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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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9/13(금) 이재학 씨 (故 이신애 중위 아버지) "추모비 건립될듯...감사해"
2013.09.13
조회 2589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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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 과로사 순직 결국 인정, 세상은 혼자가 아니네요"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故 이신애 중위 아버지, 이재학 씨


지난 2월, 한 여군중위가 임신 7개월에 과로를 하다가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유족들은 엄연한 순직이라고 주장했지만, 군에서는 ’일반사망‘ 으로 처리를 해버렸죠. 국가권익위원회마저도 ‘순직이 맞다. 권고결정’을 내렸습니다만, 군 측은 묵묵부답, 반응이 없었죠. 그래서 어제 저희가 고 이신애 중위의 아버지와 사전인터뷰를 했고요. 오늘 방송을 내보내기 전에 각 포털사이트에 먼저 그 인터뷰전문을 게재했습니다.

그런데요. 이 기사가 나오자마자 뜨거운 여론의 반향이 있었습니다. 많은 국민들 분노했고요. 순직처리를 해야한다는 촉구가 터져 나왔죠. 결국 이 인터뷰가 포털사이트에 올라간 지 반나절 만에 육군본부에서는 ‘이신애 중위를 순직으로 인정하겠다’ 고 발표를 했습니다. 순직으로 인정받은 고 이신애 중위의 아버지, 이재학씨를 연결합니다.


◇ 김현정> 마침내 육군본부가 순직으로 인정한다고 했습니다. 심경이 어떠세요?

◆ 이재학> 이 세상은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많은 분들의 도움이 순직 처리하는데 큰 힘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상당한 이슈가 됐다는 걸 혹시 아십니까?

◆ 이재학> 네. 얘기를 들었습니다.

◇ 김현정> 이런 여론이 영향을 좀 미쳤을까요?

◆ 이재학> 제가 정식적으로 육군에서 통보를 받진 못했지만 순직하는데 많은.. 큰 힘이 됐으리라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아마 딸 이신애 중위도 이 소식을 듣는다면 지금이라도 안도의 한숨을 쉬겠죠?

◆ 이재학> 네. 하늘나라에서 다 지켜보고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래서 우리가 이 사건을.. 마음이 아프지만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그러니까 딸이 사망한 게 지난 2월이었죠?

◆ 이재학> 네. 2월 3일, 7시 47분인가...

◇ 김현정> 그때가 임신 몇 개월 상태였죠?

◆ 이재학> 임신 7개월째로 접어들고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마지막 사망 당시의 상황은 어떻게 된 겁니까?

◆ 이재학> 한 달 정도.. 아마 많이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훈련준비나 이런 거, 여러 가지로. 그리고 자기 책임감 때문에 열심히 하려고 했던 게 아마 과로가 됐던 것 같습니다. 그 과로를 누구한테 하소연 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 김현정> 과로라면 도대체 어느 정도였나요?

◆ 이재학> 국민권익위원회에서 파악을 했더라고요. 1개월 초과근무가 53시간 됐을 정도면 밤늦게까지 근무했고, 또 새벽같이 출근을 한 걸로 파악됐습니다.

◇ 김현정> 만약 저녁 7시쯤 일이 끝났다면, 그때 산부인과에 가긴 힘들었을까요?

◆ 이재학> 인제군 전체에 산부인과가 없습니다.

◇ 김현정> 아, 하나도 없어요? 인제군 전체에?

◆ 이재학> 네. 인제군 전체에 하나도 없습니다. 인제군 뿐만 아니고, 시군구에 산부인과 없는 곳이 아마 4~50여개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럼 업무 중에는 산부인과 가기가 어려웠을 거고. 휴가를 내보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도 드는데요?

◆ 이재학> 휴가는 1개월 전에 신청을 해야.. 원래 3월에 출산휴가가 계획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출산휴가까지 버티려고 많이 노력을 했죠.

{IMG:2} ◇ 김현정> 휴가를 나가려면 1개월 전에 신고를 해야돼요?

◆ 이재학> 네. 갑자기 휴가 가는 건 없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까운 곳에 병원이 있으면 휴가는 아니더라도 잠깐 갔다 올 수가 있는데, 조치를 받을 수가 있는데... 또 군인들은 위수지역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지역을 벗어나면 안 되는 건데, 간부들이나 병사들 다 포함됩니다. 그래서 인제군에는 산부인과가 없기 때문에 거기로 가려면 군 규정상 인제군을 벗어나야 합니다.

◇ 김현정> 그래서 휴가를 낼 수밖에 없는 거군요. 그런데 휴가는 1개월 전에 내야하니, 갑자기 아프면 어쩔 수 없는 게 되네요?

◆ 이재학> 갑자기 아픈 건 기본적으로 응급처치는 할 수 있어도 임신한 여성의 경우, 당장 아프면 산부인과부터 생각하지 다른데 생각하지 못하거든요. 그것도 어려웠고... 퇴근해서 아프니까 제일 가까운 산부인과가 속초거든요. 지형의 특성상 높은 산을 넘고 해야 하는데요. 넘다 보면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고 스트레스가 자기도 모르게 몸에 발생을 하죠. 그러다 보니까 속초에 도착했을 때는 상황이 안 좋으니까 산부인과 의사가 ‘큰 병으로 가보라’ 해서 강릉에 있는 아산병원으로까지 간 거죠.

◇ 김현정> 그게 마지막 사망 당시의 상황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 이재학> 네. 큰 병원에 갔을 때는 이제 뇌졸중 증세가 보여 가지고... 뇌졸중 중에서도 뇌출혈로 그렇게 된 거죠.

◇ 김현정> 그런데 육군본부에서는 ‘그래도 이건 순직이 아니다. 일반사망이다.’ 구체적으로 뭐라고 했던 거죠?

◆ 이재학> 크게 두 가지로 나눠서요. 첫째는 ‘지금까지 여군이 생긴 이래로 임신 중에 사망한 여군이 없었다. 그런 판례가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둘째는 과로로 인한 사망이면 순직처리가 되는데, 과로가 아니고 ‘네가 임신해서 죽었다. 그냥 단순히 사망이다.’ 이렇게 처리가 된 거죠.

◇ 김현정> 그래서 유족은 이걸 인정하지 못하고 권익위원회까지 갔던 거군요. 권익위원회는 ‘순직이 맞다.’ 여론도 ‘이게 순직이 아니고 뭐냐.’ 결국 육군본부도 순직처리로 방향이 흘러 온 겁니다. 7개월간의 기간, 아버님에게는 굉장히 길었죠?

◆ 이재학> 계속 인내심을 갖고 기다린거죠. 최초에 정상적으로 순직이 됐다면 세상 사람들이 이 부분을 알겠습니까? 오히려 순직이 됐다면 우리는 그냥 국립묘지에 묻고... 어떤 사각지대에 이런 아픈 부분이 노출 안 됐을 텐데,..

◇ 김현정> 말하자면 여성 군인들에 대한 군대 내 부조리함, 이런 것들이 드러나지 않았을 거란 말씀이시군요?

◆ 이재학> 네. 이걸 통해서 우리 신애가 어떤 역할을 하고 세상을 떠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아버님. 딸 이신애 중위의 유골을 아직도 아버님 방에 두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 이재학> 네. 왜냐하면 이게 해결이 되기 전까지는 눈을 못 감겠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봉안소에 있는 것보다는 제 방에 갖다놨어요.

◇ 김현정> 이제는 보내실 수 있겠네요.

◆ 이재학> ...... 네. 하여튼 뭐... 국립묘지에 묻히게 되면... 제 마음의 짐이 한결 덜어지는 거죠.

◇ 김현정> 딸 이신애 중위가 생명이 위독했음에도 아기를 낳고 숨을 거뒀다고요?

◆ 이재학> 네. 아무래도 위험하다고 판단한 모양이에요. 그래서 일단 아이부터 살리자. 해서 제왕절개로 아기를 낳고 697g으로...

◇ 김현정> 임신 7개월에 697g. 그 아기는 지금 건강합니까?

◆ 이재학> 네. 아이가 이제 6개월 정도 됐습니다. 재롱도 떨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아기, 이름이 뭔가요?

◆ 이재학> 성우입니다.

◇ 김현정> 성우... 성우 예쁜 짓 많이 하죠?

◆ 이재학> 네. 귀엽죠. 웃기도 하고요. 근데 제가 성우 얼굴 쳐다보다가 마음이 아픈 게 신애를 또 많이 닮았어요. 그래서 예쁘다가도 신애 얼굴이 겹쳐지니까 마음이 그렇죠, 뭐... 마음이 그래가지고 눈물을 안 흘리려고 해도 눈에 눈물이 자꾸 맺혀지죠...

◇ 김현정> 아버님, 그래도요. 성우가 자라나서 엄마가 이렇게 국가를 위해서 일하다가 숨진.. 순직한 훌륭한 분이라는 걸 알면 자랑스러워 할 겁니다.

◆ 이재학> 네. 그래서 부대 자체 내에 추모비를 세우는 게 원래는 어려운데, 그걸 계획까지 다 했었어요. 행사를 하려고 했는데.. 순직처리가 안 되는 바람에 보류가 됐죠.

◇ 김현정> 그럼 이제 순직처리가 됐으니까 추모비 건립도 가능하겠네요?

◆ 이재학> 그건 사단장님의 재량 하에 행사가 있을 것이라 보고요. 사단에서도 순직처리를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 김현정> 아버님, 성우 생각을 해서라도 힘내시고요. 손자 잘 키우셔야 합니다. 늦게라도 이신애 중위의 명예가 회복된 것 같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어려운 가운데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