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6/2(월) 대구 여대생 父 "딸의 한 풀어준다더니 무죄라구요?"
2014.06.02
조회 1425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16년전 무책임한 수사로 증거 잃어
-무죄 충분히 예상, 전면 재수사해야
-더이상 절망 안해 '시작은 지금부터'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현조 씨 (故 정은희 양 부친)


지난 주말 16년 전에 발생한 한 미제 사건에 대한 판결이 나오면서 큰 화제가 됐습니다. 바로 1998년 10월, 대구의 한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여대생 사망사건인데요. 당시의 성폭행 정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가 됐다가, 유족 측의 끈질긴 문제제기로 재수사가 이루어졌죠. 그리고 작년 9월에 한 스리랑카인이 당시의 성폭행범으로 잡혔습니다. 그때도 보도가 크게 되고 저희도 인터뷰를 보내드렸는데요. 그런데 이 스리랑카인이 지난 주말에 무죄를 선고받은 겁니다. 이유는 증거부족입니다. 98년부터 지금까지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온 유족 측은 허탈할 수밖에 없을 텐데요. 故 정은희 양의 아버지, 정현조 씨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아버님 나와 계시죠?

◆ 정현조> 예.

◇ 김현정> 결국은 무죄가 됐네요. 결과 듣고는 어떠셨어요?

◆ 정현조> 저는 미리 예상했습니다.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실까요?

◆ 정현조> 모든 증거가 실질적인 증거가 아니고요. 상황이 그렇다 하더라, 그런 증거를 가지고 그대로 밀고 나가버렸어요. 그러나 과학적인 증거가 확실하다고 하는데, 그건 제가 볼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계속 지켜봤죠.

◇ 김현정> 부족한 증거를 바탕으로 해서 이 재판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아버님이 시작하기 전부터 이런 결과가 나올 거라고 예상을 미리 하셨다는 말씀이군요?

◆ 정현조> 그렇죠.

◇ 김현정> 혹시나 이 내막을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사건을 다시 한 번 거슬러 올라가보겠습니다. 그러니까 98년 10월에 따님인 은희 양이 고속도로 위에서 숨진 채 발견이 됐는데, 그냥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가 됐어요. 사람들은 보도를 보고 고속도로를 건너다 그러려니 했는데요. 부모님들은 그게 믿을 수 없다고 그때부터 그러셨던 거죠?

◆ 정현조> 그렇죠.

◇ 김현정> 왜 못 믿으셨습니까?

◆ 정현조> 우리는 처음에는 교통사고인 줄 알고 그냥 사체도 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사고가 나고 나서 한 8시간 후거든요. 그 고속도로 밑 풀밭에서 속옷 같은 게 있었대요. 혹시나 싶어서 그걸 주워서 가드레일에 걸어놨거든요. 은희 동생도 같이 갔어요. 그렇게 해서 동생은 언니가 입던 속옷이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고요.

◇ 김현정> 그러니까 우리 아이가 그 날이 대학교 축제 마지막 날이었죠? 축제 끝나고 술을 좀 먹고 걸어서 고속도로를 건너다가 23톤 트럭에 치여서 숨졌구나, 이렇게만 알고 있었는데요. 고속도로를 걷는 것도 희한하고 뭔가 이상한 게 많아서 주변을 수색하다 보니까 속옷이 하나 나왔어요. 바로 조사가 시작이 됐습니까, 그 속옷을 가지고?

◆ 정현조> 그래서 속옷을 주워 왔으니까 이게 교통사고 아닌가 싶어서 다시 확인하러 내려갔죠. 영안실 직원하고. 내려가서 속옷을 확인하려고 내려오니까 가슴에도 브래지어도 없었고요. 또 청바지 호주머니 안감을 가지고 이걸 속옷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우리가 왜 그게 속옷이냐, 한 번 내놔 보라고 해서 내놨는데 속옷이 없었어요. 그러니까 영안실 직원이 우리를 속인 게 미안하잖아요. 그러니까 아버님, 은희 양이 억울합니다, 하면서 부검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는 그때 당시 부검이 뭔지 전혀 몰랐고요.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몰라서 올라왔어요. 그런데 그때부터 아, 이게 교통사고 아니다 싶어서 증거를 채취하고 현장에 사진도 찍고 다녔죠.

◇ 김현정> 그때 좀 강하게 문제제기를 하지 그러셨어요?

◆ 정현조> 안 그래도 우리가 항의를 했어요. 속옷이 없는 것을 있다고 해도 되는 거냐. 그래서 이 정도만 하면 경찰이 해 주겠지, 이렇게 생각했죠.

◇ 김현정> 그 당시에 분명히 딸의 속옷이 나왔고, 거기에서 남성의 정액이 나온 것까지도 확인은 하신 거죠?

◆ 정현조> 그건 몇 년 후인 2002년에 우리가 확인했죠. 그 전에는 우리는 전혀 그런 사실을 몰랐습니다. 그 정황은 어떻게 알았냐면요. 2002년 헌법재판소에 우리가 직무유기로 당시 수사 경찰서장을 고소를 했었거든요. 그 사건이 헌법소원에 가서, 그걸 가지고 알게 된 거죠.

◇ 김현정> 그러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재수사가 이뤄진 겁니까?

◆ 정현조> 안 했죠. 해달라고 해도 전혀 안 했어요. 채소 장사하는 주제에 네가 뭘 알아 하고 이런 식으로 온갖 말을 했어요. 그래 좋다, 나는 범인보다도 너희들이 더 나쁜 놈들이다, 언젠가는 한 번 보자, 하면서 계속했죠.

◇ 김현정> 그러다가 작년 9월에 다른 범죄로 조사를 받던 스리랑카 남성이 있었는데요. 그 남성의 DNA가 그 15년 전 속옷에서 나온 DNA하고 일치하면서 사건의 용의자가 잡혔다, 이렇게 보도가 된 거죠? 그래서 이제 재판이 시작되고 15년 만에 아버님 한이 좀 풀리겠구나, 했는데요. 재판 과정에서는 어떤 문제들이 발생하던가요?

◆ 정현조> 실제로 증인을 세우려면, 당시의 트럭 운전자라든지 수사진도 증인으로 세워야 됩니다, 부검 담당자도 세워야 하고요. 이런 식으로 해야 되는데 그런 사람은 세우지 않고요. 스리랑카인이 술을 먹고 나서 누구한테 이런 얘기를 하더라 하는 그런 증인만 세운 거예요. 그리고 또 모든 질문을 하는, 통역하는 사람까지도 증인을 세웁니다. 이상하게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전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무죄로 나올 것을 미리 예측했죠.

◇ 김현정> 아무리 그 속옷에서 나온 정액과 일치한다고 하더라도, 그 당사자가 부인을 하고 있고 나머지 핵심 증인들이 다 진술을 하지 않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는 뭐 나오지 않겠구나 라고 생각을 하신 거예요?

◆ 정현조> 그렇죠. 그러니까 그때 당시 사진 정황이나 모든 증거를 경찰들이 해야 될 것, 수사관들이 해야 될 것은 다 없애버립니다. 그러니까 그 당시의 수사진들과 모든 것을 전면 재수사를 해야 합니다.

◇ 김현정> 전면 재수사를 한다면 상황이 좀 달라질 거라고 보십니까, 아버님?

◆ 정현조> 그렇죠.

◇ 김현정> 지금 심정이 어떠세요? 모든 게 15년, 16년간의 노력이 그냥 수포로 돌아간 지금 심정이?

◆ 정현조> 저는 15년 수포로 돌아간 게 아니고 지금이 이제 시작이구나라는 더 강력한 마음이 생깁니다.

◇ 김현정> 지금이 시작이라는 생각이 드신다고요, 아버님? 왜 어떻게 그런 생각이 드실까요?

◆ 정현조> 이제는 모든 걸 제가 알았으니까요. 그전에는 제가 확실히 몰라서 얘기를 못했었는데요. 지금은 이건 이렇게 됐구나, 경찰들이 모든 걸 은폐하고 다 숨겨버리니까, 증거를 없앴으니까 못하게 만들었구나.

◇ 김현정> 하나하나를 이제 다시 밝히셔야 된다는 말씀이에요, 아버님.

◆ 정현조> 그렇죠. 완전 전면 재수사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통령이 국민의 화를 풀어준다고 했잖아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15년 동안의 한을 풀어주겠다 라고 언급했던 사건이 바로 이 사건인데요. 지금이라도 다시 전면 재수사를 해달라는 요청을 유족 측에서는 하고 계시는 거예요. 작년에 저랑 인터뷰하실 때 15년 동안 원래 채소장사 하셨는데 다 내려놓고 그냥 이 일에만 매달리셨다고 하셨거든요. 지금은 어떻게 다시 일자리를 구하셨어요?

◆ 정현조> 지금은 경비를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재판 겪고 나서는 일이 제대로 손에 안 잡히시겠어요,

◆ 정현조> 그래도 어떻게 합니까. 먹고 살아야 되고, 살아야 자꾸 문제를 제기하고, 해달라고 얘기하고, 대통령에게도 요청할 수도 있고요.

◇ 김현정> 힘내시고요. 1심은 끝났지만 앞으로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 저희도 관심가지고 계속 함께하겠습니다.

◆ 정현조> 고맙습니다.

◇ 김현정>대구 여대생 의문사 사건, 1심 판결이 났습니다. 하지만 범인으로 지목된 스리랑카인은 무죄로 판결이 났습니다. 故 정은희 양의 아버지, 정현조 씨의 입장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