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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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목) "제주 해녀문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2014.01.02
조회 982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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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재연 (제주 해녀)

여러분 제주도 하면 뭐가 먼저 떠오르세요? 푸른 바다, 한라산, 유채꽃. 그리고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게 해녀입니다, 해녀. 바다에 잠수해 들어가서 전복 따고 성게 따고. 우리에게는 친숙한 해녀인데 그게 뭐 그렇게 특별한가 싶기도 한데 이 해녀는 세계해양문명사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아주 독특한 문화유산이라는군요. 그래서 유네스코 일류무형유산에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데. 그런데 일본이 자기네한테도 해녀문화가 있다면서 먼저 선수를 치려고 한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오늘 화제인터뷰에서 해녀 한 분을 직접 만나보죠. 우리나라 최연소 해녀세요. 제주의 김재연 씨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김재연 씨 안녕하세요?

◆ 김재연>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 1월 2일 제주도 앞바다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 김재연> 파도가 거센 것처럼 보여도 해안가 쪽으로는 많이 잔잔한 편이에요.

◇ 김현정> 넘실넘실댑니까, 여느 때처럼? 제가 김재연 씨를 최연소 해녀다 이렇게 소개를 했는데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됩니까?

◆ 김재연> 새해가 됐으니까 38살이에요.

◇ 김현정> 38? 38이나 되셨는데 최연소입니까?

◆ 김재연> 네.

◇ 김현정> 그 밑으로는 이제 해녀는 없는 거군요?

◆ 김재연> 그러니까 생겨났다가도 포기를 많이 하시고 그래서...

◇ 김현정> 그러면 최고령 해녀는 몇 살 되신 분이세요?

◆ 김재연> 저희 마라도에도 있는데요. 90세까지는 하세요.

◇ 김현정> 지금 우리나라에 활동하는 해녀분들이 몇 분이나 계실까요?

◆ 김재연> 전국적으로 5000명 정도 있다고 들었어요.

◇ 김현정> 전국으로 5000명. 정확하게 통계청에서 통계를 잡아본 건 아니지만 대충 5000명쯤 된다... 해녀, 언뜻 생각하면 어느 나라, 어느 바닷가에나 이런 분들 있을 것 같은데 그런데 그게 그렇지가 않다고요?

◆ 김재연> 외국분들이나 이런 분들은 되게 의아해하세요. 왜 장비를 안 하고 가냐.

◇ 김현정> 왜 산소통 안 메고?

◆ 김재연> 장비를 메고 가야 더 많이 해올 수 있지 않냐, 이런 질문을 되게 많이 하시거든요. 그런데 저희도 그렇게 하면 할 수 있지만 그러다 보면 자원이 금방 고갈될 거고 이 일을 오래 지켜가면서 할 수 없기 때문에 저희는 그냥 장비 없이 인간이 할 수 있는 만큼만 잡아오고 있는 거예요.

◇ 김현정> 그러니까 30분, 1시간 동안 물 속에서 작업할 수 있는 큰 산소통을 메고 갈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해서 물 속에 가서 싹쓸이해 오면 그건 자연의 이치에 맞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거군요. 바로 그 점이 우리나라 해녀가 소중한 거고 그래서 문화유산에도 등록할 만하다 이런 말씀이신 거예요. 그나저나 김재연 씨는 해녀 일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 김재연> 저는 5년 조금 지났어요.

◇ 김현정> 처음에는 어떻게 해녀의 길로 들어서게 되셨습니까?

◆ 김재연> 제가 사는 데 우여곡절도 많고 그러다 보니까 요즘 자살률도 굉장히 높고 그렇게 되는데 저도 그랬었거든요. 그런데 그때 바다에 가서 바다 한가운데 빠뜨려놓으니까 제가 살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더라고요. 그때 느꼈던 게 이게 인간의 본능인 거구나. 바다 속의 물건을 찾고 이럴 때는 아무 잡생각도 안 들어요. 밖에 올라왔을 때는 바로 눈앞에 보여지니까 성취감도 바로바로 느끼고. 그러니까 마음이 정말로 많이 편안해지고 넓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 김현정>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만난 게 바다, 자연, 해녀, 물질 이런 거였군요. 그 말씀 참 와닿네요. 물 속에 들어가서 마치 보물을 찾듯이 헤엄치는 그 순간에는 아무런 다른 생각이 안 드는. 자연과 내가 하나되는 느낌. 좀 위험한 순간 없습니까? 예를 들어서 조금만 내가 더 있으면 뭔가를 잡을 것 같은데 숨은 차오르고 이러다가 위험한 순간을 겪는다든지 이런 일은 없어요?

◆ 김재연> 많죠. 바다에서 작업을 하시다가 돌아가시는 분들 중에 대다수가 숨이 모자라서..

◇ 김현정> 실제로 그런 일이 있군요?

◆ 김보미> 네. 올라오는 길을 계산하고 자기 호흡을 계산해야 하거든요. 항상 숨을 조금 남기고 올라오셔야 하는데 조금, 아주 조그마한 욕심부렸다가는 목숨과 바로 연결이 돼서요. 항상 위험한 일이에요.

◇ 김현정> 그렇군요. 실례지만 하루 수입이 그러면 대충 얼마나 나올까요?

◇ 김현정> 한 달이면 보름을 작업시간을 잡거든요. 보름도 날씨가 허락을 해줘야지 보름을 채워가지고 작업을 하는 거예요. 배우는 사람들은 하루에 2, 3만원 정도 벌까 말까 하는 거고 능숙하신 분들은 2, 30만원대?

◇ 김현정> 하루에? 그렇지만 작업일수가 그리 많지 않은, 한 달이면 생각보다 수입이 그리 많지도 않고 참 고된 일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질을 놓지 못하고 5년이나 하는 이유, 혹은 아흔까지 하시는 그 이유, 그 매력은 뭘까요?

◆ 김재연> 해녀분들이 하시는 말씀 중에 바다가 친정집보다 낫다 라는 말이 있어요.

◇ 김현정> 바다가 친정보다 낫다? 그게 무슨 말일가요?

◆ 김재연> 예전에 제주해녀는 선택의 여지없이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바다로 뛰어들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말 못할 속마음도 있고 힘든 상황도 있고 이런 것을 바다에 들어가면 바다가 다 풀어주는 거예요, 받아주고 풀어주고 이해해주고.

◇ 김현정> 시집살이하면서 겪는 그 고통도, 어디 가서 말 못 하는 것을 바다에 가면 다 품어주고 내가 말할 수 있고. 속앓이 하는 거 들어주고...

◆ 김재연> 그러니까 바다가 친정집보다 낫다 이런 말씀을 하시거든요. 그런데 제가 들어가서 일을 하다 보니까 사람과 자연은 떨어져서 살 수가 없는 거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해녀 일하면서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 김재연> 바다의 환경이 오염되면 당연히 우리가 잡아야 될 물건도 줄어드는 거고 그렇기 때문에 해녀들은 자기 자신들이 바다를 지키거든요.

◇ 김현정> 아까 말씀하셨듯이 산소통 안 메고 가는 이유도 바로 그런 이유.. 김재연씨, 혹시 영어 좀 할 줄 아세요?

◆ 김재연> 영어요? 잘 못해요.

◇ 김현정> 제가 왜 여쭙냐 하면 영어 잘하시면 유네스코 회의 열릴 때 김재연 씨가 직접 나가서 영어로 이런 얘기하시면 단번에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될 것 같은데요?

◆ 김재연> 공부해야 되겠습니다.

◇ 김현정> 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되는 거, 바다 깊숙이 해녀가 쏙 들어가는 그 모습 생각하면 그게 바로 하나가 되는 모습, 멋있네요. 그래서 이 해녀를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시키려고 하는 건데 그런데 일본이 선수를 치려고 한다, 이건 무슨 말입니까?

◆ 김재연> 일본에도 해녀가 있기는 있는데요. ‘아마’라고 있거든요. 우리나라 해녀들하고는 비교를 할 수 없어요. 거기는 실력 자체도 많이 떨어지고 갖고 있는 생각도 다르고. 일본은 우리처럼 해녀들의 공동의 바다가 아니고 어느 개인이 바다를 사서 바다사업을 하기 때문에 그 사람들 밑으로 들어가서 그냥 물건만 잡아오는 사람들이거든요.

◇ 김현정> 그런데 왜 일본에서는 갑자기 해녀바람이 분 거예요? 유네스코에 등재해야 한다..?

◆ 김재연> 일본에 ‘아마 짱’이라고 하는 드라마가 있었거든요.

◇ 김현정> 해녀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군요?

◆ 김재연> 네. 젊은 해녀가 도시에 살다가 다시 해녀일을 시작하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드라마로 만든 건데 그게 완전히 흥행이 된 거예요.

◇ 김현정> ‘아마 짱’이라는 드라마가 열풍이 일면서 해녀 이거 우리 지켜야 되는 문화유산이구나 이런 바람이 전국민적으로? 역사도 우리보다 짧아요, 해녀 역사도?

◆ 김재연> 거기 해녀는 제주도의 해녀들이 다 넘어가서 해녀 문화가 많이 자리잡게 된 거고, 지금도 역시 제주도의 해녀가 없으면 거의 일이 중지가 될 정도로 해녀수가 거기도 없거든요.

◇ 김현정> 참 일본, 김치 때도 이렇고 왜 우리 거 가로채는 데는 빠른지 모르겠어요. 지금 우리가 그러면 할 수 있는 일이 뭡니까?

◆ 김재연> 지금도 몇몇 분들만 굉장히 바쁘게 움직이시고 노력을 많이 하시는데 정작 해녀들인 저희도 많이 모르고 있어요. 그게 어떤 일인지.

◇ 김현정> 그러니까 관 주도로 뭔가 이루어지고는 있는데 해녀들도 잘 모르는 상황?

◆ 김재연> 소수의 사람들이 움직일 게 아니고 다같이 이런 바람이 일어났으면, 움직임이 있었으면 하는 저희 바람이죠.

◇ 김현정> 우리도 드라마 하나 만들죠. 그렇게 해서라도 전 국민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켜야 될 같은, 일본에 뺏겨서는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 김재연> 절대 뺏겨서는 말이 안 되죠.

◇ 김현정> 그러니까요. 지금 목표는 올 한해 열심히 운동해서 내년에 올리는 게 목표라고요? 우리 듣고 계신 청취자들께 오늘 새해 두 번째날 해녀 대표로 관심 가져달라고 한 말씀 해 주시죠.

◆ 김재연> 지금 해녀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거든요. 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게 되지 않게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될 수 있도록 많은 협조 부탁드립니다.

◇ 김현정> 김재연 씨도 이 일 꼭 놓지 마시고요. 백발의 할머니 되실 때까지, 백발의 할머니가 멋지게 다이빙해 들어가서 힘차게 물질하는 그 모습까지 보여주셔야 됩니다.

◆ 김재연> 제가 몸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할 겁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