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서울의 시.
◆ 하상욱> 네. 또 서울이라는 게 대한민국에서 도시를 상징하는 곳이잖아요. 그래서 도시라고 할까, 서울시라고 할까 고민을 하다가 조금 더 입에 붙는 게 서울시인 것 같고 또 제가 나고 자란 곳이기도 하고 해서 서울시로 지어봤어요.
◇ 임미현> 그런데 다른 작가들하고 다른 것이 SNS, 그러니까 인터넷을 기반으로 해서 시를 발표하셨어요. 이유가 특별히 있습니까?
◆ 하상욱> 특별히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요. 제가 사실은 이거를 정식으로 발표했다기 보다는 제 페이스북에 계속 올렸던 글들이거든요. 그러니까 시작자체가 발표라고 할 만한 게 아니었어요. 당연히 저는 제 공간이니까 제 공간에 제가 글을 쓰는 그런 식으로 처음에 쓰게 돼서 그래서 SMS 시인이다 라는 이름이 붙은 것 같아요.
◇ 임미현> 그래서 제가 책을 열어봤습니다. 그런데 정말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우선 작가 소개란에 어떻게 되어 있느냐면 작가의 사진 그리고 동물 소, 동물 개가 그려져 있습니다. 말하자면 작가, 소, 개 이렇게 되어 있고요. 목차를 보면 원래 시 제목들이 주루룩 나와 있어야 되는데 여기에서는 누군가가 하상욱 씨의 목을 차는 그런 사진이 있습니다. 그러면 원래 이렇게 평범한 것을 거부하는 분이세요?
◆ 하상욱> 일단 재밌게 해 보고 싶었어요. 재밌게 해 보고 싶었고 그리고 제가 약간 프로필이나 목차 이런 것에 대해서 거부감이 있어요. 작가 소개가 거창하게 들어가 있는 게 뒤에 나올 글들을 포장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날 것으로 보여주고 그것 자체가 재미있잖아요. 그걸 깼다는 것 자체가.
◇ 임미현> 어떻게 보면 이건 나쁜 의미는 아니고요. 발칙함, 발랄함에 많은 분들이 정말 열광을 하는 것 같은데요. 실제 독자들 반응 어떻습니까?
◆ 하상욱> 첫 번째 제가 책을 냈을 때 처음 리뷰가 달렸던 게 기억이 나요.
◇ 임미현> 뭐라고 써 있었죠?
◆ 하상욱> 책으로써의 가치가 없다.
◇ 임미현> 그런데 책으로 나왔어요, 어쨌든.
◆ 하상욱> 일단 책으로 나왔는데 첫 리뷰가 그거였어요. 굉장히 신선했고 사실 제가 되게 고마웠던 리뷰가 하나 있는데 그거는 20대 여성분이 써주셨던 리뷰예요. 내가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에게 엄마가 살았던 20대 때의 우리 서울의 모습은 이랬단다라면서 보여 주고 싶은 책이라고 그렇게 리뷰를 써주신 분이 있어요. 그 분은 너무 너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요.
◇ 임미현> 그렇군요. 그리고 우리 하 시인의 가장 특이한 점은 역시 시가 아주, 아주 짧다는 것입니다. 두 줄이 보통 안 넘어가죠?
◆ 하상욱> 네.
◇ 임미현> 일부러 이렇게 하시는 겁니까?
◆ 하상욱> 네. 그건 일부러 하는 것이고요. 줄일 수 있을 때까지 줄이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 임미현> 줄일 수 있을 때까지 줄인다, 왜 그렇게 줄이십니까?
◆ 하상욱> 저 스스로도 글이 길면 잘 안 읽거든요. 요즘에 그렇게 된 것 같아요. 뭔가 긴 것에 대한 소비가 잘 안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저 스스로도 그런 사람이니까.
◇ 임미현> 그렇습니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습니다. 직접 시인께서 시를 읽어주실 수 있나요? 두 세 가지 기억나는 것 읽어주셨으면 좋겠는데, 청취자 여러분 한번 들어 보시고요.
◆ 하상욱> 어떻게 내게 이럴 수 있니. 하상욱 단편 시집, ‘연봉협상’ 중에서.
◇ 임미현> 연봉협상, 제목은. 그 다음 하나 더 알려주시죠?
◆ 하상욱> 알 수 없는 미안함, 밀려오는 부담감. ‘정시퇴근’ 중에서.
◇ 임미현> 정말 촌철살인이십니다. 이런 아이디어, 시상 도대체 어디서 찾으시는 건가요?
◆ 하상욱> 이것은 직장생활 얘기가 많잖아요, 사실은.
◇ 임미현> 그렇습니다.
◆ 하상욱> 사실 제 경험에서 많이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 임미현> 직장인이세요?
◆ 하상욱> 지금은 아니에요. 지금은 아닌데 반 년 전까지만 해도 직장을 다녔어요. 4년 반 정도 직장생활 했던 그때 공감했던 그런 것들로 많이 쓰고 있고요. 그 외에는 인터넷에서 본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아니면 친구들의 이야기 그런데서 생각을 많이 뽑아내고 있어요.
◇ 임미현> 지금은 그럼 뭐하세요?
◆ 하상욱> 지금은 말하자면 전업 작가가 됐죠.
◇ 임미현> 네. 내용이 짧으니까 작업도 쉽지 않을까. 아까 짧게짧게 하시는 것 재밌어 하셨는데, 쉬운가요?
◆ 하상욱> 금방 써지는 것은 5분 내에도 쓰고 해요. 5분도 안 걸리는 것도 있고 오래 걸리는 것은 며칠 씩 걸리는 것도 있어요.
◇ 임미현> 한 두 줄 짜리 쓰는데 며칠씩도 걸린다. 이 말씀이신가요?
◆ 하상욱> 지옥철 같은 경우는 한달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그걸 쓰는데 시작부터 완성을 하기까지 한달 정도 고민을 계속 했던 것 같아요. 그럴 때도 있어요.
◇ 임미현> 그럼 이 자리에서 가장 애를 먹였던 지옥철 한번 읽어주실 수 있을까요?
◆ 하상욱> 착하게 살았는데 우리가 왜 이곳에... ‘지옥철.’
◇ 임미현> 지금 지옥철을 타고 계신 분들 많이 공감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게 과연 시냐, 진짜 시인들을 무시하는 것 아니야? 이렇게 말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너무 가볍고, 말장난 같다. 이런 지적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하상욱> 일단 그런 생각을 하시는 것도 충분히 이해를 하고요. 그분들에게는 시라는 게 굉장히 인생의 큰 가치잖아요. 그런데 저는 사실은 가볍게 시를 접하려고 하고 있고 가볍게 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그런 식으로 판단 내리는 것에 대해서 제가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아요. 각자 제 글을 봐주시는 분이 그 분 나름대로 판단을 내려주시면 그게 그분에게는 그게 맞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 임미현> 또 일부에서는 시가 워낙 짧으니까 이걸 시집으로 샀을 때 책값이 아까운 것 아니야? 너무 들어 있는 내용이 짤막해서 이렇게 우려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 하상욱> 그것에 대해서는 제가 확실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게 글이 더 많이 들었다고, 길다고 해서 더 나에게 감동을 주거나 나에게 가치가 있어진다거나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노래가 5분짜리 노래가 3분짜리 노래보다 항상 가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 거랑 같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내가 거기에 만족을 했느냐 안 했느냐의 문제지 그것이 했다고 해서 가치가 없다고 그렇게 생각은 사실 안 해요.
◇ 임미현> 그렇군요. 하상욱 씨가 공감 시인이신데, 사실 저도 하상욱 씨처럼 시를 잘 쓰고 싶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시라기보다는 촌철살인 하는 능력을 가지고 싶은데요. 특별한 방법이 있습니까? 어떻게 하면 가능하죠?
◆ 하상욱> 저는 상황을 냉정하게 보는 편이에요. 그러니까 너무 감정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이 상황에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것에 집중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감정이 많이 빠지다 보니까 좀 더 냉정하게 그 상황을 바라볼 수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은 들어요.
◇ 임미현> 감정을 많이 주입시키기보다는 거리를 두고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뭔가를 바라보려는 그런 노력들이 이런 작품으로 이어 진 것 같다.
◆ 하상욱> 네, 정리를 너무 잘 해주시네요.
◇ 임미현> 앞으로도 계속 시 쓰실 거죠?
◆ 하상욱> 네. 앞으로도 제가 재미있을 때까지 계속 써보고 싶어요. 제가 재미없어 지거나 아니면 보시는 분들이 재미없어 지거나 누군가 재미없어지면 그만 둬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 임미현>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참 유쾌하게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8/27(화) 하상욱 시인 "아닌데..? 맞는데..? 제목 쌩얼"
2013.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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