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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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0/10(목) 조윤서 어린이, 이수열(제안자) "층간소음, 손글씨 편지로 해결하세요"
2013.10.10
조회 1410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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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조윤서 어린이, 이수열(제안자)


층간소음, 이제는 이웃 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로까지 대두가 되고 있죠. 엊그제는 층간소음 문제로 1층에 살던 주민이 2층에 사는 부부에게 낫을 휘두르는 끔찍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서울 도봉구에서는 지금 ‘층간소음 엽서보내기 운동’이라는 게 한창 벌어지고 있답니다. 더 놀라운 건 관이 주도한 게 아니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이 운동을 시작했다는 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엽서 한 장으로 과연 층간소음 문제가 해결이 될까’ 싶은데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죠. 먼저 아랫집으로 보낸 엽서 한 장이 언론에 공개가 되면서 어제 하루 동안 화제가 됐던 초등학생입니다. 조윤서 양을 연결을 해보죠. 윤서 양, 안녕하세요.



◆ 조윤서> 네, 안녕하세요. 저는 신학초등학교 1학년 1반 조윤서입니다.

◇ 김현정> 1학년 1반, 8살이에요?

◆ 조윤서> 네.

◇ 김현정> 정말 어린 꼬마네요. 윤서는 지금 아파트 사는 거죠?

◆ 조윤서> 네.

◇ 김현정> 집에서 많이 뛰는 편이에요?

◆ 조윤서> 네, 자주 뛰어요. 친구들이 많이 놀러 와요.

◇ 김현정> 친구들이 많이 놀러 와서. 몇 층 살아요, 지금?

◆ 조윤서> 9층이요.

◇ 김현정> 그러면 우리 윤서 양이 뛸 때 마다 ‘아랫집에 좀 미안하다, 뛰지 말아야지’ 이런 생각은 안 해봤어요?

◆ 조윤서> 해봤어요.

◇ 김현정> 그래도 먼저 아랫집 내려가서 아주머니, 아저씨한테 ‘죄송합니다’ 이렇게 얘기한 적은 한 번도 없죠?

◆ 조윤서> 네.

◇ 김현정> 평소에 혹시 아랫집하고 인사하거나 아는 사이였어요?

◆ 조윤서> 아니요.

◇ 김현정> 그런 사이도 아니었고. 그러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편지를 쓰게 된 거예요. 어색하지는 않았어요?

◆ 조윤서> 조금 어색했어요.

◇ 김현정> 그러면 우리 윤서가, 우리 8살 윤서가 아랫집 아주머니, 아저씨에게 쓴 그 편지 잠깐 여기서 읽어줄 수 있을까요?

◆ 조윤서> 808호 아주머니께, 안녕하세요. 저는 908호에 사는 조윤서입니다. 제가 집에서 뛰기도 하고, 줄넘기도 하는데 다음부터는 안 뛰고 앉아서 얌전히 놀게요. 특별히 친구들이 올 때는 제가 엄청 많이 뛰는데 다음부터는 친구들이 와도 얌전히 놀게요. 제가 많이 뛰어서 힘드시죠? 이제부터 안 뛸게요. 윗집에 사는 신학초등학교 1학년 1반 조윤서입니다.

◇ 김현정> 그렇게 썼구나. ‘제가 많이 뛰어서 힘드시죠? 이제부터는 안 뛸게요.’ 이렇게 해서 편지를 어떻게 전달했어요, 808호 아주머니에게?

◆ 조윤서> 우체통에 넣었어요.

◇ 김현정> 그리고 나서 답장이 왔어요?

◆ 조윤서> 네.

◇ 김현정> 그 편지 가지고 있어요, 혹시? 아주머니가 보내주신 펀지.

◆ 조윤서> 네.

◇ 김현정> 그것도 잠깐만, 제일 윤서가 감명 깊었던 부분 읽어줄 수 있을까요?

◆ 조윤서> 네. 윤서야, 안녕. 808호 아주머니에요. 윤서의 편지 잘 받았어요. 답장이 늦었지요? 윤서가 조심해서 뛰는 소리가 덜 들려 고마웠어요. 아주머니 집은 다 큰 언니 둘이 있어요. 언니가 윤서의 편지 보고 귀엽고 고마워했지요. 두 번만 자면 추석이네요. 송편도 많이 먹고 달구경, 가족과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만나면 반갑게 서로 인사해요, 꾸벅 꾸벅. 808호 아주머니가.

◇ 김현정> 이 편지 받고 어땠어요, 윤서?

◆ 조윤서> 마음이 기뻤어요.

◇ 김현정> 마음이 기뻤어요. 그 다음부터는 아주머니 얼굴 보면 인사도 잘 하고?

◆ 조윤서> 엘레베이터에서 만나면 인사했어요.

◇ 김현정> 그 편지를 주고 받기 하고, 주고 받은 후하고 느낌이 많이 다르죠, 아주머니 얼굴 볼 때도?

◆ 조윤서> 네.

◇ 김현정> 그러면 실제로 잘 안 뛰고 요새는 얌전하게 지내요?

◆ 조윤서> 네.

◇ 김현정> 친구들 놀러 와도?

◆ 조윤서> 네.

◇ 김현정> 어떻게 얌전하게 놀아요?

◆ 조윤서> 그냥 앉아서 인형 가지고 놀고, 어떨 때는 너무 심심하면 컴퓨터해요.

◇ 김현정> 사실은 아이들이 뛰어놀아야 좋은 건데 우리가 놀지 말라고 하는 것도 참 그렇긴 합니다마는 어쨌든 층간소음 문제는 이렇게 조금씩 소통하면서 자제해 가고 있다는 이야기에요. 윤서 양, 편지 잘 썼고요. 오늘 고마워요, 공부도 열심히 하고요.

◆ 조윤서> 네.

◇ 김현정> 1학년 8살 윤서 양을 먼저 만나봤습니다. 윤서 양?

◆ 조윤서> 감사합니다.

◇ 김현정> 네, 감사합니다. 옆에 아저씨 한 분 계시죠? 아저씨 한 번 바꿔주세요.

◆ 이수열> 네, 바꿨습니다.

◇ 김현정> 지금부터 만날 분은 이 편지보내기 운동을 처음 고안한 분, 아이디어를 낸 주민이세요. 도봉구의 이수열 씨, 지금 연결이 돼 있습니다. 어떻게 ‘이웃들끼리 편지를 주고 받아보자’ 이런 아이디어를 내셨어요?

◆ 이수열> 날이면 날마다 분쟁의 소지가 있고 살인까지도 하는 보도 방송을 많이 접하면서, 이미 아파트가 지어진 상태에서 보수를 할 수는 없고. 거기에 따라서 주민이 맞게 살아야 된다는 얘기에서 착안을 하게 됐습니다. 어디서부터 생각을 할까, 꽃밭 가꾸기부터 처음에 시작을 했어요. 그래서 어린이들이 많이 나오는 걸 알아서 ‘그럼 아이들이면 학교를 다니지 않느냐. 초등학교가 가장 좋겠구나’ 라는 것을 또 착안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학교를 가서 신학초등학교 교장선생님하고 얘기를 해 본 결과 99%, 두 명만 빼고 거의 다에요.

◇ 김현정> 학교에 제안을 하셨군요. 아이들이 편지를 쓰면 자연히 이 아파트 단지 아이들이니까 자연스럽게 이웃 간에 소통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겠구나.

◆ 이수열> 거기에도 문제가 많이 있는 게, 나중에는 또 개인감정이 많이 있는 편지가 있었어요. 사례를 보면 10회 이 싸운 데도 있고요.

◇ 김현정> 이미 많이 싸운 집들이 있을 수밖에 없겠네요. 그런 집은 편지를 어떻게 써요?

◆ 이수열> 그래서 너무 강요라든가, 요구에 해당하는 편지는 걸렀어요, 저희가. 발송을 못했어요.

◇ 김현정> 오히려 편지 보내서 이게 독이 될 것 같으면 그런 편지는 걸렀내셨군요.

◆ 이수열> 맞습니다. ‘그런 과정이 상당히 좀 신경 쓰는 부분이었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 김현정> 어쩔 수 없이 편지를 다 읽어보긴 읽어보셨군요.

◆ 이수열> 네.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이수열 선생님, 통장이세요? 반장이세요?

◆ 이수열> 저는 자원 봉사하는 사람입니다.

◇ 김현정> 자원봉사단장님?

◆ 이수열> 단장님 보다 그냥.

◇ 김현정> 마을의 자원봉사대를 이끌고 있는 분?

◆ 이수열> 조금 리드하는, 이제 4~5년 차 됐습니다.

◇ 김현정> 사실 이런 일이, 주민간의 소통을 이끌어 내는 일을 한다는 게 돈이 나오는 일도 아닌데, 쉬운 일은 아닐 텐데 말이에요. 그래서 이렇게 오고 간 편지가 몇 통이나 되나요?

◆ 이수열> 1,400여 통이요.

◇ 김현정> 얼마동안이요?

◆ 이수열> 6개월 동안.

◇ 김현정> 그러면 이렇게 실제로 1,400여 통의 편지가 오고 간 뒤에 달라졌습니까?

◆ 이수열> 네, 많이 달라졌습니다.

◇ 김현정> 어떤 식으로요?

◆ 이수열> 이웃을 배려하고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신다는 분들이 1,381명이 응답을 하였습니다.

◇ 김현정> 설문조사를 했더니, 그게 몇 %가 되는 거예요?

◆ 이수열> 90% 정도가 나왔습니다.

◇ 김현정> 실제로 관리실로 민원이 들어오던 것도 그 수가 줄어 들었나요?

◆ 이수열> 많이 줄었습니다, 절반가량.

◇ 김현정> 편지 쓰기 전과 비교했을 때 절반가량이.

◆ 이수열> 더구나 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꼬박꼬박 쓴다는 게.

◇ 김현정> 아이들 편지 받았는데 그거 받고 화낼 어른은 없거든요.

◆ 이수열> 그래서 그 아이들 편지를 받은 세대, 아래층에서는 ‘뛰는 것도 이쁘다. 너희들이 이런 감성이 있다는 걸 미처 몰랐다.’

◇ 김현정> 사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손주 뛴다고 해서 그거 시끄러워 하는 분들 없거든요. 말하자면 그런 사랑이 생기는 거예요.

◆ 이수열> 맞습니다.

◇ 김현정> 저희가 층간소음 문제를 자주다뤘는데 이렇게 훈훈한 뉴스로 전하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 이수열> 감사합니다.

◇ 김현정> 좋은 운동 도봉구에서만 할 게 아니라 많이많이 널리 좀 알려주세요.

◆ 이수열> 많이 전파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