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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25(수) 폐지모아 매달 기부하는 ‘기부천사 할머니’
2013.12.25
조회 733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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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조명자 할머니
오늘 크리스마스입니다. 여러분, 어떻게 보내고 계세요. 사실 크리스마스는 그리 화려한 날은 아닙니다. 그냥 아기예수의 생일인데. 그분은 세상의 가장 낮은 곳, 마굿간을 택해서 오셨거든요.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 힘든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날입니다. 그래서 오늘 화제의 인터뷰는 오늘과 참 잘 어울리는 분을 한 분 만나려고 하는데요. 한 달에 1만원씩 10년을 기부했다. 이게 쉬운 일은 아니죠.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기부의 주인공은 폐지를 주우며 사는 할머님이세요. 그 어떤 갑부의 100억보다도 더 값진 1만원입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 서울 목동에 사시는 일흔 한살 조명자 할머님 연결을 해 보죠. 할머니, 안녕하세요.
◆ 조명자>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
◆ 조명자> 네. 저도요.
◇ 김현정> 어떻게 성탄은 잘 보내고 계세요?
◆ 조명자> 그냥 누구나 즐겁게 지냈으면 합니다.
◇ 김현정> 기부를 10년 전부터 해 오셨어요, 그런데?
◆ 조명자> 그러니까 지금 한 12년이 된 것 같네요.
◇ 김현정> 매달? 한 달도 안 쉬고?
◆ 조명자> 하다 보니까 언제 통장에서, 빈 통장이 없었나 보죠? (웃음) 계속 나갔더라고요. 너무 적어요. 부끄러워 죽겠구먼.
◇ 김현정> 지금 할머님의 이 말씀을 들으면서 부끄러워 할 분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 조명자> 아니에요.
◇ 김현정> 어떻게 처음에 시작하게 되셨어요?
◆ 조명자> 제가 어느 날인가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어요. 지금의 박원순 시장님과 현숙 씨 모두 유지분들이 아름다운 재단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기부식을 하는 걸 우연찮게 봤어요.
◇ 김현정> 12년 전에 아름다운 재단, 그분들이 다 관계자 분들이셨군요?
◆ 조명자> 그렇죠, 주인공이 되시는 분들이죠. 그래서 텔레비전에서 보고 바로 종로로 갔습니다. 거기에서 접수를 하시는 분이 있었어요.
◇ 김현정> 접수받는 분이?
◆ 조명자> 그래서 내가 이렇게 마음에 적은 돈이지만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그러니까 흔쾌히 좋다고 그러시면서 거기서 접수를 해 주시더라고요.
◇ 김현정> 종로 아름다운재단 사무실로 TV 보자마자 달려가셔서 거기서부터 접수, 1만원씩 기부하겠습니다 라고 약속한 게 12년이 되셨어요.
◆ 조명자> 그런데 그게 조금 망설이기는 했죠. 정말 내가 나 죽기 전까지 할 수 있을까..
◇ 김현정> 그때 그 1만원을 기부하겠다 라고 생각하셨을 때 그게 한두 해가 아니라 나 죽을 때까지 해야지, 이렇게 생각하신 거예요?
◆ 조명자> 그렇죠. 시작하면 끝이 나야죠.
◇ 김현정> 폐지를 주우면서 지금도 생활을 하신다면서요, 스스로?
◆ 조명자> 네, 그럴 수밖에 없죠. 저희도 사업하고 그러다 많이 실패하고 이제는 인테리어, 페인트도 하다가 그것도 나이 먹으니까 또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일꾼들 부리기도 힘들고. 제가 손수 뛰었지만 그래서 그냥 그걸 접고 트럭이 있었어요, 저희가. 트럭이 있어서 그걸로 놀면 뭐하냐 여보, 해서 그냥 용기를 내서 내가 주워올 테니까 당신은 갖다 팔아만 오세요. 이런 처음에는 작전을 썼죠.
◇ 김현정> 그렇게 작전. 그러면 할아버지 지금 일 잘 하세요?
◆ 조명자> 지금은 그냥 치매기가 좀 있지만 이렇게 리어카로 한 개 가서 팔아가지고 오면. 지금 차를 없앤 지가 한 두 달 되네요.
◇ 김현정> 차는 왜 파셨어요?
◆ 조명자> 그게 치매 초기라 뒤로 후진을 하다가 여기가 연립인데 박스가 큰일날 뻔했어요.
◇ 김현정> 할아버님이 운전하시다가 치매 때문에?
◆ 조명자> 밤에 좀 늦게. 그래서 차를 갖다가 인천, 막내 아는 집에 뒀는데 아직 팔렸다는 소식이 없네요. 그래서 연말을 멋있게 못 보내겠네..
◇ 김현정> 그래서 그때부터는 리어카로.
◆ 조명자> 지금은 리어카죠. 리어카가 일단은 제가 한다고 목표도 있고 하니까.
◇ 김현정> 그러면 할머니 폐지 주워서 그렇게 사시는 거면 한 달에 수입이 얼마나 되시는 거예요?
◆ 조명자> 수입이랄 게 적어보지는 않았는데.
◇ 김현정> 대충?
◆ 조명자> 대충 11월 달 21일부터 말일까지 했더니 12만원이 됐더라고요, 이 통에다 넣는데...
◇ 김현정> 12만원 버셨어요?
◆ 조명자> 12만원. 그러니까 말일까지 했으니까 20일이야.
◇ 김현정> 그렇게 오래 계속 이 추운데 일하셨는데 12만원밖에 못 버셨어요.
◆ 조명자> 요새 파지가 1kg에 80원으로 내려가서 한 리어카 갖고 가봐야 이틀에 한 번 1만원 벌기 힘들어요.
◇ 김현정> 한 리어카 가득 담아가는데도 이틀에 1만원밖에?
◆ 조명자> 네. 그러니까 리어카가 너무 무겁다 이랬을 때는 1만 7000원? 그 정도밖에 안 됩니다.
◇ 김현정> 그 리어카 메고 이 추운 날 엄동설한에 끌고 다니기 힘드실텐데...
◆ 조명자> 뭐가 추워요. 안 추워요.
◇ 김현정> 우리 할머니 어떻게 웃으면서 이 말씀을 하실 수 있을까요. 저는 지금 눈물이 글썽글썽하는데.
◆ 조명자> 웃지 않으면 어쩌겠습니까? 그래서 지금은 우리 아저씨 약값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참 나이 먹으면 돈이 있어야 되는데....
◇ 김현정> 할머니, 그러면 지금 말씀하신 대로 할아버지 약값도 대야 되고 할머니 생활도 하셔야 되고...
◆ 조명자> 저도 약 먹어요. 5년 전에 저도 뇌출혈로 병원에서 큰 수술을 했었어요.
◇ 김현정> 할아버지 약값에 할머니 약값에 이런 상황이신데 그 돈을, 그 1만원 기부 안 해도 누가 뭐라고 안 할텐데...?
◆ 조명자> 그건 아니죠.
◇ 김현정> 그건 아닙니까, 아무리 내가 힘들어도 그건 아닙니까?
◆ 조명자> 그건 아니에요.
◇ 김현정> 남을 도울 때 느껴지는 어떤 행복감이라는 게 해 본 사람만 아는 게 있습니까?
◆ 조명자> 바로 그거예요. 명랑하게 살려고 애쓰고요. 없는 거 가지고 한탄해봐야 되지 않아요.
◇ 김현정> 없는 것 가지고, 한탄해봐야?
◆ 조명자> 내가 노력한 만큼. 그렇죠. 저도 집을 나와서 두 달 동안 식모살이를 했어요.
◇ 김현정> 식모살이도. 안 해 본 게 없으시네요. 인테리어, 미장원, 식모살이. . .
◆ 조명자> 연탄장사도 했지 연탄도 이고 다녔지, 버비카도 옛날에 끌고 우유배달도 했지.
◇ 김현정> 어떻게 그렇게 산전수전 다 겪으셨는데도 밝으세요?
◆ 조명자> 그런데도 성공을 못 했네요.
◇ 김현정> 그래도 웃으실 수 있는 이유....
◆ 조명자> 자손들이나 잘 건강하고...오늘 같은 라디오 프로그램까지 나오게 돼서 정말 감사합니다.
◇ 김현정> 2014년 새해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새해 소망이 있으시다면?
◆ 조명자> 새해소망? 저보다도 조금 나은 분들. 아니 저 같은 분들도 얼마든지 이런 마음을 갖지 않을까... 앞으로는 많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웃에게 도와줬으면 좋겠습니다.... 건강이 허락만 한다면 저는 평생을 하고 싶습니다.
◇ 김현정> 할머니. 할머니, 건강하시고요. 기부 많이 하기 위해서라도 오래오래 잘사셔야 됩니다.
◆ 조명자>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복 많이 받으시기를,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를 기도할게요.
◆ 조명자> 건강하시고요. 정말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