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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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9/23(월) 김준혁 경희대 교수 "60년만에 돌아오는 문정왕후 어보, 시민단체의 승리"
2013.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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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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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준혁 경희대 교수



여러분, ‘어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조선왕실에서 쓰던 도장을 뜻합니다. 그런데요, 문정왕후가 쓰던 도장, 어보가 무려 62년 만에 미국에서 우리나라로 귀환한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죠. 당연히 우리나라에 있어야 할 왕실 도장이 어떻게 일본도 아니고, 중국도 아닌 미국에 가 있었던 걸까요? 이거 알고 보니까 미국 병사의 소행이라는데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자세하게 들어보죠. 이 어보가 돌아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신 분이세요.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김준혁 교수, 연결이 돼 있습니다.

◇ 김현정> 제가 단순하게 왕실의 도장 어보, 이렇게만 소개했는데 이게 구체적으로 어떤 곳에 쓰이던 겁니까?

◆ 김준혁> 이 어보라고 하는 것은 국왕이나 아니면 왕비 이 분들에게 새로 높이는 존호를 받들어 모실 때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서 새로 만드는 건데 이번에 이제 문정왕후 어보 같은 경우는 문정왕후의 아들이었던 명종이 왕으로 등극을 하고 나서 수렴청정을 하게 되는 과정에서 수렴청정을 기념하는 의미로 만들어 진 매우 특별한 어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그 특별한 어보가, 도장이 어쩌다가 미국 로스앤젤레스 박물관까지 흘러 들어가게 된 거예요?

◆ 김준혁> 굉장히 슬픈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한국전쟁 기간에, 그 당시에 미군이 깊은 생각을 가지고 우리를 좀 지켜주기 위해서 참전을 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런 과정에서 이제 국가 주요 시설물들을 미군들이 이렇게 보호를 하게 됐었어요. 그런 과정에서 전쟁이 끝나갈 무렵쯤 돼서 종묘를 지켰던 미군 병사들이 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기념품을 챙기는 일들이 아마 있었던 모양입니다.

◇ 김현정> 미군 차원이 아니라 그냥 개인적으로?

◆ 김준혁> 그렇죠. 그것이 뭐 집단적으로 했던 것은 아니었고. 어쨌든 미군 개개인들의, 잘못된 병사들이 있었겠죠. 그런 것들이 단순하게 우리 한국전쟁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여러 기록을 보게 되면 2차 세계대전이라든가 베트남 전쟁 등 여러 전쟁 기간에서 특별한 유물을 훔쳐 가는 그런 일들이 좀 있었던 건 사실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랬다가 이것을 이제 박물관에 기증한 건 아닐 테고, 어떻게 또 박물관까지 가게 됐어요?

◆ 김준혁> 글쎄요, 그게 당시 미군 병사가 가지고 갔는데 그게 이제 미군 병사가 계속 소장하고 있다가 다른 분한테 넘겼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2000년에 LA 카운티의 LACMA 박물관이 한 개인으로부터 당시 문정왕후 어보를 구입했고 그때부터 그 박물관의 한국관에 전시를 하게 됐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우리는 그걸 가져갈 때 전혀 몰랐던 건가요, 정신없어서?

◆ 김준혁> 그랬던 것은 아니었고요. 당시 도난을 당했던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이제 그 부분과 관련해서, 이 어보가 딱 문정왕후 어보 하나만 도난 당했던 것이 아니라 당시 종묘에서 문정왕후 어보를 포함해서 47과의 어보가 함께 도난이 됐어요. 그래서 당시에 이 부분에 대해서 중위, 한국대사였던 양유찬 대사가 미국 국무부에 ‘종묘에서 어보가 도난을 당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당신들이 조사를 해달라’ 이런 보고를 하게 됐고 미 국무부가 자체조사를 하게 됐어요. 그래서 조사를 해보니까 ‘이 어보가 미군 병사에 의해서 약탈된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자체적으로 보고서를 남겨놓게 된 것이죠. 이게 나중에 굉장히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 겁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러면 자체조사하고 보고서까지 나왔는데 왜 그때 바로 돌려 받지 못했습니까?

◆ 김준혁> 글쎄 뭐, 그때 전쟁 이후에 우리가 어쨌든 미국에게 공식적으로 요구를 할 수 있는 아마 그런 상황이 아니지 않았을까. 그런 것들이 한. 미간의 관계문제에 있어서..

◇ 김현정> 복잡했군요.

◆ 김준혁> 네, 아마 그렇게 추정하고 이해를 하시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선진국에 이런 식으로 흘러 들어간 게 한 두 건이 아니죠. 그리고 다 돌려 받지 못한 게 한 두 건이 아니죠.

◆ 김준혁> 지금 우리가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약탈 내지는 기증이라고 하는 명분으로 뺏긴 것들이 지금 문화재청에서 조사한 공식 보고서에 의하면 15만 2,000건 정도 되는 거예요.

◇ 김현정> 15만 건이 넘어요?

◆ 김준혁> 그렇죠. 엄청난 숫자인데 이것은 현재 조사된 것이 해당 국가의 국가기관이라든가 아니면 개인박물관, 즉 공식기관에 있는 것만 조사된 것이고 개인이 소장되고 있는 것은 조사되지 못했기 때문에 그것까지 합쳐지면 약 한 45만 건에서 50만 건 정도로 우리가 이렇게 추정을 하고 있는 편입니다.

◇ 김현정> 그 중에 우리가 지금 한 건 돌려 받는 겁니다. 어보 하나 찾았어요, 문정왕후 어보. 이것 어떻게 찾게 되셨어요?

◆ 김준혁> 사실 이 부분은 좀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2000년도에 LACMA 박물관에서 전시를 하게 됐고 우리나라, 이제 국민 문화재 연구소에서 해외 반출된 문화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어보가 LACMA에 있던 것을 확인하게 됐는데, 문제는 이 부분이 우리가 국제협약에 의거하게 되면 도난당했다라고 하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심정적으로 충분히 약탈돼서 뺏긴 거라 하더라도 반환요청을 할 수가 없어요.

◇ 김현정> 그럼 이번에는 어땠습니까?

◆ 김준혁> 그런데 이제 그 문화재 제자리 찾기 공동대표를 하고 계시는 혜문스님께서 메릴랜드에 있는 미국 국가기록원에서 당시에 미국 국무부가 1956년도에 남겨놓았던 그 보고서를 찾게 된 거죠. 그래서 이 서류를 가지고 우리가 이제 공동대표단을 꾸리고 환수운동을 하게 됐던 것입니다.

◇ 김현정> 잘 하셨네요. 그 서류하나가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돌아오게 됩니다.

◆ 김준혁> 그렇죠. 만약에 그 서류를 발견하지 못했었다라고 한다면 이 문정왕후 어보를 반환 받을 수가 없었죠.

◇ 김현정> 참 다행입니다. 아까 말씀하시기를 공식적으로 15만 건, 비공식적으로는 45만 건도 넘을 거라 이런 말씀하셨는데 교수님 개인적으로 말입니다. ‘이것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죽기 전에 꼭 한 번 돌려 받는 모습 보고 싶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 하나만 꼽아주신다면?

◆ 김준혁>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금강산에 있었던 종이라고 볼 수 있어요.

◇ 김현정> 금강산에 있었던 종이요?

◆ 김준혁> 1906년도에 일본인이 강제로 뺏어서 그것을 가지고 대동아공영권을 목표로 해서 지금 중국 대변에 갖다 놓은 게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 종을 중국과 협상을 해서 꼭 찾아와서 다시 북한에 돌려주고, 현재 남북관계가 굉장히 경색되어 있지 않습니까? 오히려 이걸 우리가 중국에서 찾아와서 금강산에 돌려줌으로써 남북 간에 평화도 이루게 되고 또 아시아 전체의 문화유산을 통해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상호 협력하는 이런 것을 하고 싶은 생각이 가득하고요. 제일 먼저 이것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죠.

◇ 김현정> 국립 고궁박물관으로 돌아오는 그 어보, 저도 한 번 꼭 직접 보러가야겠습니다.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