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 근로기준법 등 기본에대한 요구일뿐
- 사측, 노조원을 '빨갱이'라고 불러
- 노숙 한달... 용변문제, 세수도 어려워
- 우리도 국민들과 월드컵 응원하고파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염태원 삼성전자서비스 양산센터 기사
한 달 전인 지난 5월 17일 삼성전자서비스 양산센터에서 일하던 고 염호석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사 사옥 앞에서는 수백여 명의 삼성전자 서비스 직원들이 한 달 째 노숙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이들은 10만 인파가 거리응원을 즐기는 이 시각에도 거리응원 대신 거리투쟁을 하고 있는 걸까요. 오늘 그 현장 연결을 해 보겠습니다. 양산센터에서 고 염호석씨와 함께 일했던 동료고요. 한 달째 농성 중인 동료입니다. 염태원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염태원 씨 나와 계세요?
◆ 염태원> 안녕하십니까. 양산센터에 같이 근무했던 염태원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지금 정확히 사옥 앞에 천막에 계시는 건가요?
◆ 염태원> 아니요. 천막을 저희들이 못 치게 되어 있고요. 거리 길바닥에 깔판을 깔고 노숙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 노숙이라는 게 천막조차 없는 노숙입니까?
◆ 염태원> 천막은 경찰 쪽에서 불법이라고 못 치게 하더라고요.
◇ 김현정> 아니, 그러면 비가 오고 바람 불면 어떡하세요?
◆ 염태원> 비가 오고 바람 불면 비닐 같은 것을 덮고 그렇게 했는데 저희들이 가져온 물품 정도는 덮을 수 있고요. 비를 잠깐 피하려고 위에 비닐을 치려 하면 그것도 천막으로 간주해서 안 된다고 그래서, 일단 비 오면 비닐을 개인적으로 덮고 있는 친구들도 있고 아니면 지하철 쪽으로 대피해서 그렇게 있는 친구들도 있고. 갖가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제가 앞에서 수백 명이라고 했는데 정확히 몇 명이나 됩니까?
◆ 염태원> 한 5, 600명 정도 올라왔다가 지금은 한 800여 명까지 늘어나고 있습니다.
◇ 김현정> 800명이 한 달째 거리에서 비바람 맞아가면서 투쟁을 하고 있는데 뉴스에는 잘 안 나오네요?
◆ 염태원> 그게 저희들도 참 안타까운 현실인데요. 저희들이 이렇게 투쟁을 하고 있는데 어떤 장벽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람들한테는 공개가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길래, 이분들이 한 달째 길바닥에서 이러고 계시는 건지 파업에 들어가게 된 근본 이유와 요구사항, 뭐였죠?
◆ 염태원> 이때까지 삼성에서 10여 년 일을 하면서 정말 근로기준법도 모르고 살았고 생활임금도 제대로 못 받고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임금에 대한 투명성이 없다 보니까 저희들이 일한 만큼 대가를 해 달라고, 근로기준법을 지켜달라고. 그것조차 회사에서 지켜지지 않다 보니까 조합을 만들어서 이렇게 저희들이 법을 지켜달라고 이야기를 한 거죠. 그렇게 지금 11개월 동안 하고 있는 과정에서 5월달에는 도저히 안 되니까 전면 파업에 들어가서 계속 노숙투쟁을 하면서 한 달 동안 이렇게 이어오게 된 겁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이 사건 아주 초기에 삼성전자 서비스직원들의 열악한 처우가 뭐 많이 소개가 되기는 했습니다마는 이름은 삼성전자 서비스이지만 실제로는 삼성전자와 법상으로는 아무 상관이 없는 걸로 돼 있었고. 월급도 기본급도 없이 서비스하시는 동안 건당 수수료만 받는 형식, 그런 형식이었던 거죠. 그렇게 해서 한 달에 가져가는 평균 임금이 대체 어느 정도나 됐었죠?
◆ 염태원> 저녁에 퇴근하는 시간까지, 만약에 콜수임이 비수기 같은 경우에는 콜수임이 없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아침에 출근해서.
◇ 김현정> 콜수임이라고 하면 그러니까 고객들 한 건, 두 건 하는 그 콜을.
◆ 염태원> 네. 고객 집을 방문해서 수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제품을 수리하는 시간 빼고는, 이동시간이라든가 아무 것도 보상을 못 받는 거죠. 100에서 150만원 받으면 빼고 나면 실질적으로 받는 임금은 체감적으로 저희들이 느끼는 것은 120만 원 정도 이렇게밖에 안 되죠.
◇ 김현정> 120만 원 정도 느끼는 정도의 생활. 근로기준법을 지켜달라, 기본급 이런 것들 좀 지켜달라라는 게 요구였던 거죠.
◆ 염태원> 실질적으로 임금에 투명성이 없다 보니까 저희들이 자기가 들고간 월급을 계산을 할 수 있는 센터에 있는 사장들조차도 월급을 계산을 못 합니다.
◇ 김현정> 많다, 적다의 문제를 떠나서 일단 투명하게 도대체 우리가 이 돈을 어떻게 가져가는 건지부터 알려달라, 이 요구도 들어 있는 거군요?
◆ 염태원> 예,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런 소망에서 시작을 한 파업이 한 달, 두 달 길어지면서 그 와중에 염호석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생긴 거예요?
◆ 염태원> 염호석 열사는 양산센터의 분회장이었습니다. 저희 아까 서두에서 말씀드렸지만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 노동조합을 만들고 임단협 쟁취 투쟁 중이었고요. 현재 그런데 노동노합을 만드니까 사측에서 노동조합 탄압이 들어오기 시작한 거죠. 저희들은 부당행위노동이라고 그러는데요. 조합원들 자체를 회유하고 감시하고 압박까지 하고. 내근팀장 같은 경우에는 저희들 조합원들한테 RO, 빨갱이라고 부르고 다니기도 했고요. 와서 벽보를 훼손하기도 했고. (염호석 열사의) 유서에도 써 있듯이 ‘더 이상 누구의 희생도 앞으로도 보지 못하겠기에 저를 바칩니다’, 이렇게 돼 있지 않습니까? 분회장이 한 분대를 책임지고 이끌어 가는 수장으로서 너무 많은 아픔을 느낀 것 같습니다.
◇ 김현정> 2014년에 벌어지는 일들이라는 게 잘 믿겨지지 않는데. 한 달 동안 노숙투쟁, 이게 말이 쉽지 여간 불편한 게 아닐 텐데 제일 어려운 건 뭡니까?
◆ 염태원> 저희들 노숙투쟁을 하면서 아무래도 제일 어려운 게 화장실 문제하고 씻는 문제가 제일 불편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진짜 어디 가서 화장실 일 보시고 씻고 그러세요?
◆ 염태원> 주위의 상가라든가 지하철 화장실에 가기도 하고요.
◇ 김현정> 지하철로 가기도 하고. 화장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씻는 건 그렇게 화장실에서 해결이 안 될 텐데 말이에요.
◆ 염태원> 그래서 물을 담아 와서 씻기도 하고요.
◇ 김현정> 날도 더워지는데 언제까지 그렇게 해야 되는 겁니다. 언제까지 할 생각이세요?
◆ 염태원> 저희들은 언제까지라기보다는, 열사에 대한 사과와 명예회복, 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원하고요. 노동조합 활동보장을 하고 생활임금 보장을 위한 임단협 쟁취가 끝나는 그날 저희들 노숙농성이 끝나지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근로기준법을 지켜달라는 요구, 이게 지금 2000년대에 있을 수 있는 요구인가. 어째 80년대 필름을 돌리는 듯한 느낌도 드는데요. 그것을 지켜달라고 지금 무기한 노숙투쟁을 하고 있는 건데. 지금 저 광화문 나가면 거리응원 인파가 수만 명이 모여 있거든요. 그분들 술렁이는 모습 보면서는 부럽기도 하고 내 신세가 왜 이런가, 오늘은 더 착잡하실 것 같아요.
◆ 염태원> 아무래도 오늘 러시아하고 1차전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다 같이 합류해서 응원하고 싶지만, 국민들과 같이 못하는 그 마음을 애석하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예. 빨리 모든 문제 잘 해결되고 마음 편하게 응원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도록 저희도 관심가지고 지켜보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염태원> 예, 고맙습니다.
◇ 김현정> 같은 거리에 있으면서도 전혀 즐거울 수 없는 분들, 도대체 무슨 사연인가 들어봤습니다. 삼성전자 서비스 직원 염태원 씨였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6/18(수) "그들은 왜 거리응원 대신 거리투쟁 나섰나"
2014.06.18
조회 22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