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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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주호 (시각장애인, 태권도 4단)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지난 14일 태권도 4단을 따낸 유단자 한 분을 만나보겠습니다. 태권도 4단이 전국에 몇 명인데 화제의 인터뷰에 부르는가, 이렇게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분은 시각장애인이세요. 앞이 안 보이는데 태권도를 한다? 의아하시죠? 올림픽의 한 장면 떠올려보세요. 앞이 안 보이는데 상대와 대련을 할 수 있는 건가? 이게 언뜻 이해가 안 가실 텐데요. 우리나라 최초의 시각장애인 태권도 4단 보유자,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납니다. 김주호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김 선생님, 안녕하세요?
◆ 김주호> 안녕하세요.
◇ 김현정> 축하드립니다.
◆ 김주호> 감사합니다.
◇ 김현정> 4단이라고 하면 감이 잘 안 오는데 이 정도면 얼마나 잘하는 건가요?
◆ 김주호> 다른 사람 같으면 잘합니다. 그런데 저는 잘하는 쪽은 아니고요. 그냥 열심히 했습니다.
◇ 김현정> 겸손하기까지 하세요. 사실 4단이라고 하면 사단자격 획득도 가능한 그 정도로 잘하는 거라면서요?
◆ 김주호> 4단이면 사범연수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생기는 겁니다.
◇ 김현정> 그런데 저는 젊은 분이신 줄 알았는데 올해 나이가 50이세요. 그렇게 젊지 않은, 요새 50도 젊은 나이이긴 합니다만. 그렇게 젊지 않은 나이에 어떻게 태권도에 도전하게 되셨어요?
◆ 김주호> 처음에는 눈이 안 보이게 되니까 몸이 둔해지고 안 움직이게 되더라고요. 원래 눈이 안 보였던 게 아니고 중간에 중도실명을 했습니다, 제가.
◇ 김현정> 후천적으로 몇 살에 그렇게 되셨어요?
◆ 김주호> 28살에 중도실명을 했어요. 움직이다가 안 움직이니까 몸도 불고 둔해지고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어요. 첫 번째 검은띠를 국기원에서 따고 그때부터 태권도의 매력이 느껴지더라고요.
◇ 김현정> 그럼 그때부터 시작했으면 얼마 동안 태권도하신 거예요, 4단까지?
◆ 김주호> 7년을 했습니다.
◇ 김현정> 7년이면 굉장히 빨리 따셨네요?
◆ 김주호> 성인들은 대부분 그 정도면 땁니다.
◇ 김현정> 대부분 그 정도면 따지만 그런데 김 선생님은 시각장애인이시잖아요. 제가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사실은 태권도라는 건 혼자 하는 게 아니고 상대가 있는 거고, 이 동작을 봐가면서 해야 되는 건데 어떻게 수련을 하신 거예요?
◆ 김주호> 일단 시각장애인 같은 경우에 아직 겨루기의 체계가 없기 때문에 겨루기 같은 경우는 하지 않고요.
◇ 김현정> 상대와 대결을 하는 건 사실 쉽지 않고.
◆ 김주호> 태권도에서는 겨루기라고 합니다, 스파링을. 그리고 품새라는 것들은 관장님께서 방향과 자세를 하나씩 하나씩 잡아주시죠.
◇ 김현정> 그럼 그걸 외우세요? 팔 벌릴 때는 이런 느낌, 다리 올릴 때는 이 정도?
◆ 김주호> 네. 그러고 관장님이 틀리면 얼마큼 틀렸다. 더 손이 앞으로 가야 된다, 이런 식으로. 더 발이 앞으로 가야 된다, 이런 식으로. 일일이 잡아주시는 거죠.
◇ 김현정> 일일이. 그럼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2배, 3배의 노력은 당연한 거겠네요?
◆ 김주호> 저도 힘들지만 지도해 주시는 관장님께서 힘이 많이 드시죠.
◇ 김현정> 갑자기 그 궁금증도 드는데, 그 관장님은 보통 비장애인들을 가르치는 관장님이셨어요?
◆ 김주호> 네.
◇ 김현정> 처음에 찾아가서 저 가르쳐주세요, 한 수 알려주십시오 했을 때 좀 당황하시지는 않으셨어요?
◆ 김주호> 그렇게 당황하지는 않으시더라고. 명륜체육관이라는 곳에 조찬호 관장님이라고 있는데, 이분께서 당황하지 않으시고 열심히 하려는 자세가 있으니까 같이 한번 해 보자고 처음부터 흔쾌하게 응해 주시더라고요.
◇ 김현정> 진짜 태권도인이시네요. 진짜 체육인세요. 마음도 몸도 건강하신 분. 그래서 두 분이 의기투합해서 그래 우리 한번 해 보자 시작은 하셨는데, 막상 시작은 했는데 해 보니까 쉽지는 않으셨죠?
◆ 김주호> 쉽지 않죠, 아무래도. 보통 사람들도 마찬가지지만 눈이 보이지 않으면 평형감각이 떨어지거든요.
◇ 김현정> 같이 떨어지는 거군요, 그게?
◆ 김주호> 네, 그렇죠. 방향도 보이지 않으니까 잡는 게 쉽지 않고 해서 처음에 그걸 잡아주시느라고 애를 많이 먹었죠.
◇ 김현정> 말씀 몇 분 안 나눴지만 참 긍정적인 분 같으세요.
◆ 김주호> 고맙습니다.
◇ 김현정> 낙천적이시죠?
◆ 김주호> 성격 자체가 원래 낙천적입니다. 처음에는 저도 사람이니까 충격을 받았죠. 충격을 받았는데 그때 대학로에서 제가 노고단이라고 커피전문점을 하고 있었던 상태고. 그래서 가게 일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빨리 극복하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성격 자체가 ‘에이, 할 수 없지 뭐’ 이런 것도 있고요.
◇ 김현정> 에이, 할 수 없지 뭐. 이게 운명이면 또 싸워야지, 운명과.
◆ 김주호> 그런 것 때문에 식구들은 답답해할 때가 많아요.
◇ 김현정> 그 마음으로 다시 일어서시고. 그저 일이 있다고 해서 다 일어설 수 있는 건 아닐 텐데, 이 마음가짐. ‘그래, 이게 운명이면 내가 받아들이고 싸워야지. 나는 이길 수 있어.’ 이런 마음가짐으로 태권도까지 도전, 우리나라 최초의 4단 보유자가 됐습니다. 그럼 실례지만 지금 하시는 일은 어떤 일이세요?
◆ 김주호> 원래 직업은 시인입니다.
◇ 김현정> 시를 쓰세요? 취미로 쓰는 시가 아니고?
◆ 김주호> 네. 등단도 했고요, 정식으로.
◇ 김현정> 등단한 시인 김주호 선생님이시군요.
◆ 김주호> 전공도 원래 이쪽이 전공입니다.
◇ 김현정> 그럼 시를 쓰는 태권도인 이렇게 되는 건가요, 이제는?
◆ 김주호> 그렇게 되겠죠? 앞으로도 계속 그럴 테고요.
◇ 김현정> 그럼 태권도 말고 또 하는 것도 있으세요?
◆ 김주호> 예전에 합기도하고 특공무술도 잠깐 했었는데 그건 했다고 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앞으로 기회가 되면 합기도나 특공무술이나 다른 운동들도 해 보고 싶습니다. 격투기 같은 쪽으로.
◇ 김현정> 그리고 또 다른 시각장애인들울 가르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김주호> 저는 그쪽보다는 앞으로 제 뒤에 따라올 다른 시각장애인 태권도 수련자를 위해서 어떻게 하면 시각장애인들이 태권도를 쉽게 익힐 수 있을까, 이런 방향 같은 걸 생각해 볼 생각입니다. 궁리해 보고요.
◇ 김현정> 원래 목소리가 이렇게 우렁차십니까?
◆ 김주호> 네.
◇ 김현정> 그럼 말 나온 김에 태권도의 기합소리 같은 거 있잖아요. 그거 한번 우렁차게 들려주실 수 있나요?
◆ 김주호> 잠깐만요.
◇ 김현정> 약간 폼을 잡으시고.
◆ 김주호> 어이!
◇ 김현정> 한 번만 더요.
◆ 김주호> 어이!
◇ 김현정> (웃음) 강원도 산골에 얼음 꽝꽝 얼은 계곡물 앞에서 입수하기 전에 내는 소리 같은 그런 우렁찬 소리. 정신이 번쩍 납니다. 앞으로도 건강하시고요. 이왕 이렇게 나오신 김에 인사하기 전에 우리가 태권도 시인의 자작시 한 편을 직접 들으면서 인사를 나누는 건 어떨까 싶은데, 괜찮으시겠어요?
◆ 김주호> 네, 한번 해 보겠습니다.
◇ 김현정> 어떤 시 준비하셨어요?
◆ 김주호> 비빔밥이라는 시예요.
◇ 김현정> 부탁드립니다.
◆ 김주호> 비빔밥. 그 밥에 그 나물로 살자, 오물조물 고사리 애기 손도, 푸릇푸릇 시금치 청춘도, 엉키고 성키고 문대지며, 때로는 얼굴 붉게 물들이다가, 때로는 알콩달콩 고소한 냄새 피우며, 웃자란 노란 대가리 흰 몸뚱이의 콩나물 노래 부르며 살자, 살고난 남겨진 흔적들 박박 닦아 반짝이는 그릇처럼, 그 밥에 그 나물로 살자, 서로 손 호호 불어주고, 얼굴 부딪치며 그렇게 살자.
◇ 김현정> 좋습니다, 비빔밥이라는 시.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그런 시네요. 선생님, 오늘 감사드리고요. 다시 한 번 축하드리고요. 그 밝은 에너지 널리널리 오래오래 퍼뜨려주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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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19(목) 김주호 "태권도 사범을 꿈꾸는 시각장애인"
2013.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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