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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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홍계향 (81세 할머니)
평생 열심히 일해서 5억 원을 모았다면 여러분은 그 돈을 어디에 쓰시겠습니까? 상상만 해도 하고 싶은 일들이 줄줄이 떠오르죠. 그런데 경기 성남시에 사는 한 80대 어르신이 평생 동안 모은 재산 5억 5000만 원을 사회에 환원해서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그냥 저냥 모은 돈이 아니라 노점상, 지하철, 공장에서 일하면서 틈틈이 모아온 귀한 돈이라는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이 어르신 직접 만나보죠. 성남시 중원구에 사시는 홍계향 어르신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할머님, 안녕하세요?
◆ 홍계향>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지금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 거죠?
◆ 홍계향> 81요.
◇ 김현정> 여든하고도 한 살 되셨어요. 참 훌륭한 일 하셨습니다. 전 재산을 기부하신 거예요?
◆ 홍계향> 그냥 전 재산만 한 집 한 채 기부를 했어요.
◇ 김현정> 집 한 채. 별것 아닌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아니, 어떻게 그런 결심을 하게 되셨어요?
◆ 홍계향> 가족이 없으니까요.
◇ 김현정> 가족이 없다는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 홍계향> 네, 93세 연세도 많고 해서 저기해서 돌아가셨죠.
◇ 김현정> 영감님 돌아가시고. 그러면 자손은 없으세요?
◆ 홍계향> 딸 하나 있는 것도 저보다 먼저 갔고요.
◇ 김현정> 먼저 보내고. 그런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돈이면 좋은 실버타운 들어가서.
◆ 홍계향> 그런 것 저는 필요 없어요. 저는 살아온 게 밑바닥에 살아와서 그런 것 쳐다도 안 봐요.
◇ 김현정> 아니. 밑바닥에서 어렵게 살아왔으니까 이제부터라도 그 돈으로 편하게.
◆ 홍계향> 아니에요, 그런 것 소용없어요.
◇ 김현정> 소용없습니까?
◆ 홍계향> 그렇게 호화롭게 할 필요도 없고요. 저는 장기 기증도 했어요.
◇ 김현정> 장기 기증도 하셨어요?
◆ 홍계향> 예. 저는 다른 것 욕심 없어요.
◇ 김현정> 아니, 그러니까 가진 재산만 세상에 남겨놓고 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장기까지 다, 내 모든 것을 다.
◆ 홍계향> 난 이제 뭐 없어요.
◇ 김현정> 난 아무것도 없어요 하면서 이렇게 행복하게 웃으실 수가 있나요, 할머니?
◆ 홍계향> 그럼요, 나는 마음을 다 비웠어요. 여러 사람 다 좋게 살면 좋겠어요.
◇ 김현정> 여러 사람이 다 좋게 살면 좋겠다.
◆ 홍계향> 그리고 어디 앉아서 일어나더라도 먼지 안 떨어지게.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홍계향> 비리 안 하게.
◇ 김현정> 비리 안 저지르는.
◆ 홍계향> 그저 비리 안 하고 정확하게 살자, 이러면 자손들도 또 그다음에 잘 되잖아요.
◇ 김현정> 그래서.
◆ 홍계향> 몰라요, 저는 그렇게 배웠어요.
◇ 김현정> 할머님, 제가 그 돈을 ‘왜 다 기부하십니까’라고 물었던 질문이 참 부끄럽게 되네요, 이렇게 되면. 지금 참 쉽게 말씀하시지만 그렇지가 않은 게 재벌 어르신들이 5억 턱 기부하는 것하고는 좀 달라요. 이게 할머님 전 재산이시고 또 쉽게 버신 돈이 절대 아니잖아요.
◆ 홍계향> 저 우리 동네 와서 보면 다 알아요, 시장에. 노점장사하고 파출부 다니고 계단 청소하고 저는 그리고 공장 다니면서 많이 벌었어요.
◇ 김현정> 노점상은 일단 무슨 노점상 하셨어요, 할머니?
◆ 홍계향> 노점상 길에서 야채, 영감이 그때는 야채를 심었어요. 중앙약국 옆의 7번 출구 조금 옆에 거기에 가면 이 할머니 온 자리가 있어요.
◇ 김현정> 그 지하철 나서면 야채 이만큼, 채소 이만큼 쌓아놓고 파는 그 노점 하신 거예요?
◆ 홍계향> 제가 가꾼 거니까 마음놓고 먹으라고, 사는 사람 애기엄마들한테 큰소리하며 팔았어요. 할머니가 해준 대로 했더니 애들 잘 먹고 너무 좋아요 그러면 내 말 들어줘서 고맙다.
◇ 김현정> 그걸 몇 년 하셨어요?
◆ 홍계향> 그것도 몇 년 하고 공장도 다니고.
◇ 김현정> 공장은 무슨 공장 다니셨어요?
◆ 홍계향> 액자공장 하대원에 영진산업이라고 있었어요.
◇ 김현정> 파출부도 하셨어요?
◆ 홍계향> 파출부는 YWC 파출부 다녔어요. 이름 없는 파출부가 아니고 YWC에서 서로 주인도 믿고 나도 믿고 그렇게 다녔어요.
◇ 김현정> 그러셨어요.
◆ 홍계향> 그래서 너무 재미있었어요.
◇ 김현정> 파출부도 재미있게 하시고. 우리 할머님은 그러니까 그냥 삶 자체가 긍정적이시네요.
◆ 홍계향> 어디 다녀도 재미있었어요.
◇ 김현정> 재미있게, 파출부 일 다니시면서 이렇게 재미있게 하실 수 있는 분이 있을까? 지하철에서 채소 팔면서 나는 그래도 이렇게 자부심 가지고 일한다라고 말할 수 있는 분이 많지가 않은데.
◆ 홍계향> 저도 때로 하다 나쁘다는 생각 하나도 안 하고 나는 이렇게 할 수 있어서 좋다 하고요.
◇ 김현정> 안 힘드셨어요, 할머니?
◆ 홍계향> 힘든 건 몰랐어요.
◇ 김현정> 아니, 어떻게 힘든 걸 모르세요, 파출부 다니고 식당일 다니고 그거 보통 일이 아닌데?
◆ 홍계향> 그때는 그렇게 재미있던데요. 그리고 영진산업 다닐 때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누가 등을 두드려요. 그래도 보면 사장님이 저보고 쉬어가며 하래요. 그러니 얼마나 좋아요.
◇ 김현정> 인정받으니 얼마나 좋으냐. 할머님.
◆ 홍계향> 미안해요, 자랑만 해서.
◇ 김현정> 자랑하실 만합니다. 지금 들어보니까 자랑하실 만해요.
◆ 홍계향> 기쁜 마음으로 살아요.
◇ 김현정> 그러니까 어려서부터 형편이 넉넉지 않으셨던 거예요?
◆ 홍계향> 저 어릴 때 어머니가 마흔다섯에 낳았어요.
◇ 김현정> 늦둥이셨네요.
◆ 홍계향> 그러니까 할머니죠. 10남매 막내인데 제가 어머니 모셨어요. 제가 벌어서 모셨어요.
◇ 김현정> 아니, 몇 살 때부터 그러면 부모님?
◆ 홍계향> 12살부터 제가 산에 나무 해다가 시내 갖다 팔고요. 나물 뜯어다 시내 갔다 팔고요.
◇ 김현정> 그러면 학교라는 건 가볼...
◆ 홍계향> 학교는 낮에 학교는 못 가고 야학은 열심히 다녀서 야학을 하면 제가 1등 했어요.
◇ 김현정> 우리 할머니 멋쟁이세요. 이제 보니까.
◆ 홍계향> 친구 오빠들이 저보고 어떻게 그렇게 하느냐고 막 하품을 해요. 중학생 공부하는 데 같이 배웠어요.
◇ 김현정> 와, 우리 할머니 그렇게 머리가 좋으셨으면 요즘 같았으면 대학도 가셨겠어요. 요즘 태어나셨으면.
◆ 홍계향> 맞아요. 시조도 모르는 것 없어요.
◇ 김현정> 시조도 모르는 게 없으세요?
◆ 홍계향> 야학에서 배웠어요.
◇ 김현정> 혹시 지금도 기억하실 수 있는 시조가 한 수 있을까요?
◆ 홍계향> 많죠.
◇ 김현정> 그러면 한 수 좀 부탁드려도 괜찮겠어요?
◆ 홍계향>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 김현정> 이거 지금 짜고 하는 것 아닙니다, 우리 할머님. 그냥 툭 치니까 막 여든하나 되신 분이.
◆ 홍계향> 독도 노래는 현재도 잘해요.
◇ 김현정> 독도 노래도 한 번 부탁드려볼까요, 그러면?
◆ 홍계향> 해도 될까요? 이렇게 해도 돼요?
◇ 김현정> 우리 할머니가 좋아하시니까 저도 기분 좋네요. 한 번 해보세요, 할머님.
◆ 홍계향> 경상북도.
◇ 김현정> 경상북도 울릉군 이것 말씀이세요?
◆ 홍계향> 아니에요. (노래)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이백 리.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독도는 우리 땅. 경상북도 울릉군 남면 도동 1번지. 동경백 32 북위 37. 평년기온 12도 강수량은 1300. 독도는 우리 땅. 꼴뚜기 대구 명태 거북이. 연어알 물새알 해녀대합실. 17만 평방미터 우물 하나 분화구. 독도는 우리 땅.
◇ 김현정> 할머님, 대단하세요. 정말 대단하세요.
◆ 홍계향> 그놈들한테 우리가 이겨야죠. 우리는 그 사람이라고 말 안 나와요, 그놈인걸.
◇ 김현정> 참 어떤 분인지 제가 짧은 인터뷰하면서도 알겠습니다.
◆ 홍계향> 고맙습니다.
◇ 김현정> 항상 긍정적으로 열심히 사시는 분. 그리고 할머님이 더 배우고 싶었는데 못 배운 한이 있기 때문에 이제 가난한 학생들 마음껏 배우라고 이 돈 다 기부하고 가시는 거죠? 이 돈이 어떻게 쓰이길 바라세요?
◆ 홍계향> 가난한 사람, 아파서 저거한 사람. 우리 다 어려운 사람 도와주면 좋죠.
◇ 김현정> 할아버님이나 따님도 하늘나라에서 지금 박수 쳐주실까요?
◆ 홍계향> 좋아할 거예요. 우리 딸은 더 좋아할 거예요.
◇ 김현정> 정말 사회에 귀감이 되는 좋은 분, 오늘 귀한 말씀 저희도 본받아서 열심히 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홍계향> 안녕히 계세요. 고맙습니다.
◇ 김현정> 건강하세요, 할머님. 평생 어렵게 모은 5억 5000만 원 전 재산을 기부해서 훈훈한 감동을 주고 계신 분입니다. 홍계향 할머니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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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7/1(화) "실버타운? 필요없어요" 노점상으로 모은 5억 기부한 할머니
201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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