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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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탁아림 (광주 '책읽는 벤치지기 1호)
요즘처럼 단풍이 아름다운 계절에는 바스락 바스락 낙엽 밟으면서 산책하는 분들 많이 계시죠. 그런데요.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만난 거리 벤치에서 평소에 읽고 싶던 책이 놓여 있는 걸 발견한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지금 이런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거리의 벤치에다가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책을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도록 놓아두는 그런 캠페인인데. 과연 이게 될까요? 이 운동시작한 분께 직접 확인을 해 보죠. 오늘 화제의 인터뷰 책읽는 벤치 캠페인의 기획자입니다. 광주광역시에 사세요. 탁아림 씨 연결돼 있습니다. 탁아림 씨, 안녕하세요?
◆ 탁아림> 안녕하세요. 탁아림입니다.
◇ 김현정> 책읽는 벤치 캠페인, 저는 설명을 제가 지금 하고도 잘 상상이 안 돼요. 그러니까 내가 다 읽은 책을 그냥 아무 벤치에나 놓고 오는 거예요?
◆ 탁아림> 아무 벤치는 아니고요. 이 벤치는 일상 속 보통의 공간에 책을 두는 건데요. 아무 데라기보다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을 벤치지기라고 해요. 벤치지기가 늘 오가는 곳 있잖아요. 저 같은 경우는 학교에 매일 가는데, 대학원생이니까 매일 가는데 학교 가는 길에 강의실 이동하면서 보이는 곳, 그리고 건물 바로 옆, 밥 먹으러 갈 때 이렇게 항상 일상 속에 스며들 수 있게 자기와 가까운 곳 벤치에 책을 놓아두는 거예요.
◇ 김현정> 저 같은 경우는 그러면 CBS 목동 공원 앞에 있는 벤치 하나를 정해서 제가 거기의 벤치지기가 되고 거기다 책을 갖다놓는 거예요?
◆ 탁아림> 네. 그렇죠. 출근하면서 책을 놓아두고, 그리고 퇴근하면서 책을 회수하고 이런 식으로 하면 됩니다.
◇ 김현정> 책을 그냥 벤치에 덜렁 놓는 건 아닐 테고 어떻게 놓습니까?
◆ 탁아림> 덜렁 놓는 거 맞아요.
◇ 김현정> 덜렁 놓으면 그럼 비 오고 눈 오면 어떻게 해요?
◆ 탁아림> 비 오고 눈 오는 게 저희 프로젝트의 가장 큰 취약점인데요. 저희 캐스터가 있어요.
◇ 김현정> 날씨캐스터?
◆ 탁아림> 네, 책벤 기상캐스터라고 하는데요. 저희가 커뮤니티가 있는데 페이스북 그룹에 책읽는 벤치 그룹이에요. 그곳에서 23살 정진주양이 이 친구도 그냥 대학생인데 하루 전날 밤에 일기예보를 해 줘요. 그래서 벤치지기들은 다음 날에 책을 두지 않거나 회수하거나 지퍼백에 책을 담아두기도 하고요.
◇ 김현정> 그러면 그 책이 누가 그냥 잃어버리고 놓고 간 건지 책 읽는 벤치인지 구별하기 위해서 뭔가 써 있기는 써 있습니까?
◆ 탁아림> 네. 저희가 공동의 사인물이 있어요. 그런 공동의 사인물을 보고... 처음에는 이 프로젝트 시작할 때는 사람들이 쭈뼛쭈뼛했어요. 누가 그냥 두고 간 책이 아닌가 해서.
◇ 김현정> 그러니까 분실물.
◆ 탁아림> 제가 멀리서 지켜봤는데, 사람들이 책 보나 안 보나. 그러면 누가 보고 있다는 것 보고 움찔해요. 그런데 점점 벤치지기가 늘어나고 나서 사람들이 책읽는 벤치 프로젝트를 알게 된 거예요.
◇ 김현정> 알면서, 홍보가 되면서.
◆ 탁아림> 곳곳에 공동의 사인물이 있으니까 어, 캠페인이다 하면서 책을 읽어요.
◇ 김현정> 사인물이라고 하면 뭔가 써서 붙여놓으시는 거죠, 책읽는 벤치라고?
◆ 탁아림> 네.
◇ 김현정> 지금 말씀 쭉 듣고 보니까 벤치지기라는 사람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데. 탁아림 씨가 1호가 되는 거고 지금까지 몇 명이나 벤치지기가 있습니까?
◆ 탁아림> 지금 시작한 지 두 달이 채 안 됐는데요. 105명 정도 참여하겠다고 의사를 밝혔습니다.
◇ 김현정> 그럼 최소한 105개의 벤치, 광주에 있는 105개의 벤치는 책읽는 벤치네요?
◆ 탁아림> 네. 그렇죠.
◇ 김현정> 아무나 가서 읽어도 되는 거죠?
◆ 탁아림> 당연하죠. 누구나 벤치지기로 참여할 수 있고 누구나 와서 읽을 수 있어요. 벤치는 제한을 두지 않는 오픈된 공간이잖아요.
◇ 김현정> 이런 훈훈한 아름다운 아이디어를 처음에 어떻게 고안하셨어요?
◆ 탁아림> 인터넷에서 이런 해외의 사례를 굉장히 많이 봐왔어요. 보기만 해도 굉장히 훈훈하잖아요.
◇ 김현정> 외국에서는 이런 일이 많이 벌어지고 있어요?
◆ 탁아림> 네. 그러던 중에 지인께서 네덜란드의 루일방크의 사례를 보여주면서 우리나라도 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저에게 물어봤어요.
◇ 김현정> 네덜란드에서는 어떻게 하는데요?
◆ 탁아림> 네덜란드에서는 벤치에 빨간 클립을 꽂아서 거기에 얇은 신문이나 책을 꽂아둬요.
◇ 김현정> 신문이나 책, 얇은 걸.
◆ 탁아림> 그런데 제가 거기에서 착안을 하기는 했지만 그것도 저는 약간 천편일률적으로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정말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형식에 제한을 두지 말자 이렇게 했는데. 광주시청에 근무하는 오경은님이 계시는데 이렇게 자신이 바구니를 고르고 자신이 책읽는 벤치를 정하고 하니까 마치 벤치가 도서관이 된 것 같고 자기가 도서관장이 된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그런데 탁아림 씨, 아이디어는 굉장히 좋은데 사람들이 이 책을 가져가서 영영 안 가지고 오는 사람이라든지 혹은 책이 두세 권이 있는 걸 바구니째 들고 가는 사람이라든지 훼손해 놓는 사람이라든지 이런 사고는 없어요?
◆ 탁아림> 당연히 있죠.
◇ 김현정> 있죠? 어떤 일들이 있었습니까?
◆ 탁아림> 정말 한꺼번에 사라져서 허탈했던 적도 있고. 그리고 한두 권씩 가져가는 분들도 처음에는 있었어요. 그런데 이 프로젝트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책을 내어놓는 거예요. 이게 공유문화운동의 일환으로 하고 있는 건데. 공유의 개념에 기부를 전제로 한 나눔이라는 게 포함되어 있어요.
◇ 김현정> 다 내어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한다는 말이군요?
◆ 탁아림> 네. 이런 사례가 있었어요. 지하철에 누군가 자기가 감명 깊게 읽은 책을 놓아둠으로서 다른 사람이 읽고 그것이 돌고 돌 수 있도록 그렇게 자기가 가지고 있는 걸 내어놓는 거예요.
◇ 김현정> 재미있었던 추억 같은 거, 기억 같은 거 있으세요?
◆ 탁아림> 당연히 있죠. 정말 신기하고 그랬던 순간이 있었는데. 제가 책만 가져다 놓다가 포스트잇과 펜을 가져다놨어요.
◇ 김현정> 포스트잇하고 펜을?
◆ 탁아림> 네. 그런데 밤에 잠깐 들렀는데 거기에 무언가 쓰여져 있는 거예요.
◇ 김현정> 뭐라고요?
◆ 탁아림> 그런데 연애편지였어요.
◇ 김현정> 연애편지? 누구한테?
◆ 탁아림> 아쉽게도 저에게 쓴 건 아니고 애인을 기다리면서 쓴 편지였는데 자기야에게 쓴 편지였어요. 더불어서 뜯으면 5년 솔로라는 추신과 함께요.
◇ 김현정> 다음에 애인이 오면 이 메모지를 봐라 이러면서. 이런 재미 있는 일들. 꿈을 나누는 분이네요, 이제 보니까. 문화를 나누는 분, 대학원생 탁아림 씨. 이게 광주뿐만 아니라 널리 전국적으로 번져나가서 우리나라 전체가 이런 아름다움을 나누는 이런 아름다운 벤치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100호가 아니라 1천호 1만호가 나올 때까지 잘 좀 지켜주세요.
◆ 탁아림> 저희는 아무리 무슨 일이 있어도... 저는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끼는 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를 몸소 체험을 하고 있어요.
◇ 김현정> 사실은 도시 바꾸는 게 거대한 대단한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생각이 오늘 드는데요. 탁아림 씨, 고생 많이 하십니다. 앞으로도 잘 지켜주셔야 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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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1/5(화) 탁아림 (광주 '책읽는 벤치지기 1호) "책읽는 벤치를 아시나요?"
2013.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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