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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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구세군 사관학교 유영숙 학생
기온이 뚝 떨어지는 이맘때면 매년 어김없이 거리를 밝혀주는 종소리가 있죠. 바로 구세군 자선냄비인데요. 지난 12일 명동 한복판의 자선냄비에 한 시민이 6천 800만원 상당의 무기명 채권을 넣고는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이 명동에는 지난해에도, 그전 해에도 연이어서 이런 익명의 거액 기부자가 등장해서 화제였는데 올해에도 똑같은 일이 또 벌어진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빨간 냄비 소식이 궁금했는데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명동 구세군 냄비 얘기를 해 보죠. 12일에 명동의 빨간 냄비를 지켰던 분이세요. 구세군 사관학교 학생 유영숙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유영숙 씨, 안녕하세요?
◆ 유영숙>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도 거리 나오셨어요?
◆ 유영숙> 오늘 쉬는 날이라서요.
◇ 김현정> 쉬는 날도 있으시군요, 그러니까?
◆ 유영숙> 오늘 하루 쉬는 날입니다. (웃음)
◇ 김현정> 12일, 그러니까 거액의 봉투가 들어오던 날 그게 몇 시쯤이었는지 기억나세요?
◆ 유영숙> 제 기억으로는 오후 1시에서 1시 반 사이였거든요. 그날 정말 눈이 많이 내렸어요 .눈이 많이 내려서 명동 우리은행 앞에서 제가 우산을 쓰고서 자선냄비 하고 있었거든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잘 볼 수는 없었지만 예순에서 칠순 정도 나이 안팎의 코트를 입은 멋진 신사 분이 명동 입구 쪽에서 걸어오셨어요. 그래서 자선냄비에 봉투를 넣고 명동성당 방향으로 올라가셨어요.
◇ 김현정> 하루에도 굉장히 많은 분들이 왔다 갔다 하고 빨간 냄비에 돈을 넣고 하시는데 특별히 그분이 기억이 나셨어요?
◆ 유영숙> 그날 따라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가지 않았어요, 거리에. 그리고 냄비에 내는 분들도 적었거든요. 그분이 오셔서 딱 넣고 갈 때 정말 천사가 와서 넣고 가는구나,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 김현정> 눈이 펑펑 내리고 거리에 사람조차 없고, 인적이 없고. 버버리 코트를 멋있게 입은 노신사가 저기서 걸어오셔서 기부를 하고 홀연히 사라지시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사라지셨어요?
◆ 유영숙> 네.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놓고서 가시길래 제가 ‘고맙습니다, 좋은 일에 쓰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거든요. 그런데 그냥 걸어올라가시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어떤 분인가 다시 한 번 보려고 올라가는 모습을 저도 그냥 바라만 보고 말았어요.
◇ 김현정> 그러다가 그 봉투에 그런 거액의 들어있다는 건 언제 아셨어요?
◆ 유영숙> 그날 밤에 모금함에 봉투가 들어있다는 것을 교수님께서 확인을 하셨거든요.
◇ 김현정> 구세군 사관학교 교수님이?
◆ 유영숙> 네. 구세군 사관학교 교수님이 확인을 하신 다음에 구세군 본영으로 보고를 하셨어요. 그리고 본부를 통해서 다음 날 최종적으로 채권이 들어있다는 결과를,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김현정> 얼마나 놀라셨어요?
◆ 유영숙> 정말 깜짝 놀랐어요. 너무 감사하기도 하고요. 너무 깜짝놀라서...
◇ 김현정> 유영숙 씨, 그날 그 모금함에 어마어마한 거액이 들어있습니다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딱 그 노신사가 바로 생각나셨어요?
◆ 유영숙> 그날 봉투를 넣으신 분은 그분밖에 없었거든요. 그래서 바로 알았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그 흰 봉투에는 이름이고 뭐고 단서가 될 만한 게 하나도 없었습니까?
◆ 유영숙> 네, 채권에는 아무것도 안 쓰여져 있었어요.
◇ 김현정> 그야말로 얼굴 없는 천사, 이름조차 남기지 않는. 이렇게 거액을 놓고 가는 분이 올해가 처음이 아니죠?
◆ 유영숙> 작년에 한 번 있었고, 2011년도랑 12년도 그리고 올해 13년도까지.
◇ 김현정> 올해 기부하신 분이 혹시 작년 거액 놓고 가신 분하고 같은 분은 아니래요?
◆ 유영숙> 11년도하고 12년도는 같은 분이라고 추정을 하는 게 같은 신월동 주민이고 사연을 써놓으셨어요. 그 사연을 써주신 필체는 같은 필체라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이번 13년도에는 그런 게 전혀 단서가 되는 부분이 없어서 저희가 같은 분인지 아닌지 저희는 알 수가 없고 다만 하나님만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같은 분이어도 좋고 아니어도 좋고. 분명한 건 이분들의 마음이 똑같이 천사라는 거, 이거 하나는 똑같죠.
◆ 유영숙>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왜 꼭 명동에만 놓고 가실까요, 이분들은. 그 이유도 갑자기 궁금한데. 명동의 구세군 냄비 지키시는 분, 유영숙 구세군 학교 학생을 만나고 있습니다. 이 봉사 시작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 유영숙> 봉사 시작한 지는 2009년도 12월부터 자선냄비를 계속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이게 돈을 받고 하는 아르바이트가 아닌 거죠?
◆ 유영숙> 돈을 받고 하는 아르바이트가 전혀 아닙니다.
◇ 김현정> 이게 전국적으로 몇 개나 있습니까?
◆ 유영숙> 350여 곳에서 진행이 되고, 올해 목표액은 55억으로 알고 있거든요.
◇ 김현정> 350여 곳에서 350분 이상이, 교대로 하시니까 더 많은 분들 수백 분이 이런 봉사를 자신의 시간을 할애해서 하시는 거예요?
◆ 유영숙> 자신의 시간을 할애해서 봉사하는 마음으로 다...
◇ 김현정> 안 추우세요? 이렇게 영하로 떨어지고 눈 펑펑 오고 이런 날?
◆ 유영숙> 많은 분들의 모금의 손길을 통해서 그 추위도 잊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봉사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빨간 냄비를 돈을 넣는 분도 대단하지만 그 냄비를 지키는 분들도 참 대단합니다. 제일 힘든 일, 힘든 순간은 언제일까요?
◆ 유영숙> 솔직히 말씀드려도 돼요?
◇ 김현정> 그럼요.
◆ 유영숙> 정말요?
◇ 김현정> 그럼요. 당연히 방송을 솔직해야 됩니다. (웃음)
◆ 유영숙> 저는 정말 힘들지 않고요. 기쁜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정말 안 힘드세요?
◆ 유영숙> 야외에 서 있어도 저는 기쁜데요.
◇ 김현정> 천사시네요, 유영숙 씨. 제일 기억에 남았던 사람, 지금까지 만났던 많은 천사들 중에.
◆ 유영숙> 많은 천사들 중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가방에서 큰 돼지저금통을 꺼내주셨어요. 돼지저금통 뒤에 여기 손주들이 소년소녀가장을 위해서 써달라고 적어놓으셨다고 하시면서 저한테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할머니, 할아버지의 그 모습이 정말 기쁜 표정 있잖아요. 기쁘고 밝고 정말 어려운 사람을 위해서 써줬으면 하는 정말 그런 간절한 마음도 들어있고 해서 너무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시각장애인이 종소리를 들으면서 지팡이를 짚고 자선냄비를 찾아오셨다는 거예요. 자기가 기부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하셔서 남자 사관학생이 그분의 손을 잡고서 모금을 도와드렸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 김현정> 딸랑딸랑 종소리가 나는 그 소리에 이끌려서 냄비까지 와서 내가 이 돈을 넣을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 유영숙> 도와달라고.
◇ 김현정> 갑자기 굉장히 부끄러워지는데요. 우리는 분명히 그 빨간 냄비를 눈으로 똑똑히 보면서도 춥다고 혹은 내 주머니에 돈이 없다고 지나치셨던 분도 계실 텐데 부끄러운 생각이 드네요. 마지막으로 유영숙 씨, 지금 듣고 계시는 청취자들께 꼭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다고요?
◆ 유영숙> 구세군 자선냄비에 사랑과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올겨울도 우리 곁의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시민 여러분의 사랑의 마음과 손길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함께 나눠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이건 적어놓으셨군요? (웃음)
◆ 유영숙> 제가 자주 쓰는 명동에서 자선냄비 하는 멘트예요.
◇ 김현정> 좋은 말씀이었습니다. 추운데 내복도 튼튼히 입고 나가시고요. 건강 조심하세요.
◆ 유영숙>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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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17(화) 자선냄비 거액기부 노신사 "첫 눈에 알아봤죠"
201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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