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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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함민복 시인
‘숨쉬기도 미안한 4월’이라는 제목의 시 한 편이 지금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습니다. 이 시는 세월호 침몰사건을 바라보면서 함민복 시인이 쓴 추모 시인데요. 함민복 시인은 여러분 잘 아시다시피 자본주의 시대에 소외된 가난한 이들의 삶을 노래해 온 시인이죠. 김수영문학상, 윤동주문학상 등등을 수상한 그런 시인입니다. 많은 이들의 가슴에 진한 감동을 주면서 입에서 입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이 시, 이 시의 작가 함민복 시인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 직접 초대를 해 봤습니다. 연결해 보죠. 함민복 시인 안녕하세요?
◆ 함민복>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제목부터 좀 슬퍼요. ‘숨쉬기도 미안한 4월’. 어떻게 언제 쓰게 되신 시입니까?
◆ 함민복> 이 시는 제가 시를 생각하고 있다가 어디서 시를 좀 써달라 그래서 사실 청탁을 받고 마음속에 있는 것을 옮긴 시입니다.
◇ 김현정> 사건을 보면서 처음에 어떤 생각을 하셨어요? 어떤 것을 마음속에 품고 계셨던 거예요?
◆ 함민복> 그걸 보면 너무 답답하기도 했고요. 또 너무 안타까웠죠. 그래서 그 배를 보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또 하나의 배로 다가오더라고요. 그런데 이 시 속에는 물론 실제 세월호에 대해서만 쓰기는 썼습니다. 그래서 어떤 현실 속에서 우리 현실이 그리고 있는 배들이 세월호 속의 안타까운 상황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도 하면서 시를 쓰게 됐습니다.
◇ 김현정> 우리네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이 세월호 같다라는 생각까지 드셨다는. 그래요, 이 시. 우선 우리가 함께 나누어보고 그리고 나서 이야기를 조금 더 이어가는 게 어떨까 싶은데요. 함 선생님, 직접 쓰신 시니까 직접 한번 낭독을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 함민복> 예, 읽어보겠습니다.
숨쉬기도 미안한 4월.
배가 더 기울까봐 끝까지
솟아 오르는 쪽을 누르고 있으려
옷장에 매달려서도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을 믿으며
나 혼자를 버리고
다 같이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갈등을 물리쳤을, 공포를 견디었을
바보같이 착한 생명들아! 이학년들아!
그대들 앞에
이런 어처구니 없음을 가능케 한
우리 모두는…
우리들의 시간은, 우리들의 세월은
침묵도, 반성도 부끄러운
죄다
쏟아져 들어 오는 깜깜한 물을 밀어냈을
가녀린 손가락들
나는 괜찮다고 바깥 세상을 안심시켜 주던
가족들 목소리가 여운으로 남은
핸드폰을 다급히 품고
물 속에서 마지막으로 불러 보았을
공기방울 글씨
엄마,
아빠,
사랑해!
아, 이 공기, 숨 쉬기도 미안한 사월
(음악)
◇ 김현정> 너무 슬프네요. 다 같이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갈등을 물리쳤을 공포를 견뎠을 바보같이 착한 생명들아, 2학년들아. 가족들 목소리가 여운으로 남은 핸드폰을 다급히 품고 물속에서 마지막으로 불러보았을 공깃방울 글씨. 엄마, 아빠 사랑해. 마지막 구절이 아예 제목이네요. 숨쉬기도 미안한 4월.
◆ 함민복> 네.
◇ 김현정> 한 사람, 한 사람 사연 없는 사람이 있겠습니까마는 그중에서도 함 시인의 마음을 가장 울렸던 이야기, 가장 울렸던 사연은 어떤 건가요?
◆ 함민복> 제가 접한 모든 상황들이 다 안타까웠지만 최근에 본 새로운 소식들이 나올 때마다 그것이 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최근에 본 동영상. 동영상 속에서 위험한 상황들이 닥치고 있는데도 학생들이 이렇게 나누는. 그러면서 점점 위험을 느끼고 그 상황 속에서 친구에게 구명조끼를 건네주는 그런 것들을 보면서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 김현정> 물에 젖은 휴대폰, 숨진 아이의, 학생의 휴대폰을 복원해서 나온 그 동영상 보셨군요? 그 동영상 보고.
◆ 함민복> 네. 사실 이 시를 쓰면서 한두 끝에까지만 해도 이 핸드폰의 기록이나 이런 것들에 대한 얘기들이 없어서 이 얘기를 꼭 하고 싶었습니다. 이게 핸드폰이 얼마나 소중할까. 그리고 요즘 학생들이 핸드폰을 굉장히 소중하게 다루고 이렇게 밀폐된 공간에 있을 때 이 핸드폰을 가지고 있다면 이것이 빛이 될, 그 어둠 속에서 빛이 되기도 하잖아요. 거기 마지막 자기가 하고 싶은 말들. 이런 것들, 기록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이 시를 급히 쓰면서 이렇게 급히 쓸 시가 아닌데 하면서도 이런 얘기는 빨리 해야 되지 않겠는가 이런 의도를 가지고 핸드폰에 남겼을 글자 이런 것들을 써보고 싶어서 썼던 시입니다.
◇ 김현정> 그래서 끝 부분에 그 이야기를 쓰셨군요. 가족들 목소리가 여운으로 남은 핸드폰을 다급히 품고. 그것을 품고 끝까지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것을 품고 엄마, 아빠 이름을 불렀을 거다, 이런 말씀. 핸드폰, 그래요, 말씀하신 대로 지금 정말 속속들이 물에 잠긴 핸드폰들을 복원이 되고 있는데 그 안에는 아이들의 마지막까지 했던 이야기들, 절규들, 엄마 아빠 사랑해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 거예요. 게다가 우리 어른들이 아무것도 못해 줬다는 거 화면을 보면서도 우리가 아무것도 못해 줬다는 그 부분이 어른들로서 너무 미안하고 너무 아픈 것 아니겠습니까?
◆ 함민복> 어른으로서도 미안하고 그런 상황 속에 놓인 생명을 구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못 가고 있는 안타까움에 젖어 있기만 하는 상황에서 이런 질문도 들더라고요. ‘우리가 인간인가’ 그리고 또 저 개인으로는 제가 어떤 시대의 아픔을 같이 시로 노래하고 싶은 사람으로서 제가 ‘이것에 대한 글을 안 쓰면 내가 또 시인인가’ 이런 생각도 들고 그렇더라고요.
◇ 김현정> 저절로 펜대를 잡게 되신 거예요. 지금처럼 너무 애통하고 너무 우울해서 아무 일도 손에 안 잡힌다는 분들이 많으신대요. 우리 함 시인님, 함 선생님 같은 분들이 이 모든 국민을 위로하는 위로의 시, 힐링의 시도 한번 써주시기를 제가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 함민복> 꼭 한번 써보겠습니다.
◇ 김현정> 오늘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
◆ 함민복> 네.
◇ 김현정> ‘숨쉬기도 미안한 4월’이라는 추모 시를 써서 지금 많은 이들을 울리고 있는 분입니다. 함민복 시인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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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4/29(화) 함민복 시인 ‘숨 쉬기도 미안한 사월’
201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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