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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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버마 난민 마웅저
1988년 8월 8일. 버마 수도 양곤에서 터져나온 8888 민주화항쟁. 여기에 뛰어들었다가 군부탄압을 피해서 한국으로 망명한 버마 난민들이 꽤 있죠. 이들은 한국에 와서도 버마 민주화를 위해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해서 물론 이 언론에도 여러 번 소개가 된 분들입니다. 그런데 이 버마 난민들 가운데 한 사람이 며칠 후면 고향인 버마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어렵게 난민 지위를 획득한 사람이 스스로 난민 지위를 버리고 고국으로 돌아가는 건, 이건 처음 있는 일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요. 화제의 인터뷰 버마로 돌아가는 난민 마웅저 씨 직접 연결해 보죠. 마웅저 씨 안녕하세요?
◆ 마웅저> 안녕하세요.
◇ 김현정> 이제 며칠 남은 거죠?
◆ 마웅저> 2주 정도 남아 있습니다.
◇ 김현정> 2주 정도. 19년 만에 고국땅 밟는 기분이 어떠세요?
◆ 마웅저> 너무나 행복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습니다.
◇ 김현정> 설레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고.
◆ 마웅저> 한국에 아는 사람, 친했던 사람, 가족 같은 사람들을 두고 가야 하기 때문에 좀 슬프기도 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사실 19년 전에 여느 난민이 그렇듯이 마웅저 씨도 굉장히 힘들게 한국에 오셨고 힘들게 난민 지위 얻으신 거잖아요?
◆ 마웅저> 저도 한국으로 처음에 올 때부터 2~3년만 있다가 고향으로 되돌아가려고 생각하고 항상 마음과 몸을 준비하고 왔습니다.
◇ 김현정> 항상 돌아가야지, 돌아가야지 하다가 19년이 된 거군요. 사실은 제가 버마 난민들하고 여러 번 인터뷰를 했어요, 여러분들하고. 그런데 그분들이 항상 하시는 말씀이 고국에는 방문조차 못한다. 왜냐하면 지금도 군부 독재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여전히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있다. 잡혀갈 수도 있다, 이런 얘기하시던데요?
◆ 마웅저> 네, 지금도 그런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전보다 낮지만. 그래서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저는 그거 할 수 있는 자신, 용기도 생겼기 때문에 갈 수 있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 김현정> 어떤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렇더라도 나는 가야겠다. 왜 그렇게 어떤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는데 가야겠다고 결심하셨어요? 결정적인 계기는 뭔가요, 마웅저 씨?
◆ 마웅저> 작년 초에 해외에 있는 사람들이 돌아오고 싶으면 돌아오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 김현정> 잠깐만요. 그러니까 지금 대통령이 해외에 머물고 있는, 체류하고 있는 사람들 들어오고 싶으면 들어오라고 한번 얘기를 하기는 했어요.
◆ 마웅저> 네. 작년 초에 했습니다. 안전적으로 또 대책을 세워서 하는 이야기도 아니고 그냥 하는 말일 것 같아요. 그래도 너무 가고 싶은 우리에게 기회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김현정> 너무나 가고 싶어서. 뭐가 그렇게 너무나 가고 싶으세요? 왜?
◆ 마웅저> 지금 안에 있는 시민들에게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시민들이 힘들게 버마의 평화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감옥에 왔다 갔다 하면서 싸우고 있는 동지, 선배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거 보고 듣고 20년 내내 너무나 미안하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기회를 가지고 들어가서 그 시민들과 함께 버마의 평화를 지키고 싶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버마에 살고 있는 다른 시민들은 어렵게 감옥을 들락날락하면서까지 이 민주주의를 위해서 싸우고 있는데 내가 19년 동안이나 한국에서 이렇게 있는 것이 너무 미안해서... 너무 미안해서 이제는 가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시는 거예요.
◆ 마웅저> 네.
◇ 김현정> 하지만 가족들은 좀 걱정하지 않으십니까?
◆ 마웅저> 가족들이 걱정하고 있죠. 그래도 저는 버마에 제 가족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 김현정> 제 가족만 있는 게 아니다.
◆ 마웅저> 아니라서. 다른 가족들 있는 사람들도 활동하고 싸우고 버마 평화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저도 다른 가족이 있는 사람들처럼 하고 싶습니다.
◇ 김현정> 마음을 아주 굳건하게 정하셨네요. 난 돌아가서 싸워야겠다. 한국에 오신 지 19년 되셨는데. 맨 처음에 왜 한국을 택하셨어요, 망명지로? 사실은 더 잘 사는 선진국, 서방국들도 많았는데.
◆ 마웅저> 잘 몰라서 오게 된 것 같기도 합니다.
◇ 김현정> 잘 몰라서 왔다고요, 한국을? (웃음)
◆ 마웅저> (웃음) 민주주의가 되고 있는 나라라고 알고 한국에 오게 됐고, 한국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해서 오게 되었습니다 .
◇ 김현정> 버마에서 봤던 한국은 식민지 거치고, 해방되고, 군부가 들어서고, 민주화운동 일어나고. 이런 것들이 버마랑 굉장히 비슷한데 버마보다는 한발짝 앞서가고 있는 것 같아서 택하셨어요. 그런데 와보니까 뭐가 좀 잘못됐다 싶으셨어요?
◆ 마웅저> 너무나 잘못 들어왔다고 생각하면서 후회도 했습니다.
◇ 김현정> 왜요, 왜? 어떤 걸 보면서요?
◆ 마웅저> 공장에서 만나는 한국인 노동자들이 우리를 무시하고 차별하고 이런 생활이 우리나라에서도 이 정도 심각하지 않다, 인권 문제가. 내가 잘못 들어온 거 아닐까 하면서 너무나 후회했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우리나라의 편견, 차별. 대단했던 그 시기를 지금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러다가 좀 상황이 변했습니까?
◆ 마웅저> 네. 조금 있다가 이주민들이 지원하는 단체에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김현정> 한국어 공부를.
◆ 마웅저> 한국말을 그때 가르치신 분들이 대부분이 대학생들입니다. 그리고 한국시민단체에서 많은 인권운동가들도 만나게 되면서 한국에 이런 사람들도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 김현정> 또 전혀 다른 한국인들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한국어 공부하면서 느끼신 거군요. 알겠습니다. 그 배움을 가지고 이제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시는 건데. 마웅저 씨, 19년이니까 떠나고 나면 한국도 또 생각나실 거예요. 역향수병이라고 하는데 한국이 또 그리울 수도 있어요.
◆ 마웅저> 그렇죠. 그동안 친했던 사람, 만났던 사람 그리고 한국음식 너무 그리울 것 같습니다.
◇ 김현정> 한국음식은 뭐 좋아하세요?
◆ 마웅저> 제일 좋아하는 거 김치찜하고 김치찌개.
◇ 김현정> 김치찜하고 김치찌개?
◆ 마웅저> 네.
◇ 김현정> 이거 요리도 잘하세요?
◆ 마웅저> 자주 해 먹었습니다.
◇ 김현정> (웃음) 어떻게 하죠, 버마 가면 김치가 없을 텐데?
◆ 마웅저> 그래서 저 보러 버마로 놀러오는 사람들에게 부탁해야죠. 김치 가져오시라고.
◇ 김현정> (웃음) 한국 친구들이 버마 놀러온다고 하면, 무조건 김치 싸와라 그것부터 부탁하셔야 돼요.
◆ 마웅저> 네.
◇ 김현정> 친구들이 환송회는 거하게 해줬습니까?
◆ 마웅저> 오늘 저녁에 환송회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오늘 환송회날입니까?
◆ 마웅저> 7시에 시작합니다. 한국 시민 여러분, 참여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7시 어디서 하세요, 환송회?
◆ 마웅저>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1층에서 합니다.
◇ 김현정> 제대로 거하게 하시는데요?
◆ 마웅저> 네, 기대가 됩니다. 그동안 저를 지지해 왔던 분들이 다 모이는 자리인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아마 마지막 환송회에서 작별인사를 하게 되실 텐데, 오늘 방송으로 미리 아침에 한국 친구들에게, 듣고 계신 우리 청취자 친구들에게도 작별인사 한마디 미리 하시겠어요?
◆ 마웅저> 네, 하고 싶습니다. 제가 용기가 부족했을 때 난민으로 나 보호해 주고 힘북돋워주신 모든 분들의 은혜를 평생 기억하고 살겠습니다. 한마디로 약속할 수 있다면 여러분의 과거는 제 형제를 만들어가고, 여러분과의 형제는 저의 미래를 만들어가고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오늘보다 많은 노력을 하면서 살아가겠습니다.
◇ 김현정>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저는 열심히 살겠습니다. 은혜 감사합니다, 이런 말씀. 지금 마웅저 씨가 계속 ‘은혜다, 우리에게 많이 배웠다’ 이런 말씀하시지만 사실은 버마에서 투쟁하다 오신, 그리고 지금 한국에 살면서도 투쟁하고 있는 많은 버마 난민들에게 우리가 배우는 것도 정말 많습니다. 그동안 감사했고요, 마웅저 씨.
◆ 마웅저> 저도 감사드립니다.
◇ 김현정> 돌아가서도 건강하시고요. 한국 잊지 말아주세요.
◆ 마웅저> 네, 버마 평화도 기원해주십시오.
◇ 김현정> 버마의 평화 기도하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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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1/28(목) 버마 난민 "죽음 무릅쓰고 돌아가는 이유는.."
2013.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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