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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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3(화) 포상금 기부한 윤봉규 집배원 "돈보다는 사람이죠"
2013.12.03
조회 960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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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윤봉규 집배원








이제 12월입니다. 연말 되면서 각종 시상식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데요. 얼마 전에 환경재단이 뽑은 세상을 밝게 만들 사람들 발표가 있었습니다 며칠 전에 기자수첩에서 변상욱 기자가 그분들 면면을 소개해 드렸는데 그중에서도 특별히 눈에 띄는 한 분이 있어서 오늘 직접 연결을 해 보려고 합니다. 강도를 잡아서 받은 포상금을 그 강도를 위해 써달라 하고 건넸다면 이거는 분명 흔한 일이 아니죠. 그런데 이런 분이 있더군요. 2013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 서울 광화문 우정사업본부에서 근무하세요, 윤봉규 집배원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만납니다. 윤 선생님, 안녕하세요.

◆ 윤봉규> 안녕하세요. 이제는 광진우체국 집배원입니다.

◇ 김현정> 옮기셨습니까, 그 사이에?

◆ 윤봉규> 네, 네.

◇ 김현정> 4월에 여기 계시다 옮기셨군요. 어떻게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에 뽑힌 소감 어떠세요?

◆ 윤봉규> 그거 저는 영문도 모르고 있었던 일이라 그날 기사 난 걸 정말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저희 업무를 하다가 새벽에 보통 퇴근을 하는데 퇴근길에 핸드폰을 신호정지 됐을 때 만지작만지작거리다가 음성을 말씀을 하셨는데 제가 문득 윤봉규라는 이름을 말을 했어요 그러니까 기사가 뜨더라고요. 그래서 얼핏 기사를 그때 봤어요. 그런데 잘못 본 건가 싶어서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이튿날 바로 환경재단에서 전화가 와서 알았어요.

◇ 김현정> 그래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었길래, 지난 4월에. 이런 상까지 받게 됐는가 한번 거슬러 올라가 보죠. 그러니까 지난 4월에 우연히 편의점에 들르셨다고요?

◆ 윤봉규> 네, 지인들과 같이 일을 보고 그리고 나서 편의점에 들르게 됐는데 기사가 많이 나갔기 때문에 아마 아시는 분들은 아시고 또 모르시는 분들은 또 모르실 테지만 편의점에 커피나 사마신다고 들어갔어요. 들어갔는데 편의점이 출입구가 하나입니다. 저희는 들어갔고 저를 포함한 일행이 4명이었고요. 그런데 당연히 신경도 안 썼던 키가 큰 남자가 젊은 남자가 저희 뒤로 돌아나가더라고요, 바로. 돌아나가자마자 편의점 점원 아가씨하고 저희하고 눈이 마주치고 그 점원 아가씨가 바로 얘기를 하더라고요. 아저씨, 지금 나가는 사람 칼 들고 돈 뺏어간 강도예요 잡아주세요, 이 얘기를 들었어요.

◇ 김현정> 아저씨, 저 사람 지금 칼 들고 돈 뺏어갔어요, 강도예요 잡아주세요.

◆ 윤봉규> 네, 그렇게 얘기를 했어요. 그리고 그 얘기를 듣자마자 바로 뛰쳐나가서 이제 추격이 시작되고.

◇ 김현정> 칼 들고 있다는 데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바로 뛰쳐나가셨어요?

◆ 윤봉규> 남자잖아요. 그리고 일단 모르겠어요.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어쨌든 일단 뛰쳐나갔고 뛰쳐나가서 좌우 살피다가 저쪽에서 도망가는 그 강도, 그 친구를 보고 쫓아갔죠, 무작정. 그리고 코너 하나를 돌 때 문득 제 시선에서 사라졌을 때 그 생각은 했어요 저도 사실 사람인지라. 이거 내가 조금만 쫓아가다가 놓치겠다, 칼을 들었다는 걸 미리 알았기 때문에.

◇ 김현정> 놓치겠다, 안 보이네. 없어져볼까.

◆ 윤봉규> 그런 생각도 들었는데 제 뒤로 같이 동행했던 일행 3명이 쫓아오고 있다는 그런 믿음이 있으니까 잡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바뀌더라고요.

◇ 김현정> 동료 3명이 더 쫓아오면 잡을 수도 있겠구나 조금만 더 가보자, 힘을 내신 거예요?

◆ 윤봉규> 그렇죠. 그래서 운이 좋게 검거를 하게 된.

◇ 김현정> 어떻게, 강도가 가다가 지친 건가요. 섰어요? 어떻게 잡으셨어요.

◆ 윤봉규> 그 강도가. 그 추격 거리가 골목 코너 하나를 돌고 두번째 코너를 도는 그 전체 길이가 한 300m 정도 돼요. 그런데 두번째 코너를 돌 때 오른손. 그때 카디건 같은 걸 입고 있었는데 오른쪽손 상의 재킷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들었죠. 칼을 꺼내들면서 저는 쫓아가는 거고 그 친구는, 그 강도는 도망가는 거고. 칼을 꺼내들면서 저한테 가해를 하려고 칼을 돌아서면서 휘두르면서 약간 주춤했어요. 그런데 저는 그 타이밍에 놓치지 않은 격이 된 거예요. 발로 가슴을 차서 쓰러뜨리게 되고. 그리고서는 네가 죽든 내가 죽든 어떻게든. 저도 위험하니까. 칼이 또 어디서 나올지도 모르고.

◇ 김현정> 대단하시네요. 어떻게, 운동전공 하셨어요? 소싯적에 싸워 보셨어요?

◆ 윤봉규> 아니요, 많이 맞고 다녔습니다.

◇ 김현정> 대단하십니다.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기지를 발휘해서 결국은 잡고 경찰에 넘기기까지. 그래서 경찰에서 잘했다고, 고맙다고 포상금을 준 거예요.

◆ 윤봉규> 그게 비하인드가 있는 것도 있어요. 그렇게 해서 검거해서 인계를 해 주고 귀가를 해서 집에 있는데 아침 9시에 전화가 왔어요 의정부 경찰서에서 담당경사라고 사건을 인계받은 사람인데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강도가 병원으로 후송갔다 그러니 검거인 진술이 필요하니까 나와달라. 대뜸 저는 좀 짜증이 나더라고요. 잡아까지 줬는데 뭘 또 가서 진술을 해야 하고. 그리고 났는데 한편으로는 난생 처음. 저도 어떻게 보면 좋은 일을 한 거라, 경찰을 도운 일이라. 그래서 인터넷 기사를 봤어요. 그런데 한 11시쯤인가 처음 엉망진창, 뒤죽박죽으로 남긴 기사가 의정부 시민들이 강도를 잡았는데 거기에 집배원 윤모 씨도 있었고 맨 마지막에 강도는 지적장애 2급으로 알려졌다 이게 있는 거예요.

◇ 김현정> 우연히 기사를 보게 됐는데 강도가 지적장애 2급을 가진 사람이었다라는 걸 그때 처음 아셨군요.

◆ 윤봉규> 그때 알았죠. 그러니 마음이 너무 안 좋죠. 그리고 검거인 진술을 그날 저녁 6시에 같이 동행했던 지인하고 같이 가서 진술은 1:1로 하거든요. 그렇게 제가 진술을 하면서도 담당경사분한테 이것저것 강도에 대해서 물어봐요. 많이 여쭤보는 상황이 가정형편도 딱하고 홀어머니고. 그리고 정말 장애가 있고. 병원에 갔다고 하는데 포상금 관련해서도 아무래도 중요한 부분이니까 그 당시에는 물어봤죠. 물어보고 나올지 안 나올지도 모르는데 금액이 얼마 나올지도 모르는 거고. 그리고 나서 고민을 그날 저녁에 엄청 많이 했어요. 그리고 저하고 그날 사건이 나고 처음 통화한 기자분하고 핸드폰 메신저로 밤새 내용을 주고 받아요.

◇ 김현정> 조금 짧게, 이야기가 보니까 장편소설이네요.

◆ 윤봉규> 그리고 저는 그 기자분한테 제 생각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게 기사로 먼저 나가 버린 거예요.

◇ 김현정> 그렇게 된 거군요. 포상금 제가 듣기로는 150만원 받으셨어요. 사실은 우리 월급 생각하면 적은 돈 아니거든요. 그리고 제가 알기로는 우리 윤 집배원님 건강 때문에 휴직한 상태, 목디스크 때문에 안 좋으시다면서요.

◆ 윤봉규> 그렇죠.

◇ 김현정> 그거 치료비로 써도 아무도 뭐라고 안 했을 텐데.

◆ 윤봉규> 그런데 세상에 정말 돈 안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세상사 조금 편할 수는 있을 거예요. 저도 물론 필요했고 휴직 중이라 더 궁한 것도 있고. 하지만 제가 검거한 그 친구는 홀어머니랑 둘이 사는데 그 친구 형편을 봤을 때 그 홀어머니의 마음이 아프셨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되려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당연히 병원치료비라도 보태야겠다는 생각밖에 할 수 없었어요, 저는.

◇ 김현정> 많이 다쳤어요, 그 강도도?

◆ 윤봉규> 뇌출혈 증세가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그 범죄는 왜 저질렀다고, 강도짓은 왜 했다고 합니까, 칼 들고?

◆ 윤봉규> 짜파게티가 먹고 싶어서 했다고 하더라고요. 밤 10시에 출발을 했는데 새벽 5시 반에 저희한테 검거가 된 거죠.

◇ 김현정> 짜파게티가 먹고 싶어서 칼 들고 강도짓 했다. 지적장애 2급에. 그리고 뇌출혈 증세 있다. 이 얘기까지 들으니까...

◆ 윤봉규> 강도를 하기 전에 제가 검거한 그 편의점 전에 100m 전방의 편의점에서 한 번은 미수를 하고요. 한 번은 거기서 강도를 하려다가 못 해요,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그리고 그 편의점에서 이미 신고가 들어가고요. 그런데 두 번째 편의점에서 저희랑 맞부딪쳐서 저희가 검거를 하게 된 거고요.

◇ 김현정> 윤 집배원님, 아무리 짜파게티 먹고 싶어서 그러고 부상을 당했다고 하고, 홀어머니랑 사는 장애인이라고 하지만 선뜻 ‘내 포상금을 그쪽에 써주십시오.’라고 말하기 쉽지 않거든요. 나도 치료비 대야하는 상황에서.

◆ 윤봉규> 그런데 포상금은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내 것이 아닌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인 거잖아요. 그리고 정말로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돈 좀 있으면 세상사 좀 편할 수 있다지만 보면 결국은 우리가 사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누구나 부부라든가 친구라든가 이웃이나 동료나 서로를 위해 줄 수 있는 그런 마음이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편할 수 있는 그런 마음이 아닌가 생각을 해요.

◇ 김현정> 지금 청취자 문자도 많이 들어오는데 이런 분들이 계셔서 세상은 아직 살만하구나. 이런 문자. 제 마음하고 똑같네요.

◆ 윤봉규> 누구나 아마 그렇게 하셨을 거예요. 저도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

◇ 김현정> 세상 밝게 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앞으로도 밝은 세상 만드는데 힘써주십시오. 오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