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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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순표 (동화구연가)
요즘 서울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아이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한 스타 할머님이 계십니다. 늘 머리에 비녀를 곱게 꼽고 단정한 한복을 입고 큼지막한 보따리를 들고 아이들을 만나러 다니시는데, 그냥 보따리가 아니라 이야기 보따리입니다. 동화구연을 하시는 건데요. 특히 이 할머님은 전래동화나 기성동화뿐만 아니라 본인 직접 지은 창작동화도 구연을 하세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이 목소리의 주인공 직접 만나보죠. 이순표 할머님입니다. 할머님 안녕하세요?
◆ 이순표>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자기소개 좀 해 주세요, 할머님.
◆ 이순표> 동화를 사랑하는 이순표 할머니예요. 나이는 73세고.
◇ 김현정> 73세, 일흔셋 되세요?
◆ 이순표> 네.
◇ 김현정> 목소리만으로는 연세가 그 정도실 거라고는 전혀 가늠을 못했네요, 제가.
◆ 이순표> 감사합니다.
◇ 김현정> 그런데 그냥 손자들이나 옆집 아이들한테 재미 삼아 동화구연 하시는 게 아니라 전문적으로 동화구연을 하고 다니시는 거세요?
◆ 이순표> 제가 꿈이 교사였어요. 가방끈이 짧아서 나이가 많아도 꿈이 사라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65세에 배웠어요.
◇ 김현정> 65세에 동화구연을. 그러면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 8년 동안을 쭉 동화구연 하고 다니신 거예요?
◆ 이순표> 네, 제 나름대로. 저는 동화가 지금 저의 생명이자 행복이자 삶의 의미예요.
◇ 김현정> 그렇게 시작한 동화, 8년째. 그러면 몇 편이나 가능하세요, 할머님?
◆ 이순표> 글쎄 그냥 이것저것 만들어본 게 70편 되는데.
◇ 김현정> 툭 치면 나올 정도로 다 외운 동화가 70편?
◆ 이순표> 목차만 보면 얘기는 할 수 있죠.
◇ 김현정> 그러면 우리가 이렇게 대화만 나눌 게 아니라 잠깐 청 해 들을 수 있을까요, 할머님?
◆ 이순표> 전래동화 중에서 말하는 거북이라고 있죠.
◇ 김현정> 말하는 거북이요?
◆ 이순표> 두 형제가 살았어요. 늙으신 부모님은 재산을 똑같을 나누어주신 후 돌아가시고 말았죠. 그러던 어느 날 형이 찾아왔어요. ‘나는 부모님 제사를 지내야 하니까 재산을 몽땅 내가 가져가야겠다’. ‘아휴, 혀...형님. 저 좀...’, ‘아니, 이놈이’. 형이 다 뺏어갔지만 동생은 형을 미워하지는 않았어요. 며칠 후면 명절인데 어쩌지? 떡은커녕 밥해 먹을 쌀도 없으니. 그런데 이게 웬일이에요. ‘며칠 후면 명절인데 어쩌지, 떡은커녕 밥해 먹을 쌀도 없으니’. ‘어? 이게 무슨 소리야’? 동생은 사방을 두리번두리번 살펴보았어요. ‘이상하다. 아무도 없는데. 어? 거북이였네’.
◇ 김현정> (웃음) 할머님 그냥 금세라도 거북이가 튀어나올 것 같아요. 저랑 말씀을 나누실 때는 굉장히 수줍은 소녀 같은 이미지였는데 동화구연에 들어가니까 그냥 우렁찬 목소리들이 막 튀어나오네요. 형님 목소리, 아우 목소리.
◆ 이순표> 과찬이시죠.
◇ 김현정> 이 목소리 연구는 어떻게 하시는 거예요?
◆ 이순표> 그냥 늘 생활 속에서 목소리를 다듬어가면서 살죠.
◇ 김현정> 타고난 목소리에 아주 연습이 생활화되신 거예요? 아이들한테 했을 때 제일 반응이 좋았던 동화는?
◆ 이순표> 까마귀의 창의성이라는 게 있죠.
◇ 김현정> 그건 무슨 동화죠, 제가 잘 모르겠네요. 까마귀의 창의성?
◆ 이순표> 산속의 동물들이 다 목말라하죠. 목말라 하는데 지나가는 나그네가 물을 먹고 물병을 버리고 가요. 물이 조금 남았어요. 그런데 다른 동물들은 손이 없어서 그 물을 못 먹는데 까마귀는 생각을 하잖아요. 돌멩이를 갖다 그 물병에다 넣어요.
◇ 김현정> 아, 그 동화. 그거 할 때 제일 반응이 좋아요?
◆ 이순표> 네, 그래서 물이 차올라왔을 때 까마귀가 먹잖아요. 오늘 어린이집에서 그 동화를 마치고 ‘어린이 여러분, 우리도 물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죠’ 라고 하고 또 하나의 병을 준비해 가지고 가요. 그래서 어린이들이 다 나와서 돌을 하나씩 다 넣어서 위로 물을 올리는 거죠.
◇ 김현정> 할머님이 그럼 돌멩이도 준비해 가세요?
◆ 이순표> 그럼요. 그러니까 보따리가 무거워요.
◇ 김현정> 그러시겠네요, 정말.
◆ 이순표> 물병도 2개 가져가야 되고.
◇ 김현정> 그냥 재미있는 얘기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거기에서 뭔가 또 아이들에게 지혜를 가르침을 주시려고 다른 소품들까지 준비를 해 가시는 거예요.
◆ 이순표> 그게 열정 아닌가요, 그게 사랑 아닌가요?
◇ 김현정> 그런 것 들려줄 때 우리 아이들 눈빛이 어떻습니까?
◆ 이순표> 반짝반짝하죠.
◇ 김현정> 반짝반짝해요. 게다가 우리 할머님은 동화 들려주실 때마다 늘 복장이 딱 정해진 게 있다고 들었어요. 쪽진 머리에다 비녀 꽂으시고 한복 입고 가신다면서요?
◆ 이순표> 네, 아기들 마음속에 ‘나 어렸을 때 한복 입고 쪽진 머리를 하고 오신 할머니가...’ 이런 말이 생각날 거란 말이에요. 그 할머니 하면 ‘아, 무슨 얘기를 해줬지’ 그걸 심어주기 위해서. 여름에는 제가 모시를 입고 겨울에는 누빔 한복을 입고 그렇죠.
◇ 김현정> 그렇게 준비해서 아이들 머릿속에 조금이라도 기억을 더 강렬하게 남겨주시려고. 8년 동안 아이들에게 동화구연 해 주고 계십니다. 그래서 스타가 되신 할머님, 이순표 할머님을 만나고 있는데요. 우리 할머님처럼 제2의 인생을 찾고 싶은데 뭘 해야 될지 잘 모르겠다. 이런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계신 노인 분들이 지금 듣고 계실지도 모겠습니다. 이분들에게 힘이 되는 한마디를 해 주신다면?
◆ 이순표> 저는 늘 그렇게 얘기를 하죠. 동화하세요. 어린이들 찾아가는 동화가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자녀들에게 쏟은 그 열정을 이제 어린이들에게 다시 한 번 쏟아보세요.
◇ 김현정> 그렇게 말씀해주시는군요. 언제까지 동화구연 하실 생각이세요?
◆ 이순표> 80까지는 할 거다라고 마음먹고 있어요.
◇ 김현정> 그 열정에 저희 박수를 보내고요. 80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제가 볼 때는 그때까지 건강관리 잘하셔서 90, 100살까지도 최고령 동화구연자 이 타이틀도 얻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 이순표> 아직까지 병원에 신세는 안 졌으니까.
◇ 김현정> (웃음) 좋은 동화 아이들에게 많이많이 들려주세요. 고맙습니다.
◆ 이순표> 고맙습니다.
◇ 김현정> 우리 할머님 너무 소녀 같으세요. 동화구연가십니다. 요즘 장안의 화제세요. 서울에 사는 이순표 할머님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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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7/15(화) 한복 입고 동화구연하는 70대 스타 할머니
2014.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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