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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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운선 (경북대 소아정신과 교수)
‘저희는 단원고 2학년 학생입니다. 또한 세월호 생존 학생입니다. 사고가 일어난 지 두 달이 넘은 지금, 사람들은 이제 저희가 괜찮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직도 함께 빠져 나오지 못한 친구들 생각할 때마다 먹고 자고 웃고 떠드는 모든 일들이 죄짓는 일 같습니다.’ 세월호에서 구조된 단원고 2학년 학생, 흔히 말하는 생존자들이 얼마 전에 쓴 공개편지입니다. 이들이 오늘 참사 71일 만에 처음으로 학교에 등교를 합니다. 뭐가 이들을 그렇게 지금 두렵게 만들고 있는 걸까요? 어디를 가든 집중되는 시선에 학교로 가는 게 두렵다고 한 이들, 이들의 심리상태가 어떤 건지 직접 들어보죠. 교육부 학생정신건강 센터장이세요. 이 학생들의 심리치료 수업하고 계신 분 경북대 의대 정운선 교수 연결이 돼 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딱 두 달 전에, 그러니까 4월 25일에 저하고 인터뷰를 하셨는데 그 후에도 계속 학생들의 심리상태를 봐 오신 거죠?
◆ 정운선> 5월 28일까지 5주간 단원고에서 상주하면서 아이들을 면담했고요. 그 이후에는 저는 지금 경북대병원으로 다시 복귀를 했고, 저희 센터 연구원들이 단원고로 가서 근무를 하고 있고, 또한 소아청소년 정신건강과 전문의들이 지속적으로 학교 현장에 계시면서 오늘도 교직원 분들과 함께 아이들을 맞이할 예정입니다.
◇ 김현정> 그때 그러셨어요. 어른들이 싸우기만 하고 구조하러 가지 않는다 해서 아이들이 지금 어른들에 대해, 사회에 대해 굉장히 배신감 가지고 있는 부분 지적을 해 주셨는데, 그 부분 어떻게 회복이 됐습니까?
◆ 정운선>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회복하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거든요. 아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가족상황이나 얼마나 가까운 후배나 친구가 사망했는지, 청소년이 갖고 있는 성격이나 이전에 이런 죽음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 여부들이 다르긴 하지만 아이들은 많은 선생님들의 헌신과 그다음에 또 선생님들께서 아이들을 도와주려는 동기를 가지고 새로 또 13명의 선생님들이 오셨거든요. 또한 상담교사, 상담사 이런 분들이 배치가 돼서 모든 사람들이 공동의 노력을 했기 때문에 걱정하시는 것보다는 훨씬 많이 회복이 됐습니다.
◇ 김현정> 다행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일 힘들어하는 부분은 어떤 건가요, 학생들이?
◆ 정운선> 그런데 이러한 애도 반응이라는 것이 어떤 시점을 기점으로 무 자르듯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 단지 그 양상이나 강도가 바뀌는 거거든요. 예를 들면 파도처럼 오름과 내림이 있는 것처럼 시기에 따라서 변화하는 건데요. 시험을 앞둔 3학년들은 중간고사를 치르면서 현실의 무게에 좀 더 힘들어하는 부분이 있고요. 2학년 잔류학생들은 친구들이 너무 오랫동안 학교로 돌아오지 않았잖아요. 그 아이들과 다시 만났을 때 서먹해지면 어쩌나 걱정하는 모습들이 있었고, 1학년 학생들도 나름대로의 위치에서 노력하는 모습들을 보입니다. 아시다시피 아직 다 발견되지가 않고 선생님들의 시신도 다 발견되지 않은 상황이라서 이런 참사에 대해서 정의나 진실이 실현되기를 바라는 학생들이 많이 있습니다.
◇ 김현정> 이들은 세월호 타지 않았던 학생들 얘기를 지금 해 주신 거고. 이런 가운데, 이 아이들의 심리도 불안한 가운데 생존 학생들, 세월호에 탔던 학생들이 오늘 학교에 처음 등교를 합니다. 이 학생들이 지난주에 SNS에 호소문 올렸어요. 뭐라고 올렸냐면 ‘혹시 거리에서 웃고 떠드는 장난치는 저희를 보더라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정말 괜찮아진 거라고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이런 내용도 있더라고요. 어떤 상태일까요?
◆ 정운선> 아이들은 구조되는 과정에서 친구들을 다 데리고 나오지 못하고 자신이 살아남은 것에 대해서 누가 뭐라 하지 않더라도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것은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죠. 오히려 그 아이들이 이렇게 살아 나와줘서 감사하다고 저희가 얘기를 해야 될 상황인데요.
◇ 김현정> 물론이죠.
◆ 정운선> 아이들은 자신들의 책임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아이들한테는 새로운 친구를 다시 사귀고 공부를 하고 장난도 치고 놀기도 하는 것이 일상생활이고, 세월호 사건 이전의 일상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는 없지만 새로운 일상을 만들고 그 일상에 적응하는 것이 아이들의 발달경로를 되찾는데 반드시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순간 웃는다고 해서 실종된 친구들, 죽은 친구들을 잊어버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그 친구가 생각나고 있을 수가 있는데요. 아이들의 마음속에 각자의 방식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애도 반응을 처리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시는 게 맞을 거고요. 웃는다고 어떻게 저런 일을 당하고 웃을 수 있나라고 생각을 할까 봐 아이들이 걱정하고 또 불안해하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우리는 평상시로 돌아가고 싶어서 웃고 떠들고 이러는데 그걸 가지고 또 뒤에서 어떻게 쟤는 친구를 잃었는데 웃을 수가 있어, 쟤 너무한 거 아니야? 혹시 이럴까 봐 그게 두려운 거고. 그럼 이것도 관심을 끊어줘야 되는 건가요, 아니면 관심이 있다는 걸 표현하는 게 좋은 건가요? 이게 우리 사회의 청취자들 입장에서도 좀 헷갈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전문가가 보시기에는 이 학생들을 어떻게 대해 주는 게 가장 바람직한 겁니까?
◆ 정운선> 아이들한테 조절력을 주기 위해서는 사실 아이들마다 각자 원하는 게 다를 겁니다. 제일 좋기로는 ‘우리가 어떻게 해 줬으면 좋겠니?’ 하고 아이들한테 물어서 그것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 김현정> 어떻게 해 주기를 지금 아이들이 바라고 있습니까?
◆ 정운선> 아이들은 일단은 제 생각에는 재난상황이 되면 제일 중요한 자세가 ‘Polite Observation’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 김현정> 그게 뭐죠?
◆ 정운선> 공손하게 옆에서 지켜보는 거죠. 그래서 아이들한테 우리의 마음을 전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요. 사실은 말의 내용은 7%밖에 차지하지 않고, 나머지 100%의 의사소통 중에 93%는 말로 하지 않는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입니다.
◇ 김현정> 우리 일상에서의 모든 의사소통이 그런 식인가요?
◆ 정운선> 네. 그래서 꼭 말로 ‘내가 너를 위로한다’ 이렇게 전달되지 않더라도 우리의 표정이나 태도로 그런 것들이 전달이 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믿어주고 지지해 주고 격려해 주시는 마음을 가지고 계시면 그걸 꼭 아이한테 제가 건네지 않더라도 전달이 될 겁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아이들의 마음을 일단 들어주고 귀를 기울여 주는 거거든요. 내 마음 편하자고 위로의 말을 할 수도 있거든요. 그렇게 하기보다는 일단은 아이들이 원하는 거를 지켜봐 주고 들어봐 주고 하는 그런 자세가 아이들한테는 오히려 더 지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명심을 해야겠네요. 그때 두 달 전에 그러셨어요.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불안감 때문에 좁은 곳에도 못 들어가고 거울도 심지어 못 보는 선생님들도 계시다. 선생님들은 좀 나아지셨어요?
◆ 정운선> 80여 명의 선생님들이 계시다가 갑자기 한 13명의 선생님이 사라지셨고, 진도 현장을 지키거나 장례식 조문을 하시거나 학교에서 지내시고 또 유품정리를 하신다고 학교를 방문하신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안내하는 부분, 또한 수업을 진행해야 하고 2학년 잔류학생은 학교에서, 2학년 생존학생은 또 연수원에서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그런 부분들이 있어서 선생님들은 굉장히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셔야 됐습니다. 그런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선생님들은 자신의 할 일을 수행을 하셨습니다. 사실 선생님들의 헌신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단원고의 모습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 김현정> 그 선생님들의 심리상태가 저는 궁금한 건데요. 괜찮으신 건지, 이분들도?
◆ 정운선> 사실 이런 일이 생기고 나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마음의 문을 여는 게 참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13명의 선생님들이 다시 오셔서 일적인 면에는 한 숨을 돌린 부분이 있지만 선생님들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치유할 만한 시간적인 여유나 공간적인 여유나 체계적인 지원은 전문가로서 보면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가정에서 부모들이 건강해야지 아이들도 행복하듯이 학교에서는 그런 부모의 역할을 선생님들이 하시거든요. 게다가 학교라는 것은 문화가 미리 시간표가 나와 있고 구조한 계획대로 수업을 진행하는 문화인데 이런 사고 후에는 그렇게 하기가 쉽지가 않고, 게다가 지금 단원고의 상황 자체가, 현장 자체가 여러 가지 것들이 너무 고려해야 될 것들이 많아서 이게 아직 되지 않고 있어서 외상을 치료하는 방식과는 굉장히 다른 면이 있습니다. 그 와중에서 가장 힘들었을 부분이 선생님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 김현정> 선생님들도 우리가 놓치지 말고 그분들에게도 관심, 위로를 전해야겠다는 것 오늘 전해 주셨어요. 여기까지 오늘 말씀 듣죠. 정운선 교수님. 고맙습니다.
◆ 정운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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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6/25(수) "71일만에 등교한 단원고 아이들에 귀기울여주세요 "
2014.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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