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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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6/30(월) 권진원 "가요와 재즈로 만난 정약용과 이황"
2014.06.30
조회 1402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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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진원 (가수)

대중가요와 재즈와 국악, 이 세 장르에서 일가견을 이룬 명인들이 한 자리에 만난다면 과연 어떤 음악이 나올까요? 살다 보면 ‘Happy birthday to you' 같은 노래로 우리에게 익숙한 싱어송 라이터죠? 가수 권진원 씨 그리고 재즈피아니스트 한충완 씨, 거기다가 우리나라 최고의 해금연주자 강은일 씨가 한 자리에 만났습니다. 옛 선비들이 남긴 시에다가 멜로디를 붙인 프로젝트 앨범 ‘만남’이라는 걸 발표했는데요. 조선시대와 현대가 만나서 만남이기도 하고 또 가요와 재즈와 국악이 만나서 만남이기도 하고 이래저래 특별한 만남입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가수 권진원 씨와 함께 잠시 시간여행 떠나보죠. 권진원 씨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권진원 씨.

◆ 권진원>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그동안 뭘하시나 했더니 조선시대 선비들을 만나고 계셨어요.

◆ 권진원> 그렇게 하고 있었네요. 보니까 오랜 시간 동안.

◇ 김현정> 2000 몇 년부터 시작하신 작업입니까, 이게?

◆ 권진원> 사실 첫 시작은 한 2008년이에요.

◇ 김현정> 2008년에 무슨 계기로요?

◆ 권진원> 그때 봄이었는데 경북 영주 소수서원을 다녀온 적이 있어요. 그때 짧은 여행이었는데 그때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무슨 시공을 초월해서 순간이동을 한 그런 느낌을 받았거든요. 몇 백 년 전으로 돌아가서 서 있는 듯한 그런 아주 신비로운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그러면서 이곳에서 지냈을 우리 선비들의 삶과 그 이야기들이 궁금해졌고요. 그래서 집으로 돌아와서 그분들의 시를 찾아봐야 되겠다 해서 찾아서 열심히 읽기 시작했죠. 읽으면서 그 글들이 막 음악으로 그려지는 거예요. 그래서 처음에는 책상 앞에서 읽다가 피아노 앞으로 옮겨서 음악을 연주하면서 특별한 체험을 했습니다. 그 곡들이 모이고 모여서 음반으로 나오게 됐어요.

◇ 김현정> 시를 읽다 보니까 어떤 점이 그렇게 조선시대 선비들의 시가 매력적이던가요?

◆ 권진원> 그러니까 제가 잊고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 선비들의. 예전에 분명히 어렸을 때 들은 기억은 있는데 많이 잊고 살았습니다.

◇ 김현정> 그리고 그때는 그냥 교과서 속에 달달달 외워야 하는 시조 이런 거였는데.

◆ 권진원> 일일이 외워야 하는.

◇ 김현정> 시험공부 해야 하는.

◆ 권진원> 지금 보니까 제가 국사 공부를 이런 식으로 자발적으로 우러나서 했다면 얼마나 잘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너무 고통스러웠거든요. 암기식으로 그렇게 했던 게. 그런데 하여튼 그 선비들의 올곧은 기개, 그리고 자연 속에서 살면서 풍류를 즐기고 했던 청빈한 삶, 이런 것들이 굉장히 좋았고요. 제 자신에게 늘 하는 말이 있는데 반듯하게 하지만 건조하거나 경직되지 않게 제 자신에게 항상 하는 이야기인데 이 마음이 선비들의 마음과 잘 통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너무 멋있네요. 반듯하게 하지만 건조하지 않게. 반듯하되 감성적으로. 멋있네요. 그래서 주옥같은 조선시대 시에다가 멜로디를 붙이자 작업을 시작하신 건데 혼자 하신 게 아니라 내로라 하는 재즈피아니스트 해금 연주자를 포섭하셨어요. 어떻게 같이 작업을 하셨어요?

◆ 권진원> 이 음반에 어울릴 연주자들이 제 주변에 가까이에 있었어요.

◇ 김현정> 가까이에?

◆ 권진원> 서울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에 지금 제가 있는데요. 한충완 씨도 실용음악과에 계시고 또 옆에 한국음악과에 강은일 씨가 있었어요. 그런데 정말 우연이긴 하지만 또 이렇게 색깔이 맞지 않는 음악인들이라면 연주를 아무리 잘 해도 이 음반에 참여하기가 어려울 텐데요. 딱 이분들이어야 했거든요.

◇ 김현정> 이분들이어야 해서 제안은 했지만 처음에는 그냥 ‘어, 그래’라고 바로 했을 것 같지는 않아요. 반응이 어떠셨어요, 그분들?

◆ 권진원> 아니, 그런데 또 ‘같이 하실까요’ 했더니 ‘그럼 하죠, 뭐’ 이렇게. ‘좋습니다’ 흔쾌히 한 번에 고민도 하지 않고.

◇ 김현정> 뭔가 통하는 게 있었군요, 이 세 분이. 재즈와 대중가요와 국악. 그래서 얘기 들어보니까 세 분이 같이 정약용 선생 유배지도 다녀오고 여행을 가면서 음악작업 하고 독특한 방식으로 하셨더라고요.

◆ 권진원> 잘 알고 지내기는 했지만 허물없이 친한 그런 사이는 아니었거든요. 굉장히 조심스럽고 했는데 한 번 녹음을 해보고 나서 달빛이라는 곡이 있는데 그 곡에 정약용 선생님의 외로움을 좀 더 우리가 깊게 느껴가야 되지 않을까 해서 함께 정약용 선생의 유배지였던 전남 강진에 다산초당을 1박 2일로 다녀왔죠. 그렇게 하면서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고 음악도 더 이해하게 되고 아주 잘 다녀왔다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제가 앨범을 죽 들어보니까 마치 한여름 숲 속 정자에 앉아있는 듯한 이런 고즈넉함, 여백 많은 수묵화 같은 느낌도 들고 참 마음이 평화로워지던데 이 앨범을 통해서, 선비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 현대인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었던 아마 권진원 씨의 메시지가 있을 것 같아요. 어떤 걸까요?

◆ 권진원> 저는 그 선비의 마음이 되어서 음악으로 풀어낸 거였고요. 이 시를 읽으면서 느꼈던 건데 정약용 선생님, 퇴계 이황 선생님 또 이황 선생님께서 살아계셨다면 이 시대 우리에게 뭐라고 하셨을까.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하실 것 같아요.

◇ 김현정> 우리의 분주한 현실.

◆ 권진원> 왜 이 분주함. 그냥 물질만 쫓고 왜 이렇게 사느냐, 막 그러실 것 같은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얼마나 많이 가질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 하는 데에 초점을 달리 해라 이런 말씀을 하지 않을까...

◇ 김현정> 알겠습니다. 지금 우리가 더 얘기하면 안 돼요. 지금 달빛이 흐르고 있습니다. 오늘 백 마디 말보다 이 달빛을 듣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권진원 씨의 좋은 음반 감상 잘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권진원> 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