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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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1/25(월) 무일푼 물물교환으로 7천km를 여행했어요-이호재
201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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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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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호재 (영화‘잉여들의 히치하이킹’감독)






분위기를 바꿔 보죠. 80만원을 쥐고 출발해서 물물교환과 히치하이킹을 해가면서 1년간 유럽 7,000km를 일주한다. 그리고 그것을 다 찍어서 극장에 개봉까지 한다. 꿈 치고는 허황돼 보이는 이 꿈, 이 꿈에 실제로 도전한 4명의 젊은이가 있습니다. 스스로를 잉여인간이라고 칭하는 4명의 젊은이. 무일푼으로 1년간의 유럽여행에 도전을 했고요. 그것을 다 영상으로 찍었고요. 결국 이번 주에 버젓이 극장 개봉까지 성공했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에 주연이자 감독이세요. 이호재 씨 연결해 보죠. 이제는 감독님이시네요. 이호재 감독님, 안녕하세요?

◆ 이호재> 안녕하세요. 이호재입니다.

◇ 김현정> 이 다큐영화의 감독이자 4명의 젊은이 중 한 명이신 거죠?

◆ 이호재> 그렇습니다.

◇ 김현정> 원래는 뭐하던 분이세요?

◆ 이호재> 원래는 그냥 대학생이었습니다.

◇ 김현정> 보니까 네 분이 같은 학교의 친구셨다고요?

◆ 이호재> 네, 저희 같은 과에 학교에서 자주 어울리던 같이 학교동기였고요.

◇ 김현정> 무슨 과요?

◆ 이호재> 영화과 동기입니다.

◇ 김현정> 영화과 동기들. 그런데 그 4명이 모두 대학을 잘 다니다가 휴학이 아니라 아예 학교를 그만두고 여행을 떠난 거라고요?

◆ 이호재> 그렇죠. 저희가 학교를 잘 다니고 있지는 않았고요. 스스로를 소위 잉여라고 부르던 친구들이었고. 그래서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면서 뭔가 돌아갈 곳을 만들지 말자라는 어떤 의지에서 학교를 그만두고 출발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돌아갈 곳을 만들지 말자. 학교를 그만두자고 결심을 할 정도면 이건 정말 아주 결정적인 동기가 있어야지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일인데, 어떤 계기가 생겼던 거예요? 떠나자?

◆ 이호재>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고요. 저희가 학교를 다닐 때도 뭔가 경쟁력이 없다고 스스로 생각을 했기 때문에 학교에 애착이 있었던 게 아니고 그리고 여행을 하고 싶었던 환상이 계속 있었어요. 그래서 여행을 하기로 결정을 하는데는 큰 다짐이나 포부가 있어서 시작이 된 건 아니었어요.

◇ 김현정> 굉장히 잉여스러운 답변. (웃음) 그러니까 우리가 왜 이러고 살고 있는지에 대한 답도 잘 모르겠고. 여행에 대한 꿈은 있지만. 우리는 인생에 무엇을 향해서 달려가는지 잘 모르겠고. 그 꿈을 찾아서 한번 우리 그 시간을 비워보자 이렇게 해서 주어진 시간이 1년이군요?

◆ 이호재> 그렇습니다.

◇ 김현정> 몇 개국을 목표로 삼으셨어요?

◆ 이호재> 원래 처음에 계획했을 때는 유럽에 있는 모든 국가를 다 밟아보자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시작하고 나서는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 김현정> 돈 80만원 달랑 들고?

◆ 이호재> 네.

◇ 김현정> 이거 정말 무모한 도전 아닌가요?

◆ 이호재> 처음에 영상을 만들어서 물물교환을 하자는 제안을 했을 때는 그게 굉장히 획기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을 했고 당연히 잘 통할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 김현정> 잠깐 그 부분을 설명하고 가야 돼요. 그러니까 80만원 달랑 들고 떠날 때 아이디어는 영상을 찍어서 이거를 호텔과 물물교환하는 방식으로 숙식을 해결하자 이런 계획이었다고요?

◆ 이호재> 네.

◇ 김현정> 무슨 영상을 찍어줘요?

◆ 이호재> 호스텔이나 호텔에 홍보영상을 제작을 해 주고 어차피 방들이 비어 있을 테니까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아니고 영상을 만들어 주고 물물교환을 하면서 숙식을 제공받는 여행을 하자라고.

◇ 김현정> 우리가 영화과니까, 우리 영상보면 굉장히 만족해 할 거다. 비는 방 하나 주는 게 뭐 그렇게 어렵겠느냐 이런 생각을 하신 거네요? (웃음)

◆ 이호재> (웃음) 그렇죠.

◇ 김현정> (웃음) 그러면 호텔들이 다 좋아하던가요? 생각대로 됐습니까?

◆ 이호재> 아무도 영상을 원하지 않더라고요. 막상 갔는데. (웃음)

◇ 김현정> (웃음) 아무도 원하지 않아요?

◆ 이호재> 네. 그래서 처음에 한 한 달 동안은 계속 노숙을 하면서 문을 두드렸는데 그때가 제일 힘들었던 순간이었어요.

◇ 김현정> 한 달 동안 노숙을 했어요, 4명이?

◆ 이호재> 네, 처음에 파리에 도착해서 계획대로 다 되지가 않아서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있고 그래서 따뜻한 남쪽으로 가보자해서 로마까지 히치하이킹을 하면서 가게 된 거예요, 무일푼으로. 추위와 배고픔과 싸우면서 한 달 동안 이동을 해서 로마에 도착했는데 막상 도착하니까 그마저도 없던 돈이 바닥이 나는 거예요.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가자라고 하던 찰라에 한 군데서 연락이 오게 돼서 첫 호스텔 영상을 만들게 됐어요.

◇ 김현정> 가면서 여러 군데 유스호스텔에 이메일을 다 보냈던 거군요. 우리 영상에 관심 있는 분들 연락주세요.

◆ 이호재> 네.

◇ 김현정> 막 쏟아질 줄 알았는데 한 달 동안 한 곳도 안 온 거예요? (웃음)

◆ 이호재> 네. (웃음)

◇ 김현정> (웃음) 그래서 첫번째 로마 호텔에 입성하던 순간 그때 기분이 생생하시겠어요, 지금도?

◆ 이호재> 그때가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짜릿한 순간이었는데요. 호텔에 들어가게 됐는데 호텔에 들어가니까 과일도 있고 냉장고에는 와인도 가득하고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사권도 제공해 주고 이런 것들이 저희가 계속 바깥생활을 하던 터라 모든 작은 것들 하나도 특별하게 느껴졌던 그런 순간이었어요.

◇ 김현정> 그렇죠. 홍보동영상은 괜찮게 찍어주셨어요?

◆ 이호재> 사실 저희는 망한 줄 알았는데 굉장히 좋아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어떻게 찍었습니까, 그 동영상은?

◆ 이호재> 일단 저희가 영화를 전공했지 홍보영상을 만드는 그런 전공자랑은 약간 성격이 달라서 그냥 막무가내로 만들었어요. 막무가내로 만들었는데도 불구하고 뭔가 호스텔 자체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서 불을 지르기도 하고 폭파시키기도 하고 그런 좀 재미있는 요소들을 특수효과를 이용해서...

◇ 김현정> 특수효과로. 그랬더니 그쪽에서 좋아하면서 다른 호스텔에도 소개해 주고 이렇게 된 거예요?

◆ 이호재> 그 영상이 홈페이지에 업로드되자마자 제가 처음에 메일을 보냈던 모든 호스텔에서 연락이 다시 오기 시작을 했어요.

◇ 김현정> 그렇게 돼서 1년을 포기하려던 그 순간 다시 버틸 수 있는 힘이 된 거군요.

◆ 이호재> 네.

◇ 김현정>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여행을 마치고 그 여행의 내용물이 어떻게 극장개봉까지 하게 됐어요?

◆ 이호재> 저도 정말 믿기지 않는 순간이지만.

◇ 김현정> (웃음) 이거는 완전 대성공 반전인데요?

◆ 이호재> 이렇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막연하게 이거 많이 찍어서 영화 개봉을 하자는 그런 상상만 했지 진짜 실행될 줄은 저도...

◇ 김현정> (웃음) 이미 시사회는 하신거죠?

◆ 이호재> 네, 시사회는 여러 차례 지난주부터 계속 하고 있었고요.

◇ 김현정> 그 시사회 부분을 평가를 들어보니까 아주 기발하고 재미있다. 정말 몰입이 된다. 특히 잉여스러운 삶을 사셨던 분들이 정말 우리 얘기 같다는 얘기들 많이 하시더라고요. (웃음)

◆ 이호재> (웃음) 네. 그렇게 큰 호응을 주실 줄도 미처 몰랐는데 정말 좋은 반응들을 주시고 또 극장에 개봉하기 위해서 많은 분들이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호응도 해 주시고, 홍보도 해 주시고 하시면서. 그런 힘을 받아서 개봉까지 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이호재 감독님,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이 영화, 이런 분들은 꼭 보셨으면 좋겠다 한 말씀하신다면?

◆ 이호재> 저희 같은 잉여들도 뭔가 시작을 하면 끝을 보게 되더라고요. 어떤 환경에 처하느냐에 따라서 그리고 마음가짐에 따라서 바뀔 수 있는 것 같은데 이런 부족한 애들의 도전기를 보시면서 힘을 얻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누구라도.

◇ 김현정> 지금 좌절에 빠져있는 분들.

◆ 이호재> ‘저런 애들도 하는데 내가 뭘 못하겠어?’ 라는 생각을 많이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 김현정> ‘저렇게 무모한 도전도 지금 극장개봉까지 하게 되는데 내가 뭘 못하겠어.’ 이런 희망을 가져보시라 이런 말씀.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영화 잘 되길 바라고요. 저도 시간 날 때 꼭 한번 가서 보겠습니다.

◆ 이호재>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