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승현 (서울대 곤충계통분류학연구실 석박사통합과정)
세상에는 참 다양한 취미들이 있죠. 그런데 그 취미가 곤충 하늘소 채집이라면 좀 많이 특이하죠. 직장도 나이도 서로 다른 세 명의 남자가 모여서 5년 동안 매 주말과 휴가를 다 포기한 채 백두산에서부터 제주도까지 하늘소를 찾아 다녔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로 이번에 하늘소 도감을 펴냈는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 하늘소에 미친 사나이 세 명 중의 한 명, 이승현 씨를 직접 만나보죠. 이승현 씨, 안녕하세요?
◆ 이승현> 안녕하세요.
◇ 김현정> 그러니까 하늘소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장수하늘소의 그 하늘소인 거죠?
◆ 이승현> 그렇죠. 하늘소라고 하면 보통 장수하늘소만 떠올리기 쉬운데요. 국내에는 장수하늘소를 포함해서 350종류의, 다양한 하늘소들이 살고 있거든요.
◇ 김현정> 아니, 10가지도 아니고 12가지도 아니고 350종의 하늘소가 살아요, 우리나라에만?
◆ 이승현> 네, 국내에만 350종.
◇ 김현정> 그러면 전 세계적으로는 얼마나 많은 하늘소 종이 있습니까?
◆ 이승현> 전 세계적으로는 한 2만 5,000종, 3만종 정도가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 김현정> 그렇군요. 하늘소의 세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군요.
◆ 이승현> 그렇죠.
◇ 김현정> 그런데 어쩌다가 다른 것도 아니고 하늘소에 빠지게 되셨어요?
◆ 이승현> 너무 재밌더라고요. 뭐가 재미 있냐면 일단 다양하니까. 색깔도 다양하고 크기도 2mm 정도 되는 것부터 10cm 정도 되는 것들까지 다양하게 있거든요.
◇ 김현정> 그런 매력에 빠져서?
◆ 이승현> 네. 그리고 종류가 다양하니까 학계에 알려져 있지 않은 것들, 이런 것들도 가끔 발견되기도 하고 그런 매력도 있죠.
◇ 김현정> 제가 저자 세 남자의 이력을 보니까 한 분은 대기업의 컴퓨터 프로그래머고, 또 한 분은 대학교의 생명과학 전공이시고, 그리고 이승현 씨는 경제학을 전공했다가 하늘소가 좋아서 아예 대학원에서 곤충 공부를 하게 된 케이스이시라고요?
◆ 이승현>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운명을 바꿔놓은 거네요, 하늘소가?
◆ 이승현>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왜냐하면 저는 사실 고등학교도 외고를 졸업해서 과학이라는 것, 생물이라는 것은 중학교 이후로 접한 적이 없거든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정반대에 있는 학문을 공부하게 된 겁니다.
◇ 김현정> 그렇게 나이도 학교도 전혀 다른 세 남자가 언제 어떻게 만나게 됐습니까?
◆ 이승현> 인터넷 동호회 같은 것들이 있어요. 곤충을 주제로 한 동호회들이 있는데 낚시하듯이 ‘와, 잡았다. 좋다’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 이걸로 뭘 하자, 이런 마인드가 있는 사람들끼리 뭉치게 된 것 같아요.
◇ 김현정> 잡았다, 좋다가 아니라 이걸로 뭔가 책도 만들어보고 뭔가를 좀 해 보자라는 이런 열정이 있는 사람들. 지금까지 발견하거나 잡은 하늘소가 몇 마리나 됩니까, 이렇게 세 남자가?
◆ 이승현> 마리 수는 정확히 모르겠고요. 한반도 전체에 있는 종들 중에 80% 정도. 8~90% 정도 채집을 했습니다.
◇ 김현정> 역사탐방 이런 게 취미라면 그 장소가 정해져 있는 거잖아요. 거기 서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가면 되는 건데, 시간만 있으면. 하늘소라는 건 도대체 이게 어디 사는지를 모르는데, 그것도 손톱만큼 작은 하늘소들을 찾으러 다니셨으니 이게 보통 일이 아니었을 것 같아요.
◆ 이승현> 그렇죠. 하늘소들을 채집하려면 역시 시간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왜냐하면 시간을 투자한 만큼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연에서.
◇ 김현정> 하늘소 찾아 삼만리 하는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다면?
◆ 이승현> 몇 가지 극단적인 사례들을 말씀드리면 2009년쯤에 한 달 동안 제주도에서 방을 구해서 혼자 라면 먹으면서 살면서 한 달 동안 곤충만 채집했던 적이 있고요.
◇ 김현정> 제주도에서요? 라면만 먹은 건 왜 라면만 드셨어요?
◆ 이승현> 그때가 제가 21살 때인가 22살 때인데, 돈이 부족해서. 그랬던 기억이 있고, 또 2010년, 2011년에 제가 군생활을 했는데요. 군생활 동안 휴가를 나오잖아요. 첫 번째 나온 휴가 빼고 나머지 휴가 때는 다 곤충을 채집하러 다녔고요.
◇ 김현정> 아니, 그러면 주위에서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이상하게 생각 안 합니까. 쟤 왜 저러냐, 하늘소 저게 뭐라고 왜 저러는 거야 이런 시각?
◆ 이승현> 처음에는 얘, 이러다 말겠지 이렇게 하다가 중간에 가서는 얘가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 이러나 이렇게 하다가, 지금은 다들 잘 응원해 주고 있습니다. 이상하게 안봐줘서 다행이에요.
◇ 김현정> 이승현 씨 결혼하셨어요?
◆ 이승현> 아닙니다.
◇ 김현정> 여자친구는요?
◆ 이승현> 네, 있습니다.
◇ 김현정> 여자친구가 이걸 이해합니까, 이런 취미를?
◆ 이승현> 네, 이해해 주는 좋은 친구입니다.
◇ 김현정> 혹시 주말 되면 같이 하늘소 잡으러 가자, 이런 제안도 해 보셨어요?
◆ 이승현> 그런 것은 안 하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여자친구랑 같이 있으면 여자친구한테 집중을 해 줘야 되잖아요. 곤충을 보러 가면 집중을 못 하고 그게 또 불화의 불씨가 될 수 있기 때문에.
◇ 김현정> 하루종일 찾았는데도 공치는 날, 한 마리도 못 잡는 날도 있을 수 있겠네요?
◆ 이승현> 어떤 걸 목표하고 갔는데 그걸 못 잡는 날은 정말 많죠.
◇ 김현정> 그런 날은 기분이 어떻습니까?
◆ 이승현> 그런 날은 기분 좋습니다. 오늘도 하나 배웠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걸 배웠구나.... (웃음)
◇ 김현정> 이 방법은 아니라는 걸 배웠구나?
◆ 이승현> 이건 아니구나.
◇ 김현정> 그렇게 고생하다가 반대로 정말 내가 찾으려고 했던 그 하늘소를 찾았을 때, 발견했을 때 그 기분은?
◆ 이승현> 그건 정말 기분 좋죠. 몇 년 동안 이걸 찾아서 계속 고생을 하다가 5년~6년 만에 딱 찾았을 때, 보통 도감에서나 아니면 외국 사진들로 표본이나 이런 걸로 봤는데 야생에서 자연환경이랑 같이 있는 모습을 보면 기분 좋죠.
◇ 김현정> 어떤 하늘소가 그랬어요?
◆ 이승현> 제가 좋아하고 특별하게 생각하는 하늘소가 있는데요. 1950년대 정도부터 최근까지 채집이 안 되던 종이 있었어요. 이게 우리나라에 사나 안 사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 김현정> 이름이 뭡니까, 그 하늘소는?
◆ 이승현> 루리하늘소라는 종입니다.
◇ 김현정> 루리하늘소.
◆ 이승현> 우연한 기회에 생태를 밝히게 됐어요. 어떤 생활사를 가지고 있는지를 밝히게 됐는데, 되게 맑은 날 서서 죽은 활엽수에 오후 12시부터 2시까지만 날아오는 그걸 딱 밝히고 나서 하루에 한 5마리도 볼 수 있게 되고, 한두 마리 볼 수 있게 되고 이렇게 됐어요.
◇ 김현정> 5~6년 만에 내가 도감에서만 보던 하늘소를 발견했을 때의 그 기분은 광부가 다이아몬드 찾는 기분보다 더 좋을 것 같아요.
◆ 이승현> 그렇죠. 소리도 막 지르고, 산에서.
◇ 김현정> 그 기분을 못 잊어서 또다시 하늘소를 찾아나서고, 하늘소를 찾아나서고. 만약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그때도 이렇게 하늘소 채집가가 되시겠어요?
◆ 이승현> 그건 잘 모르겠네요.
◇ 김현정> 어디서 보니까 아예 하늘소가 한 번 돼 보고 싶다, 이렇게 얘기한 것도 있길래요?
◆ 이승현> 그것은 하늘소로서의 1인칭 시점을 한 번 경험해 보고 싶다, 이런 얘기였어요. 사람은 시각에 의존하면서 살잖아요. 그런데 곤충들은 촉각이나 화학물질이나 이런 것들을 느끼며 살 거 아니에요. 그런 것들을 경험하거나 걔네의 본능을 알게 되면 걔네를 더 잘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걔네가 왜 이럴까 이런 것들.
◇ 김현정> 그렇군요. 제가 참 화제의 인터뷰 진행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소망, 바람 이런 것 들어봤습니다만 하늘소가 한 번 돼 보고 싶다, 그들의 본능을 느끼고 싶다 라고 하는 분은 처음 만납니다.
◆ 이승현> 저도 아직 주변에서 못 봤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열정이 부럽습니다. 뭔가에 인생을 걸 수 있다는 것. 혼자 좋아하는 수준이 아니라 이승현 씨와 세 분은 훌륭한 곤충도감까지 펴내서 세상과 함께 그 경험을, 열정을 공유하기까지 한 건데요. 세 분 응원할게요. 계속 하늘소에 미쳐주세요. 그 열정을 응원합니다.
◆ 이승현>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하늘소 도감 펴 낸 이승현 씨 만났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6/24(화) 하늘소에 미쳐서 하늘소도감 발간까지
2014.06.24
조회 2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