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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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동작소방서 황진규 소방위, 명동 관광가이드 정려홍
벌써 2013년 마지막 날입니다. 오늘 밤이 되면 서울 보신각에서는 새해를 밝히는 타종행사가 열리는데요. 각계 유명인사들과 함께 시민대표도 11명이나 함께 종을 울린다는군요. 그 11명은 그냥 뽑은 게 아니고 서울시 홈페이지를 통해서 시민들의 추천을 받은 남다른 의미가 있는 분들이랍니다. 그래서 오늘 2013년 2부의 마지막 인터뷰 주인공으로는 거창한 유명인, 정치인 아니라 이 11명의 시민 중 두 분을, 말하자면 시민대표로 만나보려고 합니다. 먼저 모실 분은 서울 동작소방서의 황진규 소방위인데요. 이분은 지금까지 화재현장에 2만여 건 출동한 기록을 가진 분입니다. 연결을 해 보죠. 황 선생님 안녕하세요?
◆ 황진규> 안녕하십니까? 동작소방서에 근무하는 황진규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 김현정> 반갑습니다. TV로만 보던 제야의 종소리잖아요.
◆ 황진규> 그렇죠. TV로만 봤었죠.
◇ 김현정> 그 종을 친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어떠세요?
◆ 황진규> 서울시민이 1000만명이 넘지 않습니까, 지금. 그런데 그중에 제가 시민대표로 개인적으로는 정말 영광스럽고요. 가문의 영광 아니겠습니까? 집사람이 깜짝 놀라더라고요. 당신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었냐고. 어깨 무게 좀 잡았습니다.
◇ 김현정> 대단한 사람이라고 답해 주시죠.
◆ 황진규> 그렇게는 못하고요. 시민들이 뽑아준 거다 이렇게만 얘기했죠.
◇ 김현정> 2만여 건 화재 구조현장에 출동한 기록을 가진 분, 말하자면 그래서 소방관 대표로 오늘 타종식에 참여를 하게 되신 건데 소방관 생활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 황진규> 제가 95년도 8월부터 시작했으니까 어언 조금 있으면 19년이 다되갑니다. 그동안 열심히 다녔죠. 열심히 현장도 다니고.
◇ 김현정> 2013년 올 한 해를 우리 황진규 소방관에게 한마디로 표현해 보라 한다면 어떤 한 해였습니까?
◆ 황진규> 다사다난했다고 할 수 있죠. 정말 여러 가지 작고 큰 사고현장에서 많은 활동들을 했고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 김현정> 다사다난이라는 말을 우리가 가장 흔하게 씁니다마는 정말로 소방관들에게는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딱 맞네요.
◆ 황진규> 그렇죠. 저희는 항상 다사다난할 수밖에 없는 그런 직업이니까요.
◇ 김현정> 그 와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출동현장이 있다면 올 한해.
◆ 황진규> 그래도 올 한 해를 돌아보면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가 있었어요.
◇ 김현정> 그 현장에 출동하셨어요?
◆ 황진규> 그렇습니다. 저희 관할구역이라. 7월 15일부터 18일 동안 일을 했었는데요. 그때 수도관 이중화 공사 중이었는데 장마가 많이 왔었어요. 그래서 그 수도관의 차단막이 부러지면서 물이 갑자기 들어닥친 거죠.
◇ 김현정> 그 안에 계시던 인부들이 그야말로 그대로 수몰되는...
◆ 황진규> 그렇습니다. 그 현장에는 인부들이 공사를 계속하고 있었던 중이었거든요.
◇ 김현정> 그랬어요.
◆ 황진규> 그래서 그때 정말 사흘 동안 집에 못 가고 쉬지도 못하고 밥 먹으러도 안 갔어요. 현장에서 김밥, 빵 같은 거 먹고 그렇게 물을 빼냈었는데 그런데 아쉽게도 생존자가 없었습니다. 생존자가 나오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저희는 단 0.1%라도 가능성을 갖고 열심히 작업을 했는데 결론은 좋지 않았어요. 정말 망연자실한 가족들 모습 보면서 가슴 한 구석이 무너지는 것 같았고 가족들 모습을 보면 남 일 같지가 않더라고요.
◇ 김현정> 유가족들 모습을 보면서, 사실 그때 그 현장 보면서 과연 저 상황에서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었겠는가. 이미 다들 세상을 떠났을 거다라는 얘기를 했는데도 소방관들은 유가족들 눈망울 보면 마지막 0.1%의 희망도 그 한 줄도 놓을 수 없는 거예요.
◆ 황진규> 가족들을 보면 저희도 그 모습이 정말 남 일 같지 않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 마음을 알기 때문에 최후의 그 순간까지도 희망을 놓지 않는 거죠, 저희도.
◇ 김현정> 그런데 그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못 구해냈을 때는 그때 심정은 어떠세요?
◆ 황진규> 정말 허탈하고 몸에 있는 모든 기운이 다 빠지는 것 같고 가슴 한구석이 무너지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 김현정> 괜히 유가족한테도 소방관들이 미안해지고.
◆ 황진규> 그렇죠. 정말 죄송하고 유가족 볼 면목이 없는 것 같고. 정말 그렇죠.
◇ 김현정> 그래요. 소방관들이 죄 지은 게 아닌 건데도 괜히 미안한 마음 들고 또 중요한 건 그분들을 구하기 위해 사지로 들어가면서 소방관들도 위협을 무릅쓰고 들어간다는 거예요.
◆ 황진규> 그런 경우가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 김현정> 올 한 해는 어떤 기억 나세요, 위험했던 순간.
◆ 황진규> 올 한 해는 보면 저희가 화재현장이나 각종 사고현장은 비정상적인 상황이거든요. 화재 같은 경우에는 온열도 있고 열기도 있고 앞을 볼 수도 없고. 낡은 주택 같은 경우에는 벽이 무너지기도 하고 천장에 있는 구조물들이 떨어지기도 하고. 실제 그동안 소방관 생활을 하면서 같이 교육받고 훈련하던 동료들이 많은 수가 순직하기도 하고 다쳐서 입원하기도 하고 저도 잔부상으로 힘든 적이 있었습니다. 현장은 항상 위험한 상황이 따를 수밖에 없는 거거든요.
◇ 김현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19년째 이 일을 하는 이유, 2만여 건 현장에 출동하는 이유, 뭘까요?
◆ 황진규>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고 축복이죠. 하늘에서 그것을 지정해 준 거예요.
◇ 김현정> 남을 위해서 일할 수 있는 것도 축복이다.
◆ 황진규> 그렇죠. 소방관이 바로 그런 직업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정말 절박할 때 그 손을 잡아줄 수 있다는 것은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참 그 말씀을 듣는데 저는 몸에 전율이 쫙 오르네요, 소방관님. 어떻게 보면 그 위험한 곳에 들어가니 나는 축복받지 못한 사람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정반대로 나는 복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진 사람, 이렇게 생각하신다는 거잖아요.
◆ 황진규> 그렇죠. 저는 아마 죽어도 지옥은 안 갈 겁니다.
◇ 김현정> 부럽습니다, 소방관님.
◆ 황진규> 그건 아마 저는 보험을 들어놓은 거예요.
◇ 김현정> 맞습니다. 우리 황진규 소방관. 오늘 제야의 종소리 타종식 참여할 만한 분이시네요. 대표 자격 있는 분이십니다.
◆ 황진규>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제야의 종 치면서 마음속으로는 어떤 소망 떠올릴지 좀 생각해 놓으셨어요, 새해 소망?
◆ 황진규> 저희 같은 경우에는 올 한 해도 정말 우리 대원들이 크고 작은 현장을 다녔지만 다친 직원 없이 한 해를 무사히 났어요. 새해에도 우리 대원들이 현장에서 다치지 않고 보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행복이고요. 또 시민 여러분들이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안전한 사회가 됐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죠.
◇ 김현정> 우리 사회 궂은 일 담당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요. 올 한 해도 고생 많으셨고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 황진규> 저희는 24시간 항상 지키고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을.
◇ 김현정>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황진규>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오늘 제야의 종 타종식에 참여하는 소방관이세요. 서울동작소방서 황진규 소방위 먼저 만나봤습니다. 이어서 타종식에 참여하는 유일한 20대 한 분도 만나보죠. 명동관광안내소에서 중국인 가이드를 하는 분이세요. 정려홍 씨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정려홍 씨, 안녕하세요?
◆ 정려홍> 안녕하세요?
◇ 김현정> 22살이시네요.
◆ 정려홍> 이제 24시간 후면 24살입니다.
◇ 김현정> 만 22살. 이제 24살 되시는군요.
◆ 정려홍> 네.
◇ 김현정> 그러면 제야의 종소리 들으러 명동에 나가보신 적은 있으세요?
◆ 정려홍> 아니요, 아직 나가본 적은 없고. 이번 기회에 처음입니다.
◇ 김현정> TV로만 보던 것을 현장에 나가서 그것도 유일한 20대로 종을 치게 됐습니다. 소감이 어떠세요?
◆ 정려홍> 되게 기쁘고요. 가문의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 김현정> 가문의 영광이죠, 그럼요.
◆ 정려홍> 그래서 제야의 종 치면서 다른 분들도 새해 복 많이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명동에서 가이드 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 정려홍> 지금 1년 반 정도 됐어요.
◇ 김현정> 1년간. 가이드, 안내원이라고 해서 관광객을 쭉 데리고 다니면서 여기저기 안내하는 그런 안내원은 아니신 거죠?
◆ 정려홍> 그런 안내원은 아니고요. 관광객들 바로 앞에서 안내를 하면서 그분들의 지리나 관광안내 같은 것도 하고 있고 그리고 필요하면 동행안내라고 그래서 몸이 아프거나 응급상황 발생할 때도 같이 약국이나 병원 같은 데 가거나 아니면서 파출소를 향할 때도 있습니다.
◇ 김현정> 정말 중요한 역할 하시네요. 만약 중국인이 와서 명동 뭐가 좋아요, 매력이 뭐예요, 이렇게 물어보면 뭐라고 답하세요? 중국어로, 중국어로 뭐라고 답하세요?
◆ 정려홍> 이렇게 얘기. . .
◇ 김현정> 지금 뭐라고 하신 거예요?
◆ 정려홍> 한국어로 번역하면 명동은 쇼핑 천국이다, 그런 거 가르쳐주면서 이런 것들도 다 할 수 있고 맛있는 음식도 있고. 그리고 저희 레드엔젤이 있기 때문에. . .
◇ 김현정> 레드엔젤?
◆ 정려홍> 저희 국제인 안내소 레드엔젤이라고 하거든요.
◇ 김현정> 중국인 관광객을 안내해 주는 분들을 레드엔젤팀이라고 하는군요.
◆정려홍>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레드엔젤이 있기 때문에. . .
◆ 정려홍> 마음껏 관광할 수 있다는. . .
◇ 김현정> 중국인들이 명동에 하루에 얼마나 찾아옵니까, 요즘은.
◆ 정려홍> 2000, 3000명 정도 있는 것 같은데요.
◇ 김현정> 주로 찾는 이유는 역시 아까 말씀하신 대로 쇼핑.
◆ 정려홍> 그분들이 아무래도 명동이라는 이미지가 100년 정도 역사가 되었잖아요. 그래서 거의 상징성이 대단해요. 그래서 이제 한국에 왔으니까 이런 쇼핑의 트렌드, 중심 하면 명동이 딱 생각나서 딱 여기 오고. 막상 오다 보니까 쇼핑할 것도 많고 볼거리도 많고 해서 재방문할 때도 명동 사는 경우가 되게 많아요.
◇ 김현정> 그래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 명동. 그곳을 지키는 분이 정려홍 씨인 건데 일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 보람 있었던 순간이 있다면 언제.
◆ 정려홍> 보람 있는 순간 예전에 여자분이었는데 같이 병원에 간 적이 있었거든요. 그분이 다리에 멍이 심하게 들어서 다쳐 가지고. 혼자 여행을 한 거였어요, 또.
◇ 김현정> 혼자 여행 온 중국인이 다쳐서 정려홍 씨한테 온 거예요, 도와달라고?
◆ 정려홍> 처음에는 시민분이 그분을 데리고 저한테 와서 이 분 좀 다친 것 같은데 병원 같이 가야 되지 않냐 해서 같이 가고 병원에 중국어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까 옆에 있어주면서 중국어를 도와주고 그다음에 혼자니까 말동무도 했는데 연락처도 교환하면서.
◇ 김현정> 그렇게 해서 친구 하나를 또 만들었네요.
◆ 정려홍> 그게 좀 기억이 남는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래요, 정려홍 씨. 이제 2013년 마지막 날인데 20대 정려홍 씨한테 새해에는 이랬으면 좋겠다 바람이 있다면. 개인적인 바람일 수도 있고 사회를 향한 바람일 수도 있고. 어떤 생각, 어떤 소망이 있으세요?
◆ 정려홍> 저는 가이드로 일을 하고 있잖아요, 명동에서. 그래서 관광객분들이 또 재방문해 주셔서 저한테 또다시 안내를 받았으면 하는 그런 작은 소망이 있고요. 제 주변에 약간 취업, 이런 것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는 분이 많으세요.
◇ 김현정> 많죠, 그런 친구들.
◆ 정려홍> 그래서 그분들 모두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다 찾아서 좋고 건강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20대 주변 친구들을 대표하는 발언까지. 그래요, 정려홍 씨. 우리가 이제 끝인사 나눠야 되는데. 중국어로 한번 새해 인사 전하면서 인사 나눠볼까요. 간단하지가 않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 정도가 아니네요. 뭐라고 하신 거예요?
◆ 정려홍> 저요? 여러분, 2014년인데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이루고 싶은 일이 다 이루어졌으면 좋겠고. 이런 작은 소망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고맙습니다. 오늘 제야의 종 잘 치시고요. 새해에도 한국의 얼굴 역할 잘해 주십시오.
◆ 정려홍> 네.
◇ 김현정>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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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31(화) "제야의 종 타종식에 참석하는 사람들"
2013.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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