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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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한 반부화 오리알에서 23마리 새끼오리 태어나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지환 (경남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경사)
최근 경남경찰청에 예상치 못한 새 식구가 생겼습니다. 바로 20여 마리의 새끼 오리들인데요. 경찰이 식용 판매가 금지된 반부화 오리들을 압수해서 창고에 보관을 해 왔는데 얼마 후에 그 창고 문을 열어보니 알에서 깬 새끼 오리들이 삐약 거리면서 창고에서 쏟아져 나온 겁니다. 어제 이 새끼 오리들 사진이 공개되면서 하루 종일 화제였는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 그야말로 화제의 현장, 경남경찰청 연결해 보겠습니다. 이 오리들을 처음 발견하고 돌보고 있는 분이세요. 말하자면 오리 아빠십니다. 경남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김지환 경사 연결해 보죠. 김 경사님, 안녕하세요?
◆ 김지환>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지금 그 새끼 오리들은 어디에 있는 건가요?
◆ 김지환> 저희가 지금 창고에서 기르고 있습니다.
◇ 김현정> 건강하고요?
◆ 김지환> 네, 건강합니다. 잘 뛰어 놀고 있고 지금도 잔디밭에 있습니다.
◇ 김현정> 얘기를 처음으로 돌려보죠. 그러니까 반부화 오리알을 어디에서 언제 압수하신 거예요?
◆ 김지환> 7월 2일날 오전에 저희 창원의 한 아시아 마트에서 반부화 오리를 팔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서 현장에서 압수를 한 겁니다.
◇ 김현정> 반부화 오리알이라는 것은 중국, 베트남, 라오스 같은 곳에서, 우리는 잘 안 먹지만 그 지역에서 보양식으로 먹는 부화가 반쯤 진행이 됐을 때 삶아먹는 그걸 말씀하시는 거죠?
◆ 김지환>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 알을 압수해서 바로 압수품 보관 창고에 넣으신 거예요?
◆ 김지환> 네, 그렇습니다. 바로 보관을 하고 업주를 조사를 하고요, 원래는 국내법상 유통이 금지된 식품에 해당이 되기 때문에 압수품을 폐기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거든요.
◇ 김현정> 몇 개나 됐습니까, 알이?
◆ 김지환> 총 300개였습니다.
◇ 김현정> 300개나 되는 오리알. 그래서 이제 마트 주인 조사를 다 하고, 압수품 창고 문을 연 건 얼마 만인 거죠?
◆ 김지환> 창고 문은 저희가 조사를 할 때도 열었고. 지난주 금요일까지도 저희가 문을 열었는데 그때까지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 김현정> 지난주 금요일이면 압수한 당일로부터 며칠이나 지난 겁니까?
◆ 김지환> 한 일주일 정도 지났을 겁니다.
◇ 김현정> 일주일 지날 때에도 들락날락했는데 아무 일 없었어요?
◆ 김지환> 네, 아무 일 없었는데 저희가 이번 월요일에 폐기를 하려고 들어갔는데 갑자기 부화되기 시작한 거죠. 일부는 부화돼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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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어디서 그러니까 꽥꽥 소리가 나는 거예요, 들어갔더니?
◆ 김지환> 꽥꽥 소리라기보다 병아리 우는 소리, '삐약삐약' 소리가 나기에 처음에는 무슨 소리일까 하고 그냥 부화 안 된 알들을 저희가 봉지에 담고 있었는데.
◇ 김현정> 그러니까 상상도 못하신 거예요... (웃음)
◆ 김지환> 네, 그렇죠.
◇ 김현정> 설마 압수품 창고에서 거기 뭐 가방이며 골프백이며 여러 가지가 있는 압수품 창고에서 설마 삐약 소리가 날까 상상도 못 하신 거예요. 그랬는데요.
◆ 김지환> 갑자기 알을 딱 잡았는데 알이 물컹하더라고요. 그래서 이게 왜 이러지, 하고 딱 보니까 막 알을 깨고 나오는 거죠. 그래서 저희가 다시 한 번 살펴보니까 바닥에 한 2마리 정도가 이미 부화가 돼서 돌아다니고 있었고 알이 판에 착착 재워져 있었는데 그 판을 저희가 하나씩 열어보니까 막 깨어나기 시작하는 거였습니다. 한 20마리 정도.
◇ 김현정> 경사님이 현장에서 보고 있는데 막 깨어나기 시작해요? 그 신비의 현장을 보신 거네요?
◆ 김지환> 그렇습니다. 그게 보통 우리 계란처럼 판으로 30개들이 꽂는 거 있지 않습니까. 그런 걸로 쌓여져 있었기 때문에 저희가 그 타이밍에 안 들어 갔으면 밑에 있는 알은 부화를 해도 밖으로 나올 수가 없거든요.
◇ 김현정> 아무리 알을 깨고 나와도 윗판에 막혀 있으니까. 그냥 다 죽었겠네요.
◆ 김지환> 그런데 저희가 마침 그때 딱 들어갔는데 전부 다 부화가 되니까 그걸 다 치워서 하나씩 밖에 빼줬거든요. 그러니까 걔네들이 동시에 한 20마리 정도가 그렇게 깨고 나왔습니다.
◇ 김현정> 와....얘네들은 살 운명이었네요(웃음).
◆ 김지환> 그렇습니다. 300개 중에 26마리가 부화를 했는데 3마리는 죽고요. 지금 살아 있는 게 23마리입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 현장을 보셨을 때 느낌이 어떠셨어요?
◆ 김지환> 진짜 뭐라고 해야 될까. 내 자식 같고 얘네들은 무조건 살려야 되겠다. 그래도 자기들 살려고 나오는 그걸 보니까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됐죠.
◇ 김현정> 경이로운 현장이네요.
◆ 김지환> 네. 또 오리가 처음 본 사람을 따라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물하고 모이를 주고 털을 말려주고 이러니까 애들이 건강하게 잘 커서 지금은 잘 뛰어 놀고 있습니다.
◇ 김현정> 이 녀석들이 또 운이 좋은 게 좋은 분을 만났어요. 그냥 보고서도 '어쨌든 이건 불법 압수품인데'하고 그냥 처리를 해버릴 수도 있었을 텐데...
◆ 김지환> 원래는 저희가 전량폐기를, 매립을 하든지 소각을 하든지 이렇게 처리를 해야하는 건데 또 살아 있는, 차마 막 나오는 생명을 그렇게 쓰레기통에 넣기에는 너무 잔인하니까.
◇ 김현정> 그럼요. 잘하셨습니다. 아니, 그런데 이게 참 신기한 게 엄마 오리가 품어준 것도 아니고 인공 부화장도 아닌데...
◆ 김지환> 맞습니다. 전혀 부화장하고 환경도 안 맞고요.
◇ 김현정> 어떻게 부화를 했을까요?
◆ 김지환> 그러니까요, 참 이게 하늘의 뜻인지 몰라도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거기가 많이 더운 거죠, 그러니까 창고 안이 특히 여름에는?
◆ 김지환> 이 창고가 그렇게 더운 그런 시설은 아닌데 마침 때가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주말에 굉장히 더웠잖아요, 찜통 더위.
◆ 김지환> 창고 안에서도 보관된 장소가 여러 군데인데 딱 그 장소에서만 있는 알들만 그렇게 됐거든요.
◇ 김현정> 특정 장소에서만 얘네들이 깨어난 거군요?
◆ 김지환> 예. 그쪽에 있는 애들만 나온 거죠.
◇ 김현정> 그 오리들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습니까, 23마리?
◆ 김지환> 일단 23마리가 지금 아직 너무 어려서 주변에 양계하시는 분들한테 여쭤서 모이라든지 물이라든지 줘서 임시방편으로 지금 키우고는 있고요. 직원들하고 번갈아가면서 저희 사무실 앞에 잔디밭이 있거든요. 거기에 풀어놓으면 지렁이도 잡아먹고 벌레도 잡아먹고 지금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김 경사님이 아빠인 줄 알고 졸졸 따라다니지 않아요?
◆ 김지환> 지금 따라다니죠. 처음에는 어려서 제대로 걷기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가면 쪼르르 오죠.
◇ 김현정> (웃음) 아니, 경사님이 데려다 키우고 싶은 욕심은 안 나시는지 모르겠어요.
◆ 김지환> 키우고 싶기는 한데... (웃음) 제가 잘 키워줄 능력이 안 되고 여건도 안 돼서.
◇ 김현정> 여건이 안 되니까... 이 오리들 주인 잘 만나야 될 텐데 지금 데려다 키우겠다고 하는 분이 혹시 있기는 있습니까, 나선 분들이?
◆ 김지환> 너무 많아서 저희가 지금 고민입니다.
◇ 김현정> 그래요? 누가 그렇게 키우고 싶어하세요?
◆ 김지환> 양계장 하시는 분들도 전화가 한 번씩 오시고요. 그 다음에 저희 경찰관 분들도 동물을 좋아하시는 분들 전화가 와서 한 30명 정도 지금...
◇ 김현정> 오디션을 하셔야겠네요, 오리 아빠 오디션(웃음).
◆ 김지환> (웃음) 그 정도는 아니고요.
◇ 김현정> 데려다가 누가 좀 잘 키워줬으면 좋겠습니다. 하여튼 우리 경사님이 책임지고 이 오리들 좋은 주인들 만날 때까지 잘 돌봐주셔야 됩니다.
◆ 김지환> 알겠습니다.
◇ 김현정> 수사도 잘 해주시고요. 오늘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
◆ 김지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