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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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수진 영화감독
요즘 극장가에서는 독립영화 한 편이 조용하지만 무서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바로 영화 ‘한공주’인데요. 이 영화는 한 여고생이 성폭력 피해를 당한 후 살아나가는 모습을 담담히 보여줍니다. 그런데 국내 상영관뿐 아니라 해외 영화제에서도 호평을, 큰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11일 만에 14만 관객이 넘어서는 기록도 세우고 있는데요. 오늘 화제 인터뷰, 이 영화 ‘한공주’의 감독, 이수진 감독을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이 감독님 안녕하세요?
◆ 이수진>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현정> 이게 이수진 감독님의 첫 장편 영화인 거죠?
◆ 이수진> 네, 첫 장편입니다.
◇ 김현정> 그런데 국내 관객들 입소문도 점점 커져가고 있고 해외 평단의 반응은 대단합니다. 로테르담 영화제 대상, 모로코 마라케시 국제영화제 최고상,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1등상 거기다가 세계 영화계 거장들 찬사가 이어지고. 기분이 어떠세요?
◆ 이수진> 너무 감사하고 분에 겨운 상을 받은 것 같기도 하고요. 그렇습니다.
◇ 김현정> 말씀이 긴 분은 아니네요, 이수진 감독님. 그런데 영화 주인공 이름이 ‘한공주’예요.
◆ 이수진> 네.
◇ 김현정> 저는 한공주라고 해서 정말 공주가 나오는 진짜 공주 이야기인 줄 알았더니 내용은 전혀 다르네요?
◆ 이수진> 네. ‘공주’라는 이름이 저 어릴 때 주변에 굉장히 많았던 애칭이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맞아요.
◆ 이수진> 그래서 그게 저한테 어릴 때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것 같고 저희 영화에서는 공주라는 이름인데도 사람들한테 외면받는 어떤 아이러니한 모습 때문에 ‘한공주’라고 이름을 지은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어떻게 보면 반어적인 상황을 드러내는 이름이네요.
◆ 이수진> 네.
◇ 김현정> 그렇죠. 못 보신 분들을 위해서 제가 내용을 조금만 말씀을 드리자면 성폭력을 겪은 여고생 한공주가 그 상처를 치유하고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는데 그게 아주 리얼하게, 가감없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너무 아프다라는 반응이 나올 만큼 잘 그렸습니다. 어떻게 이런 주제에 주목을 하게 되셨어요?
◆ 이수진> 오랫동안 성폭행이나 중고등생들의 어떤 자살 또 왕따 이런 사건들이 저한테 좀 쉽게 잊혀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 사건들이 있을 때마다 매체를 통해서 접하면서 굉장히 분노했던 것 같고요. 화를 냈던 것 같고 그런 시간들이 좀 굉장히 오래 있었던 것 같고. 하루는 되물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 적이 있었는데.
◇ 김현정> 뭐라고요?
◆ 이수진> 내가 그렇게 분노하고 있는데 혹시 만약에 그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 내 주변으로 오면 ‘너는 무엇을 할 수 있겠니’라고 한번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렇게 분노를 했던 것만큼 빠르게 그 답이 생각이 나지 않더라고요. 그러면서 제가 했던 분노가 굉장히 ‘표피적인 분노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러면서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좀 고민해서 이 이야기가 처음 시작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어떻게 보면 어린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른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어요, 이게.
◆ 이수진> 네.
◇ 김현정> 그런 거죠. 제가 이 영화에서 가해자 남학생들보다 더 미운 것은 어른들이었습니다. 그 가해자의 부모들. 피해자인 한공주가 피신해 있으려고 전학을 가는데 가해자 부모들이 쳐들어가요. 이 참 뻔뻔한 어른들, 이 뻔뻔한 어른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영화 보면서 내내 이런 생각한 사람이 저뿐만은 아닐 겁니다. 감독님은 어떠셨어요?
◆ 이수진> 그런 것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공주가 새로운 사람들을 또 만나잖아요. 그런 새롭게 공주에 대해서 선입견이 심한 사람들이 공주에 대해서 알아가면서 외면하고 그 상황을 제대로 된 윤리관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그런 인물들을 통해서 우리들의 모습이지 않을까. 저의 모습이지 않을까, 그렇게 시작을 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꼭 가해자의 부모여서가 아니라 새롭게 대하는 그 사람들조차도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들, 이런 게 우리 아닌가라는 생각. . . 공주가 그러잖아요. ‘저는 잘못한 게 없어요’ ‘저는 잘못한 게 없는데요’, 이런 말. 이 대사도 참 아프게 들리던데. 이게 우리 현실인가 봐요. 어떻습니까?
◆ 이수진> 첫 대사가 영화를 관통하는 어떤 이야기와 직결되어 있다고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또 그 대사 한마디가 이 영화에서 말하는 주제의 전부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고요. 이 상처가 있는 소녀를 대하는 어떤 우리들의 모습, 그리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또 어떤 유사한 사건들. 이런 것들에 대해 좀 근원적인 고민이 필요하지 않나라는 어떤 스스로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을 했던 것 같고 그게 또 이 영화에서 말하는 가장 큰 주제가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저는 한 여고생의 성폭행이야기를 다룬 내용이다 보니까 감독 이름도 이수진 씨라고 해서 여성감독이 섬세하게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거구나, 이렇게 생각했는데 남성분이셔서 조금 놀랐어요.
◆ 이수진> 네. 이름에서 오는 어떤 그런 거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그런 말씀 많이 들으셨죠?
◆ 이수진> 네, 아마 환갑이 되어서도 들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남성이 여성, 그것도 사춘기 여고생 심리를 그렇게 사실적으로 리얼하게 묘사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작업을 하셨습니까?
◆ 이수진> 우선은 남자가 여자 이야기를 한다라는 어떤 생각보다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 먼저 접근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남자든 여자든 슬픔을 느끼거나 기쁨을 느끼거나 아프거나 하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똑같은 감정들을 느끼거든요. 그게 또 어떤 제가 이야기를 하는 데 있어서 큰 제약은 아니었던 것 같고요.
◇ 김현정> 그래요. 어떤 분들은 이수진 감독 곁에 동생이, 혹시 사춘기 동생이 있는 것 아니냐.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잘 그릴 수는 없다, 이런 평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그런 건 아니고. 인간 대 인간으로 접근하면 남성이냐 여성이냐. 나이의 문제도 아니고 성별의 문제도 아니다, 이런 말씀이세요. 여고생을 연기하는 배우들 연기도 아주 일품이더라고요. 어떻게 이 배우들은, 보석 같은 배우들은 발굴하셨습니까?
◆ 이수진> 저희 영화는 보통 선배님하고 선생님들 제외하고는 다 오디션을 통해서 뽑게 됐습니다. 그리고 공주역할을 하는 천우희 배우 같은 경우에는 기존에 다른 영화를 통해서 알고 있었고 다른 또 영화의 오디션 장면을 보게 되어서 오디션을 보자라고 요청을 해서 같이 하게 되었고요.
◇ 김현정> 어떤 캐스팅에 원칙 같은 게 있었을까요? 이수진 감독만의?
◆ 이수진> 우선은 공주 같은 경우에는 이 친구의 얼굴을 보고서 어떤 선입견이 없는 얼굴이었으면 했었어요. 어떤 ‘저는 잘못한 게 없는데요’라는 대사를 첫 마디를 했을 때 ‘이 친구에게 어떤 사연이 있겠구나‘라는 게 관객들에게 어떤 심어지지 않게끔 선입견을 가지고서 이 배역을 보지 않게끔 하는 어떤 그런 마스크를 찾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영화의 시작이 ‘저는 잘못한 게 없는데요’로 시작을 해요. 그런데 그 모습을 보고 어떤 선입견을 콱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 이수진> 네.
◇ 김현정> 그렇군요. 지금 영화를 못 보신 분들은 도대체 주인공의 모습은 어떤 걸까. 이 영화는 어떤 이야기를 담은 걸까, 아마 수수께끼처럼 계속 궁금증이 지금 생기실 텐데요. 좋은 영화입니다. 추천드릴 수 있는 영화고 이게 이수진 감독의 데뷔작이기 때문에 저는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되는데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으세요? 어떤 영화를 꿈꾸세요?
◆ 이수진> 그것에 찾아가고 있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영화라기보다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 같고요. 아직 다음 작품이 정해지지는 않았는데 좀 이야기할 수 있고 고민할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를 개인적으로는 좀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이번 주제도 역시 그런 거였고요.
◆ 이수진> 네.
◇ 김현정> 그렇죠. 어른들이 참 미안한 요즘인데. 이 ‘한공주’ 보고 나니까 더 미안해졌다는 어른들이 많으세요. 이런 어른들에게 당신들 어떻게 살고 있는 겁니까, 이런 질문을 던져주는 그런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수진 감독 더 만나싶었습니다. 감독님, 오늘 귀한 시간 감사드리고요. 앞으로도 좋은 영화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수진>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화제 인터뷰 화제의 영화입니다. 독립영화 ‘한공주’의 이수진 감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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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5/7(수)‘한공주’... 또 하나의 성폭력 영화가 아닙니다
201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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