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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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임미현 기자 (김현정 앵커의 휴가로 대신 진행)
■ 대담 : 이준익 감독(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
한국영화가 새로운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달이죠. 우리 극장가에는 한국 영화 4인방의 기세가 참 무서웠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 열차, 배우 하정우 씨의 더 테러 라이브, 거기에 손현주 씨가 이끈 숨바꼭질 마지막으로 장혁, 수애 씨의 감기가 연속해서 흥행돌풍을 일으키더니 8월에만 한국 영화관객 2,4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건 한국 영화사상 최초의 일이라서 더욱 큰 의미가 있죠. 분명 기쁜 일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우려의 목소리도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월 2,000만 관객의 의미,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짚어볼텐데요. 이 분은 과연 어떻게 보실까요? 왕의 남자, 라디오스타, 그리고 평양성을 만든 감독이시죠. 한국영화감독조합의 대표이신 이준익 감독이 연결 돼 있습니다. 이 감독님, 안녕하세요?
◆ 이준익> 네, 안녕하세요. 이준익입니다.
◇ 임미현> 설국열차, 더 테러 라이브, 숨바꼭질, 감기 한 달 동안 무려 2,400만 명이 봤어요. 영화인의 한 분으로서 어떻게 보세요?
◆ 이준익> 지난 10여년 동안 영화관객들이 급증하는 과정이었잖아요. 그런데 아마 8월 달에 아주 정점을 친 것 같아요. 이것은 아마 영화 관객들 폭이 세대별로 많이 넓어진 것을 증명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여름방학이라서 시즌이기도 하지만 젊은 친구들부터 나이 드신 분들까지 대거 방학 때 많이 한국 영화를 본 것 같아요.
◇ 임미현> 그렇군요. 어떤 영화가 기억에 남으세요?
◆ 이준익> 설국열차, 더 테러 라이브, 그 뒷 영화는 저도 지금 영화 작업 중 이어서 다 못 봤는데 테러 라이브 같은 경우는 아주 저예산 영화이기도 하지만 이야기도 아주 단출한데, 결국에는 영화가 갖고 있는 두 시간 동안에 관객들을 몰입시키는 이야기의 힘, 감각적인 스타일 또 배우의 뛰어난 연기, 특히 소재가 갖고 있는 관심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신인감독임에도 불구하고 데뷔작이에요, 그 감독이. 같이 상영하고 있는 경쟁작인 설국열차와 비교해서도 전혀 손색이 없는 작품의 퀄리티도 그렇지만 흥행의 결과도 그렇고 평가도 그렇고 이게 참 멋진 것 같아요. 봉준호 감독이라는 대한민국의 세계적으로 내놓을 만한 그런 감독의 작품과 견주어서도...
◇ 임미현> 까마득한 후배죠?
◆ 이준익> 신인들이 이렇게 역량을 내는 것은 멋진 일이죠.
◇ 임미현> 그러면 왜 이렇게 흥행에 성공을 하고 있을까요? 그 배경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이준익> 아무래도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관객들의 요구를 맞추려고 아주 밤낮으로, 부단히 노력한 결과이기도 하고 또 하나는 그동안 과거에는 헐리우드 영화를 많이 선호했으나 최근의 관객 분들은 한국영화에 대한 재미, 그런 것들을 아주 자세하게 즐기는 풍토가 생긴 것 같아요.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영화에 참여했던 생산 인력들의 수준이 공동작업을 통해서 완성도 있는 영화를 만들어 내는 거거든요. 결국에는 기획자의 능력이라든가, 특히 배우들의 역량, 놀라울 정도로 우리 한국 배우들의 연기 수준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기술파트 촬영이라든가, 조명이라든가, 편집, CG, 현상 이런 모든 전 분야가 상당히 수준이 향상됨으로 인해서 신인감독 이어도 신인감독의 서투름을 메울 수 있는 아주 수준 있는 스텝들의 역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임미현> 반대로 희생되는 영화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교차상영을 해 가지고, 퐁당퐁당 영화라고 하죠.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데 이거 정말 밀어붙이기 식 흥행, 이런 건 좀 문제 있는 것 아닐까요?
◆ 이준익> 결국에는 그 문제는 관객의 피해로 전환 될 것이다, 결국 영화계에서. 무엇이든 획일화되는 것은 결과가 안 좋죠. 당장은 스코어를 올려서 기록을 세웠다고 뉴스가 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미래의 젊은이들한테는 좋은 게 아니죠.
◇ 임미현> 지금 2,000만 관객의 의미에 대해서 영화감독, 이준익 감동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요. 감독님, 사실 이준익 감독님께서는 왕의 남자가 처음 개봉됐을 때 스크린 수가 굉장히 적었었잖아요. 그러다가 점점 입소문을 타고 흥행을 하고 드디어 1,000만 관객까지 기록을 하셨는데 이 때문에 최근에 봉준호 감독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준익 감독 정도 돼야 천만 관객의 의미가 있는 거다. 이런 얘기를 했거든요. 이런 말 들었을 때 어떠셨습니까? 제가 생각할 때는 굉장히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은데요.
◆ 이준익> 일단 봉준호 감독이 굉장히 겸손한 사람이에요. 자신의 공보다 자신의 과를 더 자세히 보려고 하고, 선후배감독한테도 전부 다 감독뿐만 아니라 모든 스텝들한테도 우리가 좋은 결과를 맺기 위해서 자기가 양보하는 그런 아주 좋은 인격을 갖고 있어서 언론에다 그렇게 얘기하는 바람에, 그 자체가 좋은 뜻이죠. 그것이 사실이냐 아니냐 중요하지 않습니다. 진실이 더 중요한 거니까.
◇ 임미현> 한 가지 궁금한 건 감독님, 내가 만든 영화가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런 소식을 들었을 때 그때 느낌, 그때 어떤 생각드세요?
◆ 이준익> 그 당시에는 실감을 잘 못해요. 왜냐하면 스코어는 그렇게 생긴다하더라도 영화가 개봉하고 있는 중에 감독은 끊임없이 인터뷰라든가 다른 행사라든가 바쁘거든요. 바쁘니까 당장 눈앞에 있는 것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후루룩 지나가요. 나중에 지나고 나서 보면 다시 그다음 영화를 하려고 할 때 이거 1,000만을 한다는 게 이게 불가능한 일 아니었나? 다시 겁이 들고 또 하나는 그 성공에 매달려 가지고 그다음에 그 성공을 하기 위해서 과도한 노력을 한다는 것은 오히려 더 부작용을 낳기 쉽기 때문에 도리어 1,000만 관객하는 감독들이 요즈음은 많아졌지 않습니까? 굉장히 조심해요.
◇ 임미현> 오히려 그러면 다음 작을 준비하기에는 책임감이 더 커지고 마음이 무거워 지고?
◆ 이준익> 그렇죠. 영화 감독들은 대부분 꿈이 뭐냐하면 큰 성공보다도 그냥 죽는 그날까지 내가 영화를 찍을 수만 있다면 이 바람을 갖고 있어요. 봉준호 감독도 마찬가지일거고, 강우석 감독도 누구나 다 마찬가지일 텐데 죽는 그날까지 내가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영화를 계속 찍을 수만 있다면 이런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그만큼 영화를 찍으려고 준비하는 과정이라든가 그 결과를 맞이하는 과정은 굉장히 어렵고 힘든 일이니까 그걸 끝까지만 해 낼 수 있다면 이런 정도 바람을 갖고 있죠.
◇ 임미현> 그나저나 감독님, 요즈음 영화 찍고 계시다고 하셨잖아요. 제목이 소원 맞습니까?
◆ 이준익> 소원, 10월 2일날 개봉합니다.
◇ 임미현> 10월 2일날 개봉하고요. 그런데 최근에 현장 사진 하나가 공개됐는데요. 배우들, 감독님까지도 울고 있더라고요. 왜 그러신 겁니까?
◆ 이준익> 소재가 너무나 가슴 아픈 이야기여서 배우들이나 스텝들도 저 뿐만 아니라 스텝들도 마찬가지고, 촬영을 들어가기 전에 리허설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는 거의 안 했어요. 워낙 또 연기력들이 출중한 분들이라서 저 같은 경우 모니터를 보니까 거기에서 나타나는 감정과 심리의 미묘한 조합들을 몰입하다보면 그냥 눈물이, 그냥 눈물이 나와요. 울어야지 이런 준비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나옵니다. 그런 것들이 옆에 있는 스텝들이나 배우들도 같이 목격하기 때문에 특히 소재가 갖고 있는 아픔과 고통의 밑바닥에.
◇ 임미현> 아동 성폭행 사건을 담아 내신 거죠?
◆ 이준익> 특히 조심스럽지 않습니까? 아동성폭행 사건을 영화로 한다는 것 자체가 가해자 쪽보다는 피해자의 아픔과 고통과 암담한 미래, 과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살아 낼 것인가, 어떻게 살아 낼 것인가. 이게 영화 찍으면서 마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 속에 히어로 이런 게 아니고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일에서 오는 한 가족, 한 인간, 개인이 겪는 고통이라는 것이 그냥 찍는 내내 계속 거기 매달려 있다 보니까 옆에서 툭 치면 눈물이 톡 나와요.
◇ 임미현> 말씀을 들으니까 저도 기대가 됩니다. 감독님, 오늘 말씀 감사하고요. 영화 소원 무사히 잘 마무리하시기 바라겠습니다. 개봉하면 다시 한 번 나와주세요. 바쁜 촬영 중간에 이렇게 인터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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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9/2(월) 이준익 감독 "8월 한달 관객 무려 이천만 맞은 한국영화계 명암"
2013.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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