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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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3/21(금) 바라봄 사진관 "장애인 가족 사진, 마음으로 찍어요"
201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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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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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나종민 바라봄 사진관 대표



살면서 기념하고 싶은 순간, 혹은 오래 기억하고 싶은 순간 우리는 사진을 찍죠. 그것도 특별한 날에 사진관에 가서 기념사진 남깁니다. 그런데 장애인들은 사진 한 장 찍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랍니다. 그래서 일반 사진관에서 장애인들을 기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데 이런 장애인들 위한 사진관이 우리나라에 딱 한 곳 있습니다. 바로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바라봄 사진관’ 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이 사진관으로 나들이 한번 가보죠. ‘바라봄’ 사진관 나종민 대표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나 대표님, 안녕하세요?

◆ 나종민> 안녕하세요.

◇ 김현정> 사진관 이름이 ‘바라봄 사진관’. 누구를 무엇을 바라보시는 거예요?

◆ 나종민> 바라본다는 그런 명사형으로도 쓸 수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뒤에 보면 숨은 얘기가 있습니다. 봄이 영문으로 'VOM'입니다.

◇ 김현정> 'VOM'

◆ 나종민> 그걸 풀어쓰면 ‘뷰 파인더 오브 마인드’ 그래서 마음을 바라보는 카메라 창'이라는 뜻입니다.

◇ 김현정> 멋있네요, 이름부터. 그런데 비장애인들은 언뜻 들어서는 잘 이해는 안 가요. 왜냐면 장애인이라고 해도 행동 불편하면 휠체어 타고 가면 될 거고 시각 장애인이면 지팡이 짚고 가시면 될 텐데. 왜 일반 사진관을 이용하는 게 불편하다는 건가?

◆ 나종민> 저도 처음에 똑같이 그런 질문을 제가 한번 드린 적이 있었어요. 그랬는데 그거는 그렇게 질문하는 것은 그분들 입장에서 저희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겁니다. 그분들이 가시면 사진을 찍기가 참 어렵습니다. 포즈잡기도 힘들고 앉기도 힘들고 그 다음에 얼굴도 굳어버리고 이러기 때문에 그분들 찍을 때 제가 지금가지 한 100여 가족을 찍었지만 2시간도 좋고 3시간도 좋고 100장, 200장도 찍어야 됩니다.

◇ 김현정> 가족 사진을 찍는다 치면 우리 같으면 보통 30분 안에 다 끝나는데. 30분도 긴 거죠.

◆ 나종민> 그런데 그런 분들을 결코 여느 사진관에서 찍다 보면 쉽지 않기 때문에 별로 반겨하지 않을 수 있거든요. 그러면 그걸 제일 먼저 아시는 분들이 가시는 장애를 가진 아이의 어머님이거나 혹은 장애를 가지신 분들이에요.

◇ 김현정> 그렇군요.

◆ 나종민> 그래서 안 가려고 그러시는 거죠.

◇ 김현정> 장애인들 일반사진관에서는 꺼리는 것도 있지만 장애인들 스스로가 미안하고 불편하니까. 그렇게 되는. ‘바라봄 사진관’, 문은 언제 여셨어요?

◆ 나종민> 벌써 2년 쫌 넘었네요.

◇ 김현정> 2년이나. 처음에 어떻게 장애인을 위한 사진관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을 하셨습니까?

◆ 나종민> 제가 사진관을 운영하면 마치 제가 사진을 전공한 사람이거나 과거에 직업을 계속했던 사람 같은데요, 그건 아니고요. 그것은 아니고요, 7년 전에 저는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요. 그 다음에 사회공헌 일을 시작하다가 사진을 취미로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사진을 취미로 배우면서부터 사진과 사회공헌이 연결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그러면서 실제로 사진기 들고 다니면서 재능기부 하러 다녔어요.

◇ 김현정> 자원봉사 하러 다니셨어요?

◆ 나종민> 그러다가 한 번은 뇌병변 아이 체육대회 때 저희가 자원봉사 한 일이 있는데 제가 한 어머니, 아까 김현정 선생님 물은 것처럼 똑같이 묻더라고요. 혹시 가족사진을 저희가 찍을 수 있냐고 물으시더라고요.

◆ 나종민> 그래서 ‘아니요. 저 그냥 자원봉사 나왔습니다’. 그랬더니 그분 말씀이 사진관을 했으면 가족사진을 찍으려고 했었대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장애인 분들 찍는 사람이니까 저 같은 사람이 사진관을 하면 좀 편히 찍겠다, 생각하셔서 물어보신 거더라고요. 그래서 알고 보니까 진짜 그런 사진관이 없더라고요. 그럼 내가 만들어보지, 그러고 만들어서 한 게 벌써 2년 반이 됐네요.

◇ 김현정> 그렇게 해서. . . 뇌병변 장애를 가진 아이 한 명만 있어도 일반 사진관에 가서 가족사진. . . 그거 가족 사진 찍는 거 아무것도 아닌데 그거 한 번 찍기가 어렵구나.

◆ 나종민> 110여 가족을 찍었지만 지금까지 거의 99%가 처음 사진관을 오신 분들이었어요.

◇ 김현정> 세상에, 그렇군요. 그분들을 위한 사진관. 그러면 장애인들의 사진만 찍으시는 거예요?

◆ 나종민>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진관이 다 똑같죠. 특별히 그분들을 위해서 기구가 다를 게 없거든요. 그래서 비장애인 분도 와서 찍으시고요. 특히 저희 사진관의 운영방식에서 비장애인 분들이 와서 가족사진 찍으시면 정당한 비용을 내고 찍으시지만 저희는 그 비용을 가지고 또 다른 장애가족이나 소외계층을 다시 찍어드립니다, 한 분을 더요.

◇ 김현정> 제가 그 질문 드리려고 했어요. 사실 사진관에 가서 찍는 일이 그렇게 만만치 않아요. 사실 가족 사진 찍는 것도 그렇고 찍어서 액자 만드는 것도 그렇고 비용이 꽤 드는데 장애인분들 혹은 소외계층한테는 얼마나 받으세요?

◆ 나종민> 저희가 원칙적으로 그분들한테 정상 가격의 30% DC를 하는데요. 많은 분들이 그 비용조차도 어려운 분들이 있으셔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희가 원 플러스 원 개념으로 일반 비장애인 분들이 와서 찍으시면 저희가 그 비용을 충당했다가 다른 장애인 분들한테 혹은 소외계층 분들한테 무료로 찍어드리고 있는 거죠.

◇ 김현정> 그런 방식으로. 그러면 전에 회사 다닐 때보다 수입은 확실히 거의 줄어들었겠네요?

◆ 나종민> 수입이 줄은 게 아니라 거의 없다고 봐야겠죠.

◇ 김현정> 그러면 가족 분들이 아내가 혹시 반대하지는 않으셨어요? 이런 일 하겠다고 했을 때?

◆ 나종민> 은퇴할 때 100% 동의했고요. 지금 또 이 일 하고 살면서 과거 때보다 더 행복하다 그러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입니다.

◇ 김현정> 가족 분들도 다 같이 행복하십니까?

◆ 나종민> 물론입니다. 그 증거로 여러 가지가 있는데 시간상 제가 다 말씀을 못 드리겠습니다.

◇ 김현정> 그 증거 하나만 대보세요.

◆ 나종민> 예를 들면 큰놈이 대학 들어갔을 때 자원봉사로 자기 후배들을 1년 정도 무료 과외를 했어요. 그러면 제가 만약에 일을 안 하고 있었다면 혹시 그 놈이 그 일을 안 했을 수도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하면서 얻는 게 유료로 돈을 받고 과외를 하는 것보다 무료로 자원봉사를 하면서 얻는 게 훨씬 더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럼요, 돈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인생을 배우는 거죠.

◆ 나종민> 그러면 걔가 더 행복할 수 있는 이유가 되겠죠.

◇ 김현정> 제가 항상 이런 분들 인터뷰하다 보면 가족의 지원이 없이는 잘 안 되더라고요. 역시 가족 분들이 다 똘똘 뭉쳐서 행복이 뭔지를 제대로 아는 가족. 지금까지 몇 분, 100장 찍으셨다고 했나요, 100장?

◆ 나종민> 아니요. 150가족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150가족 정도. 그 손님들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 한 분만 뽑으라면?

◆ 나종민> 어려운 질문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분들이 다 사연이 있기 때문에 그렇지만 몇 분 기억 나는 분 중에 저희가 보통 기부를 하거나 이런 거 한다고 하면 돈이 많아야 아니면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한 분은 7,80 대 노모와 60대 소아마비를 아들을 가지신 분이 오셨어요. 그런데 제가 그분한테 표정이 너무 좋기에 여쭤봤어요. 그랬더니 어머니는 노령연금이고 아들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분들이 다른 장애 아동들한테 기부를 하고 사세요.

◇ 김현정> 본인들이 기초생활수급자인데 기부를 해서 다른 장애아동을 돕고 계세요?

◆ 나종민> 표정이 너무 밝은 거예요. 그래서 제가 여쭤봤죠. ‘아유, 뭐 조금 하는데요’. 그러시면서 평생 앞으로 하실 거래요. 그런 사연들을 보면서 뭔가 새롭게 느끼죠.

◇ 김현정> 그래요. 돈으로 해결 안 되는 무언가. . .

◆ 나종민> 혹시 청취자분들 중에도 이런 분들을 위해서 계속 사진을 찍고 계속 저희가 할 수 있도록 사실 말씀드린 것처럼 운영이 그렇게 또 쉬운 건 아니거든요. 수익적인 사업을 계속 하더라도요. 그래서 이런 분들을 위해서 혹여라도 ‘바라봄 사진관’에 후원의 생각이 있으시면 저희 홈페이지에 들어오셔서 게시판에 글을 남겨주시면 저희가 소중한 뜻 받겠습니다.

◇ 김현정> 이렇게 또 홍보까지 자연스럽게 하시네요. (웃음) ‘VOM' 장애인들을 위한 사진관 장애인들을 위한 사진관. 우리나라에 딱 하나 있습니다. 나 대표님, 앞으로 꿈이 있다면?

◆ 나종민> 이런 사진관이 서울에, 그것도 한 곳이 있다는 거는 지역적으로 접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 김현정> 정말 그 생각 들더라고요. 지방에 계신 분들은 그럼 사진 찍으려면 기차 타고 버스 타고 올라오셔야 되는데 그거 보통일 아니겠다.

◆ 나종민> 제가 이런 방송을 몇 번 하다 보니까 지방에 계신 분들이 전화가 와요. 혹시 저희도 찍을 수 있냐고요. 그런데 저는 당장 사진기 들고 조명 들고 내려가고 싶은데요. 사실 쉬운 여건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이런 사진관이 지방에도 혹시 서울의 다른 지역도 생겼으면 하는 것이 꿈입니다.

◇ 김현정> ‘바라봄 사진관’ 2호점, 3호점 전국에 널리 퍼져나가기를 바라면서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 나종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