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 파일 개수보다 제대로 박는게 중요
- 하도급 구조속에서 대충 처리한 듯
- 100개 중 2-3개만 형식적 검사 관행
- 규제는 완화, 안전은 등한시 우려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충남 아산에서 7층짜리 오피스텔 건물이 20도가량 쓰러진 사진. 여러분, 보셨죠? 솔직히 말하면 저는 합성사진인 줄 알았습니다. 어떻게 건물이 이런 식으로 20도나 기울어질 수 있는 건지 믿을 수가 없었는데요. 이 사진은 사실이었습니다. 다행히 입주 전 건물이라서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마는 만약 사람이 안에 있었다면 참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경찰은 어제 건물 지지대의 개수가 부족했다라는 진술을 확보했는데요.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 또 이런 건물이 전국에 이것 하나 만일까요? 짚어보겠습니다. 관동대학교 박창근 교수 연결이 돼있습니다. 박 교수님, 나와 계시죠?
◆ 박창근>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일단 경찰에서는 건물을 지지하는 지지대, 그러니까 파일의 개수가 모자랐다. 이 진술을 확보하고 그쪽에서부터 원인을 찾는다고 하는데요. 파일, 지지대 이게 정확히 뭔가요?
◆ 박창근> 우리가 사상누각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일반적으로 건물을 지을 때는 흙 위에 짓게 되면 이게 주저앉을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원칙적으로는 흙을 다 털어내고 암반 위에다가 건물을 지어야 되는데 그럴 경우에는 돈이 많이 들지 않습니까? 그래서 흙 위에서 전봇대 같은 파일을 박습니다. 그래서 암반 위에까지 파일을 고정하고 그 위에 기초를 치고 건물을 올리는 거죠.
◇ 김현정> 우리가 건물 지을 때 보면 아래 시멘트같이 회색으로 바닥을 다져놓고 그 위로 철심들이 솓아 있는 걸 본 적이 있는데 그 철심이...
◆ 박창근> 바로 그게 파일입니다.
◇ 김현정> 그게 파일이군요. 그게 암반 밑에까지 단단히 박는 거예요?
◆ 박창근> 전봇대처럼 생긴 거 있잖아요. 그것을 넣고 때리죠. 큰 해머로, 망치로 때리면 이 암반이 밑으로 들어갈 거 아닙니까? 암반 위에 딱 받쳐져야지만 이게 지지가 되는 거죠. 그리고 그 위에 이제 건물을 지어야만이 건물이 주저앉는다든지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IMG:2}
◇ 김현정> 그렇군요. 경찰도 그 부분에 주목을 해서 파일 개수가 모자랐던 것 같다. 그래서 하나 혹은 몇 개가 우지끈 하고 끊어지니까 20도가 확 옆으로 쓰러진 거다, 이렇게 일단은 보고 있는 것 같은데 교수님도 그렇게 보세요?
◆ 박창근> 아닙니다. 저는 그렇게 보지 않고 파일의 개수가 비록 조금 적더라도 보통 안전율을 고려를 하거든요. 보통 3정도를 고려합니다, 파일이 한 2개 정도 부족하다 하더라도 설령 이것이 파일이 암반까지 제대로만 박혀져 있다 그러면 그와 같은 사고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 김현정> 3정도를 고려한다는 얘기는, 그러니까 설계할 때 3배의 충격이 가해지는 것까지 가정해서 단단하게 파일을 여러 개 박는다는 말씀이시군요?
◆ 박창근> 그렇습니다. 그게 아주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마는 우리가 설계를 위해서는 3배 정도 감안을 하면서 공사를 하거든요. 그러니까 파일이 한 몇 개, 옛날에 우리가 한 3, 40년 전에는 공사를 할 때 현장에서 파일을 많이 줄이고 공사비 줄이려고 하는 사례는 있습니다마는 요즘은 셀 수 있거든요. 아무리 감리가 조금 허술하다 하더라도 파일이 몇 개 들어가는 것은 현장에서 셀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파일의 개수가 부족하기보다는 파일이 암반까지 제대로 장착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건물이 위로 올라가면서 그걸 받치지 못하고기울어지는 거죠.
◇ 김현정> 그렇게 보시는군요. 파일이 몇 개쯤이 우지끈 끊어졌다고 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건물이, 그 큰 건물이 20도 기울어지는, 쓰러지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시는 건데...
◆ 박창근> 당연하죠.
◇ 김현정> 그러면 교수님, 건설업자들이 전문가들인데 그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 텐데 애초에 그걸 깊이 안 박았을까요?
◆ 박창근> 지금 현재 파일 박는 업체들은 하도급을 받게 되거든요. 옛날에 한 4, 5년 전만 하더라도 한 1m 박는 데, 파일을. 한 2만원 정도 해서 2, 3년 전부터 한 1만 5000원 정도 했거든요.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1만 2000원 이하까지 공사비가 책정이 되면서 하도급이 나갑니다.
◇ 김현정> 땅속으로 1m 들어갈 때마다 개당 그 가격?
◆ 박창근> 그렇기 때문에 파일을 박는 회사입장에서는 이게 시간이 돈이거든요. 웬만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면 기름까지 많이 들어가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빨리빨리 공사, 파일을 박고 다른 현장으로 이동을 하게 되는데 여기에서 문제가 생기는 거죠. 파일은 잘 안 박히고. 그러다 보니까 대충대충 하고 다른 현장으로 옮겨가다가 이런 사고가 발생한 걸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 김현정> 분명히 이 건물도 감리과정을 거쳤을 거예요, 지금 준공 20일 남았으니까. 그 과정에서 감리는 그러면 이게 깊이 박혔는지, 안 박혔는지 암반까지 갔는지 모릅니까?
◆ 박창근> 일반적으로 감리회사는 파일이 있으면 뭐 평균적으로 100개를 박는다 그러면 2개 정도는 검사를 하게 됩니다.
◇ 김현정> 100개에 1, 2개?
◆ 박창근> 1, 2개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이 보통 우리가 아파트를 지을 때는 하나 정도 파일에 대해서 검사를 하거든요. 아마 여기에도 많이 하면 2개 정도 검사를 했을 건데. 그런데 감리회사도 파일 박는 업자들이 파일을 박고 있을 때 꼼꼼하게 챙기고 해야 되는데 현실적으로는 그게 또 어렵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감리도 조금 꼼꼼하게 다 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그리고 검사를 했다 그러면 무너지지 않은 쪽에서 아마 검사를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그쪽 부분이 좀 취약해서 파일이 건물이 올라가니까 무거워지지 않습니까? 그래서 파일이 제대로 안 박혀 있으니까 파일이 쭉 들어가죠. 그러니까 건물이 기우뚱해지면서 파일들끼리 부서지는, 사진을 보면 그렇게 보이지 않습니까? 그런 증상이 발생한 걸로 보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파일 빼먹고 공사하는 경우, 혹은 깊이 박지 않는 경우가 더 있을수도 있겠네요. 지금 교수님 말씀 듣다보면?
◆ 박창근> 많습니다. 지금 제가 파악하기로도 작년에 포스코에서 인천 화력발전소를 지을 때 파일을 제대로 안 박는 사건이 발생했거든요. 그리고 최근에 또 포스코가 강릉에 마그네슘 제련공장을 만들면서 페놀 유출 사고가 발생했는데 그때도 부등침하, 그러니까 땅이 주저 앉아서 페놀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그리고 아파트 현장에서도 이런 사고가 자주 발생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공사를 할 때는 이와 같이, 특히 연약 지반 위에서 할 때는 기초에 많은 신경을 써서 건물을 지어야만이 안전성을 담보로 할 수 있는데 이게 하도급 이렇게 나가다 보니까 그러니까 당초 원청에서는 100원에 받았다하면 하도급을 줄 때는 60원, 이렇게 주거든요. 그게 한 번 더 내려가게 되면 더 떨어지게 되는 거죠, 재하도급이 나오면. 이러다 보니까 실제 공사하는 인부라든지 이런 사람들은 단가가 안 맞춰지니까 적당히 할 수밖에 없는 그런 어떤 구조가 되어 있다는 거죠.
◇ 김현정> 다른 어떤 것도 아니고 기초작업인데 그 건물의 가장 중요한 기초를 닦는 일인데 그걸 하도급 주는 이거는 좀 문제가 있어 보이네요.
◆ 박창근> 그게 지금 우리나라 건설업계의 관행입니다. 그러니까 큰 회사들이 그와 같은 기초공사를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대부분의 건설회사들은 그런 부분들은 하도급을 주게 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말씀 듣고 있다 보니까 아찔해집니다. 세월호 참사도 불법 증축에다가 기본 지키지 않고 화물 실은 게 화근 아니었습니까? 이렇게 기본을 지키지 않는 곳이 해운업계뿐이 아니구나라고 생각을 하니까 아찔해지는 건데 선생님께서 이쪽 전공을 하시는 분으로서 평소에 어느 부분 보면서 참 이 부분 걱정된다, 하셨던 안전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런 게 있다면 이 기회에 한번 말씀해 주시죠.
◆ 박창근> 이제 지금 우리가 지난 한 몇 십 년 동안 압축적 성장을 해왔거든요. 그리고 지난 정권이나 현 정권을 보면 기업 프렌들리 정책을 많이 썼지 않습니까? 다시 얘기해서 기업의 이익을 많이 보상해 주면 우리 국민들이 더 잘 살 것이다라는 이런 논리에 의해서 규제를 완화한다든지, 이런 정책을 많이 폈는데 규제와 안전은 같이 갈 수 있는 가치가 아니거든요. 상반된 가치입니다. 다시 말해서 규제를 풀면 그만큼 우리 사회는 더 위험해지는 거죠. 특히나 큰 건물, 교량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만들 때는 규제를 강화해 줘야만이 안전해질 수 있거든요. 그런데 이런 어떤 것들이 규제완화 어떤 분위기 속에서 점점 더 규제가 줄어들다 보니까 안전성은 아무래도 등한시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기업보다는 사람, 다시 말해서 돈보다는 사람 우선되는 정책을 펴야만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안전한 사회로 가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참 어떻게 보면 당연한 얘기인데 우리가 이걸 다시 한 번 곱씹어봐야 되는 상황이 됐네요. 박창근 교수님, 오늘 도움말씀 고맙습니다.
◆ 박창근> 감사합니다.
◇ 김현정> 관동대학교 박창근 교수였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5/14(수) "1미터 박는데 만원..돈 아끼다 쓰러진 오피스텔?"
2014.05.14
조회 1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