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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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7/10(목) "19900원의 비밀..홈쇼핑의 갑질을 아십니까"
2014.07.10
조회 1618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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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유통업자 "가격 미리 정해놓고 물건만들라 주문"

- 홈쇼핑 업계 접대, 생활이 돼버렸다
- 물건값의 30-40%가 홈쇼핑 몫
- 홈쇼핑 상품품질, 떨어질 수 밖에 없어
- 관행 없애려면 최소한의 기준 필요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 (홈쇼핑 유통업자)

여러분, 롯데홈쇼핑 사태 기억하시죠? 전직 사장과 임직원 등 10여 명이 납품업체로부터 각종 뒷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사건인데요. 지난 1일, 롯데홈쇼핑 임직원 650여 명이 ‘우리의 갑질이 부끄럽다. 다시 태어나겠다.’ 집단 고해성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홈쇼핑의 갑질이 과연 이곳만의 문제일까요? 현장의 관계자들은 아니라고 말을 합니다. 하지만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증언이 쉽지 않고 그래서 수사도 쉽지 않았던 건데요. 저희가 어렵게 한 분을 직접 섭외했습니다. 10여 년 동안 홈쇼핑에다가 자신의 상품을 유통시켜온 분의 증언 직접 들어보죠. 익명으로 진행을 하고요. 신분보호를 위해서 음성변조 한 점 여러분께 미리 말씀드립니다. 안녕하세요?

◆ ○○○>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어떤 종류의 상품을 납품해 오셨습니까?

◆ ○○○> 건강식품도 했고요. 가전제품이나 이런 제품들. 저희가 제조하는 제품이라기보다 제조가 돼 있는 상품들을 홈쇼핑에서 판매한 거죠.

◇ 김현정> 홈쇼핑에 어떤 물건이 선정되는 자체도 굉장히 어렵나요?

◆ ○○○> 선정되는 게 많이 어려워졌습니다. 저희들이 처음 할 때보다 여러 가지 과정이 필요하죠. 품질검사도 필요하고 배송도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절차들이 필요하니까요. 그 절차들을 맞추기 위해서는 밴더들이나 여러 가지 복잡한 단계들을 거쳐야 되죠.

◇ 김현정> 물건의 품질을 높이려는 게 어려워진 거라면 그렇게 문제라고 하진 않으실 텐데요. 그게 아닌 외부적인 요소들이 많이 작용하기 때문에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 저희들은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살면서 처음 본 상품을 팔아주십시오, 하는데요. 홈쇼핑 입장에서 매출이 보장되지도 않았고, 상품의 품질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것을 팔아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이왕이면 아는 사람이 괜찮다고 얘기해주는 상품이면 한 번 더 보게 되는 거죠. 그런데 그런 과정에서 한 번 만난 사람, 두 번 만난 사람, 세 번 만난 사람 또는 밥을 먹어본 사람... 이런 사람들이 추천하는 상품이면 한 번 더 보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되는 거죠. 그런데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발생하는 건데요. 어쩌다보면 맥주도 한 잔 하는 거고요. 남자들끼리 라고 표현하면 그렇지만 방송에서 언급하기 부적절한 것도 없지 않아 있었죠.

◇ 김현정> 남자들끼리 방송에서 부적절한 거라면 쉽게 생각해서 성접대를 한다든지 이런 로비까지도 이뤄진다는 말씀이세요?

◆ ○○○> 접대라고 보지 않습니다. 저희는.

◇ 김현정> 지금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면 굉장한 어떤 접대를 하고 있고 을의 입장에서 뭔가를 한다기보다는,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한 관행, 각종 접대해야 되는 게 당연한 거라는 느낌이 드네요?

◆ ○○○> 생활이죠.

◇ 김현정> 좀 심각한 접대. 뭐 해외여행을 보내준다든지 이 정도까지 커다란 접대들도 이루어집니까? 목격이 됩니까?

◆ ○○○> 그럴 수 있겠죠.

◇ 김현정> 본인이 그러진 않으셨겠지만. 주변에 그런 얘기들이 업계에서는 소문으로 도나요?

◆ ○○○> 돌죠. 누구는 뭐 좋아한다. 그런 게 좀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어렵게 해서 우리 물건이 뽑혔어요. 그러면 그 다음에는 별 문제 없이 TV를 통해서 물건을 판매할 수 있는 건가요?

◆ ○○○>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판매를 하기 직전에 시간이 늦어질 수 있어요. 예를 들어서 여름 상품은 여름에 팔아 되는데, 여름에 너무 많은 경쟁이 있어서 못 들어가는 겁니다. 그런데 재고는 쌓여 있죠. 판매처는 이미 홈쇼핑에 팔기 위해서 재고를 잡아놨죠.

◇ 김현정> 엄청나게 만들어 놨을 거고요.

◆ ○○○> 그렇죠. 대부분 몇 천대, 많게는 몇 만, 몇 십만 대까지 들여오기 때문에요. 그렇게 해야 가격이 맞아요. 홈쇼핑에 원가를 댈 수가 있어요. 그런데 판매하기 전에 시즌을 놓치거나 방송 편성이 다른 거에 밀려서 안 나와요. 그러면 저희가 어떻게 해야 됩니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겠죠.

◇ 김현정>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건 어떤 식으로 한다는 건가요?

◆ ○○○> 정식적으로 하면, 예를 들어서 나는 이것만 주고 이 가격인데, 나는 여기에 더 줍니다. 이거에 다른 것을 추가구성이라고 해서 포함시키죠. 판매가는 그대로인데 남들보다 더 주게 되는 거죠.

◇ 김현정> 그래서 홈쇼핑을 보다 보면 이것저것 서비스상품이 많이 붙는 거군요. 손해 보면서도 파시는 거예요?

◆ ○○○> 그것도 안 먹힌다 그러면 방송을 돈 주고 사야죠.

◇ 김현정> 돈을 주고 산다고요? 이미 계약서 쓰고, 수수료 떼기로 하고 계약을 한 건데요. 다른 돈을 더 줘요?

◆ ○○○> 예를 들어서 홈쇼핑에서 이 시간에 판매로 35% 수수료를 주겠습니다 하고 약속하고 계약서를 쓰죠. 그런데 35%의 수수료에서 20%는 내가 현금으로 주겠습니다. 그러면 홈쇼핑 입장에서는 영업이익을 보장받게 되는 거죠.

◇ 김현정> 혹은 그걸 또 누르기 위해서 다른 업체가 '우리는 30% 현금으로 먼저 주겠습니다' 라고 하면...

◆ ○○○> 경쟁이 되는 거죠.

◇ 김현정> 그렇군요. 이것 말고 공식적으로 떼는 수수료라는 게 있잖아요. 이건 어떻습니까? 여기에서 문제는 없나요?

◆ ○○○> 대부분의 수수료는 한 35~40% 정도라고 보시면 되고요.

◇ 김현정> 잠깐만요. 물건값의 35~40%를 홈쇼핑이 떼어간다고요?

◆ ○○○> 그렇죠.

◇ 김현정> 그러면 뭐가 남습니까?

◆ ○○○> 그래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대량으로 제조할 수밖에 없어요.

◇ 김현정> 엄청나게 많이 만들어서 홈쇼핑에서 엄청나게 팔아야만 이윤이 좀 남는 거군요.

◆ ○○○> 그런데 안 팔리면 어떡하겠어요. 먹고 죽을 수 없잖아요.

◇ 김현정> 35~40%가 이게 지금 계약서에 나오는 수수료입니까, 아니면 계약서는 좀 다르게 쓰는데 실제로 그런 건가요.

◆ ○○○> 계약서에도 명시가 돼서 그렇게 책정을 하고요. 기준은 딱히 없기 때문에 그 정도 이익을 홈쇼핑이 가져가야 된다고 생각해서 책정하는 비용이라고 봅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게 법에 하자는 없는 건가요?

◆ ○○○> 그건 공정거래법에는 특별히 저촉이 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거기에다가 방금 전에 이윤 남기려면 많이 만들어야 된다고 하셨어요. 혹시 소비자 입장에서 문제는 없겠습니까?

◆ ○○○> 품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홈쇼핑에서 상징적인 가격을 요구하죠. 예를 들어서 9만 9천원, 19만 9천원, 29만 9천원. 이런 가격 있지 않습니까? 마케팅적으로 봤을 때 상징적인 가격들. 그 가격들을 먼저 찍습니다. 찍어 놓고 제조원가를 맞추죠. 제조원가를 인정해주지 않는 격이죠.

◇ 김현정> 희한하네요. 판매가를 먼저 정해놓고 여기에 맞춰서 제조해라. 그러면 거기에 맞춰서 원료를 써야 되는 거고, 거기에 맞춰서 인력 들어가야 되는 거고요.

◆ ○○○> 그렇죠. 거기에다가 할인가를 또 적용해야 되고요. 프로모션 비용이라고 그러는데 사은품을 주잖아요. 더 드리고, 더 드리고, 더 드리는 것. 이왕이면 연예인이 쓰는 거, 유명인이 한 번 나와서 좋다고 해 주는 거요.

◇ 김현정> 홈쇼핑에서 흔히 쇼핑호스트들이 있고 그 옆에 연예인들이 한 명씩 서는데요. 제조업체, 판매업체에서 대는 거예요?

◆ ○○○> 그렇죠.

◇ 김현정> 그렇게 해서라도 TV 홈쇼핑에 나가는 게 낫습니까?

◆ ○○○> 이미 시장 한 편의 모습입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홈쇼핑과 제조사를 연결해 주는 중간 역할, 유통업체를 하시면서 10년 동안 느꼈던 이런 부조리함들 지금 말씀을 해 주셨는데요. 겪었던 사례 중에 이건 정말 부조리하다. 혹은 이건 인간적으로 안 되겠더라 싶었던 경험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겠어요?

◆ ○○○> 해 주기로 했는데, 돈 다 썼는데 안 되는 거죠.

◇ 김현정> 그건 무슨 말씀이세요? 해 주기로 해서 돈도 다 받아놓고 안해줘요?

◆ ○○○>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이것저것 다 해 봤는데 론칭이라고 해야 되죠, 판매가 안 된 거죠. 그래서 만들었는데 판매 한 번 해 봤는데 효율이 안 나와요. 그러면 저희들이 얘기하기로 드롭이라고 합니다. 그냥 아웃이 되는 거죠.

◇ 김현정> 그때는 얼마나 만드셨어요?

◆ ○○○> 그때 한 4억 원어치 만들었죠.

◇ 김현정> 4억 원어치 만들었는데 그럼 얼마 파신 거예요?

◆ ○○○> 한 2억 7천 팔았나요?

◇ 김현정> 2억 7천 팔고는 드롭 되셨어요? 그럼 나머지는 1억 3천은 어떻게 합니까?

◆ ○○○> 떨이죠.

◇ 김현정> 그렇게 손해가 나도 홈쇼핑에는 항의 못합니까?

◆ ○○○> 못합니다.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죠. 계약서에 ‘우리가 만들어라’ 라고 하는 그런 게 없잖아요.

◇ 김현정> 그리고 만약 거기에서 정말로 화가 나서 항의를 할 경우에는 다시는 그 홈쇼핑하고는 거래 못하겠네요.

◆ ○○○> 하겠나요? 제가 와서 진상 부리는데 저를 다시 써주겠나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업계 관계자로서 조금이라도 관행 개선되려면, 이른바 수퍼 갑질이 개선되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하겠습니까?

◆ ○○○> 일단 기준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동산도 많이 통제를 하잖아요. 수수료 어느 정도 이상 받지 마라, 그런 것도 있고 판매가는 이 정도는 돼야 된다. 공시지가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것처럼 뭔가 제조사들이 보호가 돼야 유통업자들이 있는 거니까요.

◇ 김현정>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절실한 말씀을 해 주셨어요. 이미 홈쇼핑 시장이 굉장히 비대해졌습니다. 유통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발전이 될 건가. 이 부분 우리가 한 번 생각해 봐야 될 문제 같네요. 오늘 어려운 증언인데 용기내서 해 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 ○○○>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10년 동안 홈쇼핑을 상대로 유통업을 해 오신 분이세요. 증언 들었습니다.