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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사건담당 이철호 경위>
- 소풍 보내달란 말에 격분해 발길질
- 계모는 '교육상 체벌' 주장
- 이웃에겐 ‘학부모회장이자 멋진 엄마’
<안재진 교수>
- 모든 체벌, 강도 세지며 학대로 변질
- 계모, 친모의 문제 아냐
- ‘가정 내 아동학대는 범죄’ 인식해야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철호 경위 (울산 울주경찰서), 안재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
며칠 전 울산에서 8살짜리 여자 아이가 욕조에서 숨진 채 발견이 됐습니다. 온몸에 멍투성이, 맞아서 숨진 건데요. 부검을 해 보니까 갈비뼈 24대 중에 16대가 부러져서 폐를 찔렀다고 합니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이런 폭행을 가한 사람은 아이의 새엄마였고요. 폭행의 이유는 아이가 소풍을 가겠다고 졸랐기 때문이랍니다. 이 짤막한 기사를 읽고 저는 전혀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소풍을 가겠다는 이야기가 죽도록 맞아야 하는 이유가 된 건지. 그래서 이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먼저 수사한 경찰을 연결해 보죠. 울산 울주경찰서 이철호 경위 연결이 돼있습니다.
◇ 김현정> 우선 112로 신고를 한 건 이 아이의 새엄마였다고요?
◆ 이철호> 119에 먼저 신고를 해서 119에서 112로 연결해 준겁니다.
◇ 김현정> 출동을 해서 가보니까 어떤 상황이던가요?
◆ 이철호> 그때는 이미 사망한 상황이었고요. 아이의 상태가 그냥 단순 변사가 아닌 것으로 보여졌다고 합니다.
◇ 김현정> 엄마가 뭐라고 얘기를 했는지 자세하게 알려주시죠.
◆ 이철호> 그때 당시는 엄마가 흥분한 상태고 아이 엄마하고는 대화를 제대로 못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럼 엄마가 슬퍼하고 아이는 욕조에서 그렇게 된 거고, 기본적으로 단순 사고사라고 생각하기가 쉬운데 어떻게 단순 사고사가 아니라고 의심하게 되셨어요?
◆ 이철호> 단순 사고사, 물에 빠져 익사한 사람이 피를 흘리고 있었고 얼굴이 좀 부어있었고 몸에 멍자국이 있고 갈비뼈가 함몰된 흔적이 있기 때문에 의심을 하게 되는 거죠.
◇ 김현정> 그렇군요. 그래서 부검을 해 보니까 도대체 이게 얼마나 때린 거였습니까?
◆ 이철호> 수회 때린 것은 흔적으로 나타나있죠.
◇ 김현정> 손으로 때린 거예요?
◆ 이철호> 처음에는 손이나 발로 찬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전체적으로 발로 찼더라고요.
◇ 김현정> 발로, 8살 아이를 발로 갈비뼈를...
◆ 이철호> 네.
◇ 김현정> 아니, 도대체 8살짜리 여자아이가 때릴 데가 어디 있다고 왜 그렇게 때렸답니까?
◆ 이철호>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평상시에도 말을 안 들을 때는 체벌을 가해 왔는데 평상시와 같이 체벌을 하는 중에서 조금 더 강도 있게 했다고 이야기하기 때문에...
◇ 김현정> 상습적으로 평소에도 폭행을 했는데, 체벌 수준이 아니지 않습니까? 폭행을 했는데 이날따라 평소보다 조금 더 한 것뿐이다, 이렇게 얘기를 해요?
◆ 이철호> 그렇게 얘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이유는 뭐였답니까, 그럼 이번에 아이를 때린 이유는?
◆ 이철호> 그러니까 돈이 2천원이 없어졌는데 왜 거짓말을 했느냐, 이것 때문에도 했고.
◇ 김현정> 2천원을 가져갔는데 거짓말을 했다고요?
◆ 이철호> 네. 그다음에 아이가 울산에서의 마지막 소풍 날이었는데 소풍이 가고 싶었는데 엄마한테 맞다 보니까 소풍을 못 가고. 혼자서 방에 들어가 잠시 누워 있으니까 그래서 소풍갈 생각이 들었는지 ‘엄마, 미안해. 소풍 보내주면 안 돼?’ 라고 했는데 엄마 입장에서는 아직 화가 안 풀려서 더 때린 것 같아요.
◇ 김현정> ‘2천원 어디 가져갔니.’ 이걸로 싸우다가, 이걸로 체벌을 하다가 아이가 ‘엄마, 나 소풍 좀 보내주면 안 돼?’ 하니까 ‘너 이런 상황에서 무슨 소풍을 가.’ 이러면서 화가 더 나서 더 때린 거군요.
◆ 이철호> 그렇게 진술을 했죠.
◇ 김현정> 아니 울산에서 마지막 소풍이라는 건 무슨 얘기죠?
◆ 이철호> 아이가 원래는 일주일 전에 이사를 가게 되어 있었는데 소풍 때문에 일주일 연기를 해 놓은 상황이었어요.
◇ 김현정> 소풍까지만 가고 이사가는 걸로 연기... 그러니까 아이가 소풍을 엄청나게 기다렸던 거군요?
◆ 이철호> 그런 것 같아요.
◇ 김현정> (한숨) 이제 이해가 됩니다. 소풍... 어떻게 도대체 소풍 때문에 아이를 때릴 수 있었을까 했는데 그 앞에 화가 난 상태에서 소풍 얘기가 나오니까 더 폭행이 가해 졌다는, 지금 들리는 얘기로는 평소에 아이 밥도 굶겼다는 말도 나오는데 이것도 사실인가요?
◆ 이철호> 그 점은 저희들이 확인한 게 아니고 그 아파트 주민들이 기자들한테 이야기한 건데 그런 학대가 있었는지는 지금 수사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주민들 증언이군요, 이건. 그런데 평소에도 그 정도로 폭행을 했다면 주변에서도 알법한데요. 혹시 친척들이나 남편이 전혀 몰랐다고 합니까? 남편은 어떻게 된 거죠?
◆ 이철호> 남편은 교육시킨다고 다수의 체벌을 하는 줄 알았지만 그렇게 심한 줄 몰랐답니다.
◇ 김현정> 그렇게 심한지는 몰랐다. 그럼 남편은 어디 있었어요?
◆ 이철호> 도시에 돈 벌러 갔고, 일주일에 한 번씩 집으로 옵니다.
◇ 김현정> 이웃들은 뭐라고 그러나요?
◆ 이철호> 이웃들은 그런 것을 전혀 몰랐다고 하죠. 애기한테 잘하는 아주 멋진 엄마로만 알고 있답니다.
◇ 김현정> 아주 멋진 엄마라고요?
◆ 이철호> 네. 아이를 반듯이 키우는 엄마.
◇ 김현정> 아이한테 엄격하게 하는?
◆ 이철호> 엄청 잘 해 주는 엄마.
◇ 김현정> 전혀 납득이 안 되는데 엄청 잘해 주는 엄마? 어떻게 하다가 그런 얘기가 나왔을까요?
◆ 이철호> 그러니까 아이가 밖에 나가면 ‘안녕하십니까.’ 인사한다든지 자기 엄마를 ‘어머니’ 하고 표현한다든지 학교에서 착하게 활동하고 공부 열심히 잘하고 있다든지 이런 걸 봐서 저렇게 애를 반듯하게 잘 키웠을까. 그리고 아이가 불만 한마디 안 하고 행동하는 모습에 엄마가 잘하는가보다, 이렇게 생각했답니다.
◇ 김현정> 얼마나 엄마가 잘 키웠으면 아이가 저렇게 반 듯 하냐, 인사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예의바르고. 이 엄마가 심지어 반에서 어떤 역할도 했다면서요?
◆ 이철호> 아이가 반회장을 하면서 반 학부모 회장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반의 학부모회의 대표, 회장까지. 엄마가 정신이상이 있다거나 그런 게 아니군요?
◆ 이철호> 저희들은 그렇게 보지는 않습니다.
◇ 김현정> 차라리 정신이상이었다. 이러면 이해가 될 텐데 겉으로 볼 때는 멋진 엄마, 반대표까지 하는 엄마, 반듯하게 아이 잘 키우는 엄마였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입니다. 지금 이 엄마가 새엄마인 것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데요. 혹시 친모 쪽에서도 어떤 얘기를 합니까?
◆ 이철호> 친모 쪽에서는 지금 비통에 빠져서 뭐라고 말을 한다기 보다는 철저한 수사를 해 달라는 얘기죠.
◇ 김현정> 참 듣고도 믿어지지 않는 상황인데 지금 새엄마를, 피의자를 조사하고 계시는 거죠, 경위님? 상태는 어떻습니까?
◆ 이철호> 담담해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 김현정> 그냥 받아들이는 상황?
◆ 이철호> 네.
◇ 김현정> 자신이 한 것에 대해 반성하거나 이렇지는 않습니까?
◆ 이철호> 최초 진술에는 반성 안 했겠지만 지금은 잘못 한 걸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자기 교육방법이 잘못 됐다는 것.
◇ 김현정> 지나친 교육이 나은 비극인가요. 이걸 뭐라고 해석을 해야 되는 건가요. 어쨌든 경위님,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김현정> 울산에서 벌어진 8살 아이 폭행치사사건, 그 정황을 먼저 들어봤습니다. 울산 울주경찰서 이철호 경위였고요. 이어서 전문가 연결을 해 봐야겠죠.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안재진 교수, 연결이 돼 있습니다.
◇ 김현정> 저는 가장 놀라운 게 이 엄마를 두고 주변에서는 아이교육 잘 시키는 엄마, 멋진 엄마, 이렇게 불렀다는 겁니다. 이걸 어떻게 봐야 되는 건가요?
◆ 안재진> 이번 사건에 가해자도 그렇고 학대하는 대부분의 부모들이 본인이 학대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처음에는 훈육의 차원에서 가벼운 체벌로 시작했을 텐데 체벌이라는 것이 점점 강도가 세져야만 효과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이 결국은 학대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고요. 그래서 아마 이번 사건의 경우도 장기간 학대가 지속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처음에는 ‘벽보고 5분 서 있어’, 이렇게 시작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점점점 강도가 세져서 지금 발로 갈비뼈를 찼다는 거거든요. 아이가 죽을 만큼. 그런데 이것도 그럼 엄마는 체벌이라고 생각했던 걸까요? 폭행이 아니라?
◆ 안재진> 아마 그럴 가능성이 크고요. 실제로 체벌이 학대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크기 때문에 OECD 중에서 많은 국가들이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 내 체벌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가정 내 체벌도?
◆ 안재진> 네, 체벌을 아예 금지함으로써 학대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인데요. 거기에 반해서 우리 사회는 체벌이 훈육의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보니까 체벌과 학대를 구분하는 것이 쉽지가 않고요. 또 그러다 보니까 사회 전반적으로 폭력에 대한 허용도가 높아지는 그런 문제가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특히 이번 사건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계모라는 점을 굉장히 강조했어요. 새엄마니까. 친엄마가 아니니까 저렇게 아이를 학대한 거 아니냐. 그런데 얘기를 쭉 들어보니까 꼭 그런 것도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
◆ 안재진> 우리 흔히 생각하기에 아동학대라는 것이 부모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거나 아니면 특정 계층에서만 발생할 것 같지만 사실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가해자가 계모라는 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기는 하지만, 친모가 학대를 안 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계모가 학대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학대는 모든 계층에서 그리고 모든 가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것이고, 또 오히려 저소득층 가정이나 이런 한부모 가족 같은 경우는 복지체계 내에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회복지사나 서비스 제공자들에 의해서 학대가 발견되기가 쉽지만.
◇ 김현정> 오히려 관리를 받는 저소득층이면 학대가 금방 발견이 된다.
◆ 안재진> 네. 그럴 가능성이 높지만 이런 안정적인 중산층 가정에서는 학대가 은폐되기 쉬운 그런 구조입니다.
◇ 김현정> 제일 중요한 건 이런 아이들, 학대에 방치되어 있는 아이들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지켜 줄 것인가, 어떻게 구해 줄 것인가 이 부분인데요. 고민해 보셨죠, 교수님?
◆ 안재진> 먼저 사회 전반적으로 학대가 범죄라는 인식이 확립이 돼야 합니다. 우리가 길을 가다가 강도나 살인사건을 목격했다면 그것이 설령 나랑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해도 신고를 하지 않습니까?
◇ 김현정> 당연하죠. 범죄죠, 그건.
◆ 안재진> 그렇습니다. 그런데 아동 학대의 경우에는 이것이 범죄라는 인식이 낮고 아직까지도 이것이 가정 내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신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대 전반에 대해서 어떤 감시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할 것 같습니다. 교사들이나 어른들이 이런 학대 사실을 미리 발견해서 신고를 했더라면 이런 비극적인 사고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만약에 어른들이 아이들을 제대로 보호해 주지 못한다면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를 보호할 수 있도록 아동들에 대한 권리 교육, 이런 것들을 통해서 학대의 개념을 가르치고 어른들이 학대를 한다면 주위에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요즘 유치원에서부터 성폭력 관련된 교육 많이 시키거든요. 아이들이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어요. 마찬가지로 이런 부분에 대한 교육도 어린 시절부터 필요하다, 이런 말씀 새겨들어야겠습니다. 교수님, 오늘 도움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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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1/1(금) 이철호 경위, 안재진 숙명여대 교수“소풍이 가고 싶었던 아이는 왜 죽었을까”
201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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