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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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광주 동부경찰서 김선기 형사
지난 9일, 한 젊은 부부가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훔치다가 불구속 입건이 되는 이런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젊은 부부가 훔친 물건은 과자, 달걀, 아기 신발 이런 생필품들이었습니다. 알고 보니까 이 부부는 3살짜리 아이를 키우고 있었는데 최근에 직장을 잃고 신용불량자가 돼서 생계가 막막해지자 양육을 위해서 물건을 훔쳐왔다는 겁니다. 절도는 분명히 잘못된 일입니다. 범죄입니다. 그런데 이 뉴스가 전해지자 희한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해당 경찰서에는 이 부부를 돕고 싶다는 전화가 지금 빗발친다는데요. 기부품도 쏟아진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담당 형사를 직접 연결해 보죠. 광주 동부경찰서의 김선기 형사 연결이 돼 있습니다. 김 형사님, 안녕하세요?
◆ 김선기> 안녕하십니까? 동부서 김선기 형사입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 젊은 부부, 나이가 어떻게 됩니까?
◆ 김선기> 남편 같은 경우는 30세고, 아내 같은 경우는 26세입니다.
◇ 김현정> 정말 젊은 부부네요.
◆ 김선기> 그렇죠.
◇ 김현정> 그런데 어쩌다가 남의 물건에 손을 대기 시작한 거예요?
◆ 김선기> 올초부터 원래 다니던 직장에서 실직을 하고 주변에 도와줄 사람도 없어 신용불량자가 되고, 돈이 없다 보니까 전기세와 가스비도 한 3개월치 밀려서 납부하지 못하고. 그 상황에서 3살 아이를 먹이려고 마트에서 음식들을 훔치다가 적발이 됐습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런데 나이도 이렇게 젊은데 일용직 막노동이든 뭐든 할 수 있었을 텐데 왜 도둑질을 했을까요?
◆ 김선기> 아이 어머니 같은 경우는 아이가 어리다 보니까 항상 곁에 둘 수밖에 없었고.
◇ 김현정> 아이를 돌보기 위해서 엄마는 움직이지 못하고.
◆ 김선기> 남편 같은 경우에는 급성간염을 앓고 있어서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힘든 일을 하지 못하게 돼서 구직활동을 하던 중에 이런 범행이 발생했습니다.
◇ 김현정> 건강이 안 좋은 상태, 그러니까 아무 일이나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직장은 찾아다니는데 잘 안 구해지고 당장 먹을 것은 없고... 이래서 결국은 남의 것에 손을 대게 된 거군요?
◆ 김선기> 그렇습니다.
◇ 김현정> 어떤 물건들 훔친 거예요?
◆ 김선기> 대부분 먹을 것인데 계란, 참치통조림 등도 있었고. 아이 신발, 장난감... 품목으로 하면 약 30개 정도 됩니다.
◇ 김현정> 몇 차례나 그렇게 절도를 했어요?
◆ 김선기> 29차례 됩니다.
◇ 김현정> 한마디로 생계형 좀도둑질을 한 거예요?
◆ 김선기> 그렇죠.
◇ 김현정> 그런데 형사님, 하루에도 수많은 사건이 전국적으로 발생하는데 어떻게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나요?
◆ 김선기> 이 사건이 뉴스 언론상에 30대 부부가 생계형으로 범행을 했다라는 기사가 나게 됐고 이 기사를 보고 주변의 많은 분들께서 도움을 주고 싶다라는 전화가 오다 보니까 저희들이 물품을 전달하는 행사도 하다 보니까 이게 더 세상에 알려져서...
◇ 김현정> 처음에는 절도사건 하나로 조그맣게 언론에 난 거예요. 조그맣게 났는데, 그 조그맣게 난 한 줄짜리 기사를 보고 전화가 오고. 그 이야기를 듣고 우리 동부서 형사님들이 여기저기에 다리를 놔주고 이러다 보니까 그게 또 화제가 돼서 뉴스가 더 커지고 이렇게 된 거예요?
◆ 김선기> 네.
◇ 김현정> 어떤 도움들이 그렇게 쏟아지나요?
◆ 김선기> 제주도에 계신 어떤 분께서 자기 본인이 손자를 키우고 있는데 너무 안타깝고 딱해서 그냥 돌아볼 수 없다 해서 도와주셨고. 아이의 생일 축하금으로 모아뒀던 돈인데 나눔을 베풀어서 더불어 함께 살 수 있는 사회가 돼야 될 것 같다 하면서 보내주신 분도 있고요.
◇ 김현정> 자기 아이 생일 축하금, 돌잔치 할 돈 이런 것 모아놓은 것도 보내주세요?
◆ 김선기> 그렇습니다. 그리고 버스운전 하시는데 저희보다 사정이 더 딱한 것 같아서 보내드립니다 하고 보내시는 분도 있고요.
◇ 김현정> 버스 기사님도 보내주시고. 경찰서로 물건이 직접 오는 경우도 있어요?
◆ 김선기> 그분들이 신상이 오픈되는 걸 꺼려하셔서 물품 같은 경우 저희 경찰서에서 수합을 해서 전달을 했습니다.
◇ 김현정> 어떤 게 와요, 경찰서로는?
◆ 김선기> 그분들이 거의 훔쳤던 물건들을 시민 여러분들께서 후원해 주고 계시는데요. 아기 우유, 신발, 라면, 쌀, 과자, 휴지, 과일 등도 있고요.
◇ 김현정> 과일도, 아이 먹이라고.. 참 따뜻한 분들 많네요. 그래서 모인 기부금은 얼마나 됩니까?
◆ 김선기> 현금으로 170만원 정도 되고, 물품은 한 500만원 정도.
◇ 김현정> 이 상황을 절도범 부부가 알고 있습니까?
◆ 김선기> 어저께 저희들이 경찰서에서 물품을 전달했고, 국민 여러분들께서 자신들의 안타까운 상황을 생각해 주시고 후원해 주신 것에 대해서 정말 감동을 하고 있고요.
◇ 김현정> 그 얘기는 지금 처벌을 다 받고 나온 거예요, 부부가?
◆ 김선기> 처벌은 아직 저희들이 29차례나 되다 보니까 피해사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조사를 하고 있어요, 현재에도. 현재 불구속 상태이기 때문에.
◇ 김현정> 불구속으로 조사받는 상태. 안 울던가요, 부부가?
◆ 김선기> 아내 분 같은 경우는 아이 보기 부끄럽다면서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
◇ 김현정> 제가 듣기로는 아이 엄마가 무슨 편지도 보내왔다면서요?
◆ 김선기> 아이 어머니가 자신들 도와주신 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편지로 남기셨는데,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겠다고. 저 또한 어려운 이웃을 돕고 살겠습니다라고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편지로 남기셨습니다.
◇ 김현정> 그야말로 눈물의 편지, 회개의 편지네요. 감사의 편지고. 사실은 범죄입니다. 좀도둑이든 무슨 도둑이든 간에 절도는 범죄죠. 하지만 그 죄인마저도 사랑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그 이웃들의 모습이 참 아름다운 건데요. 형사님도 보시면서 많이 뿌듯하셨겠어요.
◆ 김선기> 저도 놀랐습니다.
◇ 김현정> 이 정도는 예상하지 못하셨어요, 처음에 이 소식 전해졌을 때?
◆ 김선기> 저희들은 관할구청이라든가 그런 데에서 생계지원할 수 있는 부분을 많이 알아봤었는데, 시민 여러분들이 이렇게 구체적으로 도와줄지는 몰랐거든요. 정말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요. 정말 따뜻한 사회가 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김 형사님도 대단하신 게 이 사건을 그냥 하나의 절도사건 이렇게 넘기지 않고 세상에 알렸고, 또 동부서 분들도 이분들 위해서 돈을 좀 모으셨다면서요?
◆ 김선기> 시민 여러분들이 이렇게 모금을 해 주시는데 저희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십시일반 조금씩 정성을 모아서 전달했습니다.
◇ 김현정> 잘하셨습니다. 잘하셨어요. 그런데 저는 걱정이 되는 게 이게 당장 우리가 몇 백만원 모아준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이 부부가, 건강이 좋지 않은 이 부부가 빨리 구직을 해야 될 것 같아요. 취직이 돼야 될 것 같아요.
◆ 김선기> 광주의 한 백화점에서 구직을 해 주겠다고 했는데 본인이 조사를 받고 나서 바로 나간 그 다음 날 건축자재 납품하는 회사에 취직을 했어요.
◇ 김현정> 취직이 됐어요?
◆ 김선기> 그래서 현재도 열심히 일을 하고 있어요.
◇ 김현정> 아픈 걸 보고 함께 아파할 줄 알고 내 것을 나눌 줄 아는 사람들. 그래서 아직은 우리가 살 만하구나 생각하니까 마음이 좋습니다. 그런데 더 좋으려면요. 이런 생계형 절도가 필요하지 않은 사회, 사회안전망이 튼튼한 그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도 저는 동시에 드네요. 김 형사님, 고생 많으셨고요. 오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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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18(수) 김선기 형사 "절도범 부부에 '할머니부터 검사까지' 온정"
201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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