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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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4/11(금) 장애인이 총학생회장? 놀라운가요?
2014.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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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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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경환 서울대 총학생회장 당선자



한 소년이 세 살 때 엄마를 따라 정육점에 갑니다. 이 소년은 고기를 가는 분쇄기가 너무 신기했던 나머지 손을 집어넣습니다. 그리고는 그만 오른팔의 팔꿈치 아래를 모두 잃게 됩니다. 장애 3급 이때부터 소년은 친구들로부터 놀림도 받습니다. 하지만 부모는 아들을 가엽어 하기는커녕 ‘장애가 있으니 공부를 더 잘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면서 엄하게 키웁니다. 결국 이 소년은 2005년 서울대학교 물리학부 장애인전형에 합격했고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얼마 전에 치러진 서울대총학생회장 선거에서 당당히 회장으로 당선이 됐습니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역사상 최초의 장애인 학생회장이어서 더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게다가 또 공약들이 독특해서 더 화제입니다. 오늘 직접 만나보죠. 서울대 56대 총학생회장 이경환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이경환 회장님, 안녕하세요?

◆ 이경환> 안녕하세요?

◇ 김현정> 축하드립니다.

◆ 이경환> 감사합니다. 득표율이 55%던데 상대 후보는 33%예요. 격차가 꽤 많네요.

◆ 이경환> 선거운동 할 때 준비했던 저의 정책들이 되게 세세하고 양도 꽤 많았어요. 그리고 학생회가 다루지 않았던 부분의 영역도 좀 공약으로 넣었거든요. 예를 들면 학생들이 자취하면서 살게 되는 문제들.

◇ 김현정> 제가 지금 그 공약들을 가지고 있거든요. 보니까 일단 이름 자체가 디테일 선거본부, ‘디테일선본위’고 자취생 길라잡이 책자 발간, 불량 원룸 블랙리스트 작성, 학생식당 메뉴공모전. 굉장히 독특해요.

◆ 이경환> 저희가 냈었던 슬로건이 당신을 위한 구체적 약속이었기 때문에 학생들의 대학생으로서 겪게 되는 모든 생활적인 문제들, 이런 걸 공약으로 만들기 위해 고민도 많이 했고 선거운동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와 닿게 하기 위해서 문구도 생각을 많이 한 편입니다.

◇ 김현정> 그중에서 불량원룸에 대한 블랙리스트 작성 이거는 무슨 공약인가요?

◆ 이경환> 제가 살고 있는 곳이 서울대학교 앞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데요. 관악구는 고시촌도 있고 굉장히 주거밀집지역이에요. 학생들이 굉장히 많이 자취생활 같은 걸 하고 있는데 여기가 굉장히 주거환경도 좀 안 좋고 집주인들이 갑자기 찾아 와서 학생들 사는 곳에 들락날락하면 말하기도, 하소연하기도 어렵고 이런 고충이 있다, 이런 얘기들이 올라올 때가 있어요, 학교 커뮤니티에. 이런 것들을 개별적으로 세입자가 대응하기 어렵지 않습니까. 그래서 총학생회 차원에서 블랙리스트 작성해서 주인 분들에게 총학생회 목소리를 내 주는 것이 학생들 입장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까.

◇ 김현정> 대신 목소리를 내준다.

◆ 이경환> 이런 차원에서 블랙리스트 작성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 겁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어느 총학생회가 자취방까지 걱정을 해 줬겠어요. 이런 독특한 공약으로 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55%, 상당히 높은 득표율로 당선이 됐는데. 그런데 공약도 공약이지만 앞서 제가 설명해 드렸듯이 장애인이 총학생회회장이 됐다는 사실 때문에 사실 더 큰 화제가 되고 있어요.

◆ 이경환> 사실은 선거운동 할 때 별로 화제가 되지 않았어요. 실제로는 오른팔이 없는 장애인데 제가, 이건 어릴 적에 사고를 당하기는 했지만 매우 어릴 적이라서 굉장히 익숙해져 있는 것이기도 하고 이것보다 훨씬 심한 중증장애도 많거든요. 저희 학교에는 한 3, 40명 정도 장애학생들이 서울대를 다니고 있는데 이제 훨씬 더 휠체어를 타고 다니거나 아니면 시청각류의 장애가 있는 학생들은 훨씬 심한 중증장애라서 상대적으로 경증장애 학생들이 같이 모이면 조금 더 불편한 친구들을 위해서 도와주기도 하고 이러거든요.

◇ 김현정> 거기에 비하면 명함도 못 내미는 건네요, 그러니까 중증장애 학생들에 비하면 장애인이라는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좀 어려울 정도로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고 산다는 말씀이세요.

◆ 이경환> 저는 이제 오히려 제가 장애인이라서 화제가 되고 이런 건 일간지에 보도가 되면서 언론에서 알아봐 주시고 관심 가져 주신 거고. 장애인이라고 이렇게 관심 받게 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장애인은 이런 거 하면 안되나, 라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약간 어리둥절한 느낌도 있습니다.

◇ 김현정> 내가 뭐 그렇게 다른가. 다른 거 없는 것 같은데 굉장히 다른 사람 취급하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드시기도 한다는 얘기인데...

◆ 이경환> 이런 걸로 화제가 되는 게 어떤 의미일지. 우리 사회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김현정> 오히려 반대로. 그런데 어쨌든 부모님은 이런 아들이 조금 안돼 보이고 더 좀 가엾어 보일 수도 있었을 텐데 그게 아니라 오히려 굉장히 엄하고 강하게 키우셨다면서요?

◆ 이경환> 부모님의 마음이라는 게 그런 거 있죠. 염려가 되시고 공부라도 좀 잘하면 하는 마음에 저에게 이런 걸 강조하신 것 같은데요. 성적이 오르면 용돈을 올려주시고 떨어지면 안 주신다든가 이런 식으로 했던 게 저를 유도하신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걱정이 많이 되셨겠죠, 아무래도. 자식이 팔을 다치고 이렇게 됐으니까, 불구가 됐으니까.

◇ 김현정> 부모님 덕분에 또는 본인 노력 덕분에 서울대학교에 당당하게 합격을 했습니다. 꿈은 뭐예요, 그러니까. 미래에 이걸 하고 싶다라는 꿈.

◆ 이경환> 제가 대학에 들어와서 굉장히 많은 사회활동이나 이런 걸 하면서 좀 갖게 된 생각들이 있어서 저는 졸업하고 나면 우리 사회 제가 같이 숨쉬고 있는 제 세대 사람들 있지 않습니까, 청년들이나 학생들이 있는데 이 당사자들의 문제점 해결해 나가는 이런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이면 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시민운동, 사회운동. 그래요, 임기 동안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대표 역할 충실해 주시고요. 나아가서 많은 장애인학생들, 후배들, 동생들이 우리 이경환 씨 보면서 꿈 키울 수 있도록 희망의 모델이 돼주시기를 조금 부담스러우시더라도 제가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 이경환> 제가 굉장히 부끄러운데 제가 이렇게 모델이 돼서 이렇게 방송의 소개도 받고 이러지 않게 되는 그런 세상이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 김현정> 그거 좋은 말씀이에요.

◆ 이경환> 많은 분들이 장애를 가지신 분들도 굉장히 여러 공개적인 활동 이런 데 많이 한데 섞여서 어울려서 지내다 보면 편견을 가졌던 것들이나 이런 것들이 좀 쉽게 사라질 수 있다고 보거든요. 함께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이니까. 공동체 의식을 갖고 살아가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좋은 말씀입니다. 앞으로 열심히 해 주세요.

◆ 이경환> 서울대 학생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총학생회장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 이경환> 감사합니다.

◇ 김현정> 서울대학교 56대 총학생회장 이경환 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