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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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최려나 (조선족, 이대 영문학과 입학)
요즘 대학캠퍼스는 새내기들로 생기가 넘쳐나는데요. 신촌의 이화여대 캠퍼스에는 조금 특별한 사연을 가진 신입생 한 명이 있습니다. 바로 중국 지린성 출신의 조선족 최려나 씨 얘기입니다. 11살 때 집에서 가스폭발사고를 당했어요. 어머니 돌아가시고 려나 씨는 몸 전체에 95% 부위에 3도 화상을 입었습니다. 10년간 받은 수술만 30번. 그렇게 좌절에 빠져 있을 때 공부를 시작했고요. 결국 우리나라 검정고시에 합격을 해서 올해 이화여대에 당당히 입학을 한 겁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 이화여대 영문학과 14학번이 됐습니다. 최려나 씨 만나보죠. 려나 씨, 안녕하세요.
◆ 최려나> 안녕하세요.
◇ 김현정> 이제 입학한 지 며칠 된 거죠?
◆ 최려나> 이제 갓 일주일 지났어요.
◇ 김현정> 일주일. 대학생 되니까 뭐가 제일 좋습니까?
◆ 최려나> 친구들이랑 같이 과제도 하고 아름다운 캠퍼스도 거닐고 너무 기뻐요.
◇ 김현정> 그래요, 려나 씨. 제가 사실은 얼굴 사진 보고 처음에는 조금 놀랐어요, 솔직한 얘기지만. 왜냐면 눈을 제외하고는 코며 입이며 다 심하게 상해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것도 수술을 30번이나 해서 된 거라고요?
◆ 최려나> 지금까지 30번이 넘는 전신마취수술을 받았어요.
◇ 김현정> 그러면 이게 조금 힘든 기억인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11살 그때로 한번 잠깐 돌아가 보죠. 11살 되던 때가 몇 년이죠?
◆ 최려나>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였어요.
◇ 김현정> 초등학교 4학년. 2003년. 어떻게 사고가 난 거예요?
◆ 최려나> 집에서 엄마와 함께 가스폭발사고를 당했어요. 그리고 그 사고로 인해서 95%의 화상을 입게 되었고 지난 지금 10년 동안 30번이 넘는 전신마취수술을 받으면서 기적적으로 살아났어요.
◇ 김현정> 가스폭발사고.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돌아가시고 려나 씨는 어느 정도나 다친 거예요, 그때? 어느 정도나 다친 거예요, 그 사고로?
◆ 최려나> 아주 심하게 다쳤어요. 전신 95%니까 5%밖에 살 희망이 없다고 다들 그러셨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얼굴이 망가지고 안 망가지고 그 문제가 아니라 살 수 있느냐, 없느냐 그 정도 상황.
◆ 최려나> 네, 살 수 있느냐, 없느냐 생사가 갈린 문제였죠.
◇ 김현정> 그러다가 겨우 목숨은 건졌지만 그 후에 치료과정이며 치료비며 만만치 않았죠, 그 고생이란 것이?
◆ 최려나> 네, 진짜 어마어마한 치료비가 들어갔어요, 그 사고로 인해서. 그래 가지고 어쩔 수 없이 퇴원하게 되었고 그 다음에는 너무 감사하게도 또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치료를 계속 할 수 있었어요.
◇ 김현정> 처음에는 치료 못하고 포기했었어요?
◆ 최려나> 진짜 치료비가 많이 드니까 저희가 퇴원할 수밖에 없었어요.
◇ 김현정> 처음에는. 그러다가 어떤 분들이 도움을 주셨어요?
◆ 최려나> 중국 천진광장 잡지사 이윤낙 사장님 그리고 네티즌들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도움으로 수술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었어요.
◇ 김현정> 그래서 30여 차례 수술. 그런데 돈은 모아졌어도 사실 화상치료라는 게 보통 고통스러운 게 아니지 않습니까?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도 피눈물이 난다, 이런 얘기들 하던데.
◆ 최려나> 사실 저도 저지만 그걸 지켜보는 가족들이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저를 30번 넘게 수술실에 들여보내고 또 치료할 때마다 옆에서 지켜주시느라 아마 가족들이 제일 힘들었을 것 같아요.
◇ 김현정> 어떤 순간이 려나 씨는 제일 힘들었어요, 려나 씨는 ?
◆ 최려나> 다른 친구들은 하고 싶은 거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또 학교도 갈 수 있는데 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병실에만 누워 있어야 한다는 그 사실이 너무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친구들이 책가방 매고 학교 가는데 교복 입고 학교 가는 모습을 병실 창문으로 바라봐야만 할 때, 그럴 때. 그런데 그렇게 해서 그냥 살아 숨 쉬는 것만으로도 힘든 치료과정이었는데 어떻게 공부를 하고 내가 그것도 한국 대학에 입학을 해야겠다, 어떻게 결정을 한 겁니까?
◆ 최려나> 9년 전 화상수술을 위해서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지선아 사랑해’의 저자 이지선 언니를 만나게 되었어요.
◇ 김현정> ‘지선아 사랑해’ 저자 이지선 씨라면 이지선 씨도 화상 심각하게 당했던 그 이지선 씨요?
◆ 최려나> 네, 맞아요. 교통사고로 인해서 그 언니도 화상을 입었어요.
◇ 김현정> 그렇죠. 그분을 만났어요.
◆ 최려나> 그때부터 제가 세상을 마주하는 태도가 달라졌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서 밖에조차 나가기 무서웠지만 언니를 만나고 나서는 지금의 저도 뭐든지 할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줬어요, 언니가. 그리고 저도 다른 사람들의 희망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했고 그때부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 김현정> 지선이 언니가 뭐라고 한 말이 제일 기억에 남았습니까, 려나 씨?
◆ 최려나> 쓸쓸했던 개인사와 신체접촉 등 그리고 중국이라는 나라의 문화 차이가 좀 한국 생활에도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해 왔던 것처럼 어떤 시련과 좌절이 닥쳐도 주저하지 않고 매순간에 최선을 다 하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너무 가슴에 와닿았어요.
◇ 김현정> 보니까 지선 언니가 한 얘기를 외워 버렸네요. 지금 줄줄줄줄 얘기하는 게 아예 가슴에 새겨 버렸어요. 신기하게도 이지선 씨하고 최려나 씨는 사고를 당한 날짜가 같아요. 물론 해당 년도는 다릅니다만 당한 날짜가 7월 30일로 똑같더라고요.
◆ 최려나> 너무 신기했어요, 그게.
◇ 김현정> 여러 가지로 어떤 묘한 동질감 같은 게 느껴졌던 거예요.
◆ 최려나> 뭔가 비슷한 점도 많고 그래서 더 언니가 위로해 주면 힘과 용기를 얻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지선 언니 덕분에 공부도 시작하고 대학 갈 꿈도 꾸고. 실제로 언니가 나온 이대를 똑같이 들어간 거예요?
◆ 최려나> 우연치 않게 그렇게 됐어요.
◇ 김현정> 이지선 언니가 뭐라고 하던가요, 입학한 거 듣고는.
◆ 최려나> 너무 장하다고. 앞으로의 생활이 더 기대가 된다고 했어요.
김현정> 만났어요, 한국에 와서?
◆ 최려나> 제가 대학교 합격 소식을 제일 먼저 지선 언니한테 알렸는데 언니 후배가 돼서 언니도 많이 기뻐해 줬어요. 그리고 저도 몰랐는데 입학식 날 몰래 온 손님으로 언니가 왔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얘기 안 하고 입학식에 나타났어요, 지선 씨가?
◆ 최려나> 전날까지 연락을 주고받았을 때만 해도 중국에서 왔다는 소식이 없었는데 그야말로 진짜 깜짝 놀랐어요.
◇ 김현정> 미국에 유학 가 있는 언니가 일부러 려나 씨 힘 주려고 온 거예요, 입학식장에?
◆ 최려나> 그런 것 같아요.
◇ 김현정> 대단한 인연입니다. 사람이 이렇게도 사람에게 힘이 될 수 있는.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뀌어 버린 거예요, 지선 씨로 인해 려나 씨가. 앞으로 4년 남았는데 대학생활 동안 꼭 해 보고 싶은 게 있다면?
◆ 최려나> 학교캠퍼스가 너무 예쁜데 그런 캠퍼스를 마음껏 거닐고 친구들이랑 놀러도 나가고 기숙사에서 친구들과 밤새 야식도 먹으면서 수다도 떨고 그런 소소한 일상들 해 보고 싶어요.
◇ 김현정> 한국에는 미팅, 소개팅 이런 것도 있어요. 얘기 들어봤죠?
◆ 최려나> 네.
◇ 김현정> 그런 것도 가끔씩 하면서 재미있는 추억도 만들고. 평범한 대학생의 여유를 느꼈으면 좋겠는데 앞으로 꿈은 뭡니까, 최려나 씨?
◆ 최려나> 영어권 문학의 번역과 또 한국과 중국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문화나 지식이나 이런 걸 공유하는데 기여하고 싶어요. 또 지금까지는 지원과 혜택을 많이 받았지만 이제는 그것들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 김현정> 번역가, 작가 되고 싶은 거죠? 최려나 씨가 쓰는 글이 어떤 걸까 저도 궁금해지는데 정말 좋은 작가가 돼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줬으면 좋겠네요. 그나저나 지금 기숙사에 있는 거죠?
◆ 최려나> 지금 기숙사에 있어요.
◇ 김현정> 기숙사비며 학비며 이런 거 누가 대줍니까?
◆ 최려나> 너무 감사하게도 학교에서 장학생으로 해 주셨어요. 그래서 모든 등록금이나 이런 모든 것은 다 학교에서 지원해 주고 있어요.
◇ 김현정> 편하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서 더 기분이 좋습니다. 열심히 공부하셔야 되고 대학생활도 즐기면서 공부하셔야 돼요.
◆ 최려나> 고맙습니다.
◇ 김현정> 오늘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3/10(월) 최려나 "전신화상 이겨내고 이대 합격했어요"
2014.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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