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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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4/21(월) "재난청 신설하자고? 가장 우려하던 일"
2014.04.21
조회 1681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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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동 대응부터 문제 심각
- 1분 1초 급한데 본부 만들며 허송
- 범정부대책본부, 전문성 없어
- 재난대응이 아닌 피해 집계본부 그쳐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초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 기치로 내세웠습니다. 그래서 행정안전부의 명칭도 안전행정부로 바꿨죠. 하지만 세월호 사고 직후부터 정부가 보여준 건 오락가락 발표에 단 하루도 혼선 없이 지낸 날이 없었습니다. 앞서서도 전해 드렸습니다만, 구조하는 데 바지선이라든지 오징어배 활용하자는 제안도 실종자 가족들로부터 먼저 나왔고요. 정부는 뒷북을 치는 이런 상황들이 벌어졌죠. 결국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대응에 대한 불신임을 선언하는 지경까지 왔습니다. 외신들은 한국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런 말도 전하고 있습니다. 국가위기관리전문가 한 분을 연결해 보죠. 충북대학교 행정학과 이재은 교수, 연결이 돼 있습니다. 교수님 나와 계십니까?

◆ 이재은> 네.

◇ 김현정> 이번 ‘세월호’ 사고, 정부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사고 직후부터 나오는데 교수님 보시기에는 엿새 동안 어떻던가요?

◆ 이재은> 말씀하신 대로 문제가 좀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이 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어떤 부분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보셨습니까?

◆ 이재은> 위기관리에 있어서는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단계와 대피단계, 그리고 위기발생 직후에 대응단계와 복구단계로 이렇게 4단계로 구분을 하는데요. 이번에 ‘세월호’ 참사의 경우에는 대응단계 부분에서 경보기능이라든지 또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하는 소개기능, 그리고 응급의료 기준이나 탐색구조기능, 전반적으로 문제들이 다 나타난 걸로 그렇게 보이고 있습니다.

◇ 김현정> 초동 대응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했다?

◆ 이재은> 그렇습니다. 국민들께서도 잘 아시는 것처럼 승선 인원이라든지 희생자 숫자, 또 구조자와 실종자 명단의 착오, 이런 부분들은 상당히 기본적인 거거든요. 그런데 기본적인 것부터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상당히 좀 당혹스러운 상태입니다.

◇ 김현정> 즉각적으로 어떤 컨트롤타워가 만들어지고 시스템 하에 움직이지 못하다 보니까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 이재은> 네, 정확하게 보셨는데요. 일단은 전문성이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지고 있거든요.

◇ 김현정> 범정부대책본부가 꾸려졌는데 전문성이 부족하다, 이런 말씀이세요?

◆ 김길수> 네, 지금 현재 대책본부에서는 현장에서 올라오고 있는 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해서 정리하는 정도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렇게 판단이 되고 있고요. 물론 나름대로 국무총리가 본부장을 맡는 범정부대책본부를 구성한 것은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재난현장, 위기상황에서는 제일 중요한 것이 현장이거든요. 현장에서 구조나 위기 대응에 참여하고 있는 각 기관들의 업무를 총괄하고 조정하면서 실제로 명령도 내리고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나갈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없는 상태에서 지금 위의 상부에서만 그런 조직이 만들어져서 움직이기 때문에 총괄조정이라기보다는 중요사안 브리핑 정도만 해 줄 수 있는 그런 상황이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상황을 정리하고 집계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상황을 주도해서 구조작업도 진행하고 모든 것을 앞장서서 가야 되는데, 지금 뒤에서 뒷처리만 하고 있는 것 아니냐, 그러다 보니까 계속 뒷북치는 상황이 되는 것 아니냐, 이 말씀을 하시는 거군요?

◆ 이재은> 네, 그렇습니다. 지금 사고 현장에서는 1분 1초가 급한 상황인데, 이 중앙에서는 본부 만드는 데만도 40-50분 이상이 걸렸습니다.

◇ 김현정> 설사 본부 만드는데 40-50분 걸린다고 하더라도, 그 사이에 이미 구조는 진행이 잘 돼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 매뉴얼은 없습니까. 사고가 발생하면 뭘 어떻게 해야 된다 라는?

◆ 이재은> 그런 매뉴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준수가 안 된 것이고요. 그런 면에서 본다면 매뉴얼 자체도 문제점이 있었던 걸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IMG:2}◇ 김현정> 또 하나 이런 지적도 나옵니다. 일단 재난이 발생하면 가장 시급한 것이 현장에서의 구조활동인데, 지금은 어떻게 상부에 보고를 해야 되는지, 말하자면 행정절차에 매달리는 경향도 보인다, 이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재은> 늘 고질적인 병폐이자 문제점으로 지적이 되어 오고 있었던 부분입니다. 이번에 가장 문제가 있다고 지적을 받고, 비판받고 있는 것도 안전행정부에서 재난에 대한 전문성이 전혀 없는 공무원들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렸는데 그 이유를 들어보니까, 현장에서 오는 정보를 가지고 대통령께 브리핑하려고, 그런 정도의 인식수준을 갖고 있었다, 이런 지적들이 위기관리 학자들 사이에서도 늘 있어 왔고요.

◇ 김현정> 그러니까 대통령에게 브리핑을 하기에 적합한 행정관료들이 현장을 지휘해야 하는 그 자리에 지금 앉아 있다, 이런 말씀이세요?

◆ 이재은> 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상에 보면 제14조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재난의 예방·대비·대응·복구단계에서 관련된 사항들을 총괄 조정할 수 있도록 이렇게 돼 있거든요. 그러려면 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릴 때 그 관련된 전문가들로 하여금, 예를 들면 해양수산부라든지 해양경찰이라든지. 또 구조와 관련된 전문가들, 이렇게 꾸려줘야 되는데 일반행정관료들로 구성이 돼서 꾸려졌다, 이렇게 이야기가 되고 있고. 또 한 가지는 과거에는 소방방재청장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차장으로서 본부장을 보좌하도록 돼 있거든요.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지난 해에 개정이 되면서 자연재난은 소방방재청장이 중대본의 차장을 맡게 되어 있고요. 사회재난이라고 해서 인적재난과 기반체계 재난의 경우는 안전행정부 2차관이 중대본의 차장을 맡도록 되어 있거든요.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어놨는지 하는 것도 상당히 학회에서도 문제가 있다, 이런 지적들을 해 왔던 부분입니다.

◇ 김현정> 통합시스템이 아니라는 말씀이시네요, 그러니까. 자로 긋듯이 두 부처의 임무를 떼어놓다 보니까 뭔가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되는 일이 발생할 때는 우왕좌왕, 우리 책임, 너희 책임, 이런 것을 가르게 된다는 말씀이시군요?

◆ 이재은>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재난관리의 총괄조정보다는 재난피해 집계본부라고 불릴 수 있을 정도로 무기력했고. 이 부분은 앞으로 융복합 재난이라든지, 또 다른 재난들이 발생할 경우에는 더 큰 문제를 가져올 소지도 있다, 이렇게 보는 거거든요.

◇ 김현정> 이번 기회에 정부가 아예 재난청을 신설하는 건 어떻겠는가 검토한다고 하는데요. 이것은 어떻게 보십니까?

◆ 이재은> 저희가 지금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인데요.. 논의가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굉장히 충격적입니다.

◇ 김현정>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그 부분이시라고요?

◆ 이재은> 재난상황이나 위기상황에서 관료들의 자기 조직을 키우거나, 영향력을 더 늘리거나, 예산을 확보하려고 하는 전형적인 나쁜 행태들이 나타나거든요. 지금 시점은 관료들이 재난청이라든지 이런 것을 논의할 시점이 아닙니다. 지금 이 재난관리에 대한 사고수습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인명을 구조하고, 또 구호를 할 것이며 앞으로 어떻게 이 문제를 우리가 함께 슬기롭게 풀어나가야 될까, 이것을 고민해야 되는 상황인데 벌써 재난청이라는 것이 나온다는 얘기는 정말 바람직스럽지 않은 논의가 시작됐다, 이렇게 보고 있고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이런 생각이 드는 것 밖에 별다른 생각이 안 듭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오늘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재은> 감사합니다.

◇ 김현정> 충북대 이재은 교수, 국가위기관리 전문가 연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