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4/3(목) ‘감자전’을 ‘감재적’이라 불러야 하는 이유-심명숙
2014.04.03
조회 1766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심명숙 강릉사투리보존회 사무국장



강원도의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인 감자전 여러분 좋아하시죠. 자극적이지 않고 고소한 맛에 자근자근 씹는 재미까지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그런데 이 감자전을 감자전이 아니라 강원도 사투리 그대로 ‘감재적’이라고 부르자, 캠페인이 지금 강릉에서 일고 있답니다. 그냥 몇몇 사람이 재미로 하는 게 아니고요. 캠페인 협약식까지 할 정도로 열심히 일하는데 글쎄요, ‘감자전’이면 어떻고 ‘감재적’이면 어떨까 싶은데 왜 굳이 감재적을 주장하는 건지 오늘 화재의 인터뷰에서 직접 들어보죠. 강릉사투리 보존회의 감사세요. 심명숙 씨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심 선생님 안녕하세요?

◆ 심명숙> 안녕하세유야, 내가 심명숙이래요.

◇ 김현정> 바로 그냥 사투리로 시작하시네요. 그러니까 ‘감자전’을 ‘감재적’. ‘감재’는 감자, ‘적’은 부침개.

◆ 심명숙> 표준말로는 ‘감자전’이지만 고유의 강원도 사투리는 ‘감재적’이라고 하거든요. 거기에다 쉽게 생각하면 손으로 갈아서 부치면 ‘감재적’이고요. 믹서기에 갈아서 부치면 이게 이제 ‘감자전’이 되는 거고요. 솥뚜껑에다 만약에 엄마가 묵은김치 척척 썰어 넣고 거기다가 감자를 위에 올려가지고 하면 ‘감재적’이 되는 거고요. 프라이팬에다 하면 ‘감자전’인 거고요.

◇ 김현정> 그런데 ‘감자전’이든 ‘감재적’이든 똑같은 ‘감자전’인데 굳이 캠페인까지 나서신 이유는 뭘까요?

◆ 심명숙> 우리 뭐든지 작은 것에서부터 우리말 강릉 사투리를 사랑하는 게 작은 데서부터 생겨난다 생각하고요. 또 외지에서 많은 분들이 오셨을 때 그냥 감자전보다는 ‘감재적 한 소댕이 얼마래요’, 할 때 훨씬 더 정감이 느껴질 것 같아서 작은 것부터 실천한다는 생각으로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언뜻 생각하면 경상도 가면 경상도 사투리 쓰고 전라도 가면 전라도 사투리 쓰듯이 강원도 가면 다들 강원도 사투리 쓰니까 굳이 캠페인 필요 없을 것 같다 생각을 하는데 실제로는 캠페인을 해야 될 만큼 많이 사라진 건가요?

◆ 심명숙> 그렇죠. 요즘은 모든 아이들 교육이 다 표준어 위주로 되어 있다 보니까요. 나이 드신 분들은 한 60대 이상 되시는 분들은 그냥 언어가 다 사투리를 같이 쓰시고 계시지만 50대만 되셔도 알아듣더라도 쓰시는 단어는 한정돼 있고 또 한 40대만 돼도 관심 있는 단어만 쓰고요. 30대만 되셔도 거의 사투리 안 쓰고요. 20대들은 전혀 안 쓰고 10대들은 무슨 소리인지를 모르죠.

◇ 김현정> 이해도 못하고. 강릉에서 태어나 강원도에 태어나 사는데도?

◆ 심명숙> 그럼요, 모든 접하는 문화가 다 표준말이니까요. ‘아유, 너무 아쉬워요. 어떡하다 당체 몰라요, 당췌 사투리를 안 쓴다니’.

◇ 김현정> 재밌어요. 매력이 있어요, 강원도 사투리. 그런데 이렇게 매력이 있는 강원도 사투리인데 왜 10대들, 20대들은 배우려고 안 할까요? 왜 안 쓸까요?

◆ 심명숙> 이제 이런 거죠. 제가 만약에 이렇게 ‘안녕하세요,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럴 때는 그냥 표준어니까 잘 모르겠지만 ‘아유, 반갑잖소. 이런 것도 다 인연이야, 어떠 이래 좋소’ 이렇게 얘기하면 뭔가 이렇게 매력 있거나 수준 있어 보이지는 않잖아요.

◇ 김현정> 그런 선입견이 있는 거죠, 그런 선입견이.

◆ 심명숙> 그렇죠. 알고 보면 너무 구수하고 좋은데.

◇ 김현정> 그렇게 되는 거군요. 그러다 보니까 서로 좀 안 쓰려고 기피하다 보니까 그게 40대, 30대, 20대로 내려오면서 10대들은 아예 의사소통이 안 되는.

◆ 심명숙> 이제는 잊혀져가는 그런 문화로 전락되는 것 같아서 참 안타깝죠.

◇ 김현정> 그럼 나오신 김에 우리가 뭐 이렇게 사투리 보존 얘기하면서 이렇게 설명만 할 것이 아니라 강릉사투리의 매력이 뭔지를 강릉 사투리로 한번 소개를 해 주시면 어떨까요?
이게 매력입니다.

◆ 심명숙> 난요, 강릉사투리 이러면 나는 숙융이라고 애기하고 싶잖소. 요새 커피가 좀 문화가 발달 됐소. 그렇지만 밥 먹고 나서 숭융 한잔 이래 마시면 왜 구수한 거, 그렇지만 질리지 않는 거 난요, 강릉 사투리가 뭐래요, 물어보면 숭늉이잖소, 이래 한마디 얘기하고 싶어요.

◇ 김현정> 숭늉이다. 적절한 비유인데요. 숭늉 같은 매력. 표준어로 말씀하실 때하고 사투리로 말씀하실 때하고 느낌이 좀 많이 다르기는 해요, 심 선생님.

◆ 심명숙> 그렇죠. 사람들이 깜짝깜짝 놀랍니다.

◇ 김현정> 실례지만 원래는 뭐하고 계시는 분이세요?

◆ 심명숙> 저는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거든요.

◇ 김현정> 대학교수, 강사?

◆ 심명숙> 겸임교수로 있습니다.

◇ 김현정> 겸임교수로. 그러시군요.

◆ 심명숙> 제가 이렇게 가끔 특강을 나가면 나이 드신 분들을 강의할 때가 있어요. 그럼 벌써 한 50대 이상, 60대만 되셨을 때는 제가 오픈 멘트로 ‘반갑소야, 어떠 지냈소’ 이렇게만 시작해도 막 웃음이 넘치고 막 그러는데요. 요즘 대학교 신학기다 보니까 1학년 아이들하고 수업을 하잖아요. 그럼 표준말로 이렇게 수업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실수로 ‘아이, 그래 왜 그래싸, 진짜 어떠 돼싸’ 한마디하면 학생들이 이상하다는 듯이 뻘쭘하게 쳐다보고요.

◇ 김현정> 저 선생님 왜 저럴까, 이런 느낌으로? 무슨 과 교수세요?

◆ 심명숙> 저는 산업디자인과 교수입니다.

◇ 김현정> 그것도 디자인과 교수, 그럼 아주 우리가 산업디자인 하면 가장 세련되고 첨단을 앞서가는 이런 과인데 거기 교수님이신데 이렇게 구수하게 옛날 사투리를 잘하시는 거예요?

◆ 심명숙> 저는 강릉에서 태어났고요. 강릉에는 강릉단오제가 있어요. 물론 각 지방마다 있지만 우리 강릉단오제는 1000년의 역사를 잘 유지해와서 유네스코에 등재가 된 그런 행사인데요. 거기서 제일 인기 있는 프로 중에 하나가 강릉 사투리대회가 있어요.

◇ 김현정> 사투리 쓰는 대회?

◆ 심명숙> 벌써 20년이 됐어요. 올해로 22년째가 됐는데요. 제가 1회 때 금상을 받았고요. 한 17년째 사회를 보고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 실례지만 나이대가 어떻게 되세요.

◆ 심명숙> 내래요? 몇 살이겠소, 한번 통밥으로 알아 맞혀봐요.

◇ 김현정> 통밥으로 그러게요, 어느 정도... 50대 정도는 되셨으니까 사투리 이 정도 하시는 ...

◆ 심명숙> 에이, 그리 얘기하면 내가 섭하지요, 뭐 내가 올해 딱 아홉수래요. 마흔아홉이잖소.

◇ 김현정> 마흔아홉 되셨어요?

◆ 심명숙> 내가 요래 사투리 지그리면 사람들이 오십아홉이나, 육십아홉인 줄 알잖소. 그런데요. 제가요, 마흔아홉이예요.

◇ 김현정> 그러시군요. 그런데 이렇게 사투리에 대한 사랑으로 사투리 보존에 앞장서고 계세요. 변화가 좀 있습니까, 실제로?

◆ 심명숙> 가장 ‘감재적’을 먹을 수 있는 시기도 이제부터 햇감자가 나기 시작하니까요. 각 가게에 ‘감재적’이라는 스티커도 만들어서 배포하려고 그러고요. 또 저희가 이렇게 명절 때 예를 들어서 구정 때라든가 추석 같은 때도 저희가 작은 울림이지만 저희가 고향을 오느라고 참 수고하셨습니다, 이런 내용들을 강릉 사투리로 ‘아유, 고향길 오느라고 폭 쏙았소야’ 이렇게 많이 고치고요.

◇ 김현정> ‘폭 쏙았소야’가 어디 속았다는 게 아니군요.

◆ 심명숙> 너무 수고했어요. 고생하고 오셨어요.

◇ 김현정> 재미있어요. 그런 캠페인도 열고.

◆ 심명숙> 그러다 보니까 강릉에서는 강릉말, 강릉 사투리가 많이 이제 귀에 익숙해지려고 하고 있죠.

◇ 김현정> 사실 저같이 서울말밖에 못 쓰는 사람들은 선생님처럼 정감 있는 사투리 쓰는 분들 보면 한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이거 노력하면 원어민처럼 할 수는 있는 겁니까?

◆ 심명숙> 세상에 노력해서 안 되는 게 뭐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이제 다른 건 다 할 수 있는데요. 독특한 여기만의 억양은 강릉 사람처럼, 여기 출신처럼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 김현정> 그 흉내 안 돼요, 안 돼요. 아무리 해도.

◆ 심명숙> 예를 들어서 ‘아유, 반갑소야’. 한번 해 보세요.

◇ 김현정> ‘아유, 반갑소야’. 비슷하잖아요.

◆ 심명숙> 비슷하네요, ‘어또 지냈소.’

◇ 김현정> ‘어쩌 지냈소’. 재밌어요.

◆ 심명숙> 따라하실 수는 있는데 그 고유한 독특한 느낌은 그게 흉내내기가 조금 어려운 것 같아요.

◇ 김현정> 강릉에서 나고 자란 분들이 결국은 그 지역 언어를 지켜주셔야 되는 거고 전라도 분들이 전라도 말 지켜주셔야 되고 경상도 분들이 경상도 말을 지켜주셔야 된다는 애기입니다, 결국은 그렇죠? 끝인사는 어떻게 될지. 그러면 오늘 만나서 반가웠었수야, 이래야 되는 건가요?

◆ 심명숙> 오늘 폭 쏙았수야.

◇ 김현정> 심 선생님 ,오늘 하여튼 폭 쏙았쑤야.

◆ 심명숙> 김현정 아나운서도 폭 쏙았쑤야.

◇ 김현정>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재밌네요, 강릉사투리를 지키는 분, 강릉사투리보존회 감사세요, 심명숙 씨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