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0/17(목) 김대호 소방장 "11층에서 떨어진 여성과 부딪혀 목숨살린 소방관"
2013.10.17
조회 543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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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대호 부산진소방서 소방장



구사일생. 최근에 이 구사일생이라는 말과 딱 어울리는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엊그제 화요일 11층에서 자살소동을 벌이던 한 20대 여성이 추락했는데요. 골절상만 입고 살아났습니다. 그 이유를 보니까 다름 아닌 한 소방관이 자신의 몸으로 이 여성을 받아낸 건데요. 칭찬이 자자합니다. 하지만 이 소방관, 쑥스럽다면서 인터뷰는 고사했는데 저희가 어렵게 섭외를 했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 부산진소방서 김대호 소방장 연결해 보죠. 김대호 소방장님, 괜찮으세요?

◆ 김대호> 네, 몸도 건강하고 좋습니다.

◇ 김현정> 다행입니다. 그런데 지금 병원에 입원 중이시라면서요?

◆ 김대호> 다리 무릎쪽이 조금 다쳐서 가벼운 수술했습니다.

◇ 김현정> 수술까지 받으셨는데 그게 가벼운 건 아닐 것 같은데요.

◆ 김대호> 연골이 조금 파열되고 인대들이 조금 파열됐다고 합니다.

◇ 김현정> 연골파열, 인대파열. 그 소방장님 위로 떨어진 자살소동 벌이던 그 여성은 어떻습니까?

◆ 김대호> 다리하고 팔쪽에 골절이 있고 나머지는 다 건강하시다고 들었는데 제발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 김현정> 물론이죠. 그래요. 당시 상황으로 그럼 한번 돌아가 보죠. 그러니까 119로 신고 들어온 게 몇 시쯤입니까?

◆ 김대호> 한 새벽 3시 27분쯤.

◇ 김현정> 새벽 3시. 뭐라고 들어왔어요, 처음에 신고는?

◆ 김대호> 아파트 쪽에서 자살시도를 하는 여 구조자가 있으니까 출동지령이 내려왔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출동을 했더니 어떤 상황이 눈앞에 펼쳐져 있던가요?

◆ 김대호> 11층 창문에 여 구조자가 고함을 지르면서 창문에 나와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 김현정> 창문에 나와 있다? 창문에 걸터앉아 있었어요? 서 있었어요?

◆ 김대호> 걸터앉아 있는.

◇ 김현정> 걸터앉아서 나 자살하겠다 이런 소리를 지르면서?

◆ 김대호> 방문은 잠가놓은 채로.

◇ 김현정> 사실은 그게 궁금했거든요. 11층에서 그렇게 하고 있으면 뒤로 해서 문을 따고 들어가면 안 되나 생각했는데.

◆ 김대호> 우선 그 여자분이 창문 밖으로 나와 있기 때문에 저희가 함부로 여자분한테 접근하면 그 여자분이 혹시나 정말로 뛰어내리실까봐 함부로 접근할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 김현정> 이쪽에서 누가 집의 문을 건드리면 오히려 돌발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까 일단 최대한 안정시키는 게 먼저군요?

◆ 김대호> 저희가 최대한 신중하게 행동해야 됩니다.

◇ 김현정> 소리를 지르고 창문에 걸터앉아서 이렇게 고함을 지르고 한 게 시간이 꽤 흘렀습니까?

◆ 김대호> 도착한 후로 한 30분 정도.

◇ 김현정> 도착한 후로 30분. 그러면 떨어지기 전에 30분 정도의 시간이 있었으면 에어매트를 땅에다 바로 까셨으면서 되는 거 아닌가요?

◆ 김대호> 그 현장상황이 에어매트를 땅에 바로 깔 수 있는 그런 환경이 아니었습니다. 그 여자분이 있는 건물은 그 건물 정면은 에어매트를 바로 깔 수 있는 평지였는데 그 여자분이 창문으로 나와 있는 부분은 그 옆에 2층짜리 건물이 따로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한 1m에서 2m간격을 두고 거의 2층 건물 옥상에 깔아야 되는데 시간이 새벽 시간대라서 문을 다 잠그고 있는 상황이었고 에어매트라는 게 그 길이가 3~5m 정도, 높이가 한 3m 이 정도 나오는 건데.

◇ 김현정> 굉장히 크네요.

◆ 김대호> 그게 접어도 무게가 상당히 나갑니다.

◇ 김현정> 무게가 대략 어느 정도나 나갈까요?

◆ 김대호> 저희가 에어매트를 평지에서 이동하는데도 성인이 4명이 붙어서 이동할 수 있는 그 정도 무게기 때문에 2층까지 그걸 가지고 올라가야 되기 때문에...

◇ 김현정> 그랬군요. 정리를 하자면 그러니까 그 여성이 떨어지려고 하는 위치가 평지에 바로 에어매트리스를 깔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옆 건물 2층짜리 옆 건물 옥상까지 가서 깔아야 되는 상황. 그런데 문은 잠겨 있는 상황. 매트리스는 너무나 무거운 상황. 시간이 상당히 걸릴 수밖에 없었군요. 그래서 여차여차해서 깔기만 하면 되는데 그때 다급한 소리가 들려온 거군요?

◆ 김대호> 상황이 그때 여자분이 더 흥분하셨어요. 여자분을 보고 에어매트를 깔고 있는데 옆에서 ‘떨어진다, 떨어진다’ 이런 소리가 들렸습니다.

◇ 김현정> 떨어진다, 떨어진다. 그럼 본능적으로 위를 쳐다보셨겠네요?

◆ 김대호> 뒤쪽을 돌아봤습니다.

◇ 김현정> 그랬더니 정말 여성이 떨어지고 있었어요?

◆ 김대호> 순간 찰라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 김현정> 쳐다보는 순간 그냥 충돌한 거군요. 본능적으로 사실은 쳐다보고 떨어지는 것 같으면 옆으로 피하실 수도 있었는데 안 피하신 거예요?

◆ 김대호> 그 상황에서 제가 그 여자분이 떨어지는 걸 미리 보고 피했다, 아들이나 아내한테 그리고 소방관으로서 부끄러운...

◇ 김현정> 부끄러웠을 거다.

◆ 김대호> 부끄러워서 아마 평생을 괴로워했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소방관의 본능으로서 피하지 못하신 거예요?

◆ 김대호> 그건 저를 너무 좋게 포장해 주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겸손하시죠. 그래서 결국 떨어진 그 여성하고 소방장님 어디하고 충돌이 된 겁니까?

◆ 김대호> 등쪽 부위하고 어깨쪽으로 그 여성분이 충돌했습니다.

◇ 김현정> 여성의 어느 부분이 떨어진 거예요?

◆ 김대호> 뒤에서 떨어져서...

◇ 김현정> 그 순간 어떤 심경이셨어요?

◆ 김대호> 부딪치고 난 뒤에 쇠망치로 치는 듯한 그런 느낌이랄까요? 숨이 턱 막히더라고요. 아들하고 와이프 생각이... 제가 넘어지고 여자분을 보니까 신음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저희 직원들이 그 여자분하고 저한테 몰려서 저는 괜찮다고...

◇ 김현정> 여자분한테 가보라고, 나는 괜찮다고.

◆ 김대호> 그렇게 했습니다.

◇ 김현정> 소방장님, 하여튼 지금 몸이 좋지 않으신 상황이어서 크게 말씀하실 힘도 없으시죠?

◆ 김대호> 크게 말할 수 있는데 제가 지금 그때 그 감정이 조금...

◇ 김현정> 감정 때문에 크게 말씀을... 그래요, 이해가 됩니다.

◆ 김대호> 제가 와이프한테도 병원에 한 9시쯤에 전화를 했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 김현정> 바로는 연락을 안 하셨어요, 가족들한테?

◆ 김대호> 걱정할까 봐 연락 안 했습니다.

◇ 김현정> 걱정할까봐. 그렇게 해서 바로 병원으로 실려가신 건데. 대체 그 여자분은 왜 그랬다고 합니까? 나중에 들어보셨어요, 사연을?

◆ 김대호> 실연을 당해서 그랬다고 합니다.

◇ 김현정> 실연을 당해서... 그 여성의 가족들하고 혹시 연락이 닿았나요?

◆ 김대호> 연락은 닿지 않았는데 아마 지금 그 가족분들이나 그 여자분도 저한테 연락하고 그럴 여유가 없을 겁니다.

◇ 김현정> 생명의 은인이라고 전화가 왔을 법도 한데 아직은 아무 연락이 없는 거군요. 서운하지는 않으세요?

◆ 김대호> 서운한 게 아니라 저는 그 여자분이 살아줘서 너무 고맙고요. 그리고 저한테도 이런 일이 있음으로써 저도 두 번째 제 삶을 어떻게 보면 하늘이 주신 것 아닙니까? 저나 그 여자분이나 두 번째 삶, 그 여자분도 자기 삶의 소중함을 좀 더, 이제 두 번째 삶이니까 제발 건강하게 다 나아서 자기 생활 열심히 충실했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하느님이 주신 두 번째 삶이다. 그 여성이나 소방장님이나. 참 좋은 말씀이네요. 김대호 소방장님, 몸조리 잘하시고요. 제2의 삶,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셔야 됩니다.

◆ 김대호>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